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스승에게서 편지가 왔다.
이렇게 끝나는 편지였다.
"슬아, 생이란 아흔아홉 겹 꿈의 한 꿈이니부디 그 꿈에서 무심히 찬연하기를."

땡볕 내리쬐는 무대에 선다. 야외에 마련된 작은 강연 무대다. 근처 공사장에선 포클레인이 오래된 건물을 허물고 있다. 먼지와 소음 속에서 땀을 훔치며 내 얘기를 풀어놓는다. 겪은 건지 지어낸건지 헷갈리는 이야기를. 그러는 동안관객석 한구석에서 처음 보는 할머니가 부채를 손에 꼭 쥐고 나를 바라본다. - P27

다음 이야기가 무엇인지 할머니도 나도 모른다. 어디선가 바람이 불어오고 할머니의 백발과 나의 흑발이 동시에 살랑인다. 건물 부서지는 소리도 들린다. 나는 무대에서서 수십 갈래로 뻗어나가는 내 인생을 본다. 그중 살아볼 수 있는 건 하나의 생뿐이다. - P29

이어지는 네 곡은 오직 그 사람만을 생각하며 불렀다. - P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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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을 떠올리기 위해 노거수를 바라보는 일 - P144

일주일에 한 번은 눈밭에 누워 잠자는 날로 정해놓는다면 - P144

너무 미안하지만미안하면 안 될 것 같아안 읽었던 파란 편지 - P136

그곳에 간 적이 있지만 - P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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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의 말을 다 받아 적었을 것이다 연필을 거꾸로 든채로 그랬을 것이다 - P140

생일 축하해i는 파피루스가 담긴수반을 내게 내밀었다 - P152

너는 허리를 숙여깃털 하나를 주워 모자에 꽂는다 - P133

THE GAT고개를 숙여 길바닥을 봅니다 - P126

당신은 영화에서처럼 모르는 집에 가도 괜찮고 당신의집을 모르는 집이라고 생각해도 괜찮을 수 있습니다 - P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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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리 만연된 것들을 끝말잇기처럼 나열하며 걸었다시로 쓰지 않기로 한 것들이 점퍼 호주머니 속에 불룩했다 - P108

그녀는 소매를 걷어붙이고 양념을 버무리다콧등을 찡긋하여 안경을 조금 올려 쓴 후 - P113

저도 그래요라고밖에는 달리 할 말이 없는 모임 - P120

노래도 없고 박수도 없고축하도 없고 박장대소도 없는 - P121

나는 친구의 연필을 손에 쥐고 있었을 것이다거꾸로 들고 친구의 이름부터 지웠을까친구의 말을 다 받아 적었을 것이다 연필을 거꾸로 든채로 그랬을 것이다. - P140

아름다움은 그만두고 싶다 - P138

가장 화가 났을 때에 가장 실의에 빠졌을 때에친구는 나를 앞에 두었다고 한다. - P139

냉장고에 오래 방치된 양파처럼미안함이 무르익고 무르익다가 - P136

우리의 백만 가지 약속 중 하나를너는 지키러 온다 - P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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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는 블루가 화폐단위냐?" - P122

"오늘 경매에서 정말 좋은 꼬리지느러미를 칠백팔십만원에 구했습니다. 꼬리지느러미를 최고로 칩니다. 회장님께서는 참으로 운이 좋으십니다." - P125

A 를 만난 지 십여년의 세월이 훌쩍 지났다.. - P270

"아이가 다 노놔주고 봉게 모질라가꼬 한 백 포기 또 담갔는디요?" - P276

‘송전탑에 둥지 튼 천연기념물 황새 가족‘
멸종위기종 1급인 황새를, 송전탑에 둥지 튼 황새를, 처음으로 알아채고 방송사에 제보한 게 영태였던 것이다 - P279

웬 요리사? 물었더니 선배가 메일로 답했다.
독수리 사냥한다며? 독수리가 뭐든 잡아 오면 요리해서먹어야지.
아니! 독수리 사냥을 취재한다고! - P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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