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우리 집 곳곳에는 쓰지도 않는 물건들이 구석구석 쌓여 있고 그것들은 나의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 언제 한번 날 잡아서 확 뒤집어엎어야지, 라고 생각만 할 뿐게으른 내 몸뚱이는 도무지 움직일 생각이 없어 보인다. - P103

살림은 끝이 없다. 끝이 없는 도돌이표다. 오늘 깨끗이 청소하고 빨아도 내일이면 다시 더러워진다. 아무리정성껏 만든 요리도 결국 변기 속으로 사라질 운명이다 - P106

돌봐야 할 것은 최소한으로, 시간은 넉넉하게. 일단은나의 가사 시스템의 두 가지 원칙을 정했다. 뭐든 더 많이가지라는, 무조건 빠른 게 최고라는 이 세상의 부추김과는 다른 쪽을 향해보려 한다. 세상의 룰은 세상이 정하겠지만 내 살림의 룰 정도는 내가 정할 수 있다. 사실상 그게살림의 가장 멋진 점이다. - P107

사실 그만 원은 오늘 내가 쓴 돈 전부다. 그 돈은 많은돈일까? 아니면 적은 돈일까? - P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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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가 삼층 설계를 맡아볼 텐가.
여재화의 갑작스러운 제안에 구보승은 어리둥절하여어찌할 줄 몰라 했다. 구보승의 반응을 살피며 여재화는덧붙여 말했다. - P183

이 집 없었으면 우리 가족은요, 거기서 숨도 못 쉬고 살았을 거예요.
아이스 커피를 한모금 쭉 들이켠 뒤 그는 덧붙였다. - P231

카페 안에 무겁게 감돌던 침묵을 깬 사람은 진이었다.
도우씨, 우리 열 좀 식힐 겸 나가서 담배 한대 피우고올까요? - P235

단기간에 이렇게 폭발적으로 성장한 팀은 없었던 것같아요. 특히 진에게 크레디트를 드리고 싶어요. 다들 박수 보내주세요. - P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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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장애는 의지와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믿어의심치 않았던 할머니의 양육 방식과 그 방식을 내재화하여줄곧 농학교가 아닌 일반 학교에서 자신의 쓸모를 입증하려했던 아빠의 역사. - P54

아빠에게 그렇게 붙들리는 사람은 언제나 엄마였으나 가끔은 내가 되기도 했다. - P51

[아하, 네에. 어련하시겠어요.] - P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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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가만 보자. 나는 여기에서 이렇게 인정하고 있지 않은가. 나는 부모이기에 그 애들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그 애들을 오해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 P806

수능 시험 날 늦잠을 잔 아이에게는 과연 어떤 미래가펼쳐질까? 그런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늘 뉴스를 보며혀만 찼을 뿐, 그 아이들이 어떤 어른이 되어 어떤 삶을 살고 있을지 나는 모른다. - P88

사실 매일 두 가지의 일을 하고, 하루 세 끼를 만들어 먹고, 쏟아지는 빨래를 빨고, 쌓이는 먼지며 머리카락을 청소기로 빨아들이고, 매일 더러워지는 화장실을 닦으며, 수시로 아이들에게 잔소리하는 것도 내게는 힘에 부친다. 나는 슈퍼우먼도 원더우먼도 아니다. - P95

사실 아이들은 매일 라면만 먹어도 불만이 없고(오히려 좋아한다) 남편은 나보다 시력이 나은데도 바닥의 먼지지 않으면를 보지 못한다. 내가 주말마다 이불 커버를 몽땅 벗겨 빨1자들은 아마 1년 내내 그 이불을 그대로 덮고살 것이다. 그들은 그런 상황에 큰 불만이 없다. 하지만나는 불만이 있다. 나는 그렇게는 못 산다. - P96

나는 그 실마리를 일본의 저널리스트 이나가키 에미코의생존형 미니멀리즘에서 찾았다. - P97

내는 생활. 마음에 걸리는 일 없이 개운하게 잠들고 개운하게 깰 수 있는 생활. 그야말로 공기가 통하는 것 같은생활. - P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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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여기 온 이유는……………알아. 너 분해서 온 거잖아. 내가 너 대신 황보 그놈 굿을 맡게 돼서.
그애는 한마디도 지지 않는다. - P143

소만小).
하늘빛이 맑고 구름 한점 없다. 미풍에 무복 밑단이 부드럽게 휘날린다. 이런 날이 일년에 몇번이나 될까 싶을만큼 복덕이 넘치는 대길일이다. - P147

대답 없이 가방 안에 담아온 것들을 하나씩 꺼내놓는다. 주름 한점 없이 다린 장삼, 흰 고깔, 밤새 숫돌로 날카롭게 벼린 신칼과 쌍작두. 뭐 하는 거냐 소리치는 황보를말없이 쏘아본다. 황보는 말을 더 보태려다 말고 주춤하며 뒷걸음질을 친다. - P149

풍화환란 제쳐놓고 재수소원 생겨주고 왕생극락을 들어가서 인도환생을 하옵소서. - P151

1976년 대한민국 내무부로 소유권이 이전되기 전까지도 그 땅에 살던 사람들은 크고 작은 복을 누리며 평탄히지냈다. 사업에 성공하고, 뜻밖에 횡재하고, 명이 다할 때까지 무탈히 살며. - P157

한국 근대 건축사를 심도 있게 탐구한 건축학도라면구의 집을 익히 들어보았을 것이다. 모르는 사람이 보기에는 평범할 수 있으나 전문가의 시선으로 들여다보면 갓등 하나부터 출입문까지 치밀하게 설계된 건축물이니까. - P159

감리를 거쳐야 할 테지만 단기간에 설계했다는 것을고려하면 밀도 높은 도면이었다. - P179

희망?
죽고자 하는 사람도 빛 속에선 의지와 열망을 키웁니다. 살고 싶다는 마음을 품을 수도 있고 흔들렸던 신념이굳건해질 수도 있죠. - P181

면목 없을만하지. 군부 치하에서 설계한 건물만 몇채야.
Y가 저지하는데도 동료는 말을 끊지 않았다.
하다하다 고문실까지 설계했으니………… - P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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