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한 바퀴를 걷는데, 산그늘이 진 곳은 꽃도 더뎌서 철쭉, 싸리꽃, 복숭아꽃, 앵두꽃, 라일락까지 집집이 담장 너머 고개를 내밀고 미모를 자랑하고 있었다. 꽃 이야기가 이리도 긴 걸 보니 한시절이 지났다는 얘기다. 새파란 젊은이가 "꽃, 꽃, 꽃~" 하는 건 들어본 바 없어도 나이 든 사람들의 꽃 이야기는 흔하다. 인생의 꽃이 다 피고 진 뒤에 비로소 마음속에 꽃이 들어와 피어 있다.
는 거니까. - P71
봄·여름·가을·겨울 할 것 없이 군용 트럭에 몸을 싣고 무대에 도착하면 흙먼지가 온몸을 뒤덮어서 분가루 같은 풍진이 얼굴 가득 했었단다. 무대 의상도, 물자도 넉넉지 않고 핍절했으니 드레스며, 롱드레스용 장갑이며 직접 다 만들었단다. 바느질을 못 하면 가수를 할 수도 없던 시절이었단다. - P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