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신의 언어
마리야 김부타스 지음, 고혜경 옮김 / 한겨레출판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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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경 시대 이전, 저자의 주장에 의하면 유럽 지역에서는 널리 여신을 믿었다. 저자는 기원전 7000년부터 기원전 3500년 사이의 유물을 통해 '올드 유럽'의 여신 전통 문명을 이야기하고, 그 후의 종교에서도 여신 전통이 명맥을 이어왔음을 종교 안의 흔적들을 통해 주장하고 있다.

이 책은 일단 그 압도적인 유물 도상이 놀랍다. 저자는 무려 2000여장의 유물 도상을 이 책에 수록하여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데, 각각의 상징을 각각의 의미에 따라 세밀하게 분류하여 소개한다. 유물 도상의 상태도 뛰어나 이 도상들을 일일히 기록한 사람에 대하여서도 경외감이 들 정도이다.

결국 저자는 이렇게 꼼꼼하게 상징들을 해석함으로서 1만년전의 인류 사회를 복원해낸다. 이렇듯 엄청난 작업을 해낸 연구자가 경외스럽고 가부장제가 인류 사회의 디폴트값이 아니었음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된, 정말 출판이 고마운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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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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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보는 최은영 소설가는 작고 여려 보인다. 체구도 그다지 크지 않고 얼굴은 마냥 순하다. 하지만 그녀의 글은 예리하고 서늘하다.

최은영 소설가는 사회의 상황을 정확히 직시하고 특히 한국 사회가 여성을 바라보는 가부장적인 호근 폭력적인 시선을 대단히 예리하게 잡아낸다. 나 또한 익히 겪었던, 한국 여자들에게 무심결에 주어지는 사회의 요구, 즉 자신의 욕구를 주장하지 말고 주어진 의무를 다하라는 요구를 정확히 잡아내고, 여성들이 원하지 않는 상처를 받으면서도 오히려 자신을 채근하는 모습을 드러내어 독자들이 직시하도록 한다.

하지만 그녀는 보여줌에서 멈추지 않는다. 소설가는 억압받는 커뮤니티의 다른 구성원들과의 연대행위, 결국은 공감과 유대와 사랑만이 문제에 저항할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그런 모습을 소설가는 자신의 소설에 담뿍 담아낸다. 그래서 나는 최은영 소설가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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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킨 - 피부색에 감춰진 비밀
니나 자블론스키 지음, 진선미 옮김 / 양문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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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침팬지, 고릴라, 보노보와 진화상으로 바로 이웃인, 영장류로 분류되는 동물이다. 하지만 인간이 타 영장류와 다른 차이점 중 큰 것이 바로 피부가 털에 덮이지 않은 부위가 신체의 대부분이라는 사실일 것이다. 그리고 저자는 이러한 인간의 피부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는 인간이 땀샘의 발달로 인해 피부에서 털이 사라졌다고 말한다. 다른 영장류와 다른 생활환경으로 인해 인간은 땀을 흘리는 것이 중요해졌고, 그로 인해 피부에 털이 사라졌음을 말한다. 하지만 털이 사라짐으로 인해서 인간에게는 새로운 문제점이 생겼는데 그것은 DNA에 직접적인 피해를 주는 자외선을 차단하기 위한 새로운 방법이 필요해졌다는 것이고, 피부 세포 속 멜라닌이 그 해결책이 되었다. 다만 인류가 서식범위를 넓혀감에 따라 위도가 높은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멜라닌 색소가 줄어들며 피부색이 밝아지게 되었다. 즉 인간의 피부색은 과거에 그 사람의 조상들이 살았던 환경에 대해 말해주지만 피부색 자체는 인종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표시로서는 아무런 쓸모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에게는 문화라는 것이 있고 그로 인해 피부는 자신의 감정이나 의사를 표시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의사소통의 기능이 피부에 부가되게 된 것인데 사실 이것이 백인들이 흑인들을 열등한 존재로 생각하게 되는 중요한 이유가 된다. 피부색이 밝은 백인들이 보기에 피부색이 검은 흑인들의 감정을 잘 파악할 수 없었고 이로 인해 백인들은 흑인들이 감정도 없고 수치심도 없는 존재라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과학이 발전함에 따라 피부색에 따른 인종주의에는 어떠한 이론적 근거가 없음이 증명되었지만 인류에게 있어 피부는 중요한 문화적인 역할을 담당함은 사실이다. 피부나 옷을 통해 인류는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거나 사회적인 의사표시를 한다. 더 나아가 피부를 변형하거나 보완함으로써 자신의 외적 아름다움을 더욱 도드라지게 한다. 그리고 인류가 가진 예민한 촉각은 미래 기술로 인해 새로운 의사소통 방식으로 진화하려 한다.

저자는 이렇듯 이 책 전체에서 피부의 과거로부터 현재, 그리고 미래를 조망하고 있다. 피부가 인류의 문화에 있어 끼친 중요한 영향과 역할을 생각한다면 이 책은 꼭 읽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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겐지 이야기 - 전10권
무라사키 시키부 지음, 김난주 옮김, 김유천 감수 / 한길사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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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겐지 이야기'는 내가 알기로 세계 최초의 장편소설로 알고 있다. 무려 11세기 헤이안 시대에 쓰여진, 그야말로 일본이 자랑하는 불후의 명작이다.

읽어본 바, 솔직히 후대의 우리의 소설 '구운몽'에 비하면 그 길이나 예술성은 확실히 뛰어나다. 하지만 나의 감상을 짧게 말한다면 일본판 구운몽이다. 겐지를 중심으로 여러 여인이 등장하고 또 그들이 한 집에서 오손도손 사는 모습이 딱 그렇다.

그렇지만 일단 한국의 '구운몽'과는 정서가 완전히 다르다. 그야말로 현대의 일본의 문화 및 정서의 원류가 어디인지 정말 실감나게 느꼈다. 이지메의 뿌리깊은 전통이라던가 겐지의 이중적인 윤리관 등 확실히 한국인과는 다른 정서가 물씬 풍긴다. 뭔가 인물들의 심리가 묘하게 비틀어져 보인달까? 특히 겐지의 유모가 자신의 죽음 직전에 찾아온 겐지를 보고 눈물을 흘리는데 유모의 자손들이 그 모습을 보며 흉물스럽다고 말하는 장면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심리였다.

어찌됐든 헤이안 시대의 귀족사회의 모습은 정말 생생하게 나온다. 그 시대의 문화와 가족관, 사회의 모습이 잘 나타나 있고 일본의 미의식도 대단히 유려하게 나타나 있다.

그러나 나의 솔직한 감상을 말한다면, 일본 문화를 전문적으로 알고 싶거나 일본 문학을 전공하는 분들이 아니라면 그다지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전공자 아니면 굳이 찾아 읽어야 할 가치는 솔직히 모르겠다. 특히 나는 일본 정서 특유의 이중성이 너무나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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