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림을 그릴 때 현미경을 자주 이용한다. 식물을 그리려면 내 두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 꽃받침의 털, 꽃밥의 형태와 같은것들을 관찰해야 하기에 그럴 때는 현미경 렌즈의 힘을 빌린다. - P222
빨판과 갈고리를 이용하는 식물도 있다. 덩굴장미와 나무딸기는 갈고리를 나뭇가지에 걸어 이를 지지대 삼아 오르고, 담쟁이덩굴의 덩굴손 끝부분에는 빨판이 있는데 그 덕분에 자신보다250배 무거운 무게를 지탱할 수 있다. - P217
타피오카의 원료인 카야마는 시안화물을 함유하고있어 끝에 가려한 후 사용한다. - P195
식물을 관찰하고 그림으로 그리는 과정에서 손으로 식물을만질 일이 많기에, 나도 모르게 관찰 중간중간 손을 깨끗이 씻는버릇이 생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하, 라벤더와 같이 향이 아주 짙은 허브 식물은 특유의 향이 며칠이고 손에 남아 있던 적도있다. - P204
평소 특별히 좋아하는 꽃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식물을 객관적으로 기록해야 하는 나로서는 모든 식물을 평등하게 대해야 하기 때문에 마음속에 특별히 좋아하는 꽃을 두려고 하지 않는 편이지만, 그중에서도 유난히 기록하고 싶은 꽃,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전하고 싶은 꽃은 있다. - P221
커피를 내리고, 뉴스를 보고, 향을 피우고, 청소하고, 샤워하고, ‘해야 할 일‘ 리스트를만들고, 음악을 듣고, 넷플릭스 왓챠 디즈니플러스 티빙 웨이브를 순회하고, 유튜브를 헤매고,SNS를 업데이트하고, 산책하러 나선다. 산책을마치면 곧장 글을 써야 한다. - P146
무엇보다 SNS는 착각을 안겨준다. 쓰고 있다는, 단어를 조합하고 문장을 배열해서 뭔가를 완성한다는 착각. - P147
애정과 용기와 기억 같은 단어를 쓰려면이면을 들여다봐야 했다. 그것이 내 현실에 침범하는 한 혐오와 기만과 망각도 겪어야 했다. - P139
1895년 12월 30일 고종 황제가 단발령을 내렸을 때조선은 그야말로 혼비백산했다. "신체발부 수지부모 불감훼상 효지시야" 身體髮膚受之父母 不敢毁傷孝之始也는‘신체와 터럭과 살갗은 부모에게서 받은 것이니,이것을 감히 손상하지 않는 것이 효의 시작이다‘는 뜻으로「효경』에 실려 있다. 이는 조선을 지배하던 유교적효 사상의 핵심 문구였기에 조선인에게 머리카락을 자르는것은 시대사조에 순응해야 하는 운명인 동시에 영혼을자르는 일과 같았다. 그러니까, 장발의 준일이가머리카락을 자른 것은 졸업하기 2개월 전쯤이었다. - P19
준일이는 때때로 피 묻은 옷을 입고 학교로 왔다. - P20
10월쯤으로 기억한다. 그 어느 날에 준일이와 위탁연장 상담을 했다. 위탁은 기본적으로 6개월 단위로이루어지는데, 위탁 연장 상담이란 아이가 우리 학교에온 지 6개월이 되어갈 때쯤 여기서 위탁 교육을 계속할지아니면 소속 학교로 돌아갈지를 의논하는 자리라고 할 수있다. - P21
"좀 당황스럽긴 하죠. 그런데 엄마는 제가 잘 지내고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지금 엄마한텐 새 가정이 있으니제가 피해 끼칠 생각은 없어요. 지금처럼 계속 제 상태를몰랐으면 좋겠어요. 엄마를 이해해요. 괜찮아요." - P22
허울 좋은 꽃,김준일 자작시사람은 꽃과 같다새싹이 되어아름답게 피우겠지그럼에도꽃을 찍는 사람들이 있다허울 좋은 사람들
나는 지금 이 글을 솔직하게, 꾸밈없이 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름다운 문장이나 감상적 표현을 배제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마음과 생각을 있는 그대로 말하고싶다. 적어도 이 주제에 있어서는 그렇다. - P131
한 인간으로서 지금의 삶에 만족한다. 사는 일은 대부분 고난과 고통을 견디는 일이지만, 계절에 따라 변하는빛과 바람, 자연의 풍경만으로도, 아름다운 것을 보고 듣고 느끼는 일만으로도 사는 게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 - P133
"너는 죽어서 태어났어." - P134
"뭐 하고 있어, 가자!"엄마는 새끼를 낳은 동물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알았다. 엄마는 모든 것을 본능적으로 안다. - P139
"이렇게 겁 많은 사람이 어떻게 엄마로 사는지 몰라"내 말에 엄마가 웃었다."엄마가 되는 건 곰이 마늘을 먹고 사람이 되는 것처럼조금 비현실적인 부분이 있어"엄마는 내 말에 더 크게 웃었다. - P140
"어미는 잘 먹어야 해. 새끼들을 생각해서라도 먹어야지. 네가 잘 지내야 새끼들도 잘 지낸단다"엄마가 어미 개에게 말했다."엄마는 채워야 해. 채워야 줄 수 있어"엄마가 내게 말했다."모성은 다 비우는 건 줄 알았지." - P1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