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필 - 들어 세운 붓
주진 지음 / 고즈넉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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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 한 사내가 있다.

이름도 몰라요~ 성도 몰라~

그런데 심중 산골, 늙은 노파는 그를 위해 주물러주고 먹여주고 대.소변을 모두 처리해주면서 오직 그가 깨어나기만을 기다린다.

그가 아는 사람이라곤 자신을 형님이라고 대하는 , 가끔 찾아오는 양반차림의 이정 이란 사람-

 

자신이 왜 이리 누워있으며, 그는 누구인지, 노파는 누구인지, 아니 자신은 누구인지에 대한 물음을 끊임없이 해대지만 여전히 두통만 올 뿐이다.

 

간신히 알아낸 자신의 이름은 민수영이고 시시각각 조여오는 그림자들의 위험을 알리는 이정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을 알고 있을 듯한 사람들을 찾아 한양에 가게된다.

 

 하지만 그가 이미 살아있단 소릴 알게 된 그 누군가는 결국 그가 가지고 있는, 자신들의 안위보장에 필수인 그 무엇을 찾아내어 뺏기 위해 그를 추적하기 시작한다.

 

그 무엇이란 무얼까?

 

한마디로 말하자면 사초였다. 즉 그의 직업은 사관이었단 말이된다.

사관이란 무엇인가?

아무리 무소불위의 임금이나 권세를 휘두르는 막강한 신하라 할지라도 올곳게 자신이 들은 바를 솔직하게 바로 써내리고 오직 그들만이 간수하고 보관할 책임이 있는 자리를 말한다.

 

그런 사관이었던 민수영은  실록의 초고인 사초를 매일 기록하고, 후일 실록 편찬에도 참여하게 된다.

 실록 편찬에 참여한 민수영은 자신이 예전에 작성한 사초의 내용이 왕의 형제가 연루된 역모와 관련되었음을 알고 피비린내 나는 사화를 피하기 위해 사초를 훔쳐내게 되지만 그 여파의 결과는 유배형에 처해진다.


하지만  유배지에서 피습당해 빈사 상태가 되었다가 십여 년 만에 다시 깨어난 그는 자신이 숨겨놓은 사초를 근거로 자신의 목숨을 노리고  그것을 찾아내기 위해 조여오는 당세의 권력자인 한명회, 그리고 지금의 성종 자리를 빼앗으려 역모를 했었다는 의심을 받는 월산대군 이정, 그리고 성종에 의해  모두를 믿을 수도 , 믿지 못할 수도 없는 곤란한 상황에 부닥치게 된다.

 

 벼슬에 오름으로써 안이했던 자신의 한 때나마의 지위를 이용해 살아왔던 민수영이란 자의 눈을 통해 당대의 끈은 떨어졌다고는 하나 여전히 권세의 상징으로 대두되는 한명회와 월산대군, 성종, 그리고 그의 아버지인 의경세자의  석연치 않은 죽음을 둘러싼 당시 세조와 권신들간의 대화록을 기록한 사초를 빌미로 서로 다른 입장에서 권력의 구도를 차지하려는 모습을 긴박감 넘치게 그려내고 있는 보기드문 흡인력이 높은 책이다.

 

자신의 손으로 왕의 자리를 만들어 주었던  한명회의 야심찬 권력유지를  이으려는 야망 앞에 성종은 그러한 선대의 왕들이 훈신들에 주눅들어 정치를 해야만 했던 세태를 인지하고 또 다른 새로운 왕조의 기틀을 다지기 위해 민수영이 빼돌린 사초의 필요성을 , 세조의 왕위에 오른 당위성에 찬성할 수없었던 의경세자의 죽음을 둘러싼 대화록를 기반으로 왕의 정통성을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 사초의 진실을 덮고 가느냐, 탄핵으로 몰아 또 다시 자신들의 구미에 맞는 왕을 앉혀 놓느냐로 ,서로 눈에 가시처럼 견제를 하는 구도의 설정이 기억을 잃어버린 한 사관이란 주인공의 눈으로 스릴과 역사소설의 참 맛을 간만에 느끼게 해 준 재미를 보여준 책이다.

