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phèl maí amècche zabí almi! - P42

전 세계에 단테의 신곡 번역본이 수천 종 있을 것이다.
저마다 단테 알리기에리의 [신곡]이라고 주장하지만 한 권 한권 다른 책이다. 쓰인 언어가 다르거나, 번역된 시대가 다르거나, 번역한 사람이 다르거나, 기타 등등의 이유로 다 다르다. - P43

바벨탑 설화를 제국에 대한 비판으로 읽기도 한다. - P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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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주임도 애쓰느라 식사 못했을 텐데 같이 가지 그래. 안내도 해줄겸."
팀장의 말에 옥희 씨는 고개를 휘휘 저었다. - P71

옳은 말씀이었다. 신경을 끈다는 건 관계를 맺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관계를 맺지 않으면 내 오감에 걸리는 상대의 모든 것은 무의미한신호에 불과하다. 무의미한 것은 편안한 것의 다른 말이기도 하다. 지금처럼 작은 공간에서 일상을 공유해야 할 때 가장 필요한 태도였다. - P73

빨간새는 하, 하고 혀를 찰 뿐 꿈쩍도 하지 않았다.
"갔다 오면 잣방울 하나 주마." - P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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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은 모두의 것입니다.
우리는 더 이상 공동재산이 침해되는 것을 인내할 수 없다!
나는 여기에 동의합니다: - P227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길게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중국인 여자가 매일같이 문을 두드렸기 때문이다. 집에 없는 척하면 간단히 피할 수 있었지만 늘봄은이웃에게 친절해야 한다는 강박과 묘한 호기심을 이기지못하고 물었다. 이게 무슨 뜻인데요? - P229

‘신학은 신을 의심하는 일이지만, 목회는 신을 대신하는일이야. 귀한 거라고." - P233

연출이 혼잣말치고는 너무 크게 말하는 바람에 상상이깨졌다. 나는 우리가 돈이 없어 못 주는 거지 출연자가 돈을 달라고 하는 게 돈을 밝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굳이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다. - P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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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남자의 집에 초대되었다. 주저하지 않고 받아들였다. 머뭇대지 않고 출발했다. 부르면 찾아가는 게 내 일이었다. 지금 내가 이어둡고 낯선 거리에 서 있는 건 바로 그 때문이고. 이정표가 알려주기로, 이 거리의 이름은 만경로란다. - P9

나는 이미 거기 서 있었다. 남의 집 대문을 막 밀고 들어갈 작정은아니었다. 주인을 부르기 전에 마당을 좀 넘겨다볼까 싶었을 뿐. 대문이 낮아 까치발을 들 필요가 없었다. 회양목 울타리 역시 대문만큼이나 낮았다. 그저 눈만 뜨고 있어도 집 전체가 중심 시야로 쏙 안겨 왔다. - P11

내 동생 공달이 아버지를 그리워하다 바보가 됐다. 말도 하지 않고, 움직이지도 않고, 종일 창밖만 본다. 아버지와 헤어질 때 ‘아빠, 안녕‘이라는 말을하지 못해서 그렇다고 한다. 작별 인사를 할 수 있도록 아버지를 다시 만나게 해주고 싶다. 당신이 이 분야의 최고 전문가라고 들었다. 일을 맡아줄 수있겠는가. - P16

형, 나 곧 돌아올게.
찾지 말고 기다려줘. - P37

연락할 누군가가 있다면 그게 더 놀랄 일이었다. - P41

팍팍한 시절이었으나, 불운을 견디는 우리 형제의 능력만큼은 비약적으로 성장한 시기였다. 우리는 질식사하지 않도록 숨 쉴 구멍을몇 개 뚫어놓았다. 이를테면 아버지가 잠든 후에 나란히 앉아 영화를본다든가, 메이저리그 중계를 보면서 치킨을 시켜 먹는다든가. - P43

전화가 끊겼다. 나는 벽시계를 봤다. 9시 1분. 내 시선은 거실 바닥을 정처 없이 흘러 다녔다. 온갖 쓰레기 위로 지난 석 달간 나의 반려곤충이었던 바퀴벌레들이 나돌아 다니고 있었다. 평화롭던 머릿속이심란하게 헝클어졌다. - P47

훈수꾼은 고민하는 내게 이런 말을 들려주었다. 살다 보면 불판을 갈아야 할때가 있는 법이야. - P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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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술과의 첫 경험이었던 그 첫 모금을 아빠를사랑하는 방식과 비슷한 방식으로 사랑했던 것 같아요. 그것은 강력하고 신비롭게, 많은 가능성을 암시하면서 나를 끌어당겼죠. - P201

우리 가족은 북부에서 살았지만, 제가 알코올 중독에 관해서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이미지는 남부의 이미지입니다. 칡덩굴, 알코올 중독은 칡덩굴 같습니다. 그것은 서서히 끈질기게 삶에퍼지는데, 워낙 천천히 자라기 때문에 우리는 그 존재를 거의 모르고 있다가 그것이 자신의 목을 조르고 모든 성장의 가능성을 압살하기 시작할 때에야 비로소 알게 되죠. - P205

진실은 무릇 무척 단순하지만 알아차리기 어려운 것이죠. 저는아빠를 사랑했어요. 하지만 아빠처럼 되고 싶진 않았어요. 저는 술을 사랑했지만, 아빠처럼 죽고 싶진 않았어요.
두 달 뒤, 저는 술을 끊었습니다. - P212

중독은 대처 기제이고, 강렬한 감정들에 대한 해독제다. 그러니 우리가 중독을 내려놓은 뒤에는 그동안 중독으로 마비시키고변화시키려고 애썼던 감정들이 모조리 표면으로 부상하기 마련이다. 가끔은 급류처럼 덮쳐서 버거울 지경으로 이것은 자명하고 불가피한 이치다. - P219

중독은 즐거움과 기쁨과 놀라움을 마비시킨다. 우리가 진정한 친밀감, 진짜 웃음, 진실된 통찰에 다가가지 못하도록 붙잡는다. 마취제를 버릴 때, 우리는 자신의 인간성에서 가장 의미 있는 측면들을되찾을 기회를 스스로에게 주는 셈이다. 삶을 살 기회를 스스로에게 주는 셈이다. 그걸 상상해보라. - P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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