또 다른 섬망증세는 수술이 막 끝난 상황에서 어시스턴트에게 ‘회의에 늦을 것 같아‘라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었습니다. 실제로는 양팔에 링거를 꽂은 상태로 몸조차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라 오타도 많았습니다만. 메시지를 받은 사람도 입원 중인 제가 이른 아침에 갑작스레 연락을 해서 놀랐다고 하더군요. - P19

우리의 뇌가 일상적으로 보고 듣는 것을 이토록 방대하게축적하고 있다니, 놀라울 따름입니다. - P21

음악은 시간의 예술이라고들 합니다. 시간이라는 직선위에 작품의 시작점이 있고 종착점을 향해 나아갑니다. 그래서 제게 시간은 오랫동안 중요한 테마였습니다. - P27

딱히 다른 사람들의 인지를 바꾸는 것을 삶의 보람으로삼을 마음도 없고, 담담하게 스스로 만들고 싶은 음악을 꾸준히 만들어가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나 싶습니다. - P39

인간의 수명이 80세에서 90세까지 길어진 것은 기껏해야 최근 30~40년 사이의 일입니다. - P45

생물학계나, 철학계에서 ‘동물에게 감정이 있는가?‘ 하는 논의를 하곤 하는데, 만약 제게 묻는다면 단 한마디로일축해버릴 것입니다. "웃기지들 말라고, 있는 게 당연하잖아!" - P65

그러니 달리 말해, 이렇게 투어를 돌며 관객들 앞에서수십 번의 공연을 하다 보면 점점 연주의 질이 달라집니다.
유럽 각지를 돌고 11월 말에는 영국 런던에 있는 카도간 홀에서 콘서트를 열었습니다. 900석 남짓의 결코 크지 않은공연장이었지만 이 밤의 연주만큼은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 P69

참고로 친분이 있던 가네코 기미 씨의 가집 《풀의 분수》(草町分際)에 따르면 젊은 시절 엄마는 어린 제 손을 이끌고여성 중심 평화활동단체인 ‘풀씨회‘(草実会)의 반전 시위에 참가하기도 했던 모양입니다. 그때의 기억은 하나도 남아 있지 않지만, 아마도 저는 철들기 전부터 어머니의 사상에 큰 영향을 받아왔는지 모릅니다. - P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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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숙희(59세) 난 담배 피우면 안 되는데. 후두에 용종이 생겨서세 개 떼어냈고, 갑상선 수술도 했고, 뇌가 뭐 어쩌구저쩌구해가지고서는 평생 약을 먹고 살아야 된다고. - P256

윤다영(35세) 담배는 중학교 1학년 때부터 피웠어요. 처음엔 할아버지 담배 훔쳐 피웠어요. 할아버지 돌아가시니까 담배 구할 데가 없었어요. 친구들하고 돈 모아 아저씨들한테 사달라 했어요.
잘될 때도 있었는데 나쁜 아저씨들 있었어요. 쓰레기통 뒤지기 시작했어요. 재떨이 뒤지고 길바닥 훑고. 정말 더러웠어요. - P259

비가 계속 오네요, 비 오는 날 담배가 참 맛있는데, 오현주가 창가 쪽으로 걸어가며 말했다. 약간 커피 냄새 비슷하기도 하고. 오현주의 목소리가 촉촉했다. 저 언니 왜 저래, 커피 마시고 싶잖아.
커피는 출소하면 마셔. 이 언니는 꼭 출소라고 그런다. - P273

나는 오래 쓸 것이다.

소설집을 낸 지 꽤 오래되었다. 그만큼 오래 다른 길에 있었다는 뜻이다. 그동안 다큐멘터리를 찍었고 식당을 열었다 닫았고 공부를 새로 시작했고 남극을 다녀왔다. - P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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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내가 세상에서 배운가장 분명한 기도 - P91

