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보란 말이야, 우리 김가는 이렇단 말이야. - P192

아마 당시에 과외가 허용되었다면 혜련이 경안에게 그런 부탁을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아니, 그랬다면 산도적이 그들의 학교에부임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서른두살에 다시 만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니 이 모든 일은 과외금지 조치 때문이었다고도 할 수 있다. - P193

"우리 아줌마들은 그런 거 없어. 위스키에 고추장찌개가 어때서? 우리 저번에는 위스키에다 뭐 먹었더라, 선미야? 되게 이상한거였는데?"
"멍게였나? 낙지였나?" - P195

이렇게 낮게 속삭이듯 말하고 선미는 돌아서서 문을 열고 나갔다. 블라우스와 치마가 심하게 구겨져 있었다. 그것이 그나마 선미에 대한 경안의 참을 수 없는 경멸감을 다소 누그러뜨려주었다. - P207

그녀가 꼼장어집에서 그를 생각하고 제일 먼저 떠올린 것은 접질린 그녀의 발목을 잡던 뻐근한 악력이나 그녀를 부축해 계단을내려가던 그의 돌 같은 어깨와 가슴의 근육, 짙은 땀냄새 같은 것이 아니었다. 그의 몸과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세심하고 정교한 젓가락질이었다. - P222

"장어 사준대서 가보니 꼼장어네. 꼼장어면, 꼼장어, 해야지 왜씨발 그걸 장어래냐고? 윤선생, 내가 꼼장어 먹고 몸보신한다는 얘기는 듣다듣다 첨이야. 끝까지 아주 큰 놈으로 달래는 거 보라고.
꼼장어가 커봐야 꼼장어, 꼼장어 크면 장어 되냐고?" - P233

내가 무슨 도움이 되겠어요? - P242

오래된 얘기지만 아리스토텔레스는 그리스 비극의 주인공이
"악덕과 악행 때문이 아니라 어떤 하마르티아(hamartia) 때문에"
(『시학』 13장) 불행에 빠진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마르티아‘란 원래
‘화살이 과녁을 비껴가는 일‘을 가리키는 말인데, 이것이 ① 단순한판단 착오나 실수인지, ②주인공의 도덕적 · 성격적 결함인지가 불분명하여 여전히 논란거리다." 일단은 전자로 볼 여지가 더 크다. - P243

물론 인간은 때때로 다른 인간을 도울 수 있다. 그러나 잔혹한 농담을 하는 인생의 입을 영영 틀어막아줄 수는 없는 것이다. - P248

이미 오래전에 빅터 프랭클 같은 이는 인간은 이성으로 사유하는 존재이기 이전에 먼저 고통받는 인간이며 그것이 인간을 인간이 되게 하는 더 중요한 측면이라고 과감하게 말하면서 ‘호모 파티엔스(homo patiens)‘라는 명칭을 제안한 바 있다. 그런데 나는 「봄밤」과 「이모」 같은 소설을 읽으며 ‘호모 파티엔스‘를 달리 번역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고통은 ‘고통을 받다‘라는 형태로만 사용되는데 이 경우 인간은 고통에대해 수동적인 위치에 있는 것으로만 이해된다. 그러나 인간은 고통을 받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감당해내기도 한다. 환자(patient)는 견디는(patient) 사람이다. - P259

페소아는 『불안의 책』에 이렇게 적었다. "자유란고립을 견디는 능력이다. 당신이 다른 사람들에게서 멀리 떨어져살 수 있다면, 즉 돈이나 친교, 또는 사랑이나 명예, 호기심 등, 조용히 혼자서 만족시킬 수 없는 욕구들을 해결하려고 다른 사람들을 찾지 않을 수 있다면, 당신은 자유롭다. 만일 혼자 살 수 없다면당신은 노예로 태어난 사람이다. 아무리 고귀한 영혼과 정신을 갖고 있다 해도 혼자 살 수 없다면 당신은 귀족적인 노예, 지적인 노예일 뿐이고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바로 이런 자유를 그는 처음으로 누리고자 했을 것이다. - P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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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질러 가는 영화를 바라볼 수밖에 - P173

