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롱이 바닥에서 쓸어 담은 먼지, 흙, 호랑가시나무 잎,솔잎을 스토브에 쏟아붓자 불이 확 타오르며 타다닥 소리를 냈다. 방이 사방에서 조여드는 느낌이었다. 뜻 모를 무늬가 반복되는 벽지가 눈앞으로 다가오는 것 같았다. 달아나고 싶은 충동이 펄롱을 사로잡았고 펄롱은 홀로 낡은 옷을 입고 어두운 들판 위로 걸어가는 상상을 했다. - P91
할머니. 테레사를 지켜줘.신도석에 앉아 기도를 한다. - P81
젖니는 남고 젖니의 시간은 간다. - P57
6월이다. 해가 길다. 광역버스의 창밖으로 녹색의 산야가 펼쳐져 있다. 시간 감각이 뒤틀린다. - P71
모든 비는 컬러 비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그것 말고 총천연색 무지개 비, 치유의 단비 같은 것이 어딘가에서내리고 있다면. - P71
할머니를 달래다가 한 번은 선 채로 잠이 들었다. - P77
나의 동물권운동은 내가 믿고 추구했던 한 세상이 무너지면서시작되었다. 이 새로운 해방운동은 닭과 소, 개와 돼지를 실은 트럭과 함께 네발로 나를 찾아왔다. (2021. 5. 24) - P66
거대한 학살보다 끔찍한 것은 거대한 출생이다.컨베이어벨트 위에서 이 불의와 폭력이 그들의 숫자만큼 태어난다. - P65
나는 연신 고개를 주억거렸지만 세상 옳은 말들의 운명이 그러하듯 그것들은 한 귀로 들어와 한 귀로 빠져나가는 중이었다. 다음으론 뭐라도 하려는 시민들의 소감이 이어졌다. - P74
그런 뒤 아빠에게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튀르키예에서 돌아온 소피가 마주해야 했을 현실은 무엇인지, 성인이 된 지금까지 소피가 어떤 시간을 통과해왔을지 모든 것은 수면 아래 잠겨 있다. - P167
우리는 모두 ‘그해 여름‘이라는식물을 기르는 존재들이다 - P169
나는 영화의 진동을 고스란히 느끼며 나의 식물들을바라본다. 어쩐지 이 식물들은 그저 식물이 아니라 나의 오랜 기억들처럼 느껴진다. - P177
오랜 기다림이 필요한 일이었다. - P183
이미 도착했다고?너무 조용하다고?춤을 출 순 없다고? - P47
관엽식물이 커다란 새잎을 절반 정도 펼친다해마다 그래왔다약속을 지키듯이 보란 듯이 - P51
누군가가 두 팔을 벌린 채내 등을 안아주려고 서 있는 데까지무사히 도착하고 싶다 - P52
너에게는 오래전에 죽은 화분이 있다죽은 채로 꼿꼿이 서 있는 화분을 그대로 두고 살아간다네가 건드리지만 않으면 영원히 그 모습일 것 같은 - P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