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어야 할 것은버틸 수 없는 것들의 등에 기대어살기도 한다 - P21

징그럽고다정한 인사 - P19

나에게 도착한 미래가어제 아프다고 전화를 했다 - P14

. 나뭇잎 한장만이라도 당신 쪽으로 나부끼게 해주십시오. - P13

고요에서 한계단 낮은 곳으로 내려가 - P11

또 바람에 쓸쓸히 질 것이라고이건 다만 사랑의 습관이라고 - P40

당신은 무얼 먹고 지내는지궁금합니다이 싱거운 궁금증이 오래 가슴 가장자리를 맴돌았어요 - P46

이제 더는배고프다 말하지 않기로 해요 허기란 얼마나 촌스러운 일인지 - P47

병에게 정중히 병문안이라도 청하고 싶지만무슨 인연으로 날 찾아왔나 찬찬히 살펴보고 싶지만독감예방주사를 맞고 멀쩡하게 겨울이 지나갈 때 - P65

그 마지막 얼었던 꽃씨들만 소란한 꽃을 피운답니다돌아온다는데 꽃이 소란하지 않고 어쩌겠습니까 - P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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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거 뽑는 사람이 데리고 나가기."
할머니가 고사리를 쥔 손을 나에게 내밀었다. 내가 뽑은 줄기가 더 길었다. 할머니는 손에 남은 고사리를 양푼으로 던지더니보리차차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오라질, 갑시다, 똥누러." - P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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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거 뽑는 사람이 데리고 나가기."
할머니가 고사리를 쥔 손을 나에게 내밀었다. 내가 뽑은 줄기가 더 길었다. 할머니는 손에 남은 고사리를 양푼으로 던지더니보리차차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오라질, 갑시다, 똥누러." - P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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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지 말고 일단커피부터 한잔해 - P7

환자분. 제가 그때도 말씀드렸잖아요. 환자분한테는지금 빈속에 커피가 제일 안 좋다니까요? 근데 왜 또 드셨어요. - P7

저에게 하루 24시간은요. 아이가 잠들어 있는 시간과아이가 깨어 있는 시간으로 나뉜다는 말을 하고 싶은 거예요. 그 둘이 완전히 다른 세계라는 말을 하는 겁니다.
저는요. 아이가 깨기 전에 커피를 마셔야 해요. 엄마로서의 제가, 그러니까 공적인 이명희가 작동하기 전에 사적인 이명희를 위로하고 싶은 거예요. 그래서 저는요. 아이가 깨기 전에 커피를 마셔야만 해요. 모처럼 신나게 몰입하고 있던 글쓰기를 중단하고 응, 엄마가 얼른 기저귀 갈아 줄게, 노트북 닫고 일어서야 할 저에게 커피 한잔 건네고 싶은 거라고요. - P13

커피를 단숨에 마셨다. 테이블 위에 다시 내려놓은 유리잔이 우유 때문인지 한동안 뿌옇더니 점점 투명해지기시작한다. 조금씩 제 모습 드러내고 있는 유리잔을 바라보며 아마 학교는 여기로 정하게 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 - P23

삶의 모양이 갑자기 변한 누군가에 대해 제삼자가 꺼낼 수 있는 말이란 그 심정이 어떻겠어요, 정도가 고작이다. 누군가의 인생을 그 지경으로 몰아간 배경을 분석하기 위해 알고 있는 정보를 끌어모으고, 또 다른 누군가가벌받는 것으로 일이 마무리되기를 바라는 정도가 전부일 것이다. - P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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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여전히 할 일이 있었다. 며칠간 채운 캐스크까지 해서 서너 개는 족히 되는 걸 어깨 높이까지 오는 보관대에 올릴생각을 하니 막막했다. 어떻게 하냐고 하니 하진은 걱정 없는얼굴로 좀 있다 하면 된다고 말하고선 뒷정리를 했다. - P249

가장 큰 차이는 향이었다. 복숭아 하면 떠오르는, 달콤하기만 한 향이 아니라 가볍고 신선한 향이 복합적으로 났다. - P257

근성으로 악다구니로 저 혼자 찾아가고 겪어 가면서 배워야지.
빠삭하게, 처음부터 끝까지 알아내야 하고 그러고도 뭘 모르고있는지 계속 생각해야 하는 거지. - P258

두 달 정도 꼬박, 거의 잠도 줄여 가며 만들어야 하지만 그래도 기다려져. 하진이 아련한 표정으로 말했다. 어렸을 때부터늘 맡아 오던 그 복숭아 향기가 훈훈하게 증류소를 가득히 채우면 시간이라는 걸 실감하게 돼. 한 해가 왔고 가는구나. 별로서글프지도 않게. 올해도 만들었으니까, 작년에도 그랬고 내년에도 그럴 거니까. - P263

이어지는 말이기도 한데, 겸손하지 말라는 거였어. 겸손은 자기 것이 있는 사람들, 뭔가를 해 놓은 게 있는 사람들이 할 수있는 거다. 아무것도 없는 사람이 겸손한 건 비굴이나 아양과구분할 수 없다. 겸손하지 말고 그냥 친절해라. 호의를 받았으면 감사해하고 실수를 저질렀으면 사과해라. 불쾌했으면 불쾌하다고 말하고 지나친 요구를 받으면 그런 건 하지 않는다고말해라. 화를 내지도, 속상한 표정을 짓거나 눈물을 흘리지도말고 강하고 단호하게. 아무 일도 없다면 가볍게 웃어라. 그저친절하게, 뭘 원하거나 필요로 하는 사람처럼 웃지 말고. - P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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