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청이의 포트폴리오
커트 보니것 지음, 이영욱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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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살 때는 몰랐지만 이 작품집은 커트 보니것의 미발표 작품집이라고 한다. 그래서 어쩌면 그의 미완성작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읽을 때는 전혀 그런 점을 몰랐다. 이 작품집에 수록되어 있는 작품들 각각은 그 나름대로 완결되어 있고, 그야말로 커트 보니것의 스타일을 기가 막히게 보여준다.

커트 보니것의 소설들은 위트와 아이러니에 가득찬 시니컬한 이야기가 많다. 첫 작품 '소심한과 멀리 떨어진 사이에서'부터 사람을 웃기더니 삶의 부조리함과 아이러니가 가득 담긴 단편들이 대단히 재미있다.

이 소설집의 작품들은 커트 보니것의 초기작들로 어떤 작품들은 후기작의 스케치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의 후기 작품들을 모르더라도 이 소설집만으로도 커트 보니것의 작품 스타일과 특징을 잘 느낄 수 있다. 고로 이 단편집은 커트 보니것의 팬들에게 뿐만 아니라 그를 알고 싶어하는 독자들에게도 권하고 싶은 사랑스러운 소설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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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즈쇼 복복서가 x 김영하 소설
김영하 지음 / 복복서가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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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의 주인공 이민수는 순하고 약지 않으며 순수한 남자이지만, 그렇기에 치열하게 살지 않는 남자이다. 그는 부모없이 외할머니와 함께 살았는데 외할머니 또한 민수처럼 경제관념이 명확하지 않아 민수는 외할머니 사후 무일푼의 신세가 된다. 그리고 그가 세상에서 겪는 부조리와 불합리함이 이 소설의 소재가 된다.

이 소설을 읽었을 때, 나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떠올랐다. 무라카미 하루끼 또한 방황하는 20대 젊은이를 그렸던 적이 있고, 또 현실과 비현실을 오가는 스토리 전개도 무라카미 하루끼를 떠올리게 했다. 또한 비현실적 세계를 겪고 성장하는 것 또한 비슷하다.

김영하는 20년도 전에 빈털털이인 20대의 힘든 삶을 그렸지만, 그리고 그가 그 삶을 벗어나기 위해 운의 세계를 택하는 모습을 그렸지만, 2025년 현재의 젊은이들 또한 마찬가지의 모습을 보인다. 그들은 부동산 광풍 때 무리하게 갭투자를 했고, 코인에 배팅하며, 주식투자에서 레버러지를 일으킨다. 이것은 부의 양극화가 심해지고, 계층이동의 사다리가 거의 부러진 상황에서 어떻게든 살아보려는 20대의 몸부림일 게다.

2차 세계대전 이후 풍요로웠던 세계는 점차 혼란스러워지고 있다. 이런 세계에서 20대들의 삶은 더욱더 고달파질 것이다. 우리는 이들의 고통을 어떻게 어루만져줄 수 있을까? 김영하의 '퀴즈쇼'의 질문은 아직도 유효한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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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르케
매들린 밀러 지음, 이은선 옮김 / 이봄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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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리스와 로마의 고전적 분위기를 좋아한다. 아마 내가 제일 사랑하는 책인 '하드리아누스의 회상록'도 그러한 연장선에서 나의 최애가 되었을 게다.

이 소설 '키르케' 또한 그리스 신화를 바탕으로 한다. 사실 키르케 여신은 그다지 언급되지 않는, 거의 마녀에 가까운 여신이지만 오디세우스 설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하지만 그 설화 속 키르케 여신은 오디세우스라는 남성이 고난을 겪게 되는, 즉 오디세우스라는 남성을 빛나게 하는 존재로 나온다.

저자 매들린 밀러는 이 키르케에 주목하여, 그녀를 새로운 여성으로 탄생시킨다. 위대한 아버지에게서 태어난, 보잘것없고 아름답지 않고 무시받는 작은 소녀가 자신의 운명에 당당히 맞서 주도적으로 세상과 관계맺는 강력한 여신으로 진화하는 스토리로.

키르케는 어릴 적에는 강력한 아버지에게서 인정을 받고자 노력한다. 하지만 그녀가 마침내 능력을 갖게 되었을 때, 그녀는 아버지로부터 버림받고 유폐된다. 하지만 그녀는 좌절하지 않고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길러내고, 신들의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길을 당당히 걸어간다.

이 소설에서 키르케는 남성과는 세상과 관계맺는 방식이 다르다. 그녀는 다른 여신들처럼 남성의 세계에 휩쓸리지 않고 남성과 동등한 위치에서 동반자적 관계를 맺는다. 그리고 이런 그녀의 삶은 나에게 대단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서구권에서는 종종 그리스 신화를 바탕으로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소설들이 20세기들어 계속 등장한다. 그 소설들은 각각이 매력을 가지는데, 이번 '키르케'또한 대단히 창조적인 재해석으로 한 여신을 다시 태어나게 했다. 그리스 신화 속 여러 설화들이 얽혀 새로운 인물이 창조되는 모습을 보는 즐거움을 이번에도 즐겁게 만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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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5-06-07 2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화 자체가 풍부하니 그것을 재해석하는것도 다양하게 나온다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는 어쩌면 유교문화권을 거쳐오면서 잃어버린 신화가 많았던게 아닌가 아쉽기도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