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 인원으로 다시 팀을 꾸릴 겁니다. 해당하시는 분들께는 이번주까지 연락드리겠습니다." 메인 피디님이 직군별로 따로 불러서 말하더라고요. 정규직 피디가 생살여탈권을 쥔 프리랜서 작가였기에, 불안한 마음을 숨기며 막내 작가들끼리 이야기했어요, 연락받으면 말해주자고 약속했던 날, 단체 메신저 방에 한 동료 작가가 "제가 연락을 받았고, 안 가기로 했어요"라고 보내더라고요. 안 간다고 말할 수 있었던게 부러워서 울었어요. 한 3일? - P103

잡생각을 더 할 틈도 없이 기계처럼 몸을 움직인다. 금요일과 토요일은 가장 물량이 많은 날이다. 그래서 연장근무도 잦다. 15분 연장해도 다 임금으로 계산해준다니 좋았다. - P97

새벽 3시 40분, 친구의 강다니엘 알람 소리에 잠이 깬다. 이불을 박차고 일어나기 싫도록 찬 공기가 나를 감싼다. 세안 후 선크림까지만 바르고 주섬주섬 간식을 챙겨 10분 만에 집을 나선다. 새벽이라 도로가휑하다. 물류센터는 차 타고 30분 거리 외곽에 있다. 시작은 4시 45분인데, 4시 30분까지 미리 와서 준비하라고 했다. - P95

오늘은 그 믿음이 흔들렸다. 차는 경적을 울리며 빠르게 달려왔고,
급기야 나는 통제를 포기하고 옆 차선으로 몸을 피했다. 방금 전까지내가 서 있던 그 자리를 쌩하고 지나가는 택시를 바라보며 넋이 나가버렸다. 놀라서도, 두려워서도 아니라 무언가 짓밟혔다는 느낌이 들었기때문이다. 사실 주황색 라바콘 세개만 세워둔 채 안전하기를 바라는것도 웃기는 일이지만, 그게 전부고 현실이다. - P91

만두를 많이 샀다. 만두 판 돈이 언니에게 가는 것은 아니지만 빨리다 팔고 집에 가서 푹 쉬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언니가 일을 아주 잘한다는 사실을 인정받아서 11개월마다 계약서를 다시 쓰는 일 없이 퇴지금도 있고 상여금도 있고 보험도 다 되는 그런 자리에서 일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모두 다 그럴 수 있는 세상이면 얼마나 좋을까. 우린 많은 말을 했다. - P87

어둑해질 무렵 누군가와 눈이 마주쳤다. 그냥 못 본척 지나가도 서운하다 안 할 테니 제발 그냥 좀 지나가라. 아 씨, 이모다. 나를 알아본이모가 눈물 바람을 하며 달려온다. 어린 것이 에미가 죽으니까 시장바닥에서 만두나 팔고 있다고, 금방이라도 땅에 주저앉을 기세다. "이모, 그냥 아르바이트예요. 장 보러 왔어요? 만두 좀 사가요. - P83

"여사님, 요기 환자 피 찌꺼기 또 다 쏟아졌어요. 어유 이걸 어떡한담 ..… 아후 ..… 냄새!" 커피 한잔의 여유로 잠시 숨을 돌리자마자 코디네이터 미영이 나를 애타게 부르며 부리나케 달려왔다. - P108

3평 남짓한 방 크기의 비소독물실에는 마대걸레를 빠는 수채기가 있고, 청소도구와 화학약품, 세제 등이 백화점 명품관의 향수들처럼 선반에 즐비해 있다. 물먹은 스펀지처럼 눅눅하고, 지하실처럼 퀴퀴한 공기가 감도는 아지트에 청소원들은 여름철에는 은색 돗자리, 겨울철에는 전기장판을 깔고 생활한다. 그나마 발 뻗고 쉴 수 있는 이곳에서 청소원들은 틈틈이 쪼그려 앉아 집에서 싸온 고구마와 귤, 감자, 찹쌀도넛 등 주전부리들을 우물우물 나눠 먹으며 담소를 나눈다. - P110

