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한 매실나무 꽃의 향은 무척 강하다. 아직 추위가 다 가지않은 계절, 따뜻한 봄바람이 불어올 때 꽃향기가 난다면 주변을둘러보길. 그곳에 매화가 있을 것이다. 매화 향기는 기록이 불가능한 식별키다. 향기는 매화를 사진이나 그림이 아닌 실제로 보아야 하는 결정적인 이유다. - P111

내 창문 너머 보이는 이태리포플러처럼 누구에게든 일정한거리를 두고 만나게 되는 나무가 있지 않을까? 아파트 거실 창문으로 보이는 느티나무, 회사 각자의 자리에서 보이는 은행나무,
교실 창밖 양버즘나무 등 그저 멀찍이서 존재를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안정감이 드는 그런 나무 말이다. - P121

식물은 언제나 인간의 생각을 넘어선다. 수련 중에는 잎의 지름이 3미터가 넘고, 물 위에서 최대 40킬로그램의 중량을 감당할수 있는 종도 있다. 그것은 바로 아마존빅토리아수련, 우리나라에서 ‘큰가시연꽃‘이라고도 불리는 식물이다. - P127

지난주 제주의 정원 한곳에서 이제 막 수련 꽃이 핀 것을 봤다. 다가오는 여름에도 수련의 너른 잎은 물속에 사는 생물들의그늘이 되어주며 기후변화로 높아져가는 물의 온도를 낮춰줄 것이다. 언제나 인간이 벌여놓은 일로 인한 후유증을 안고 살거나해결해야 할 몫은 인간이 아닌 생물에게 주어지는 것 같다. - P130

얼마 전 지인과 대화를 나누는데 그가 평소 카페에서 자주 먹던 히비스커스차의 주인공인 히비스커스가 우리나라의 국화인무궁화와 가족인 걸 알고 깜짝 놀랐다고 했다. 그러면서 무궁화는 우리에게 너무 익숙해서인지 예뻐 보이지도 않고 차로 마실 엄두도 안 나는데, 히비스커스는 왠지 예쁘고 신비감 있어 보인다고솔직한 마음을 덧붙였다. 나는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이런 심리가잠재해 있을 거라 생각한다. - P137

우리나라에서 가장 다양한 이름을 가진 식물은 벼일 것이다.
볍씨가 껍질에서 분리되는 순간 쌀이 되고 쌀은 밥으로 변형돼 조리 상태에 따라 고두밥, 된밥, 진밥, 선밥 등이 된다. 심지어 민속신앙에서 제사 때 신 앞에 놓는 밥은 메밥, 이 메밥을 작은 놋쇠 솥에지으면 노구메, 굿을 할 때에 물에 말아 던지면 물밥, 혼령에게먹으라고 주면 여동밥 등이 된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한국민속사는 벼와 운명을 같이한다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 P161

우리나라에서 라탄이 흔히 받는 오해가 한 가지 있다. 라탄의재료가 종종 등나무로 번역되는데, 이 등나무는 우리가 잘 알고있는, 봄에 보라색 꽃을 피우는 등나무와는 전혀 다른 식물이다.
우리나라 학교 운동장의 등나무는 콩과이며, 라탄의 재료로써 등나무로 오역되는 식물은 야자나무과이다. - P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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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에게.
편지는 잘 받아보았다. 답신이 늦어서 미안하구나. - P9

다행히 이곳 사람들은 공부를 많이 한 사람의 기벽 정도로 생각하는 모양이다. 안에서 명상이라도 하는 줄 안다. 내가 그 안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져, 최소한 대여섯 시간은 깨어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면 다들 어떤 표정을 지을지 궁금하다. 기면증을 전염병이라고 믿는 사람도 많기에 굳이 말하지는 않는다. 물론 내병은 전염되지 않는다. 그리고 아이들 중 천 명에 한 명은 이런증상을 갖고 태어난다. 증상이 가벼운 아이들과 자신이 무슨 병인지도 모르고 사는 사람을 합치면 훨씬 많을 것이다. - P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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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김기태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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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주게 재미있고 끝장나게 호쾌하다 동시대적인 채집과 탈시대적인 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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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덤이 아니야.
그때는 그렇게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선택지는 분명해졌다. 덤이 되거나, 아무것도 못 되거나. 그걸선택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 - P241

그럼 역도는 뭐. - P253

바벨을 마지막으로 잡은 건 졸업식을 앞둔 겨울방학의 어느날이었다. 눈 내리는 오후. 부드럽지만 미약한 빛이 아무도 없느 역도장에 스며들어 있었다. - P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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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는 것이다실은 약수라는 말을 믿었다시간의 효험으로도 소용없는 날들이었다 - P31

나의 두 발은 약수 없는 시간으로 간다버린 그대로 있다 고스란히 - P31

하지만 당근은 보고 있었네. 나의 눈빛. 번뜩이며 나를 가르고 간 것. - P34

그때 알았네한 사람을 구하는 일은한 사람 안에 포개진 두 사람을 구하는 일이라는 거계속 계속 우산을 사는 사람은 지킬 것이 많은 사람이라는거 - P38

저녁이 나를 찾아내주기를 기다려.
매 순간 불타고 있다고 외쳤지만 아무도 듣지 않았네. - P45

듣고 싶었을 말을 들려주려고 나무를 보러 갔다나무가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기 시작한다 - P55

멀리서 보기만 할 생각이었는데 겪고 있다잎이 떨어지는 순간마다 귀가 아프다 - P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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