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티 픽션 : 뉴욕 시티 픽션
허먼 멜빌.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한기욱 옮김 / 창비 / 202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창비출판사에서 펴낸 시티 픽션 시리즈 중 뉴욕에 대한 단편소설 2편, 즉 허먼 멜빌의 '필경사 바틀비'와 스콧 피츠제럴드의 '겨울 꿈'을 수록한 것이다.

창비출판사에서는 런던, 뉴욕, 도쿄, 파리, 더블린의 다섯 도시를 선정해 각 도시들의 정서를 잘 반영하고 있는 고전단편들을 골라 시티픽션 시리즈를 만들었는데, 이렇게 한 도시를 두고 여러 작가들의 단편들을 엮는 기획도 꽤 신선했다. 특히 내가 읽은 뉴욕편의 경우 허먼 멜빌의 문제작 '필경사 바틀비'와 더불어 그야말로 뉴욕과 너무나 잘 어울리는 작가 스콧 피츠제럴드의 '겨울 꿈'이 수록되어 19세기말~20세기 초의 미국 사회가 잘 그려져 있다.

사실 '필경사 바틀비'는 워낙에 유명한 문제작이어서 익히 알고 있었지만, 스콧 피츠제럴드의 단편도 마치 '위대한 개츠비'를 연상시키는 주제의식을 가지고 있어 흥미롭게 읽었고, 이 두 작품 모두 자본주의에 대한 미묘한 비판의식을 담고 있어서 이렇게 한 권의 책으로 만나는 것이 어색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뉴욕편만 읽었지만, 기회가 된다면 다른 도시 편도 만나고 싶은 시티픽션. 요새는 출판사에서 이런 참신한 기획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어서 독서가 더욱 흥미롭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시 만들어진 신 - 카우프만, 신성의 재발명을 제안하다 사이언스 클래식 22
스튜어트 앨런 카우프만 지음, 김명남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1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저자인 스튜어트 카우프만은 복잡계를 연구하는 과학자로, 그는 복잡계에 기반한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우리에게 과학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지닐 것을 말한다.

저자는 갈릴레이 이후의 과학연구는 전체를 부분으로 나누어 연구하는 환원주의에 기반해 있었다 이야기하며, 이제는 환원주의로는 모든 현상을 설명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는 생물학에서 더욱 두드러지는데 물리학자는 우리 생물권의 구체적이고 섬세한 진화 내용을 연역할 수 없다는 것이다. 즉 우주에는 창발성이 있고 생명의 탄생 또한 그런 창발성에 의해 시작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창발성이 우리 주변 어디에나 있음을 이야기하며 이것이 신성을 재창조하는 과정의 일부라고 말한다. 즉 우리 우주, 생물권, 문화, 역사 속에서 우리는 부단한 창조성을 발휘하며, 그리하며 우리는 그 속에서 신성을 재발명할 수 있다. 즉 저자는 복잡계의 공진화적 조립 속에서 행위주체성이 나타날 수 있고, 그것을 바탕으로 의미와 가치, 목적이 존재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의 주장이 인간 사회에 의미깊은 점은 종교원리주의의 극복 방안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자연의 창조성을 신성으로 간주하고, 신성함의 의미는 부단히 변화하며 영원히 창조적임을 이야기한다. 즉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신성을 재발명하는 것은 부단한 창조성을 내뿜는 이 창발적 우주에서 우리가 무엇을 신성하다고 여길 것인가를 선택하는 일이며, 법과 마찬가지로 도덕적 추론을 부단히 변화하며 영원히 창조적임을 강조한다.

사실 우리는 우주의 시초인 빅뱅의 순간에서부터 생명의 탄생까지 이르르는 과정이 아직 과학적으로 완전하게 해결되지 않고 있다. 다만 저자의 주장에 따라 이전의 환원주의에서 벗어나 창발성을 기반으로 연구하는 것으로 과학의 세계관을 변화시킨다면 기존의 물리이론을 변경하지 않고도 생명의 탄생을 설명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또한 과학에서 창발성을 인정한다면, 그 이론을 기반으로 종교까지도 설명할 수 있다고 저자는 주장하고 있다.

