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을 한번 더 살폈다. 큰 짐은 미리 부쳤고 이 밖에 필요해지는 것들은 그때그때 단에게 부탁하면 된다. - P235
다 같이 가시는구나. 좋으시겠어요. 잘 다녀오세요. - P236
할머니 머리가 나보다 까마네. 바다 보러 가니까. - P238
유일하게 내가 잘했다고 여기는 일을 부정하는 단의 얼굴을나는 조용히 바라보았다. 내가 결혼도 하지 않고 아이도 낳지않았다면 어땠을까. 생각을 이어가려다 멈추고 이내 잘한 선택이었다고 결론지었다. 남편을 만난 일도, 단과 현을 낳은 일도. - P243
부탁했잖니. 그거 하나. 고작 그거 하나. 어차피 헤매봐야 섬 안이지. - P247
단이 놀란 듯 나를 쳐다봤다. 단의 소설에서 나는 항상 죽어있거나 부재중이었다. 반대로 죽은 남편은 살아 있었다. 단이그건 픽션이라고, 소설일 뿐이라고 항변했다. 하지만 나는 기어코 한마디 더 하고 말았다. - P249
그때 바람 한 점이 불어왔다. 돌층계 주변에 흩어져 있던 붉은 껍질이 나비처럼 살랑거린다. - P258
고소하다. 더 올라가야 해. 숨이 차오른다. 천천히, 천천히 다올라왔는데 여전히 바다가 보이지 않는다. 기다릴 텐데. 내곁에 있던 따듯한 것. 이름이 기억나지 않아. 바다만 보고 돌아갈게. 곧 갈게. - P264
망설이는 사이 선택지는 점점 줄어들었다. 노래자랑만은 피하고 싶어 소영은 엉거주춤 손을 들었다. 축구라고 해봐야 테이블 게임기였다. 소영과 동시에 누군가 손을 들었다. - P268
"그것만 부탁할게." 돈을 보내면서 누나가 항상 덧붙이는 말이었다. - P276
"제가 가진 게 시간밖에 없어서요." - P281
딸이 함께 있어 감사하다. 세끼를 먹을 수 있음에 감사하다. 오늘도 - P283
"어떤 상처든 회복되기 위해서는 마지막으로 마음을 통과해야 하는 게 아닐까요. 아마도 그때가 제일 아프겠죠. 보이지않는다고 상처가 다 나은 건 아니니까요." " - P291
십일월이 지나면 겨울이 온다. 그들이 자신할 수 있는 미래란 그것뿐이었다. - P3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