삐익-삐익-삐-삐빅. 심혈관 장비가 내는 괴음이 차가운 적막 속에서 이명처럼 들린다. 팔짱을 끼고 내려다보는 사람들 속에서 나는 무생물 바위가 된 듯 그대로 멈춰 있다. 다시 마포걸레를 집어 들었다. 화상 흉터 위에 누군가가 소금을 뿌려댄 듯, 짓무른 살갗이 어쩐지 자꾸만 욱신거린다. - P112

복합상가주거시설과 업무시설과 상업시설이동일 건물 안에 입지한 형태의 상가. - P113

야간근무 시에는 주간에 틈을 내어 서울어르신취업지원센터에서수시로 실시하는 각종 취업 교육을 받았다. 장년 취업 기본교육, 일반경비원 신임교육, 환경관리자교육, 반려동물 돌보미 과정, 지하철 택배교육, 무인 주유소관리원 교육, 가사관리원 교육, 도슨트 교육, 스마트폰 사용교육 등 계약 만료 후 재취업에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에 최대한참가했다. 이러한 취업 관련 이수증은 문화재 관리인 계약 기간을 마치고 공공 일자리에 다시 취업할 때 많은 도움이 되었다. - P116

매년 비정규직 계약 기간을 마칠 때가 되면 새로운 일자리를 알아볼준비를 한다. 체력 관리도 잘해야 한다. 100세 시대라지만 큰 병원에가보면 각종 질환을 앓는 사람들이 줄줄이 앉아 있다. 나이 먹을수록질병은 찾아오는 것이다. 가정을 지키고 가족을 부양하는 일이 우리 비정규직 서민들에게는 쉬운 일이 아니다. 새벽에 길을 나서 간선버스와지하철을 타보면 일터를 오가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밤낮없이 열심히 살아가는 서민들의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이들이 좀 더 잘 살 수있는 세상이 열리기를 소망한다. - P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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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를 찾아 그곳에서 일하는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니, 사실 변화는 매우 천천히 이루어지고 있다고 했다. 법이 엄격하게시행되지 않아서 프랑스인 대다수는 아직 큰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이 조치는 우리 모두가 가야 할 방향으로의 첫걸음이다. - P305

"당신이 자동차 엔진에 샴푸를 넣는다면엔진이 고장 났을 때 고개를 갸우뚱하지 않을 겁니다."
그러나 서구 전역에서는 "인간의 연료로 쓰던 것과는 매우 동떨어진"
물질을 매일 자기 몸에 밀어 넣고 있다. - P308

뇌는 음식 섭취를 통해 만들어집니다 - P311

그러나 이 실험은 규모가 작았다. 그래서 연구팀은 후속 실험을진행하기로 했다. 이번에는 아이들 100명을 데려다가 똑같은 수험을 하며 5주간 변화를 관찰했다. 이번에도 제거 식단을 고수한아이들의 집중력이 크게 향상되었고, 절반 이상이 극적인 개선을한음기어경험했다. - P315

2005년과 2012년 사이에 바르바라는 우리 주위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물질들을 검사했다. 바르바라의 팀이 더 많은 물질을검사할수록 현재의 환경 때문에 내분비계가 엉망이 되고 있다는증거도 더 많이 쌓였다. 그는 오늘날 모든 아이들이 "유독성 물질범벅에 오염된 채로 태어난다고 경고했다. - P329

성인의 집중력 문제에 관해 사람들은 보통자신에게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인을 선뜻 인정한다.
그러나 아이들이 똑같은 문제를 겪을 때,
지난 20년간 우리는 지나치게 단순한 이야기에 이끌렸다.
바로 아이들의 집중력 문제가 주로 생물학적 장애의 결과라는 것이다. - P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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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걸어야 할까. 못에 걸어도 도무지 걸리지 않는 무엇과 걸면 못이 떨어져나가는 무게를 가진 무엇 중에서. - P101

