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때로 아내는 전혀 낯선 사람이 되었는데, 실은 그게 그녀의원래 모습이었을지 모른다는 막막함을 감당할 자신이 없어 명식은 두려웠다. 이 사람을 어찌해야 할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 P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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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그맣고 따듯한 몸에서 발산되는 예측할 수 없는 활력이 숙희의 팔과 다리로, 온몸으로 전달되었다. 숙희는 어쩐지 눈물이 날것만 같았다. 그것은 예상치 못한 기쁨이었다. - P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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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진짜 괌에 한번 와 내가 비행기표 사줄게."
윤미가 말했다.
"괌! 괌이 도대체 어디 붙어 있는 데였지?"
숙희가 물었다. - P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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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진짜 괌에 한번 와 내가 비행기표 사줄게."
윤미가 말했다.
"괌! 괌이 도대체 어디 붙어 있는 데였지?"
숙희가 물었다. - P120

숙희와 윤미는 아줌마처럼 되고 싶지 않은 아줌마였다. 그게 그들을 친하게 만든 원동력이라 해도 무방했다. - P131

이제 육십대 중반까지 겨우 십오년 남았을 뿐이었다. 얼렁뚱땅하다가는 아무것도 준비해놓지 않은 채 어이쿠, 시간이 또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버렸네요, 하고 말해버리고 말리란 것도 이제는너무나 잘 알았다. - P134

손을 잡고 다니는 것이 민망하게 느껴지긴 했어도 아예 밖으로나다니지 않은 건 아니었다. 경험상 홍대는 불쾌했고 을지로나 이태원은 상대적으로 괜찮았다. 찬영이 알고 있는 홍대의 몇몇 장소에서 숙희는 젊은이들이 기꺼이 참아내는 멋진 괴로움 유행하는 카페의 불편한 의자 따위를 견딜 수 없어했고 찬영은 더러운 자취방에 애인을 초대한 것처럼 노심초사하며 숙희의 안색을 살폈다. 그들은 어딜 가나 눈길을 끄는 커플이었다. - P137

여성의 수많은 부류 중에서 미혼 이모보다 비웃음을 사는 부류가있을까? - P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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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라고요?"
"그렇습니다. 제공되는 일기를 1차 자료로 사용해 소설을 쓰시면 됩니다."
자서전 같은 걸 의미하는 걸까, 나는 따분하다고 생각하며 물었다. - P11

최고의 시절은 지나갔다 하더라도 여전히 품위를 간직하고있는 듯한 느낌의 남자였다. 다만 한 가지, C가 그동안 내 마음속에서 꽤 거대한 존재감을 지닌 채로 기억됐기 때문에, 이 왜소한초로의 신사가 바로 그와 동일 인물이라는 점이 다소 낯설게 느껴졌다. - P13

"작가님,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이라는 말, 혹시 들어보셨습니까?"
C는 상대방이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불쾌감에 전혀 상처받지 않는다는 얼굴로 물었다. 영혼을 팔지 않겠느냐는 제안이라도 받은듯 나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그의 말은 계속됐다. - P17

바다와 근접한 삶의 쓸쓸한 측면에 대해 더 얘기하고 싶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이곳에 오기 전까지는 물에 빠져 죽는사람이 이렇게나 많은지 알지 못했다. 한 주가 멀다 하고 들려오는 사고 소식은 외지 사람들에게까지 전달되지 않는 모양인지, 아무런 위협이 되지 못하는 듯했다. 다들 해맑은 얼굴로 도착해서자신들이 얼마나 운좋은 하루를 보냈는지 깨닫지 못하고 다시 해맑은 얼굴로 떠났다. - P25

소설은 여성 캐릭터에 대한 이해가 철저히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았던 터였다. 현실 속의 여자라고 볼 수 없는 ‘필요 이상으로 매혹적인‘ 여자들이 가볍고 비정하고 개연성 없는 태도로 오직 남자주인공의 성적 대상이 되거나 그들의 운명을 더욱 극적으로 만드는 서사적 장치 정도로만 등장할 뿐이라고들 했다. 나는 온라인에떠도는 끔찍한 리뷰를 반복해서 읽었고, 그것들은 모두 비수처럼내 심장에 박혔다. 이미 죽었는데도 몇 번씩이나 더 찔리는 심정이었다. 나처럼 인지도 없는 작가에게도 그렇게나 많은 리뷰가 생성된다는 현실이 공포스러웠다. 그렇게들…………… 할일이 없나? - P33