흑과 백이 첨예하지 않다 - P91

이미 시작된 것을 멈출 수 없다고이미 시작된 것을 멈출 수 없다고 - P104

진심이 없을 때 우리가 가질 수 있는 태도는 두 가지예요거짓을 말하기침묵하기 - P121

미쳐버릴 것 같아그러나 미쳐지지 않는다 - P120

파도는 섬을 뒤적이며자꾸만 비밀을 이야기하죠 - P129

꿈을 꾼 다음날에는 세상이 달라 보였다. - P136

빨갛게 부푼 뺨이 어둠 속에서 잠깐 빛났다 - P13

믿음이 흐르는 방향으로 - P90

마당에 어린 대추나무를 심었다. 잎들이 작은 동전처럼반짝거리는 것을 보고, 수지(壽指)라 이름 붙였다. - P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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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로 올라가기 전까지 20년을 살아온 집, 평생 그 자리에 있을 줄 알았던 공간이 한순간에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는 사실은 좀처럼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담배를 꺼내 물었다. 당장 올려다본 하늘은 조금 흐릴 뿐이었다. - P124

그리고 서서히 갈변하는 풍경. 살가죽만 남은 앙상한 팔로 빗자루를 든 채 시든 꽃잎들을 산 중턱에서부터 쓸어내리던 여학생을 기억하고있었다. 곡기를 끊어가며 언젠가 죽는다면 추자 씨가죄책감을 느끼기를 바라던 사람, 그러면서도 동시에추자 씨의 관심을 바라던 사람………… - P125

- 어디 다쳤어?
내 물음에 추자 씨는 손목을 흘깃 보더니 아거, 하고는 거침없이 밴드를 뜯어 운전대에 붙였다.
밴드가 뜯겨 나간 손목에는 물결 같은 글씨체로 레링 타투가 새겨져 있었다. 글씨를 읽어보려 했지만어느 나라 말인지 짐작하기 어려웠다.
-뭐야, 안 어울리게. - P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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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리마다 놓인 뜻밖의 행운과 불행, 만남과 이별 사이를 그저 묵묵히 걸어나간다. 서로 안의 고독과 연약함을 가만히 응시하고 보듬으면서. - P31

미래 쪽으로만 흐르는 시간은 어떤 기억들을희미하게 만들어버리기도 하지만, 장소는 어김없이 우리의 기억을 붙들고 느닷없이 곁을 떠난 사랑하는 것들을 우리 앞에 번번이 데려다놓는다. - P21

지난해 봄 이후, 동네 주변은 무척 소란스러워졌다.
재개발 추진 동의서를 받는다는 현수막과 벽보가 곳곳에붙었는데, 대부분은 좁은 골목과 낙후한 주거환경의 불편함을 토로하는 내용이었다. 그들의 불편함은 실재하는 것이고, 그것은 틀림없이 개선되어야 한다. 하지만 그렇게 인근 동네의 재개발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근심하는 우리 동네 이웃들도 존재한다는 걸 나는 알고 있다. - P89

이에너지가 넘치고 말썽꾸러기다보니 위험한 일을 겪은 적도 많았다. 자장면 빈 그릇을 할머니가 잠깐 베란다바닥에 내려놓은 사이 자장 소스를 깨끗이 핥아 먹기도 하고-강아지는 짠 음식을 먹으면 안 된다―음식물 쓰레기통을 뒤져, 우리가 먹다 버린 치킨 뼈를 씹어 먹어서-잘게 부서져서 삼키다 식도나 내장에 손상을 입힐 수 있는닭 뼈 역시 개들이 절대 먹어선 안 되는 음식으로 알려져있다-우리를 기겁하게 만들기도 했다. - P113

다정한 강아지가 혹시 나를 걱정해 나비의 모습으로 내 곁에 머무는 걸까봐 나는 다시 힘을 내보기로 한다 - P123

쇠락한 벽돌 담벼락 위로 일렁이는 가을빛을 나침반 삼아 걷는 날들이 쌓일수록 나뭇잎의 색이 바뀌고 하늘의 색은 깊어졌다. - P139

킁킁 냄새를 맡을 때면 세상 모든 것에의
기쁨을 느끼는 것 같았으니까. - P147

할머니, 잘 있지?
할머니가 세상을 떠난 지는 8년이 되었다. 나는 더이상할머니를 생각하며 울지 않을 수 있고 그것은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내가 이제는 시도 때도 없이 그리움에 사무쳐울지 않는다는 사실을 상기할 때면 슬퍼지기도 한다. - P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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