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명인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18
가와바타 야스나리 지음, 유숙자 옮김 / 민음사 / 2023년 7월
평점 :
아마도 가와바타 야스나리는 일본의 미학을 극치로 끌어올린 소설가일 것이다. 노벨문학상을 타게 된 '설국'도 그러하거니와 이 책 '명인'또한 그렇다.
'명인'은 일본 바둑계의 전설 혼인보 슈타이 명인의 마지막 승부를 소재로 한다. 이 명인의 마지막 승부를 위해 후배 기사들은 예선전을 거쳤고, 최종 선발된 서른 살의 패기만만한 젊은 기사가 예순 다섯살의 '불패의 명인'과 최종 승부를 벌이게 된다.
승부는 거의 반년에 가깝게 이어진다. 명인의 건강 상태를 고려하여 하루에 두세시간씩 며칠 간격으로 대국을 하고, 또 중간에는 명인의 입원으로 인해 한동안 멈추기도 한다. 그리고 그 육개월을 두 기사는 팽팽한 긴장감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 대국에 임한다.
작가는 그 승부의 과정을 '예도'로서의 바둑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보여준다. 이들의 시합은 단순히 게임이나 시합이 아니라 '도'의 경지인 것이다. 그야말로 일본의 미학이 추구하는 바를 바둑 경기를 통해 유감없이 보여주는 것이다.
다만 현재의 일본 바둑의 모습, 즉 중국이나 한국의 바둑에 연전연패하는 일본 바둑과, 또한 장인 기술이 이제는 먹히지 않는 현재의 기술 문명 사회에서 침체하는 일본 경제의 모습을 바라보며, 일본의 고유의 미학이 왜 현재의 일본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것인가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일본의 미학은 과연 그 생명을 다한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