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위해 어떻게 해 주길 바라는 거야?"
"당신이 늙기를 바라. 지금보다 열 살 더. 스무 살 더!"
그녀가 하고 싶었던 말은 "당신이 나약하길 바라. 당신도 나처럼 나약하길 바라."였다. - P129

소파 곁에는 머리맡 탁자가 있었고, 탁자 위에는 미용사들이 가발을 전시하기 위해 사용하는 머리 모양 받침대가 있었다. 사람 머리 모양 조각은 가발이 아니라 중산모자를 쓰고 있었다. 사비나는 미소를 지었다. "이 중산모자는 할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거야." - P115

넘어지는 사람은 "날 좀 일으켜 줘!"라고 말한다. 토마시는 변함없이 그녀를 일으켜 줬다. - P109

하긴 어머니의 운명에 대한 책임이 테레자에게 있다는 말은 어쩌면 정확할 것이다. - P77

이 단어의 의미가 분명하게 전달되게 하기 위해 베토벤은 마지막 악장 첫 부분에 이렇게 써넣었다. "Derschwer gefasste Entschluss." 신중하게 내린 결정. - P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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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와 함께 온 광부들 중에 높은 데를 무서워하는 친구가 하나 있었어. 탑을 처음 오르는 이들 중에 이따금 그런 경우가 있지. 그렇게되면 바닥을 얼싸안고 더 이상 올라가지를 못해. 하지만 이렇게 일찍그런 증상을 보이는 경우는 드문데.‘ - P23

까마득한 하계에서 아지랑이에 휩싸인 땅과 바다의 태피스트리가 눈길이 닿는 한 먼 곳까지 사방팔방으로 뻗어나가고 있었다. 머리 바로 위에는 세계 그 자체의 천장이 있었다. 이것은 하늘의 경계를 이루는 절대적인 상한선이었고, 그들이 있는 장소의 전망이야말로 전 세계에서가장 높은 것임을 보장해주고 있었다. 단박에 이해 가능한 천지창조가모두 이곳에 한꺼번에 모여 있는 듯한 광경이었다. - P36

그들은 아무 말 없이 기다렸다. 기도 문구는 이미 바닥난 지 오래였다. 힐라룸은 야훼의 검은 목 안에 서 있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했다.
위대한 신은 하늘의 물을 깊이 들이마시고, 죄인들을 모두 삼켜버릴작정인 듯했다. - P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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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 죽었나 봐.
나도 모르게 중얼거리고는 그 자리에 쪼그려 앉았다. 멍하니 그것을 바라보며 그대로 비를 맞고있었다. 춥지도, 젖지도 않으면서. - P52

그렇다, 엄마와 희재가 언젠가는 여기에 온다.
그렇다면 기다리겠다, 결심했다. - P54

나는 희재와 엄마를 번갈아 바라보며 나직이 말했다. 말하고 나니 그제야 예전부터 이 말을 하고 싶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전에는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말이었다. - P64

사라지는구나, 깨달았다.
그래도 괜찮았다.
좋은 곳에 가라.
이상하게도 마지막 순간에 떠오른 말은 그것이었다.
좋은 곳에 가라. - P68

그렇다면, 나는 됐으니까 그 아이만 데리고 가시길.
이왕이면 좋은 곳으로.
나는 갈 자격이 없는 곳으로. - P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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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많은 갈매기는 도대체 무얼 먹고 사는 걸까.
오랫동안 지켜보았으나 알아내지 못했다. 물론행락객들이 떠나며 버리고 가는 음식물들이 있으니 비위가 좋다면야 치킨이니 피자니 취향껏 골라먹을 수도 있겠으나 그건 대개 길고양이들이 먼저차지하곤 했다. 그것들을 노리다 고양이에게 목을물리는 녀석들을 몇 번 보았다. - P14

그 뒤엔 다 같이 오리배를 탔다. - P18

엄마가 밀어준 덕분에 커플이 탄 오리배는 방향을 틀었다. 커플이 웃으며 목례를 하곤 기우뚱기우뚱 멀어져갔다. 저들은 오랫동안 이 일을 즐겁게이야기할 것이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네 아빠는 처음부터 끝까지 비겁한 사람이었어" - P30

