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까지나 저 혼자만의 생각이며 어떠한 근거도 없습니다. 하지만 100퍼센트 틀렸다고 단언할 수도 없을 테죠.
전체가 세 부분으로 나눠진 <오키나>는 제아미가 세련되게다듬은 것처럼 이야기의 전개가 선명한 것도 아니고, 그저시종일관 미스터리한 인상을 주는데 바로 그 점이 매우 흥미롭습니다. - P163

지휘의 경우 정식 교육을 받은 경험은 없으나 초등학생무렵 텔레비전에서 봤던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의 유려한지휘에 매료되어 연필을 지휘봉인 양손에 쥐고, 눈을 감은채 지휘하는 모습을 흉내 내곤 했습니다. 명성 있는 다른지휘자들과는 또 다른 독특한 우아함이 카라얀에게는 있었습니다. 카라얀과 대조적으로, 세련된 꾸밈이 없는 우직함이라고도 표현할 수 있는 빌헬름 푸르트벵글러의 지휘도무척 좋아하지만요. - P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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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질녘에 짐승들을 남김없이 벽 바깥으로 내보내면 그는 다시 한번 육중한 문을 밀어서 닫고는 마지막으로 커다란 자물쇠를 채운다. 철커덩 하는 메마르고 차가운 소리와 함께 모 - P25

하지만 그 광경을 내가 직접 목격한 것은 아니다. 너에게 이야기를 들었을 뿐이다. - P26

그렇게 도시의 하루가 끝난다. 나날이 지나가고 계절이 바뀐다. 그러나 나날과 계절은 어디까지나 임시적인 것이다. 도시의 본래 시간은 다른 곳에 있다. - P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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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직하기 전에 너는 설문조사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었다. 설문조사에 응하면 소액의 돈을 벌 수 있는데,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고 시간이 많이 들지도 않아서 별 부담 없이 하고 있다고 했다. - P152

사고 싶은 게 많았지만 막상 사려고 하면 이런 것까지 살 필요가 있나 싶었다. 그래서 사지 않은 것들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산 것들도 많았다. - P155

내가 하루에 써야 하는 기사의 할당량은 정해져 있었다. 그래서이따금 정말로 옮기고 싶지 않은 기사를 업로드해야 할 때도 있었다. 나는 매일 끊임없이 충격적인 사건을 찾기 위해 온갖 온라인커뮤니티를 들락거렸다. 트위터,인스타그램, 디시인사이드 갤러리, 보배드림, 네이트판 등등. - P93

올해만 벌써 일곱번째였다. 이번에도 역시나 허탕을 칠 것이 분명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소개팅 후기를 검색하고 있는 내 꼴이 처량했다. - P81

우주 어디쯤을 이름도 없이 떠돌고 있을 먼지와도 같이 작은 천체들을 상상하며,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크나큰 우주를 아득히 그려보았다. 멀리, 아주 멀리 살아생전 내가 도달할 수 없는 곳에 이르고싶었다. 나도 한 번쯤은, 그곳에. - P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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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소리로 책 읽기(<여성시대> 편지 배달)사람들과 이야기 나누기좋아하는 일을 즐겁게 하기노래하기(가수로서의 활동) - P106

그간 많은 변화가 있었던 눈치다. 한 명은 즐겨 쓰던 따개비 모자(중절모 같은)를 쓰지 않았기에뭐가 달라졌나 살피니 모발 이식을 했단다. 인물이 확 달라 보였다. 두 명은 임플란트 시술을 하고 이제 마무리 단계란다. 한 친구는 연주할 기회가 너무 없어서 기초생활수급자가 되었단다. 대학에서 강의를 하는 친구들은 비대면 강의에 적응하느라 머리가 다 셋다고 난리다. - P113

누구나 그런 한두 사람만 있으면 된다.
자기의 모든 것을 설명 없이도 알아줄 친구.
착착 맞아떨어지는 찰떡궁합의 임자. - P166

안부를 묻는 대신 달랑 시 한 편을 보냈지만 친구의 마음이 그대로 느껴졌다. 이렇듯 마음이 느껴지면 얘기는 끝난다. - P172

넷이서 좁쌀보다 조금 큰 겨자씨를 오물오물 씹어본다. 점점 더 노래나 음식이나 기본을 보게 된다. 기술을 부리는 이의 노련함도 감탄스럽지만 역시 뼈대를 본다. 무언가를 더한 맛보다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그 기본! 다들 별일 없이 지내는 덕에 천천히 재료 하나하나를 음미하며 식사를할 수 있어 복에 겨운 날이었다. - P200

나도 그런 경험이 있다. 암전된 객석의 공기가 차가울 때, 마음 기댈 데 없이 유난히 빡빡한 분위기에서 나는 내게 눈을 맞추는 이에게 노래를 보낸다. 제각기 다른 곳에서 저마다의 사연으로 공연장을 찾은 이들이 만드는 분위기는 그들 위의 허공이다. 그것은 매일 다르다. 어떤 날은 힘들이지 않고 노래가 그 공간을 채우는데, 흐르지 않고 고여 있을 때는 진땀이 뽀작뽀작 난다. 더워서줄줄 나는 땀이 아닌 끈적한 땀이다. 하지만 어찌 됐든 간에 무대와 객석의 왼쪽부터 오른쪽까지품에 안고 마음을 다해 분위기를 내 것으로 만들어 흘러가게 해야 한다. 나를 향한 눈빛이 유일한응원이니까 거기에 기대지 않으면 실마리가 풀리지 않는다. 서로의 파장이 응답되면 힘들이지 않고 끝까지 간다. 힘을 뺀 채 노래할 수 있다. 용을 쓰지 않아도, 진땀 흘리지 않아도 된다. - P203

미국 속담 중에 이런 말이 있다.
"다른 사람의 신발을 신고 걸어보기 전에 판단하지 마라." - P264

타인의 입장이 되어보기 전에 쉽게 판단하지 말라는 뜻이다. 한쪽이 닳고 뒤축이 구겨진 그의 신발을 신고 걸어보면 그도 삶의 무게를 이렇게 버티며 걷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뭉클해진다. 지금우리 엄마의 신발은 깨끗하다. 많이 걸어 닳은 신발이면 좋으련만. (무릎이 아프면서부터 새 신발을못 사드렸다.) - P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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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 20도가 넘는 지리산의 겨울밤, 내 부모는 이런 날에도 투명옷 한 벌만 입은 채 눈밭에서 잠들었다고 했다. - P20

그로부터 40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날 함께했던 친구 중누군가는 먼저 세상을 버렸고, 누군가는 사고를 당해 장애인이 되었고, 누군가는 교수가, 작가가, 회사원이 되었다. - P29

어쩌면 그날의 시바스리갈은 가난과 슬픔과 좌절로 점철된 나의 지난 시간과의 작별이었다. 짜릿하고 달콤했던 건 위스키의 맛이 아니라 고통스러웠던 지난날의 작별의 맛이었을지 모른다. 그날로부터 나의 변절과 타락이 시작되었다. 참으로 감사한 날이지 아니한가!접기 - P35

시바스! 너어어! 어디 있다 인제 왔어어!" - P34

쓸쓸하고 불안하고 우울한 것, 그게 청춘이었구나, 그때는 정작 그걸 몰랐구나, 무릎을 치면서. - P41

그 순간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뜻밖에 우리의 청춘도 저토록 짧을지 모르겠다는.
옆방의 남자가 무슨 일인지 흐느끼기 시작했다. - P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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