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천상의 그물처럼 드리워진 그초월적인 아름다움 때문에. 이 세계에 내던져진 존재의비통함이 곱절로 육박해 들어와서. 순간이나마 잊고 있었던 몸의 통증은 더욱 극심하게 몰려들었고. - P15

종이 위로 천천히 천천히 한 문장 한 문장 연필로 써 내려갔던 날들을 건너왔고. 그렇게 썼던 시편들을 묶어 두번째 시집이 나왔고. - P18

글을 쓰는 한은 누군가 무언가가 너에게 나에게 우리에게 어떤 시간을 요구한다고. 저 멀리 극단까지 극한까지 가라고. 그렇게갈 수밖에 없게 밀어붙이고 있음을 느끼면서. - P18

말해질 수 없는 자리에서부터 시작되는무엇을, 그럼에도 끝끝내 써나가는 일이란 무엇일까. - P23

"나, 하늘나라, 갈 때…………?"
"응, 엄마…… 그렇게 갈 때, 흰빛이 보이면 그 빛만 따라가." - P35

뒤늦은 사랑이 뼈 아파서 나는 울었다. 갚지 못할그 사랑이 차고 넘쳐서 울었다. - P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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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비주얼 감각은 타고나는 것으로 여겨지지만, 나는 꼭그렇지만은 않다고 생각한다. 경우의 수에 대한 이 쌓일수록BOLIGA센서가 정확해지는 거라 믿는다. 데이터베이스는 양이 많을수록 힘을 발휘한다. 감각도 지식처럼 집적된다. 디자인 역사와 그림책 역사에 커다란 발자국을 남긴 브루노 무나리의 조언처럼양이 질을 만들고, 노력이 쌓여 감각이 된다. - P215

많은 사람이 비주얼 센스를 비문자적인 무언가로 여기는 것같다. 하지만 내 경우에는 비주얼 재료를 다룰 때도 문자 언어에서 출발하는 연상 활동이 중요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주니어 에디터 시절에 겪은 일을 이야기하려한다. - P210

, 나는 글과 이미지가 만날 때 생겨나는 긴장과 확장에 가장큰 흥미를 느낀다. - P207

셋째, 사안을 바라보는 위치와 상황적 맥락을 바꾸는 질문을즐겨 한다. ‘만약에 이 사람이 한국이 아니라 덴마크에서 태어났다면 사회적 평가가 어떻게 달라졌을까?‘, ‘만약에 제작팀 팀장이 아니라 회계팀 팀장이라면 이 아이디어를 어떻게 평가할까?‘ - P201

나는 인터뷰라는 독특한 형식의 대화를 사랑한다. - P195

생략이 임팩트를 만들어낼 때, 수용자는 초대장을 받는 기분을 느낀다. 궁금증을 느끼면서 정보의 공백을 채우기 위해 작가의 세계와 자신의 세계를 부지런히 오간다. - P190

군더더기를 알아보고 배제하는 판단력을 갖기 위해선 먼저 자기만의 정의를 가져야 한다. 애초에 일을 시작한 목적도 잊지 말아야 한다. 물론 같은 재료나 정보도 A의 관점으로 보면 군더더기이고, B의 관점으로 보면 본질일 수 있다. - P190

양이 질을 만들고, 노력이 쌓여 감각이 된다. - P215

책을 쓰는 동안 종종 자문했다. ‘이 책은 정체가 뭘까? 일에대한 에세이집인가? 에디토리얼 씽킹 개념을 잡는 이론서인가?
에디팅과 현대미술의 공통점을 서술하는 인문서인가? 도대체 정체가 뭐지?‘ 끈기 있게 마지막 원고까지 읽어주신 독자를 당황시키는 고백일 수 있지만, 솔직히 지금도 서점 분류 체계의 어느 코너에 이 책이 꽂힐지 감이 오지 않는다. 이 사실에 나는 안도한다. 기존 언어로 쉽게 분류할 수 없다는 것, 모호하다는 것, 정체를 설명하기 어렵다는 것은 인식의 영토에서 이전까지 발견되지않은 새로운 땅에 발을 디뎠다는 뜻일 수 있기 때문이다. - P217

어느 대기업 인하우스 콘텐츠팀에 소속된 후배는 타 부서에서 자기를 블로거로 안다며 슬프게 웃었고, 한 플랫폼 기업에서는 에디터 업무를 대리급 정도에서 처리할 수 있는 만만한 일로본다는 이야기도 전해 들은 적이 있다. 이런 에피소드들이 쌓여내 안에서 커다란 질문이 되었다. - P219

상대방 입장에서 씹기 편하게 먹기 좋게, 소화하기 좋게 하려고온갖 기술을 동원해 성심성의껏 정보를 플레이팅한다. 마케터가팔리든 말든 나는 상관없어‘라고 절대 말할 수 없는 것처럼 에디터는 ‘당신이 의미 있다고 보든 말든 나는 상관없어‘라고 절대 말하지 못한다. 에디터는 어떻게든 관여하고 설득한다. 끝끝내 소통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나는 에디터 업의 아름다움을 느낀다. - P221

이 책은 나에게 오직 좋은 것만 주었던 내 일에 보내는 감사 편지다. - P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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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동은 마을 아이들이엇나가기 쉬운 환경이었다. - P58

우리는 꽁초를 주워다 피웠고점점 담배에 중독되었다. - P61

이른 나이에 엄마가 된 이모들이때로는 누구의 엄마가 아닌장난기 많은 아이들처럼 보였다. - P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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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 이름도 당치 않은 방문학자 제안을 고맙게 받아들인 데에는 또 한 가지 이유가 있었다. 당시 나는 등단 7년 차에 책을 일곱권내고 상복도 있는 운 좋은 소설가였다. 경솔하고 어리석은 내가 그 호의적인 세상을 그대로 믿어버릴까봐경계할 필요가 있었다. 마이너의 감각을 잃으면 문학과 멀어진다는 일견 고지식한 생각이 나를 그 행운의 자리에서 거리를 두도록 밀어냈던 것이다. - P243

특별한 날은 아니다. 그냥 기분이 내키고 컨디션이 따라주고 시간도 있고 장을 본 지 얼마 안 된 어떤 날이었다. 그 네가지가 겹치는 날은 흔치 않다. 하지만 단 하루의 예외적인 날에도, 아니 바로 그날에 내가 몰랐던 나의 정체성이 표현되는것일 수도 있다. 어느 5월 나의 정체성의 한 조각이 담긴 예외적인 식탁을 특별한 만남을 위한 브런치처럼 여기에 차려내본다. - P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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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목덜미 한가운데에는 ‘꽃’이라는 한글 하나가 문신으로 뚜렷이 새겨져 있었다. 꽃. 나는 그토록 슬프고아름답고 강렬한. 그 어떤 단어를. 이전에는 본 적이 없었다. 그것은 누군가 머나먼 이국의 땅에서. - P17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도 훤히 보이는 천장의 네귀퉁이를 올려다보면서. 내가 왜 이 머나먼 땅으로 오려고 했는지. 이곳에서 무엇을 보려고 했는지 - P15

어떤 음악은 눈물처럼 쏟아진다- 새벽 일기 2016년 5월 23일 02시 43분 - P22

저녁에는 미요시 다쓰지의 시를 몇 편 읽었다.
그중 한 편인 「집오리」를 옮겨둔다. - P25

*더 이상 젊지 않다는 것을 올해처럼 여실히 느꼈던적이 또 있었나 싶다. 나쁘지 않다. - P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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