 

조선의 왕조는 그 정통성 때문에 오랜 세월 동안 그들 나름대로의 약해진 왕권을 유지하기 위해 때론 훈구파, 때론 신구파로 나뉜 신하들을 이용함으로써 견제의 틀을 유지하며 나름대로의 혈통보전을 인정해왔단 사실을 토대로 볼 때 위의 소설은 비록 가상의 인물과 가상의 사건흐름을 구성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결국 저마다의 야망과 욕심 때문에 벌어진 사태를 두고 누가 이번 기회는 이겼고, 실패했는지를 인정했을 뿐 결코 온전한 나라의 정통성은 시시때때마다 불안의 기미를 보였단 점에서 위의 소설이 시사하는 바는 크다고 할 수가 있겠다.

 

같은 혈육임에도 믿지 못하는 왕가의 사람들, 한낱 백성이지만 사관으로서 순리대로 처리하고자 했던 민수영이란 자의 처신은 실로 눈물겹다.

성종이 하나의 인간이었다면 당연히 한명회를 처리하고도 남았겠지만 군주의 순리대로 하자면 무엇보다 조선과 백성을 위해야했기에 한 템포 거둔 그 심정은 오죽했을까 싶은 생각이 들 만큼 감정 몰입도가 높은 가독성을 지니게 한다.

 

그 와중에도 서로의 실리를 얻기 위해 타진하는 과정은 권력이 가진 구린 속성임에도 불구하고 성종은 나름대로의 경국대전이란 완성, 즉 양법미의(良法美意) , 아름다운 의미의 좋은 법을 토대로 조선의 완전한 기틀을 마련할 기회를 얻는 과정이 노련하고 냉철한 정치인의 모습을 보여주기에 또 다른 군주로서의 입장을 생각해 보게된다.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 사관으로서 끝까지 바른 순리대로 처신하고했던 민수영의 모습은 저 나는 새도 떨어뜨리고 왕을 맘대로 갈아치울 수있다던 한명회 보다, 아비가 죽지 않았다면 정통순리대로 자신이 왕으로 오를 수 있었을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미련으로 살아가는 월선대군보다도, 혈육을 믿지 못하며, 사관의 그릇된 행동으로 자신의 선대 왕조의 정통성에 대한 위협을 간과 할 수없었던 성종보다도 오히려 살아가는 순리를 따지자면 가장 뛰어난 사람이 아니었을까를 생각해 본다.

 

드라마 '공주의 남자'란 드라마에서 보여주듯이 역사의 단 한 줄의 글로 인해 많은 가상의 이야기들이 탄생할 수있는 것을 볼 때 이 소설 역시 저자의 허구의 세계를 그려놨다고는 하지만 실제로도 이런 가능성은 얼마든지 벌어졌을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1485년 조선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를 두고 상상의 나래를 편 저자의 활기찬 글 흐름과 역사적인 한정된 사실과 시간을 두고 그 틀 안에서 촘촘히 벌어졌을 법한 이야기들을 다룬 솜씨가 읽는 동안 시간 가는 줄을 모르게 만들었다.

 

 드라마나 영화로 나와도 재밌는 소재란 생각과 함께 차후 이 작가의 다음 작품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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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루시다 1 - 지구의 중심에서
에드거 라이스 버로스 지음, 박들비 옮김 / 새파란상상(파란미디어)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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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아~아~~~~아~~~~

이 소리가 뭐냐고요?

 

혹 타잔이라는 영화나 방송에서 나오는 미드를 보신 분이라면 기억하실 것 같은데, 지금이야 미드다 일드, 영드란 줄임말로 방송이 되는 드라마들이 워낙에 많다보니 익숙하긴 하지만 , 타잔이란 영화를 방송에서 방영이 된 것을 아시는 분들이라면 이 책도 무척 반가울 것이란 생각이 든다.

 

미지의 아프리카인 세계에서 주요부위만 가린 채 나무위에다 집을 짓고 살며, 치타란 원숭이와  사랑하는 제인과 함께 어울리며 생활하는 밀림의 그 영상이 그립다면 이 작가의 또 다른 모험의 세계를 그리고 있는 펠루시다는 어떠신지...

 

 

지저세계 펠루시다라고 불리는 곳은  지구가 만들어지던 시절에 급속한 회전에 의해서 발생한 공동 안에 형성된 세계로 나온다.  지구의 뜨거운 핵이 태양의 역할을 하고 있으며, 움직이지 않고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이 세계에는 지구처럼 밤이 없다. 오로지 훤한 태양만이 존재하며 단 하나의 위성이 존재하는데, 그 밑으로는 영원한 어둠이 형성되어 있다.  그곳을 ‘끔찍한 그늘땅’이라고 불리는데, 바로 주인공 데이비드 이네스는 광산으로 유산을 많이 물려 받은 후 페리라고 부르는 아저씨과 함께 쇠두더지라는 기계에 탑승, 땅속을 빠르게 파고 들어가게 된다.

