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쌍욕처럼 치미는 한숨을 맥없이 내뱉었다. - P111

우아한 와인이었다. - P115

좋아했어, 아버지? - P117

그럴 땐, 둘 다 아닌가? - P117

근데 틀렸다는 기준이 카피였어. - P120

혹시 그런 생각해 본 적은 없어? 그런 미안함, 아까움 같은걸 다 내려놓을 수 있기 때문에 하고 싶은 건지도 모른다는, 아니면 하고 싶은 게 또 바뀔지도 모른다는 생각. - P124

기쁘기만 하지는 않았다. - P154

거기 지내는 거 불편하진 않아? 택시를 잡으려 도로 옆에 같이 섰을 때 나는 물었다. 생각이 너무 많아 불쑥 튀어나온 말이었다. - P153

세상 부러울 게 없었다. 뜨듯해진 뺨에 닿던 서늘한 책장의 감촉, 날숨의 위스키 향에 섞여 든 종이 내음, 얇은 옷감 사이로살갗을 간질거리던 햇살의 가느다란 손끝. - P158

준연은 씩 웃었다. 뭔가를 옮겨 놓는 게 아니라 그 안에서 찾아내야지. 면도, 선도, 드로잉의 방식으로. - P159

연인이란 내가 이성을 발견한 타인이었다. 친구란 내가 나 자신을 발견한 타인이었다. - P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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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1931년 경기도 개풍군에서 태어나 소학교를 입학하기 전 어머니, 오빠와 함께 서울로 상경했다. 숙명여고를 거쳐 서울대 국문과에 입학했지만, 6·25전쟁으로 학업을 중단했다.
1953년 결혼하여 1남 4녀를 두었다.
1970년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에 「나목」이 당선되어 불혹의 나이로 문단에 데뷔했다. 이후 2011년 1월 담낭암으로 타계하기까지 쉽없이 작품 활동을 하며 40여 년간 80여 편의 단편과 15편의 장편소설을 포함, 동화, 산문집, 콩트집 등 다양한 분야의 작품을 남겼다.
한국문학작가상(1980), 이상문학상(1981), 대한민국문학상(1990), 이산문학상(1991), 중앙문화대상(1993), 현대문학상(1993), 동인문학상(1994), 한무숙문학상(1995), 대산문학상(1997), 만해문학상(1999), 인촌문학상(2000), 황순원문학상(2001), 호암예술상(2006) 등을수상했고, 2006년 서울대학교 명예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2011년 타계 후에는 문학적 업적을 기려 금관문화훈장이 추서되었다.

나는 적어도 내 첫손자가 장가드는 것까지는 보고 싶다는 평소의 내 과욕이 부끄러워서 얼굴을 붉혔다. 그리고 문득 암처럼 고약한 게정말 두려워하는 건, 목숨에 대한 강렬한 집착이 아니라 저런 해맑은 무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희망이 생겼다. 그 여자가암을 극복하고 살아날 수 있을 것 같은 내 예감이 들어맞으려나 보다. 그 여자는 요새 만날 때마다 좋아지고 있다.
어제는 커단 시장바구니에 과일을 가득 사 가지고 씩씩하게 걸어가는 그 여자와 만나기도 했다. 아직도 창백했지만 백합처럼 고왔다.
그 여자는 알까? 내가 마음으로부터 그 여자의 건강을 빌면서 손자가 결혼하는 걸 볼 때까지 살고 싶은 내 과욕을 줄여서라도 그 여자의목숨에 보태고 싶어 하는 마음을.

