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하다면 흔하고 이상하다면 이상한 일이 일어날 거예요." 진영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잠시 고민했다. "그땐 너무 놀라지도 말고, 마음 상하지도 마세요." - P119

"가만 보면, 매장에 일이 별로 많지 않아서 그런 거 아닌가 싶기도 해. 생각해봐. 치킨 프랜차이즈 쪽 점주들은 불만 터뜨릴 새도 없어. 일하기 바쁘거든. 일이 너무 편해도 문제라니까." - P121

"917호 이승미 환자 말이에요."
박선생과 나란히 걸어가던 지현의 입에서 갑자기 말이 튀어나왔다. - P131

중학생이던 때 승미가 ‘요식행위‘라는 말을 썼는지는 모르겠다. - P133

"병실에선 죄다 마스크 벗고 있잖아요. 복도에서만 쓰는 거, 사실 요식행위 아닌가요? 이렇게 비합리적인 일이 어디 있어요? 이건 뭐 완전히 환자 건강에 해를 가하는 거지 어떻게..
" - P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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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을 해결할 방법이 불현듯 떠오른 것은 어느 날 저녁 셔츠를다림질하고 있을 때였다. 그것은 간단하지만 뻔뻔해져야 할 수 있는 일이었다. 나는 거실로 들어가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 남편에게말했다. - P11

여자는 누구들처럼 집에 들어와서 이용하고 마음대로다시 나가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여자는 곧 집이다. 떼려야 뗄 수없다. - P13

그는 눈치 빠르게 대뜸 알아들었다.
"아, 작가시군요."
"아, 예. 글을 씁니다." - P17

친절하게 도와주었을 식구들에게 도움을 청하지 않고, 나는 주말에 작업실로 짐을 옮겼다. 타자기, 접이식 책상, 의자, 핫플레이트를 올려놓을 작은 나무 탁자, 주전자, 인스턴트커피 한 병, 숟가락 하나와 노란 머그잔 하나. 그것이 다였다. - P18

"저한테는 아주 그만이에요." 나는 딱하게 여길 것 없다는 투로,
워낙 까닭 없이 싫거나 굳이 알고 싶지 않은 사람들은 달래고 보는 나답게 대답했다. 때로는 아주 자상하게 대하기까지 하는데,
그건 그래야 얼른 돌아가 나 혼자 있게 되리라는 어리석은 바람에서이다. - P19

나는 듣는 시늉을 하며 자판 위를 오가던 내 손가락을 멈추었다.
소심함과 가식이 나 같은 사람이 지닌 큰 악덕이라면, 누군가에게는 호기심이 커다란 악덕이 될 거였다. - P22

"아, 또 있소. 당신 입으로 작가라고 했지요? 뭐냐. 내가 글깨나읽는 사람인데 당신 이름이 찍혀 나온 걸 본 적이 없어서 말이오.
거, 혹시 다른 이름으로 글을 쓰시나?" - P27

"그 아이들을 망쳐놓은 건 어른들인데, 모든 걸 애들 탓으로 돌리는 건 부끄러운 일이오. 잘 생각해 보시오. 당신도 알겠지만, 법이 있소. 풍기문란을 단속하는 법. 내가 알기론 그 법이 이런 짓거리뿐 아니라 문학에도 적용된다고 하던데." - P31

딱하기도 하셔라! 달링 선생님의 가르침은 이내 갈피를 잃었고,
설득은 푸념과 모호한 간청으로 바뀌었다. - P40

"부끄러움을 타는구나. 이만할 때는 그런 애가 많지. 크면 괜찮아질 거야." 내가 장담하듯 말했다.
"그래." 마이라가 대답했다. - P43

"여기 상품이 있어." 그러더니 마이라가 그 상품을 꺼냈다. 양철로 만든 작은 나비 브로치였는데, 채색 유리알을 알알이 박고 금빛을 입혀 보석처럼 보였다. 마이라는 그 나비 브로치를 다갈색 손으로 들고 설핏 웃었다. - P45

"아무튼 너 좀 가져." 마이라는 이렇게 말하고 나서 빗과 손톱 다듬는 줄과 천연 립스틱과 금실로 가장자리를 두른 작은 손수건이들어 있는 거울 달린 인조가죽 화장품통을 집어 들었다. 아까 내가눈여겨보았던 바로 그 화장품통이었다. - P53

마이라는 작별 인사를 했던가? 하지 않은 것 같다. 높다란 병상에 앉아 너무나 큰 환자복 위로 섬약한 갈색 목을 꼿꼿이 세우고 배반에는 면역이 된 듯 나무로 깎은 듯한 갈색 얼굴을 들고, 마이라는이미 자신이 받은 선물도 다 잊은 채 학교 뒤쪽 베란다에 있을 때그랬던 것처럼 외따로 떨어져 전설처럼 입에 오를 마음의 준비를했다. - P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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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아. 책 펴고. - P62

설희는 저도 모르게 테트로도톡신, 이라고 대꾸했다. 며칠 유튜브를 열심히 찾아본 결과였다. - P72

"거래가 합법이 아니라 걱정되시나봅니다. 우려하시는 부분은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작품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니 안심하셔도 돼요. 정 마음에 걸리시면 약주는 작품을 보시고, 의견을 나누신 뒤에 드셔도 좋고요." - P79

"준비됐어요. 이제, 시작합시다. - P80

"여기 계신 분들은 손을 내리고 움직이지 마세요. 거부할 경우는 강제로 현장 점검에 들어가겠습니다." - P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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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왜 좋은지는 모르나 재미있어서 시작하고, 이일을 하면서 꽃이 좋은 이유에 대해 알아간다는 것. 그런 삶도 가능하다는 것. 어쩌면 당연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내가 당연하다고 여기지 못했을 뿐이지. 우리가 무언가를 시작할 때 전적으로 좋아서 시작하는 것은 아니고, 과정중에 알게 되는 것들이 훨씬 많으니까. - P140

쓰는 일은 좋음보다 어려움에 더 가까웠는데 그럼에도재미있었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어렵고 안 써져서 울고 싶은 심정일 때가 많지만, 재미있다. 좋은 시가 무엇인지 알고 싶어서, 좋은 시를 써보려고 했던 모든 시간이 시를 더 좋아하게 만든 것 같다. 이제는 조금 자신 있게 말할수도 있다. 시가 좋다고. 시 쓰기가 제일 좋다고. - P142

・큰 나무는 큰 위로를 준다. - P144

"이거는 도미토리에 누워 있을 때 어떤 여행자가 팔아서 경비에 보태라고 걸어줬어요. 건강해져서 여행 계속 다니라고. 이거 선생님 드릴게요. 제가 진짜 드리고 싶어요." - P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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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를 들여다보는 초라한 나를 본다 - P172

해파리의 몸은 90퍼센트가 물이다 - P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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