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은 짧게 어느 날은 길게, 그러나 매일매일 - P8
책을 쓰면서 전채, 주요리, 후식을 떠올렸습니다. - P9
‘오월 농부 팔월 신선‘이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여름내 농사지으면 팔월에 편한 신세가 된다"라는 뜻입니다. 그러나저는 알고 있습니다. 5월의 성실한 농부는 8월에도 쉬지 않을 겁니다. 5월에는 5월의 일이 있고 8월에는 8월의 일이있으니까요. 오월 농부는 삼 개월 뒤에 팔월 농부가 될 것입니다. - P50
달의 초입에 내가 가장 많이 쓰는 말은 ‘벌써‘다. "벌써 5월이야?" "벌써 3일이라고" 벌써부터 알고 있었으면서, 마치 벌써 그렇게 되었다는 듯 ‘짓‘과 ‘흠칫‘ 사이에서 놀라는 것이다. 부사 친구들 덕분에 오늘도 즐겁다.
‘난데없이‘는 예상하지 못한 상황을 데려오고 ‘어칠비칠‘은쓰러질 듯 비틀거리며 앞으로 나아간다. ‘가지런히‘는 쓰는순간 나란해지고 ‘반드시‘는 발음하면서 결심이 더욱 단단해진다. - P27
별바다와 구름바다를 지나고 눈물바다와 웃음바다를 징검돌 삼아 마침내 먼바다에 다다른다. 뒤돌아 앞바다를 바라보면 막막함은 어느새 먹먹함이 되어 있다. - P33
그때 품었던 감정이 서러움임은 한참 뒤에야 알았지만, 나는 오늘을 잊을 수 없음을 직감했다. 억울함에 슬픔이 더해져 감정은 점점 더 격앙되었다. "오금은 저리고 오동은 나무니까." 아빠가 나를 꼭 안으며 다정하게 말씀하셨다. 그말을 듣자마자 거짓말처럼 울음이 그쳤다. - P59
농담으로 인해 삶의 농담도 변한다. - P61
어쩌면 작년 이맘때 출간된 내 여섯번째 시집 「없음의 대명사는 별별 거시기들을 이야기하고 있는지도모르겠다. - P63
"소리?" "떠올리는 게 꼭 시인 같군. 드론의 윙윙거리는 소리가 살아 있다고 생각하는 걸 보면." - P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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