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 건 아니지?" 일몰을 보고 싶으면 이층 조타실로 올라가야 한다고 해서, 그녀와 남편은 자리를 옮겼다. 바다 위의 뜨거운 공기는 부드럽게춤을 추는 것 같았다. 그래도 모자가 날아가지 않도록 손으로 잡고 있어야 했다. 우주를 굽어살피듯 내리비치다가 탈진하듯 수평선 너머로 사라져버리는 태양 때문에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감탄을 내뱉었다. - P223
궁금했지만 묻지 않았다. 그 정도로 궁금한 건 아닌 것 같았다. 그런 것 같았다. - P225
"당신은 기분전환이 필요해. 그게 다 심리적인 문제라니까. 요트 위에서 시간을 보내면 분명히 좋아질 거야. 통증 같은 건 싹 사라질 거라고." - P229
"난 깨끗한 음식만 먹고 싶어." 그녀의 대답에 그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들 앞에 서서 스시를 만들던 요리사가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으스대고 싶어졌고, 조금은 행복해졌다. 아무런 말 없이 그가 그녀의 손등을 쓰다듬었다. 간지러움과 압박감, 충분히 감내할 만하지. 그녀는 그런 생각을 했었다. - P237
그녀가 남편에게 말했다. "당신도 공기를 좋아했잖아." ‘미쳐 있었다‘는 표현은 차마 나오지 않았다. "사랑했지." - P243
"만약 분리 불안이 있고, 다리가 영원히 치료되지 않는다면요? 예방주사를 하나도 접종하지 않았다면요. 그럼 이 녀석을 여기에두고 갈건가요?" - P247
남편이 또다시 소리쳤다. "여보, 걱정 마. 내가 유튜브에서 항해 영상을 정말 많이 봤거든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야. 훨씬 더 힘든 상황에서도 그 사람들 다 살아났다니까?". 당연했다. 죽은 사람들은 영상을 올릴 수 없을 테니까. - P255
"십억이 가라앉는다. 영원히 바다 아래로." - P279
"이제 괜찮을 거예요. 안심하세요. 사람들이 모두 조업선에 올라탔을 때, 한 어부가 말했다. "당신들은 두번째 기회를 얻은 거예요." - P278
이 소설이 거의 막바지를 향해 갈 무렵 나는 플레이리스트의제목을 <하기 싫은>에서 <하기 좋은〉으로 바꾸었다. 이미 의미를잃어버린 글자라고 생각했지만, 그렇게 제목을 바꾼 후에야 나는안심을 했고 마지막 문장을 쓸 수 있었다. - P284
그녀는 두리번거리며 어부들을 찾았다. 이마의 상처에 정성스럽게 약을 발라주고, 거즈를 대주고, 반창고를 붙여줄 사람들을, 물론 배 안에는 상비약이 준비되어 있었다. 그녀가 미처 몰랐던 건, 상처에 약을 바르고 거즈를 대고 반창고를 붙이는 건 그녀 자신이 해야 할 일이라는 점이었다. - P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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