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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하지 않습니다 - 격하게 솔직한 사노 요코의 근심 소멸 에세이
사노 요코 지음, 서혜영 옮김 / 을유문화사 / 2016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글에도 멋이있다.아무리 잘 차려입은 사람이라도 그 사람과 옷이 맞지 않으면 차라리...
청바지에 흐름한 티하나만
걸치고도 멋있는 사람과 견주어 비교할 수 없듯이 사노 요코의 글은 이미 잘차려진 밥상에
숫가락만 들면 맛있는 음식을 먹는 기분이 든다.

한국에 김정운이 있다면
일본에는 사노요코가 있다라고 나름 정의하고 싶다.그녀의 글은 아무렇게나 쓴
글이라도 깊은 생각을 하게 되고 나름 무거운 글도 유쾌하게 받아 들여지는 마법이다.심히 하지 않습니다는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을 제치와 유머러스하게 만들어가는 에세이집이다.
그냥 흘러가는 생각들을 끄집어내어 툭툭 던져주는 노장의 삶의 경험은 요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대단한 삶의 활력소가 되고 격려가 된다.나는 이렇게 하니 행복하더라,이렇게 하니 아이 키우기가 편하더라의 솔직한 글들이
감동과 여운을 주고 있다.전쟁터와 같은 삶의 현장을 봄의 화사한 정원처럼 만들어가는 그녀를 나는 좋아한다.

MSG(화학조미료)에
길들여진 우리지만 때로는 시골밥상처럼 엄마의 구수한 된장국이 먹고싶고 시원한 동치미 국물에 국수를 말아먹고 싶기도 하다.마치 시골집의 나의
누님이 아무렇게나 던지는 시크한 말속에 삶의 진리가 담겨있는 그런 돌아오는 차안에서 내내 머리속에 맴도는 에세이다.굳이 어떤 것을 꼬집어 읽지
않아도 구구절절이 베어 나오는 시원한 터치는 아마 그림을 전공했던 탓도 있지 않은가 생각도 해본다.
나이들수록 지나간 팝송과 토롯토가 좋아지는
것의 이유는 바로 새월의 흔적이 많아진 탓이리라.거침없는 솔직함으로 심각한 것도 가볍게
만드는 시크한 그녀가 그 아픈 상처를 어루만져주는 나의 이야기에 토달지않고 끝까지 들어주는
그런 믿음직한 후원자처럼 이 책에서 다가온다.
특이함과 까칠함도 미학적으로 승화해내는
솔직함과 자유분방함이 아름다운 무지게색으로 펼쳐지고있다.이별이라고 하는, 인생의 도정에서의 죽음은,
우리의 혼과 육체로 견뎌 내야 한다. 아마도 몇 번이고 몇 번이고.그때 마음을 위로해 줄 따뜻한 말 한마디
같은 게 있을까.
헤어지자는 인간으로부터 듣고 싶은 말이란 게
도대체 있을 수나 있을까.마음 독하게 먹고 “싫어졌어, 얼굴도 보고
싶지 않아” 하고 말을 뱉은 다음, 상대로부터 경멸과 증오를 몸으로 받아 낼 각오가 없다면, 사람과 헤어지는 일은 안 하는 게 좋다.
나이 먹으면 먹을 것에
비정상적으로 집착하게 된다고 하니, 하루가 걸리더라도 감자죽을 만들어 후우 후우 먹겠다.돈이 없을 게 분명하니, 미식은 몸에 좋지 않다고 나
자신을 설득하면서.입이 험한 것은 나의 숙달된 무기니까 험한 입으로 “저 할망구 예쁜 데가 없어” 하고 젊은 녀석들이 나를 싫어하게 만들
거다.이런 것을 일러 깊은 배려심이라고 하는 거다.

내가 죽으면,아, 좀 더
따뜻하게 대해 줬으면 좋았을 걸 하고 주위 사람들이 마음 아파하지 않게 말이다.
헤어질 때는 괜히 좋은 소리 하지 말고
독하게 말하는 게 정답이다.단 한마디의 이별의 말이 실로 다양한 드라마를 상상하게 한다.이별도 상상으로 해 보는 건 재밌네.보고 싶지만 이젠
사진으로 밖에 볼 수 없는 사노요코의 모습이다.이 벗꽃이 지는 때 그곳에서도 꽃구경 하고 계시나요? 비가오면 꽃은 떨어지고 잎들만 무성히
남아있지만 봄날의 꽃구경을 열심히 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