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칸이 너무 많았다. - P167

아침과 저녁이 온다. 바람과 번개가 지나간다. - P99

그림자는 주인 없이 홀로 움직일 수 없으므로, 나는 정지한다. 펼쳐진 나는 거두어지지 못한다. 사라지지도살아가지도 못한다. - P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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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동물
홍은전 지음 / 봄날의책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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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낭 사람’이 ‘나는 동물’에 이르기까지. 홍은전의 글은 몸과 마음이 부대끼고 부딪혀 터져 나오는 파열음. 신음과 비명 위로 자리 잡는 그르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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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건네지 못한 장미를 오늘 전합니다. 나의 장미를건넬 수 있어 기쁩니다. 받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대산문화》 2023년 가을호) - P191

아닌 게 아니라 그곳에 가족을 보낸 사람들이나 그렇지 않았는데도 유별나게 좋은 사람들은 1년에 한 번쯤 좋은 음식을 싸 들고 그곳의사람들을 찾아간다. 마치 산사람 장례 지내듯 - P197

"퇴원하면 좋죠."
그녀가 구사하는 문장의 주어 자리엔 그녀가 없었다. - P201

* 시설병: 사회와 단절된 채 오랫동안 시설에서 생활하는 사람에게서나타나는 증상. 획일적 관계 속에 사회성을 상실하고, 단체생활에 익숙해진 나머지 스스로 무언가를 꿈꾸고 할 수 있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못한다. 어떤 사람들은 자신을 가두었던 철창이 사라져도 바깥으로 나오려고 하지 않기도 한다. - P204

나는 김진숙 씨의 서류를 다시 보았다. "퇴소 희망 여부: 본인 (0) / 가족 (X)"라고 적혀 있었다. 그

참다가 결국 쌌다고 했다. 전쟁이란 남들 앞에서 설사를 하고도 도망치지 못하는 일이라는 걸 그때 알았다.
죽을지도 모르는 곳으로 끌려가는 사람들의 얼굴을 상상하며 옆에 앉은 남편을 바라보았다. - P214

인간이 아니었다. 소도 도살장에 끌려갈 땐 눈물을 흘린다는 사실을 알기 위해서는 평상시에 소가 어떤 얼굴인지를 알아야 하는 것이다. 내가 구분할 줄 아는 건 오직인간의 얼굴뿐이었다. - P217

‘인간의 얼굴에서 짐승이 보이면 전쟁이나 학살이라고 부를 텐데, 짐승의 얼굴에서 인간이 보이면 그건 뭐라고 불러야 하는 걸까. - P219

"저는 노동조합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저희들이 늘 하는 말이 ‘우리도 같은 인간인데 왜 비정규직이라고 차별하느냐’인데요, 동물에 대해선 한 번도 의심해본 적이없습니다. 동물은 인간과 다르니까 그렇게 해도 된다고생각했습니다. 우리도 그들과 같은, 동물인데 말이죠." - P223

"2020년 1월 21일."
태어난 지 6개월 된 어린 돼지 2,000여 마리가 경기도화성 ○○축산에서 한꺼번에 사라진 날이었다. 나는 희미하게 슬펐다. 멀미가 날 것 같았다. - P224

차별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 P227

1903년 미국 육종인협회가 창설되었고 그곳에선 식물과 동물의 선택적 육종에서 성취한 결과들이 보고되었다. 이는 참가자들로 하여금 이런 질문을 품게 했다. - P235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문장은 이것이다. 두 개의 문장인데, 그것을 이으면 이렇게 된다.
"운명은 결정되었다. 도망칠 방법은 없다." - P237

"나는 돼지를 가공 처리하는 것과 돼지라고 규정된 사람들에게 똑같은 일을 하는 것 사이의 윤리적 차이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도덕적인 고려가 동물에게까지 확장될 수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것은 바로나치가 유대인들에게 했던 말이다. (중략) 아우슈비츠가 기이하게도 익숙하게 보인다." - P240

