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동물이 되었다니. - P9

이제 나에겐 ‘인간‘보다 ‘동물’이 더 해방적인 단어처럼 느껴진다. 때론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말이 좋은비장애인이나 좋은 이성애자가 되고 싶다는 말처럼 낯설게 들린다. 나는 좋은 동물이 되고 싶다. - P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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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평범한 엄마들이 모여서 소소한 수다를 떠는, 빨래터 정도와 같던 공간은 어쩌다 보니 오늘날 이렇듯 마녀의 성처럼 변해버렸다. 마녀는 정말로 원래 마녀였던 것인가? 아니면 만들어진 상상 속의 대상인가? 아니면 그들 모두 어쩌다가 마녀가 된 것인가? 다른 성은 모르겠지만, 그 ‘마녀의 성‘에서 수상한사람을 쫓아내는 ‘문지기‘ 역할을 하고, 때로는 사람들 사이에서 떠밀리다가 지친 나는 아직 할 말이 잔뜩남아 있다.

내가 그저 "저만 불편한가요?"라고 쓰면, 맘카페의 회원들은 알아서 공감해 주고 힘을 모아 집단적으로공격해 준다. 그러니 이들에게 맘카페라는 공간은 당사자가 결국에는 알아서 "죄송합니다." 소리를 하게만들고야 마는, 약자를 순식간에 강자로 만들어 주는 궁극의 편리함을 제공한다. ‘약자‘라는 프레임은 이렇게 내 손을 더럽히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는 거기에 더하여 ‘착함‘이라는 프레임으로 스스로를 합리화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

요약컨대, 맘카페는 마케팅 대상으로 잘 세분화(segmentation)된 회원의 집합소(cluster)이다. 일반적인 기업에서 마케팅을 기획할 때, 효과를 볼 마케팅 대상을 추려내고 집약시키는 작업조차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소요된다. 그런데 마케팅할 대상을 알아서 모아놓은 집합이 이미 존재한다는 것은 기업 입장에선 광산에서 노다지를 발견하는 것과 같다. 판매해야 할 대상, 타깃(target)을 정확히 조준하여 마케팅을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 맘카페의 경우, 특정 지역 상권을 대상으로 하는 업체라면 마케팅의 정확도는 더욱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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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동물"이라고 말해도 될까.
"나는 인간"임을 외치며 싸우는 장애인들 옆에서,
이 사회에서 동물이 어떤 삶을 사는지 증언하는수많은 동물들의 죽음 위에서,
비장애인이면서 인간인 내가 감히 그렇게 말해도 될까. - P5

그때 쓴 글의 제목이 ‘나는 동물이다‘였다. 이 문장을 쓸 때 내가 얼마나 용기를 내야 했는지, 얼마나 두렵고 설레었는지 아직도 생생하다. - P7

이제 나에겐 ‘인간’보다 ‘동물’이 더 해방적인 단어처럼 느껴진다. 때론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말이 좋은비장애인이나 좋은 이성애자가 되고 싶다는 말처럼 낯설게 들린다. 나는 좋은 동물이 되고 싶다. - P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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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언어는 겨울을 부르는 언어일까, 겨울을 나는 언어일까? 글을 다듬으며 어쩌면 그 둘이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 3년 전 프랑수아 누델만의 책 『철학자의 거짓말 추천사에 이렇게 썼다. "우리는 모두 거짓말을 한다. 글을 쓰면서는 더 많은 거짓말을 한다. 글로 구현된 ‘나‘는 이미 내가 아니라 나로부터기원한, 나보다 조금 더 낫기를 바라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 거짓말들을 우리의상으로 삼는다. 어쩌면 우리는 이 철학자들처럼 모두 거짓말 안해 나아가는 진실한 인간들일지도 모른다." 이 책은 내가 상으로 삼은 나의 어떤 측면하다곳을 떼어놓더라도 내가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부터 내가 부족한 만큼은 책이부족하지 않기를 공들여 비는 수밖에 없다. - P8

부모도 사실은 알지 않았을까. 초등학교 때는 피아노 친다고 설치고 중학교 때는춤춘다고 설치고 고등학교 때는 글 쓴다고 설치고 대학교는 세상에 철학과를 가버렸는데 부모가이걸 몰랐다니 말도 안 된다.

