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희 씨의 좋은 말이 듣는 이에게도 과연 좋은 말일까. 내 생각에 옥희 씨는 대화를 싸움으로 이끄는 야차 같은 혓바닥을 가지고 있었다. - P87
"고생들 했네. 그만 가서 쉬지. 경주 씨는 아침에 교대도 해야 하고." - P87
"달아, 친구는 안 된다. 대신 친형처럼 의지하고 잘 지내봐."랑이 언니가 손날로 우리를 가리켰다."여긴 끼쟁이 제이 형, 여긴 부끄럼쟁이 경주 형."공달의 답은 들을 수 없었다. 오도독, 잣는 소리만 들었다. - P97
첫인상으로 사람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 옥희 씨는 이 교훈에 부합하는 모범 사례였다. 말이 많은 인간인가 했는데 알고 보니 과묵한상사였다. 근무 첫날인데도 인수인계를 3초 만에 마치고 퇴근해버렸다. 내겐 딱 한마디를 남겼다. - P98
문고리를 붙잡는 손에 불이 붙은 것 같다.사내는 펄럭이는 마음을 가지게 된다 - P39
울지 않는 사람이 우는 사람을 해치고 우는 사람이 울지 - P39
밤은 너무 자주 읽은 편지야 - P42
몽상을 마시지 시선은 풍경 속으로 던져둔 채바게트 빵을 먹다가 입술을 다치는 머저리들 - P45
이 밤, 내리는 비가 상세해진다 악보에 새겨진 음표처럼그런데 이 집 피아노에는 악보가 없지 문제집이 놓여 있지 - P46
길이 끝나고 마침내 호수가 나타났다. - P82
마을에서 제일 큰 회관 비슷한 건물이, 문화혁명 때 도시에서 편안히 살던 집 자녀들을 농촌이나 공장으로 보내 고된 육체노동을 시킬 적의 합숙소였다니. 뜻하지 않게 문화혁명의흔적을 본 셈이었다. - P83
부엌과 방 사이에 벽이 없어 부뚜막과 방구들이 수평으로연결된 게 전형적인 함경도식 구조였다. - P84
나는 그의 아내가 끓인 된장찌개로 밥 한 사발을 비우면서,여기 이 사람보다 더 위대한 민족주의자가 있으면 나와보라지, 하고 외쳐보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 P85
삶의 결정적인 무언가는 이렇듯 말이 되지 못해 보이지 않는 부위에 남겨진 것들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 P148
작별은 언제나 짧고 차마 실어가지 못한 사랑이 남아 있어서 - P123
나의 범람,나의 복잡함을 끌어안고서 - P121
보사노바풍으로기쁜 보사노바풍으로 - P32
내가 가장 귀여웠을 때 나는 땅콩이 없는 자유시간을 먹고 싶었다* - P34
어떤 감정은 크리스마스가 지나고도 치우지 않은 장식 같지? - P34
이곳은 책으로 지은 정원이야물 끓는 소리만 들려줘도 퉁퉁 불어 - P36
우리는 서로의 성장을 기대하며 서로의 귀에 씨앗을 심어주었지 어른이 되면 갚아, 다정하게 속삭였지 그렇게 무럭무럭 우정을 길러냈잖아 푸른 식물을 태울 때 공기는 얼마나 오염될까 - P37
그리하여 우리는 포옹도 악수도 없이 헤어졌는데그것은 혼자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 P38
여름밤 괴담에서는 목탄 냄새가 난다 - P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