"미친 거기 경쟁률 진짜 낮았나보다."
나는 있는 힘껏 기분 나쁜 목소리로 빈정거렸다. 하지만 말이란게 습관대로 퉁명스럽게 나가긴 했어도 어떤 가능성이라는 것에 불을 지핀 이상 이미 마음은 부산에 어느 정도가 있었고, 머릿속에서는 한 달 치 스케줄을 어떻게 조정하면 좋을지 재빨리 가늠하고 있었다. 충분히 너덜너덜한 이야기라 더 고칠 게 있을는지는잘 모르겠지만...... 왠지 부산에 가고 싶었다. 거길 가야만 했다. - P49

객실 복도는 두 갈래로 나뉘었는데, 3607호가 있는 라인은 오션 뷰가 아니라 시내 쪽을 바라보는 북향이었다. 실망스런 마음으로 흘끔 창밖을 내려다보니 삼십육층의 높이가 과히 심란했다. 지상 보도블록은 보이지도 않았고, 하늘 높이 공중에 붕 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맞은편에 보이는 산봉우리의 고도가 내가 서있는 높이보다 더 낮아 보일 지경이었다. - P51

다른 객실로 옮기는 것은 열시 이후에나 가능하다고 해서 나는여유를 부리며 스크램블드에그와 구운 베이컨, 아스파라거스, 해시 브라운, 버터 바른 토스트, 오렌지와 청포도를 되도록 천천히먹고, 조식 마감 전까지 느긋하게 커피를 마시며 제임스 엘로이의책을 읽었다. 직원들이 가끔 나를 주시한다고 느꼈기 때문에 더고개를 파묻고 책에 집중하려 했다. 꽤 사치스러운 일이다. 불행하고 끔찍한 이야기를 읽으며 푸짐한 아침을 먹는다는 것은 내가발 디딘 지금 이곳의 안전을 재차 확인하려는 이기적인 방식의 위안이다. 악취미라 생각하면서도 나는 그렇게 했다. 작업에 도움이될 거라는 핑계를 대면서. - P56

여전히 엘리베이터 벽면에는 컬러 프린트된 아쿠아리움 광고가붙어 있었다. 매일 광고 이미지를 보다보니 이미 그곳에 갔다 온기분이 든다고 내가 현에게 얘기했을 때, 그는 곁눈으로 광고지를흘깃 보더니 "솔직히 아쿠아리움은 애들이나 가는 곳이라고 생각해"라고 말했다. 나는 현의 말에 잠시 멈칫했다가 가만히 고개를끄덕였다. 우리는 결혼도 하지 않고 아이도 없을 테니 평생 아쿠아리움에 가지 않는 삶을 살게 될 거야. 단지 속으로만 그렇게 대꾸했을 뿐. - P69

이 순간을 잊지 못하게 되리란 것도 알았다.
내 말에 손감독은 울음을 숨기고 싶지도 않다는 듯 더 소리 내어 흐느꼈다. 손감독이 바보 같다고 생각하며 나도 휴대폰을 붙들고 울었다. 우리는 태어나지 못한 아이를 잃은 부부 같았다. - P73

난희는 졸업 후 단 한 번 대학 강사 자리를 제안받은 적이 있었다.
그러나 제안한 사람과의 데이트를 거부하자 그 자리는 대뜸 취소되었다. 난희의 어머니는 딸의 마음이 어떻든지와는 상관없이 막무가내로 전화번호를 들이밀며 결혼만이 네 살길이라는 식으로매 순간 난희가 단지 한 명의 여자일 뿐이라는 사실을 상기하도록만들었지만, 정작 결정적인 순간에서만큼은 딸의 성별을 잊어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 P84

그로부터 며칠 후, 난희의 예상대로 정화는 작별 인사 없이 시카고로 돌아갔다. 사람들은 서로를 딱히 좋아하지 않아도 단지 그들이 어울리던 시절을 떠올리고 싶어 친분을 유지하기도 한다. 각자의 기억이 사라지지 않도록 일종의 보험처럼 기능하는 관계로남을 뿐이지만 말이다.

"나는 아마 내 멋대로 살다가 죽겠지."
포기하는 기분으로 아무 말이나 중얼거렸는데, 이상하게 힘이났다. - P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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