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을 해결할 방법이 불현듯 떠오른 것은 어느 날 저녁 셔츠를다림질하고 있을 때였다. 그것은 간단하지만 뻔뻔해져야 할 수 있는 일이었다. 나는 거실로 들어가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 남편에게말했다. - P11
여자는 누구들처럼 집에 들어와서 이용하고 마음대로다시 나가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여자는 곧 집이다. 떼려야 뗄 수없다. - P13
그는 눈치 빠르게 대뜸 알아들었다. "아, 작가시군요." "아, 예. 글을 씁니다." - P17
친절하게 도와주었을 식구들에게 도움을 청하지 않고, 나는 주말에 작업실로 짐을 옮겼다. 타자기, 접이식 책상, 의자, 핫플레이트를 올려놓을 작은 나무 탁자, 주전자, 인스턴트커피 한 병, 숟가락 하나와 노란 머그잔 하나. 그것이 다였다. - P18
"저한테는 아주 그만이에요." 나는 딱하게 여길 것 없다는 투로, 워낙 까닭 없이 싫거나 굳이 알고 싶지 않은 사람들은 달래고 보는 나답게 대답했다. 때로는 아주 자상하게 대하기까지 하는데, 그건 그래야 얼른 돌아가 나 혼자 있게 되리라는 어리석은 바람에서이다. - P19
나는 듣는 시늉을 하며 자판 위를 오가던 내 손가락을 멈추었다. 소심함과 가식이 나 같은 사람이 지닌 큰 악덕이라면, 누군가에게는 호기심이 커다란 악덕이 될 거였다. - P22
"아, 또 있소. 당신 입으로 작가라고 했지요? 뭐냐. 내가 글깨나읽는 사람인데 당신 이름이 찍혀 나온 걸 본 적이 없어서 말이오. 거, 혹시 다른 이름으로 글을 쓰시나?" - P27
"그 아이들을 망쳐놓은 건 어른들인데, 모든 걸 애들 탓으로 돌리는 건 부끄러운 일이오. 잘 생각해 보시오. 당신도 알겠지만, 법이 있소. 풍기문란을 단속하는 법. 내가 알기론 그 법이 이런 짓거리뿐 아니라 문학에도 적용된다고 하던데." - P31
딱하기도 하셔라! 달링 선생님의 가르침은 이내 갈피를 잃었고, 설득은 푸념과 모호한 간청으로 바뀌었다. - P40
"부끄러움을 타는구나. 이만할 때는 그런 애가 많지. 크면 괜찮아질 거야." 내가 장담하듯 말했다. "그래." 마이라가 대답했다. - P43
"여기 상품이 있어." 그러더니 마이라가 그 상품을 꺼냈다. 양철로 만든 작은 나비 브로치였는데, 채색 유리알을 알알이 박고 금빛을 입혀 보석처럼 보였다. 마이라는 그 나비 브로치를 다갈색 손으로 들고 설핏 웃었다. - P45
"아무튼 너 좀 가져." 마이라는 이렇게 말하고 나서 빗과 손톱 다듬는 줄과 천연 립스틱과 금실로 가장자리를 두른 작은 손수건이들어 있는 거울 달린 인조가죽 화장품통을 집어 들었다. 아까 내가눈여겨보았던 바로 그 화장품통이었다. - P53
마이라는 작별 인사를 했던가? 하지 않은 것 같다. 높다란 병상에 앉아 너무나 큰 환자복 위로 섬약한 갈색 목을 꼿꼿이 세우고 배반에는 면역이 된 듯 나무로 깎은 듯한 갈색 얼굴을 들고, 마이라는이미 자신이 받은 선물도 다 잊은 채 학교 뒤쪽 베란다에 있을 때그랬던 것처럼 외따로 떨어져 전설처럼 입에 오를 마음의 준비를했다. - P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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