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는 ‘반항아 중학생‘이었지만 수학여행 덕분에 오하라 미술관大原美術館에 갈 수 있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지금도 고마운마음을 갖고 있다. 오카야마현 구라시키시라는 지방 도시에 자리 잡은 이곳은 서양 근대미술을 소장·전시하는 일본 최초의 미술관으로 1930년에 문을 열었다. 오하라 미술관 관람은 내 인생에서 결정적이었다고 말할 수 있는 체험이었다. 열두서너 살이었던 나는 그곳에서 루오Georges Rouault (1871~1958)의 「어릿광대, 세간티니 Giovanni Segantini (1858~1899)의 「알프스의 한낮」, 엘 그레코ElGreco (1541~1614)의 「수태고지」같은 진품을 만났고, 쉽게 지워질수 없는 무언가가 내 몸 안에 새겨졌다. 미술 순례의 첫 발자국이었다고도 말할수 있다. - P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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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7비자로 2년을 일하면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었다.
그럼 많은 것이 달라질 거였다. 급여는 적어도 두 배, 경력을 고려하면 세 배가 될 터였고 법정 유급휴가 4주에 공공의료와 공교육이 무료였다. 그는 한국에서는 누릴 수 없는것을 약속하며 서인을 설득했다. - P63

나 걔랑 잤어. 내가 어떻게 너랑 살아.
네가 정 원하면 걔랑 살아.
진우는 서인에게 무릎을 꿇었다. - P67

금을 캐보는 거야?
진우의 질문에 서인이 피식 웃었다.
금이 계속 나오면 이런 탐방도 못하지. - P74

진우가 불현듯 차를 길옆에 세웠다.
정말 캥거루가 움직였어?
서인은 대답하지 않았다.
정말 캥거루가 움직이는 걸 봤어? - P82

잭이 연락이 안 돼. - P87

한국에서는 미래가 딱 정해져 있잖아. 여기는 아니야.
호주가 괜히 선진국이 아니라니까. 여기서 대학을 졸업하면 전 세계가 무대야. - P99

8월, 겨울이 한창이었다. - P111

야, 너 중국 사람 같아 - P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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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였다. 바스락거리는 소리에 힐끔 풀숲 쪽을 돌아보니흰 털뭉치 같은 것이 눈에 띄었다. 털이 흰 개라고 생각한 그것은 빨간 눈을 빤히 뜨고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눈이 아니었다면 토끼인 줄 몰랐을 거였다. - P9

토끼를 데리고 온 다음 날 그는 담당자에게 서류를 건네주려고 내밀었다가 담당자가 받으려고 하자 얼른 뒤로 감추었다. 담당자는 웃음을 거두고 그를 빤히 보았다. 이런 식의 장난을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는 당황하여 주저하다가 말을 꺼냈다. 직원 분 중에 혹시 토끼를 키우는 분이 계실까요? - P19

그는 처음으로 누군가와 간절히 얘기하고 싶어졌다. - P26

세상에 널린 게 버려진 애완동물이라고. - P34

어른이 숨을 뱉어낼 때면, 친구가 말했다. 응원하듯 고개를끄덕이면서도 시계를 보게 돼. 한탄인지 실망인지 짐작할 수없는 목소리였다. 의사가 오늘 오후를 넘기기 어렵다고 했어. - P38

김은 그 일로 우정이라는 것은 애정의 정도와는 아무 관계가 없으며 자신에게 헌신적이거나 유익할 때에만 유효한 감정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나 모든 지나간 일을 되새기는 과정이 그렇듯 과거의 어떤 일이 미친 결과나 상처는아무런 파동 없이 떠올랐고 그러는 과정에서 어느새 시간이훌쩍 지나버린 것에 대한 서글픔과 뻔한 회한만 남았다 - P40

누군가 돌을 던져 화원의 유리를 깨뜨리고 도망가는게 전쟁이나 지진보다 더 불운이었다. 지진이나 쓰나미 같은것은 어쩌지 못하는 사이 모두에게 닥치는 일이었다. 그러니두려울 게 없었다. 모두 무사한데 자신에게만 불운이 닥치는것, 김이 생각하는 불행은 그런 것이었다. - P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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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를 내는 사람에게 미안하다는 말로 대응하면화를 내는 이유가 없어져. 상대가 나한테 원하는 게있을 때만 화내는 것이 효력을 발휘해. 하지만 상대가 나한테 바라는 게 더 이상 없다면 화내는 사람은더 비참해지기만 하지. - P144

이런 짐작이나 하는 걸 보면 나는 우정에도 실패한 것 같네. 그 누구의 조언도 사실 듣고 싶지 않기도하고. - P162

그래서 남자에게 느닷없이 물었어. 어떤 음악을좋아하냐고.
"딱히 가리는 것 없이 두루두루 들어요." - P176

지금 이 상태 그대로의 마음을 남기고 싶었어.
다 하지 못한 말을 하고 싶었어. 정말 좋았던 것, 너무 가슴 쓰라렸던 것, 당신을 속였던 것, 등등. 당신을 본 순간 이제야 찾았다 싶어서, 오래갈 거라고 혹은 영원할 거라고 마음대로 생각해서 순간순간 미처하지 못했던 말들. 담아둘 수도, 버릴 수도 없었던 말들. 이 말들이 갈 곳은 단 한 곳, 오직 한 사람, 당신,
당신. - P207

깊은 상처는 오직 내가 깊이 사랑했던 사람만이줄 수 있다. 그리고 그가 내게 깊은 상처를 주었기 때문에 우리는 그 사람에 대해 글이 쓰고 싶어진다. 사랑하는 사람에 대해 글을 쓰는 일은 벅차게 행복한일이겠지만, 내게 상처를 준 -그리고 내가 사랑했던-사람에 대해 글을 쓰는 일은 보다 간절하고 절박한 과업일 것이다. - P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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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내식은 ‘기내식 먹는 기분’으로 먹는다. ‘기내식 먹는 기분’의 맛은 땅 위의 어느 식당도 재현할 수가 없다. 이게 마지막 식사일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그 맛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매번의 여행에서 나는 내가 아닌 것들을 조금씩 덜어낸 뒤 돌아왔고, 세공하듯이 점점 나인 것만 남았다. 여행은 나를 다른 사람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내가 더 정확한 내가 되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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