어떤 앎은 나에게 들어와 차곡차곡 쌓이고 어떤 앎은 내가 쌓아온 세계를 한 방에 무너뜨린다. 전자는 나를 성장시키고 후자는 나를 다른 세계로 데려간다. 새로운 세계에 들어섰을 때 나는 연신 감탄하며 동시에 이렇게 읊조린다.
"온통 잘못 알고 살아왔군." 의향도
"나는 아무것도 몰랐던 거야." - P243

우리의 환경 그리고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존재들은우리가 수립한 제한적인 정의를 완고하게 거부하기 때문이다." - P254

하지만 나는 내가 기록한 글을 보며 자주 공허함을 느꼈다. 현실의 그들은 ‘짐승처럼’ 울었는데 글 속엔 ‘인간‘만 보일 때 그랬다. - P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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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현아 나 점장님인데, 할 말이 있어서 그런데 매장으로 잠깐 올수 있겠니?"

현장에 도착하니 전화로 들은 것과 상황이 조금 달랐다. 사무실은실내에 있지만 실외기가 설치될 장소는 외부에 따로 분리되어 있어서비를 맞을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이미 다른 사무실의 실외기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서 쉽지 않은 작업이 될 터였다. 비가 와서 바닥이 미끄럽기도 하고 바람이 많이 불어 위험하다고, 내일 설치를 하시는 게 어떻겠냐고 다시 한번 고객님에게 상황을 설명했으나 의사가 완강했다.

"씨발년아, 신음소리 똑바로 내라고. 존나 김새네."

배달 음식을 먹으며 대화를 나누는 그들을 멀찍이 등진 채, 우리는캡슐 커피를 한 번에 두 개 내려 먹어도 되는지 서로에게 물었다. 나는본사 직원들과의 거리를 확인한 후, 이 정도가 어떠냐고 호기롭지만 조심스레 말하며 캡슐 세 개를 내렸다. 우리는 조용히 키득거렸고, 그들은멀리서 서로 큰 소리로 웃으며 MBTI 얘기 같은 걸 했다. "캡슐 세 개는너무 쓰네요." 중얼거리고는 자리로 돌아갔다.

2014년 여름부터 교육을 받고 시험을 본 뒤 12월에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수령했다. 20대 중반부터 쉬지 않고 직업 활동을 해왔으나, 40대 후반 나이에 새로운 도전을 하는 과정이 쉽진 않았다. 시험을 치르기 전에 실습 기간이 있었는데 요양원 일주일, 방문요양과 주간보호센터 일주일 정도였던 걸로 기억한다.

큰아이가 초등학교 6학년이 되자 나는 일자리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아이들 학원비라도 보탤까 하는 생각이었다. 서울우편집중국에 취직했는데, 2011년 12월 31일 서울우편집중국이 없어지면서 동서울우편집중국으로 일터를 옮겼다. 13년 동안 주간근무, 야간근무, 격일근무 등웬만한 형태의 근무는 모두 경험해보았다. 지금은 오후 2시에 출근해11시간 정도 근무한다. 수만 건의 우편물을 수십 명이 처리해야 하는정신없이 바쁜 강행군이다. 그러다 보니 사소한 부상이나 근골격계 질환을 달고 다닌다. 하지만 치료는 각자 알아서 해야 한다. 월급보다 병원비가 더 나오겠다는 웃지 못할 우스갯소리도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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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목소리이다. 다른 수많은 목소리가 나를 둘러싼다. 그 목소리들은 따뜻하게 데워진 물과 같다. 나는둥둥 떠서 씻긴다. - P91

그 크나큰 슬픔의 권능으로인간의 어리석음을바르게 다스려주소서 - P147

‘살아 있음 그 자체가 아니라 살아 있도록 하는 것에감사하는 삶이시길.. - P147

오랜 기다림이 필요한 일이었다. - P183

는 중이니까. 아래로부터, 아래로부터 밀려오는 무언가가 있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 P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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