죽었으면 그대로 끝일 일이지, 왜 이런 뭔지도모를 것으로 구차하게 남게 된 걸까. - P46

좋은 곳에 가라. - P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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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나는 여행보다 대화, 인터뷰 글 읽기, 다른 차원에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시간을 좋아한다고 생각해왔다. 그러면 공항까지 가지 않아도 여행할 수 있으니까. 언제나 현실보다 상상이 나았으므로. 그럼에도 종종 홍콩과 니스, LA에 가볼까하는 것은 기억 때문이다. 나에게는지루함을 가시게 할 기억이 필요하다. - P118

이런 것을 보기 위해서 새벽부터 공항에 가고, 짐을 부치고, 줄을 서고, 옷을 벗고, 짐을 풀었다가 다시 싸고, 젓갈 맛이 나는 음식을 잘못사 먹으며, 서두르고, 휴대폰을 만지고 싶지 않을 때에도 만지면서 이곳에 온 것이다. - P122

아마 보안검색대에서부터 후회할 것이다. 상상력과 연민이 없는 상태로 글을 쓸 수있을까? 누가 읽기야 읽겠지만, 기억하지 못할글이 될 것이다. - P132

도서관과 서점 돌아다니기는 계획한 것에서벗어나더라도 충분히 좋다. 글을 쓰기 위해 왕창 챙겨온 책을 한 권도 열어보지 않고 웹 사이트만 뒤적거리고 메모만 잔뜩 했다고 하더라도그것 역시 좋은 시간이며 글쓰기인 것처럼. - P138

제주로 내려오고 난 뒤 나는 귤나무를 돌보는 농부가 되었다. 과수원에서 시간을 보내면서사람뿐 아니라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무수한존재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에게 내영혼의 문을 활짝 열어주는 일이 나를 충만하게 해준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런 순간순간을시로 붙잡아두고 싶었고, 부지런히 시를 써서독립출판물로 시집을 냈다. - P148

"아리가토. 도모, 아리가토."
감사한 건 나인데....... 미스즈를 좋아하는 분에게서 시인에 관한 생생한 이야기를 전해 듣고, 그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원 없이 나눈 벅찬순간이었다. 할머니가 고맙다는 말을 하실 때의표정, 나에게 연신 고개 숙여 인사하시던 모습을 나는 지금까지도 잊을 수가 없다. - P154

밝은 쪽으로/밝은 쪽으로.//잎새 하나라도/해 비춰 드는 곳으로.//덤불 속 그늘진 풀은.//밝은 쪽으로/밝은쪽으로.//날개는 타더라도/등불 있는 곳으로.//밤에나는 벌레는.//밝은 쪽으로/밝은 쪽으로.//한 치라도더/빛 내려오는 곳으로.//도회지에 사는 아이들은.
(3)밝은 쪽으로」- - P164

궁금증을 궁금한 상태로 두지 않는다.
검색 가능성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는 태도.
원하는 답변을 얻지 못할 때는 검색어를 조금만 구체적으로 바꾸어보면결국 궁금증이 깔끔하게 해소되리라는 믿음. - P194

. 다가오는 일정에 피렌체를 포함한여행을 떠나기 하루 전날 그들은 실시간으로방영 중인 tvN 「텐트 밖은 유럽」을 보고 있었는데, 마침 출연자들이 피렌체에 있다며 신기해했다. - P202

블로그 리뷰나 추천 앱 속의 별점과는 달리,
막상 겪어보면 누군가의 인생 장소가 내게는최악의 경험이 되기도 했고, 혹평이 자자한 장소에서 우연한 기쁨을 마주하기도 했다. 타인의과거가 나의 현재에 똑같이 적용될 리가 없다. - P236

가능해진 경험 : 집안 침대 위에서 낯선 도시의 길거리 이름만 가지고 그 근처 풍경을 확인하기불가능해진 경험:어쩌다 보니 도착한 낯선 길에서 영문을 모르고 헤매다가 나만의 추억 만들기 - P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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