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경우, 어쩌면 다른 많은 작가들의 경우에도, 삶을 소진시키는 불안의 접근을 막아주는 것은 바로 이런 리듬 덕분이다.

에세이가 못 다룰 만큼 큰 질문은 없다.

에세이의 주체, 써보는 주체가 어떤 존재인가 하면, 몽롱하고 산만하고 정신을 잃을 위험이 있는 존재, 그렇게 자기를 잃어버렸다가 여긴 어딘가 나는 누군가 하면서 정신을 차리는 존재다. 의식의 자리를 떠난 ‘나‘는 의식의 반대편 끝에서 사방으로 흩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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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둠 속에서도 시냇물은 쉬지 않고 흘렀으리라. 눈물이날 것만 같은 밤이었지만, 나는 울지 않았다. 그렇게 우리는 각자의 방식대로 조금씩 변해갔다. - P36

꿈이 없는 사람의 자유이용권은 25개의 보어덤과 23개의 디스어포인트먼트와 16개의 다크니스를 맛보는 티켓에 불과할 테니까. 이 삶은, 오직 꿈의 눈으로 바라볼 때, 다른 불순물 없이 오하게 우리의 삶이 된다. - P45

그러다가 모든 것을그날 찾아온 남자 중에 아버지가 있었던 건 아닐까? 그러나 나는 그 의문을 엄마에게 말하지 않고 마음속 깊은 곳에 꼭꼭 묻어두는 것으로 우리의 우주가 완전히 붕괴되는 일만은 막을 수있었다. - P52

언덕을 오르는 동안, 그녀와 엄마 쪽으로 바람이 불어왔는데, 그 느낌이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고 그녀는 말했다. 마치 지금도 그 바람을 맞고 있는 사람처럼 눈을 감더니 그녀는 말했다. "그럴 때마다 저는 기분이 좋아져요." - P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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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한 바퀴를 걷는데, 산그늘이 진 곳은 꽃도 더뎌서 철쭉, 싸리꽃, 복숭아꽃, 앵두꽃, 라일락까지 집집이 담장 너머 고개를 내밀고 미모를 자랑하고 있었다. 꽃 이야기가 이리도 긴 걸 보니 한시절이 지났다는 얘기다. 새파란 젊은이가 "꽃, 꽃, 꽃~" 하는 건 들어본 바 없어도 나이 든 사람들의 꽃 이야기는 흔하다. 인생의 꽃이 다 피고 진 뒤에 비로소 마음속에 꽃이 들어와 피어 있다.
는 거니까. - P71

털고 솎아내야 더 찬란하게 꽃피울 수 있구나. 과거의 영광은 선선히 내어버려야 건강한 씨앗을맺을 수 있구나. 거기서 귀한 가르침을 얻었다. - P75

한참 세월이 지난 후에야 ‘이게 노래의 사회성이구나‘ 깨달아졌다. 노래는 되불러주는 이의 것이구나. 노래를 만든 사람, 처음 부른 가수의 것이 아니구나. 여러 번 굴절을 거쳐 어떤 가슴으로 불릴지는 누구도 점칠 수 없다. 그래서 세상에는 수천수만의 <아침이슬>이 있을 것이다. - P81

봄·여름·가을·겨울 할 것 없이 군용 트럭에 몸을 싣고 무대에 도착하면 흙먼지가 온몸을 뒤덮어서 분가루 같은 풍진이 얼굴 가득 했었단다. 무대 의상도, 물자도 넉넉지 않고 핍절했으니 드레스며, 롱드레스용 장갑이며 직접 다 만들었단다. 바느질을 못 하면 가수를 할 수도 없던 시절이었단다. - P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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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9년 여름도 지나갔고, 1984년 여름도 지나갔다.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이 변해갔다. 그럼에도 그 레코드판은 그 시절의상태 그대로, 조금도 훼손되지 않은 노래를 들려주고 있었다.
그 노래를 들으니 지난 시절이 미치도록 그리웠다. 이렇게 빨리 나이가 들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나의 마음은조금씩 무너졌다. 그로부터 수십 년이 흐른 지금, 나는 이십대초반의 나에게 괜찮다고, 그렇게 바뀌어가고, 마음이 무너져도괜찮다고 말해주고 싶다. - P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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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언제나 설레지만, 아이와 함께하는 여행은 변수가많다. 특히 아이가 어릴수록, 여행인지 극한 체험인지 모를순간이 찾아온다. 그럴 때 자연이 주는 풍경은 모든 걸 녹아내리게 하는 힘이 된다. 그 힘이 아이의 가장 어린 시절, 부모의 가장 젊은 시절을 여행으로 추억하고 또다시 떠날 계획을 세우게 만든다.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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