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지그시 감고 바람이 숲을 만나 살찌는 소리를 들을테다.
물의 맛을 입안에 오래 데리고 있을 테다. - P105

그때부터 거기가 문이다.
그때부터 거기가 새로운 문이다. - P107

땅끝이 땅의 시작이다 - P108

풍경과 네 몸 사이에 이제 아무것도 없느냐, 없어서 네가길이 되었느냐.
너는 네가 되었느냐, 네 몸이 너를 알아보더냐. - P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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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나는 기적 소리를 들었다 - P198

기차 바퀴 소리가 고막을 찢었다. - P198

나는 그녀와 헤어지기 전에 불분명하게 건넸던 말을 다시소리 내어 발음해보았다. 다시 만났다는 놀라움 때문에 나는 그녀의 결혼 상대라는 청년과 변변한 인사조차 나누지 못했다. - P185

"전화예요, 아까 전화 안 해주셨어요?"
나는 형수가 신경질적으로 내민 전화기를 받아 들었다.
"지금이 몇 신줄 아세요? 세 시도 넘었어요." - P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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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개발서 같은 결론이지만) 예언은 그 자체로 예언을 이루어내는 힘이 있다. 그래서 현재를 사는 일은 종종오래된 미래가 도착하기를 기다리는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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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는 이제 생명에 관한 비유를 만들어 낼 능력이 없다. 내적 깨달음을 얻기는커녕, 더는 우리 주변이나 우리 안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해석할 능력이 없다. 이로써 우리는 하느님의 형상이기를 그만두었다.
우리는 그릇되게 살고 있다. 우리는 죽었다. 그저 오래전에 썩어버린 인식을 갉아먹고 있을 따름이다.* - P30

소설가가 된 이래 처음으로 소설 아닌 글을 책으로묶는다. 소설만 쓰던 사람이 소설 아닌 것을 세상에 내보이려니 걱정이 앞서는 건 어쩔 수 없다. 나를 드러내는 일은 언제나 두려우니까. 그렇지만 용기를 내어 또 이렇게책을 묶는 까닭은 손을 내밀면 맞잡아주는 다정한 마음들도 세상엔 존재한다는 사실을 이제는 알기 때문이다. - P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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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방 안에서 비로소 확실하게 깨달았다. 달리기, 내사랑은 내 음악과 글처럼 불확실의 영역으로 영영 가버렸다. 빗속을 잠깐 뛰면서 앞으로도 계속 달리려면 참 갈 길이 멀겠다고 생각하는데 웃음이 갑자기 튀어나왔다. 분명히 절망적이었는데, 이상하게 신이 났다. - P85

병원에도 가보았지만 정밀 검사가 아닌 다음에야 통증주사나 소염진통제를 처방해줄 뿐이었다. 속 터지는 마음으로 먹으라는 약을 일단은 고분고분 삼켰다. - P81

바이러스와 사투하고 있던 이탈리아의 노신부가 자신의 산소호흡기를 젊은 환자에게 양보하고 숨졌다는 기사를 읽었을 때도 나는 그 신부님의 자는 얼굴을 떠올렸다. - P73

답답하면서도 어쩐지 천만다행이라는생각이 드는 나의 굴레 - P63

‘나‘는 아마도 내 질문에 이렇게 대답할 것만 같다. 이기고 지고의 문제가 아니야. 그저 막상막하로써 있을 뿐이야. - P62

마치 이 문제로 제가 괴로워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듯이 지원씨의 편지에 이런 문장들이 있었습니다.
제가 얼마나 놀랐고, 또 얼마나 감사했는지 지원씨는 아마짐작도 못 할 것입니다. 스스로 대답해놓고도 잊어버린 정답을 지원씨 덕분에 다시 알았습니다. - P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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