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자신들이 서 있는 견고한 지면 아래, 땅속 미로를 흐르는 비밀에 싸인 암흑의 강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그것을 실제로 본 자는, 그것을 보고 이쪽으로 다시 돌아온 자는 과연 얼마나 될까?

나는 그 슬픔을 무척 잘 기억했다. 말로 설명할 길 없는, 또한 시간과 더불어 사라지지도 않는 종류의 깊은 슬픔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상처를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가만히 남기고 가는 슬픔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대체 어떻게 다뤄야 할까?접기

너는 미소 짓는다. 두터운 구름 사이로 희미한 햇빛이 새어나오듯이. "맞아, 아닌 게 아니라 불편하겠지. 그런 식으로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지만 듣고 보니 그렇네."
"마음이 굳는다라."

그들은 어디로 가버렸을까?접기

얼마든지 멀리 달려가려무나. 벽은 나에게 그렇게 말했다. 나는언제나 거기 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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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는 마음으로 여행지를 걷다 보니 애초 이곳에 온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내 마음의 개화가 이제 비로소 시작된 것 같다.

용화사 주변을 산책하는 방법은 두 가지. 하나는 산길을 걷다가 용화사에 들러 하산하는것이고, 하나는 용화사에 먼저 들렀다가 산길을 오르는 것인데 소요 시간은 두 편 다 비슷하다.
미륵산까지 올라가서 편백나무 숲길을 걷는 코스를 추가하면 한 시간 정도 더 걸린다. 미륵산까지 오르는 길목을 택하면 통영 앞바다가 훤히 내보이는 ‘꿀 뷰‘가 선물로 주어진다. 나는 주로 산길로 진입해 동백나무를 끼고 걷다가 용화사 대웅전에 잠시 앉았다 오는 코스를 취한다.

귀를 열어 본다. 매미 소리, 새 소리,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린다. 잠시 눈을 감는다.

아이는 초등학생 때부터 피아노를 좋아했고, 중학교 다니는 내내 피아노를 치더니, 고등학교에입학하자 피아노를 전공하겠다고 선언했다. 음대 입시가 쉽지 않아 만류하고 싶었다.

아이의 쉼표까지 헤아려 주었으면 아이는 뒤에 남겨 둔 이야기까지 내게들려줬을 텐데, 그때는 그걸 해 주지 못했다. 그때 내게 하지 못한 이야기를 나는 아이가 들려주는 피아노 연주로 느끼며,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

윤이상은 음악으로 남과 북을 연결시킨 예술가다. 음악 때문에 그리워하던 고국에 오지못했고, 감옥까지 갔다. 그래서 윤이상기념관 바로 옆에, 윤이상이 생전 베를린에서 살던 집을재현해 놓은 이 집에 들어오니 마음이 무겁다. 독일에서 금의환향해 이곳 통영에서 오래 음악생활을 하고, 당신 손으로 윤이상 음악제를 만들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오래 남아 있는 것을 보면 겸허해진다. 수백 년 전 솜씨 좋은 목수가 나무 깎아 만들었을세병관 마루에 앉아 그 너머 산과 바다와 집들을 바라보니 호사가 따로 없다.

피부에 닿는 나무 감촉이 거슬리지 않고 온습도가 적당하고 시원하다. 기대거나 엎드려 책을 읽거나 담소를 나누거나 마루를 누리는 방식은 다양하지만 다들 나처럼 이곳을 떠나고 싶지 않은가 보다. 여기 앉아 있으니 굳이 뭘 보태지 않아도 될만큼 느긋해진다. 멍하니 있는 게 가능한 곳이다.

그렇게 극적으로 인터뷰를 하고 서울로 가는 막차에 오르니 잠이 쏟아졌다.
잠이 스르륵 들면서 이날을 잊지 못하겠다 싶었는데 지금도 떠오르는 걸 보니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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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붓을 들어 이 이야기를 종이에 옮겨 적었고, 사람들이 잘 볼 수 있는 벽에 붙여두었다. 후에 그것을 마음에 들어하는 사람이 있어 적당한 값을 받고 팔았다.

소녀들은 선생님이 친구의 글을 읽어주는 걸 듣다가가끔 눈물이 날 때가 있다. - P15

아직 좀 찹니다

나도 나이가 들어보니 알게 된 것이 있어

어떤 이들은 여전히 강에.

그 뱀이 나도 보았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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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것보다 좋은 게 좋다. 행복은 부담스럽다. 행복하면 그 행복을 지켜야 하고, 지키지 못하면 불행해질 것 같아 불안해진다. 행복은 쉽게 오는 것이 아니라 엄청난 노력으로 쟁취하는 무엇인 것만 같다. 좋은 건 감당이 된다. - P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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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말없이 썸머의 선택을 기다렸다. 썸머는 마술사도 과학자도 될 수 있다. 꿈이 바뀐다면 바뀌는 대로 무엇이든 될 수 있다. 그리고 썸머는 백이십 살이 넘도록 살 것이다. 썸머의 세대는 그럴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내게 또렷하게 새겨진 그 감각을, 계곡물 소리가 주던 두려움을, 내가 움켜쥐었다 놓친 로프의 감촉을, 순식간에 다시 나를 감아올리던 누군가의 안간힘을 그대로 다시 경험할 수밖에 없었다."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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