그러니까 늘 꿈꾸다 말고 마시는 자리끼처럼 나는 시를 필요로 했던 것 같다. 악몽과 꿈 사이에 청량한 물을 흐르게 하고, 꿈이 혈관에 스며들게 해서, 그토록 땀 흘리며 삼키던 열도 잠시 내려놓게 하는 것. 대체 이것을, 시가 아니면 무엇이 해줄 수 있단 말인가. - P29

‘유행‘이란 주류로 분류되는 몇 개의 매체에 동시에 노출될 때에만 간신히 성립하는 종류의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거대 자본이 필요하기에 기업이 유행을 주도하기는 더욱 용이해진다. 벤야민은 자본주의를 하나의 새로운 종교로 해석하며 유행이란 이 종교를 유지시키는 제의와도같다고 보는데, 이 새로운 종교의 화신과도 같은 거대 자본은 자기 입맛에 맞는 제의를 계속해서규정할 수 있다. 말하자면 현재의 유행이란 동시성의 감각이 존재하는 것처럼 속이는 만들어진감각일 수도 있다.

그것은 무의미한 준비의 마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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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꿈도 없는 듯 주머니에 쑤셔 넣고 문제집을푸는 게 과거의 입시라면, 없는 꿈도 있는 듯 만들어서 스토리텔링을 하는 게 지금의 입시였다. - P14

출근은 하지 않았지만 베이글에 바질페스토를 바르는 아침부터 싱잉볼을 문지르고 잠자리에 드는 밤까지 스스로 묻고 답하며 수업의 얼개를 정리했다. - P16

‘수업 첫날의 수강생은 교사의 책임이 아니다. 그러나 수업 마지막 날의 수강생은 교사의 책임이다.‘ - P21

"다행이네. 전교조 교사, 수업 중 마르크스 읽혀.
이런 기사라도 나 봐. 작살난다." - P26

은재가 기말과제로 제출한 글은 이렇게 시작했다. - P37

창밖에서 "하나, 둘"이라거나 "한 번 더"처럼 한무리의 학생들이 단체 사진을 찍는 소리가 들렸다. 곽은 상자 속에 있던 피낭시에, 혹은 다쿠아즈나 비스코티일 수도 있는, 유럽 어느 언어로 된 이름이 분명한 디저트를 하나 입에 넣었다. 역시 달콤했다. 경박한 단맛이 아니라 깊이가 있고 구조가 있는, 하지만묘사해보려고 하면 이미 여운만 남기고 사라져서 어쩐지 조금 외로워지는 달콤함. 사람을 전혀 파괴하지않고도 패배시킬 수 있는 달콤함. - P43

작가들은 수상한 사회를 은유하는 공간으로서 학교를 애용해왔습니다. 그런데 사회가 정말 무서운 건, ‘적응하기 어려워서‘가 아니라‘어지간하면 적응시켜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 P53

문화재는 모든 무당의 꿈이었다. 숭고하고 높은자리. 비밀스러운 욕망. 흘려듣는 척했지만, 할멈이그렇게 은밀히 속삭일 때면 떨림을 주체할 수 없었다. 속물처럼 보일까 누구에게도 밝히지 못한 나의속내를 할멈은 죄다 알아챘다. - P85

변질된 단어의 ‘진짜’ 뜻을 소설을 통해 건져 올리고 싶었는데, 성공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 P109

어떤가. 이제 당신도 알겠는가, - P104

‘연령이나 성별에 구애받지 말고 그저 한 명의인간을 그려보자. 복잡다단하고 불완전하고 가끔은속물적이지만, 한편으로는 다정하기도 섬세하기도한 인간을 ‘ - P112

"나랑 같이 있는 거, 쪽팔려?"
"응, 조금." - P130

나는 지금도 인생이 적당한 시점에서 최악의 결말로 끝나버릴 거라는 염세적인 기분이 종종 들곤 한다. 하지만 최악의 결말은 존재하지 않고, 늘 최악의순간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 P135

"스위트콘을 잔뜩 넣은 김치볶음밥이요. - P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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