우연 뒤에 필연이 보인다 - P209

다만 <염력>이란 작대기 자체에대한 호불호를 잠시 젖혀두고서라도 그 주변의 물결의 형태에 대해서는 좀 더 다양한 이야기가 나왔으면 좋겠다. 창작자에겐 고약한 말이 되겠지만 어쩌면 창작자의 본질은 실패를 통해서 새어 나오는 법이다. 연상호는 꾸준히 실패한다.
그리하여 길을 잃지 않고 전진한다. - P221

그 감정이 거기에 있다홍상수 초심자가홍상수 초심자를 위해 쓴 가이드 - P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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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를 끊고 나자 경안은 기분이 이상했다. 그들을 만나고 싶은지 아닌지 알 수 없었다. 그리고 혜련이 왜 자기가 결혼하지 않았을 줄 알았다는 건지도 알 수 없었다. 경안은 창문을 열고 담배를피웠다. 그들이 이렇게 제멋대로인 게 불쾌하기도 하고 유쾌하기도 했다. 어쨌든, 하고 경안은 담배를 눌러 껐다. 셋의 만남은 자기손을 떠난 문제였다. - P184

그들은 여전히 예쁘고 늘씬했다. 혜련은 세트를 만 길고 풍성한까만 머리에 흑백 바둑판무늬 재킷을 입고 허벅지 중간까지 오는슬림한 흰 반바지에 발목까지 둘둘 감기는 검정 가죽끈 샌들을 신었다. 선미는 밝은 갈색으로 염색한 단발머리에 차이나칼라의 은회색 블라우스를 입고 진회색 플레어스커트에 회색 구두를 신었다. 둘 다 키는 예전부터 컸으니 말할 것도 없고, 혜련은 한눈에도더 아름다워진 게 느껴졌고 선미는 귀엽던 태를 벗고 우아해졌다. - P187

그냥이 어딨냐 말이야, 그냥이? 수학만 그런 게 아니라 이 세상천지에 그냥이 어딨냐 말이야, 그냥이? - P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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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의 마지막 날까지 도전하기를 - P36

노년은 전통적으로 속도와 대비되었다. 노년은 느릿하게 걷고 느긋하게 시간을 들여 숙고하고 결정한다. 그러나 실은 이시기에도 시간이 쏜살같고 하루하루가 카드로 지은 집처럼 무너져내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반년, 한 달, 한 주 단위로 헤아리고 챙겨야 할 것 같은 기분은 어쩔 수 없다. 노년은 ‘느려지는 가속‘이라는 역설일 것이다. - P37

우리에게 생년월일을 지정해주는 것은 행정 서류다. 나이는생물학적 현실에 기댄 사회적 관습이다. 관습은 언제라도 변할 수 있다. 물론, 결국 우리는 쓰러질 것이다. 중요한 것은, 끝까지 패배를 내면화하지 않는 것이다. - P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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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는 내가 그 등허리에 깊은 관심을 보이는 걸 알아차렸다. - P94

"마흔이 훌쩍 넘었던 건 분명한데, 마흔여섯쯤이었는지 마흔여덟쯤이었는지." - P96

질병이 다른 만큼 수환과 영경은 담당의도 각기 달랐다. 그러나두 의사가 한결같이 주장하건대 ‘알류 커플‘은 급작스럽게 악화될가능성이 높은 고위험 질환을 앓는 환자군에 속했다. 그래서 그들부부는 요양원 별채가 아닌, 중증환자들을 위한 본관 병동의 숙소에 입주해 있었다. - P22

"가는 거야?"
"아니"
"그럼 안가?" - P25

그래, 생태습지 졸음쉼터라는 게 다 있단다. 야, 저기네! 저기 차세워놓고 한숨 자고 일어나면 뭔가 몸이 팍팍 좋아질 것 같지 않냐?
글쎄 몸이 팍팍 좋아질지는 모르겠고 차에 녹이 팍팍 슬긴 할 것같은데. - P51

교활한 것들. - P55

저게 통이 아니고, 주란이 말했다.
통이 아니야?
비닐 말아놓은 거잖아. - P54

아니 그런 얘기가 아니고. - P65

"옮을까요?"
문정이 속삭이듯 물었다.
"옳지 않을 거예요."
관희가 말했다. - P135

"그건...... 안 좋아요."
누구한테요, 하고 물으려다 문정은 그만두었다. - P134

"그런 지경이면 소설보다 시가 더 낫지 않나?" - P151

"8대 8, 동점입니다!" - P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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