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돌아보면 아무것도 없게지워줄게요, 전부 - P89
당신은 축복받은 새에게서시끄러운 새, - P88
지난달에 엄마가 빈칸을 채우면서 요즘에는 사업가가좋아 보이더라, 그걸로 하자, 라고 말했던 게 기억났다.나는 이미 어부로 결정한 후였으나, 엄마의 선택을 군소리 없이 따랐다. 아래에 깔려 있는 1학년 생활기록부에는‘회사원‘이라고 적혀 있을 것이다. 초등학교 생활기록부는 더 가관이었다. 의사, 판사, 탤런트, 아나운서 등 그때그때 엄마가 관심 있는 직업을 적었으니까. - P27
밥을 먹으며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다시는 엄마가 싫어할 것 같은 질문을 하지 말아야지. 다시는 벌받지 말아야지. 항상 엄마의 안색을 살펴야지. - P41
벽이 그립다. - P10
물의 덕을 힘입지 않는 생물이 무엇인가!아름다운 물, 기쁜 물, 고마운 물, 지자智者 노자 老구는일찍 상선약수上善若水(최상의 선은 흐르는 물과 같다)라 하였다. - P12
나는 색이 곱고 결이 유순한 나무 도장을 하나 집어그에게 건넨다 - P110
거리를 걷는데 누구와도 어깨를 부딪치지 않았다면세수를 하는데 얼굴이 사라져 있다면 - P125
정말 가을이 온 것 - P125
술자리는 내 뜻대로 시작되지 않고 제멋대로 흘러가다 결국은결핍을 남기고 끝난다. 술로 인한 희로애락의 도돌이표는 글을 쓸때의 그것과 닮았다. ‘술‘과 ‘설‘은 모음의 배열만 바꿔놓은 꼴이다. 술을 마시기 위해 거짓 ‘설‘을 연기하던 나는 어느덧 크게도 아니고 자그마하게 ‘설‘을 푸는小설가가 되었다. - P271
에서 나는 자꾸 조갈이 난다. 오늘은 또 누구와 술을 마시고 누구에게 설을 풀 것인가. 그 누구는 점점 줄어들고 나는 점점 초조해진다. 몇번 입술을 깨물고 다짐도 해보았지만 그래도 나란 인간은(A와 마찬가지로) 결코 이 판에서 먼저 일어나자는 말을 할 수가없다. - P272
내가 책임질 수 있는 말만이 상대방에게 위로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지만 달리 말하면 이것은 막연한 ‘거예요‘와 분명한 ‘알겠어요‘의 차이이기도 하다. 문학이 위로가 아니라 고문이어야 한다는 말도 옳은 말이지만, 그럼에도 가끔은 문학이 위로가 될 수 있는 이유는 그것이고통이 무엇인지를 아는 사람의 말이기 때문이고 고통받는 사람에게는 그런 사람의 말만이 진실하게 들리기 때문이다. 이번 책에서권여선의 소설은 고통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의 표정을 짓고 있다.요즘의 나에게 문학과 관련해서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아무것도없다. - P2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