집 안에서 장난감이나 그림책 가지고 놀 때하곤 딴판의 빛나는 생기다. 아이는 곧 신발짝을 여기저기 벗어던지고 맨발로 놀지만 나는 구태여 신발을 신기려 들지 않는다. 아이의 흙 묻은 땅 위에 서 있는 토실토실한 두 다리가 마치 어린 나무처럼 보기 좋아서이다. 어린 나무가 열심히 땅의 정기를 빨아올리듯이 나의 손자도 땅의 굳셈과 정직함과 늠름함을 그 실한 다리로 빨아들이는 것 같아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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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그녀는 어떤 거리낌이나 짜증스러운 기색 없이 그를 대했다. 그는 열정을 숨기거나 고백할 일이 없는 남녀 간의 진솔하고 친절한 교류의즐거움을 차차 발견하고 있었다. - P125

"좋소. 나는 박해하지 않았기 때문에 박해당할 준비가 되어있소. 알다시피 박해해서가 아니라." - P91

열심히 연구하는 학자는 일반적으로 통풍, 콧물, 눈물, 악액질, 소화 불량, 시력 저하, 결석, 복통, 체증, 변비, 현기증, 고창증, 결핵과 너무 오래 앉아 있어서 생기는 온갖 병으로 고생한다. 과도한 통증과 엄청난 연구 때문에 그들은대개 여위고 건성 체질에 혈색이 나쁘다...... 이 말의 진실성을 믿지 못한다면 위대한 토스타투스와 토마스 아퀴나스의 저서를 찾아보고 그들이 고통을겪었는지 어떤지를 알아보라.
•버턴, 우울증의 해부」33) p. 1. s. 2. - P73

"저는 더 행복할 거예요, 큰아버지. 제가 그분을 도울 여지가 더 커지니까요." 도러시아가 열렬히 대답했다. - P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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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허전함이 몰려왔다 - P71

인사는 거기까지였다. - P70

물어보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았다 - P71

아, 그냥 궁금해서요. 예전부터 만났다니까, 또 어쩐지 허물없는 사이처럼 보여서요. 나는 정말 그렇기만 해서 묻는 거라는듯 웃었다. - P73

나도 웃었다. 그렇죠. 내 돈 쓰면서 배우는 건 내 맘대로 해도그만이지만 남의 돈 벌면서 배우는 건 제대로 못하면 밥줄 끊기니까. - P80

늘, 우리한테 가장 깊이 상처 주는 사람은 우리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야. 타인은 타인일 뿐이니까, 아무리 가까이 있어도결국 출근길 지하철에서처럼 각자 따로 내리는 사람들이니까. - P83

하진이 말했다. 받아들여, 그냥, 다 받아들여 싸울 만해서 싸우듯, 화해할 수 없다면 화해할 수 없는 거야. 지금까지 그래 온것처럼 시간이 지나야, 더 많이 겪어야 이해할 수 있는 게 있고그때야 뒤늦게, 하지만 역시나 그만큼만 이해하고 화해할 수 있어. 그것도 혼자서. 그럴 수밖에 없는 일이고 어쩔 수가 없는 일이야 조급해한다고 되는 게 아닌 걸 알잖아? 하진은 준연을 보고 있었다. 준연이 자기 말을 이해할 거란 믿음이 담긴 눈빛이었다. - P87

인공적이면서 관능적인 향이었다. 이를테면 레몬을까고 난 빨간 매니큐어 바른 손톱이나 초록색 라임을 짓이긴진홍색 에나멜 하이힐 같았다.
하진은 내 말에 박수를 치며 웃고 감탄했다. 해원, 어쩜 그런표현을 해? - P89

그 위스키는, 그냥 웃음이 나왔다. - P91

세다, 독하다 얘긴 들었으니 좀 그러긴 했죠. 그래도 뭐 마셔보니 좋더만. 부드럽고, 화하게 짜르르르 하니. - P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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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면사기꾼이 된 것만 같고
‘내가 누구를 속이고 있는 거야?‘ 싶을 수 있다.
하지만 독특한 재능과 경험을 바탕으로당신만 할 수 있는 일을 해낸다면S 당신은 절대 가짜가 아니다.
당신은 그렇게 운명이 정해진 사람이다.
당신만할수있는일을 하는것이당신의 숙명이다. - P157

칭찬을 부정하거나회피하는 것은 무례한 행동이다.
그럴 자격이 없다고 생각되더라도감사한 마음으로 칭찬을 받아들여라. - P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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