나는 처음 이 책의 제목을 보았을 때는 리처드 도킨스를 중심으로 하는 무신론에 대항하는 과학서인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은 아예 과학의 세계관을 바꾸는, 즉 신의 의미를 다시 정의하는 과학서이며, 새로운 과학적 세계관에 대해 말하는 책으로 복잡계 이론이 더 확장된다면 이 세계를 해석하는데 더욱 풍부한 이론적 기반이 될 수 있음을 알려주는 책이다. 과연, 또 다른 패러다임 전환의 순간이 도래할 수 있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멍청이의 포트폴리오
커트 보니것 지음, 이영욱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을 살 때는 몰랐지만 이 작품집은 커트 보니것의 미발표 작품집이라고 한다. 그래서 어쩌면 그의 미완성작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읽을 때는 전혀 그런 점을 몰랐다. 이 작품집에 수록되어 있는 작품들 각각은 그 나름대로 완결되어 있고, 그야말로 커트 보니것의 스타일을 기가 막히게 보여준다.

커트 보니것의 소설들은 위트와 아이러니에 가득찬 시니컬한 이야기가 많다. 첫 작품 '소심한과 멀리 떨어진 사이에서'부터 사람을 웃기더니 삶의 부조리함과 아이러니가 가득 담긴 단편들이 대단히 재미있다.

이 소설집의 작품들은 커트 보니것의 초기작들로 어떤 작품들은 후기작의 스케치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의 후기 작품들을 모르더라도 이 소설집만으로도 커트 보니것의 작품 스타일과 특징을 잘 느낄 수 있다. 고로 이 단편집은 커트 보니것의 팬들에게 뿐만 아니라 그를 알고 싶어하는 독자들에게도 권하고 싶은 사랑스러운 소설집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퀴즈쇼 복복서가 x 김영하 소설
김영하 지음 / 복복서가 / 202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소설의 주인공 이민수는 순하고 약지 않으며 순수한 남자이지만, 그렇기에 치열하게 살지 않는 남자이다. 그는 부모없이 외할머니와 함께 살았는데 외할머니 또한 민수처럼 경제관념이 명확하지 않아 민수는 외할머니 사후 무일푼의 신세가 된다. 그리고 그가 세상에서 겪는 부조리와 불합리함이 이 소설의 소재가 된다.

이 소설을 읽었을 때, 나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떠올랐다. 무라카미 하루끼 또한 방황하는 20대 젊은이를 그렸던 적이 있고, 또 현실과 비현실을 오가는 스토리 전개도 무라카미 하루끼를 떠올리게 했다. 또한 비현실적 세계를 겪고 성장하는 것 또한 비슷하다.

김영하는 20년도 전에 빈털털이인 20대의 힘든 삶을 그렸지만, 그리고 그가 그 삶을 벗어나기 위해 운의 세계를 택하는 모습을 그렸지만, 2025년 현재의 젊은이들 또한 마찬가지의 모습을 보인다. 그들은 부동산 광풍 때 무리하게 갭투자를 했고, 코인에 배팅하며, 주식투자에서 레버러지를 일으킨다. 이것은 부의 양극화가 심해지고, 계층이동의 사다리가 거의 부러진 상황에서 어떻게든 살아보려는 20대의 몸부림일 게다.

2차 세계대전 이후 풍요로웠던 세계는 점차 혼란스러워지고 있다. 이런 세계에서 20대들의 삶은 더욱더 고달파질 것이다. 우리는 이들의 고통을 어떻게 어루만져줄 수 있을까? 김영하의 '퀴즈쇼'의 질문은 아직도 유효한 현재진행형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