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슬픔의 거울 오르부아르 3부작 3
피에르 르메트르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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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한 마을의 초등교사 루이즈는 십대 무렵부터 마을 주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습니다. 전쟁 소문이 흉흉하게 날 무렵 그녀는 주점의 단골 손님이던 한 늙은 의사로부터 그녀의 알몸을 보고 싶다는 요구를 받습니다. 의사는 보답으로 거액의 돈을 제시합니다. 그녀는 망설이지만 결국 의사의 청을 수락하고, 약속장소에서 그의 앞에서 옷을 벗습니다. 그리고 그녀의 알몸을 보며 의사는 자신의 머리에 총을 쏩니다.

이렇듯 충격적인 장면으로 시작하는 소설은 루이즈가 의사와 돌아가신 어머니 사이의 관계를 알게 되고 자신에게 오빠가 있음을 알게 되는 사건과 더불어 제2차세계대전의 시작과 프랑스 군의 패퇴가 동일 시간으로 진행됩니다. 전쟁으로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루이즈는 오빠가 탈영병으로 감옥에 수용되어 있으며 프랑스 군이 패퇴함으로 인해 다른 장소로 이동되는 것을 알고 죄수들을 추적하게 되지만, 그 길은 피난민들로 인해 혼잡스럽고, 나중에는 독일 전투기들의 공습으로 인해 위험해지기까지 합니다. 그리고 그녀의 오빠 라울은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알지 모른 채 의사 부인의 학대로 비뚤어진 청년이 되어서 군대로 가지만 독일군의 급작스런 공격으로 인해 도망치다가 탈영병의 신세가 되어 옥에 갇힌 후 후방으로 이동하던 도중 루이즈가 어렵게 보낸 편지를 받습니다.

이렇듯 이 소설은 한 가정의 가족사와 함께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 정부의 무능력과 거짓, 무질서한 패퇴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저는 이 소설을 보면서 에밀 졸라의 '패주'가 생각나더라구요. '패주'또한 보불전쟁 당시 프랑스 정부의 무능력함이 적나라하게 나타났다면 '우리 슬픔의 거울'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무능력한 프랑스 정부를 그려내었습니다. 에밀 졸라처럼 피에르 르메트르도 프랑스 민중의 삶과 고통을 다루어서, 시대는 다르지만 인간이라는 것은 다르지 않음을 보여주네요.

전쟁이라는 것은 많은 이들에게 큰 상흔을 남기지요. 그렇기에 이렇게 전쟁을 배경으로 계속 소설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오랜 평화의 시간이 지나고 우리 시대에 국제적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전쟁의 아픔과 고통을 다시 되새겨 볼 수 있는 소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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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춘(立春), 6월에 봄이 오다 - 박창신 신부 필름으로 보는
김성훈 지음, 군산시민 기획, 박창신 사진 / 녹두서점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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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의미있는 책을 읽게되서 기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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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상자 - 가족, 혈통, 상속에 대한 도발
루카스 베르푸스 지음, 박종대 옮김 / 마라카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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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루카스 베르푸스는 아직 우리나라에는 생소한 작가입니다. 하지만 이 에세이로 보건데 상당히 힘이 있는 작가네요.

이 에세이는 저자가 아버지의 사후 25년이 지나 아버지가 남긴 상자를 보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저자는 대단히 불우한 환경에서 힘겹게 노력하여 자신의 계층을 벗어났지요. 하지만 그의 아버지는 파산자였고 빚만 남겼으며 저자는 상속을 포기했습니다. 따라서 그는 25년간 아버지의 상자를 거들떠 보지도 않았지요.

25년만에 열어본 아버지의 상자에 들어있는 것은 채권자들의 편지입니다. 그는 이것으로부터 아버지의 삶을 더듬어보며 출신, 계보, 가족, 상속, 사유재산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특히 사유재산의 상속에서 있어 우리는 쓰레기는 상속받지 않습니다만, 저자에 따르면 쓰레기는 엄연히 존재하고 이것은 우리 후손들에게 물려집니다. 즉 저자의 상속에 대한 고찰은 사회, 국가, 세계의 이야기로 확장합니다.

이 에세이는 아버지의 상자로부터 시작된 사고가 점차 넓어지는 흐름이 정말 좋았습니다. 이 작가의 다른 작품도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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