낮에 들었던 말은집에 오면서 다 흘리고 왔다 - P103

지킨다는 건자라고 싶은 나무의 심정을 갖는 것 - P105

이번 여름은 정말 미쳤어여름이 미쳤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 P107

영혼은 그림자보다 흐리고영혼은 생활이 없고영혼은 떠도는 것에 지쳤다영혼은 다정한 말이 듣고 싶다영혼은 무너지는 집 아래 깔린 나무의 몸통영혼은 자라서영혼은 벗어날 수 있는 곳영혼은 찢고 부서지고 아물면서영혼은 있다 - P110

무서운 것 앞에서 펼서 하는 것편지한 번쯤 무섭다고 말해본 저녁빛은 두 사람의 몫만큼 밝고한 사람의 몫만큼 어두웠다 - P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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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깔깔깔자지러지게 웃더니 내가 신을 원망할 때도이렇게 했다고, 터널을 나가면서 말했다. - P130

sans couleur. 프랑스어로 무채색. ‘색 couleur‘이라는 명사에
‘없음‘을 뜻하는 전치사sans가 결합되어 만들어진 말이 말은 자세히 보면 참 이상한데 직역하면 ‘없는 색‘이라는 뜻처럼 보인다. - P126

바크티: MJ, 나는 많이 노력했어. 그런데 이 대학에서 한국인친구를 거의 사귀지 못했다. 아마 내가 우즈베키스탄 사람이라서 그런 것 같다. 백인들은 매우 빠르게 친구를 사귄다. 모든 것은 외면 surface 즉, 살skin 이 문제다. - P127

그렇게 우리는 가혹한 환경에서도기어코 뜨거운 환대의 장소를 만들어 벌거벗고 나란히 걸터앉는다. 안부를 묻고 땀 흘리며 맑게 웃는다. - P125

그러고서 이 부부는 식당에 가면 식탁 밑으로 자꾸만 손을 숨긴다. 흉하다고, 남들보기에 불쾌하다고, 무릎 위에 단정하게 손을 숨긴다. - P123

너는 몰라도 그건 분명 네 목소리였어. 엄마는 알아. 엄마니까 엄마는 들려 네 시에서도 간혹 그 목소리가 들려 시 같은 거나는 잘 모르지만 그건 엄마만이 들을 수 있는 네 목소리야. 그때삼킨 성체가 얼마나 가벼웠는지 얼마나 작고 둥글고 소중했는지아무튼 그거 삼키길 참 잘했지? 내 성격답게 통째로 냉큼 받아 삼켰지. - P139

겨울을 이기고 자란 게 양의 기운이 많아요. - P144

인간의 이야기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 인간의 위대함이나 찬란한 지성 때문이 아니라 순전히 동물들의 등 덕분이다. 우리의모든 지식과 문화와 전설과 상상은 타인의 살결에 빚진 거라는사실, 양피지, 이름부터 꿈같은 종이. 손을 대면 울음소리가 들리는 종이, 순한 동물의 살결이 책이 되었다니. 거위의 깃털을 산채로 뜯어서 속을 채우고 산다니. 이런 생각을 하며 세상을 보고있으면 시와 소설과 악보와 그림이 달리 보인다. 우리는 언제나죽음에 빚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제대로 읽고 쓰고 들으며 살아야 한다. - P161

그러니까 시는 연근의 구멍이 아닐까. 일상에 뚫린 놀라운 구멍, 골다공증에 걸린 할머니의 무게가 아닐까. 그러니까 시는 대나무뿌리를 볶아서 중국인들이 먹는다는 사실에 있고, 쌀알이밥이 된다는 마법에도 있고, 또한 고양이의 수염이나 침엽수라는 뾰족뾰족한 잎이 존재한다는 사실 속에도 있다. - P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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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자와 정사를 나누는 것과 함께 잔다는 것은 서로 다를 뿐 아니라 거의 상충되는 두 가지 열정이라고. 사랑은 정사를 나누고 싶다는 욕망이 아니라 (이 욕망은 수많은 여자에게 적용된다.) 동반 수면의 욕망으로 발현되는 것이다.(이 욕망은 오로지 한 여자에게만 관련된다. - P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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