 

 그 곳엔 이미 날개 달린 공룡이 지배하는 세계 - 펠루시다에 도착하게 되고 그 곳의 모든 것을 장악하고 있는 익룡에서부터 진화한 마하족으로에게 붙잡혀 가는 도중 다른 부족의 공주격인 다이안이란 여인을 만나게 되면서 사랑에 빠지게 된다.

 

마하족의 수하 부하인 사고스에 의해서 끌려가던 중 다이안과 헤어지게 되고 마하족이 살고 있는 지하세계로 끌려가면서 노예처럼 살게된다.

이들 마하족은   귀가 없어서 소리를 듣지 못한다. 인간을 노예로 부릴 뿐만 아니라 잡아먹기도 한며,  지구 내부에 있지만 바다보다 육지가 더 넓기 때문에 지상의 대륙들보다도 더 넓은 면적을 자랑한다. 태양이 움직이지 않고 별도 없기 때문에 방향을 알아낼 방법도 없고, 시간을 측정할 방법도 없다.

오로지 훤히 떠 있는 태양만을 의지한 채 데이비드은 페리와 함께 지하동굴을 탈출해 다이안을 찾아 떠나게 되면서 겪는 과정들이 1권의 내용이다.

 

2권에선 1부에서 배신한 후자란 인물의 꾀임에 속아 다이안과 함께 지구로 돌아올 줄 알았던 데이비드가 잘못됨을  알게 되면서 페리가 부탁한 , 지하세계에서 필요한 책과 무기류, 각종 마하족을 물리치기 위한 거의 모든 정보를 망라한 준비물을 가지고 다시 지하세계로 들어가면서 벌어지는 과정을 그린다.

 

 

'자'란 인물과 사귀면서 알게 된 우정과 친절, 페리를 다시 만나면서 다이안을 우여곡절 끝에 만나게 되고 이후 계속된 마하족과 후자의 싸움을 통해 데이비드는 지하세계를 지구의 세계를 이룬 나라들 처럼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지식과 지혜를 총망라해 마하족의 후퇴를 성사시킴으로서 또 다른 왕국의 세계를 건설한다는 내용이다.

 

총 7권으로 이뤄졌다고 하고 이 중 2권이 국내에 선보인 작품이다.

 

영화 중에 '코어'란 것이 있었다.

본 사람들이라면 기억하겠지만 지구의 중심주인 핵을 뚫고 가는 과정에서 엄청난 열과 화산 폭발처럼 이뤄지는 뜨거운 열기의 표현이 생각날 만큼 이 책에서 보여지는 지하세계로 가는 여정 또한 그러한 표현에 속한다.

 

아무것도 보이질 않는 불시착의 지구 속의 또 다른 세계를 가상으로 그려낸 SF의 새로운 장소로 기억되게 한 이 가상의 나라 펠루시아는 , 그러나 미드의 또 다른 드라마인 파충류와 인간들이 싸우는 'V'를 연상하게하기도 하고, 각종 인간세계에서  무기의 발전도를 상상해 볼 수있는 원시적인 독침을 이용한 화살쏘기를 시작으로 미개했던 , 노예로 인식이 되던 그 곳 사람들에게 문명의 이기를 전수해 주는 과정이 흥미롭게 전개된다.

 

 한 때는 전혀 미개해 아무것도 몰랐던 그 시절이 좋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순수했던 그 쪽 사람들이 점차 무기사용에 익숙해지면서 마하족과 싸우는 일련의 과정은 비록 가상의 SF라는 장르를 이용하고 있지만 이 작가가 썼던 시대를 반영한다면 지금에 읽어도 인간들이 사는 세상에서 소중한 무엇 하나를 점차 잃어버리고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 무기 사용이 주는 혜택에  결말엔 해피로 끝나지만 웬지 선견지명을 보는 것 같은 암시를 던지는 구성엔 지금 다시 봐도 어색함이 없는 책의 내용들이 주를 이룬다.

 

지구과학은 물론이요, 무기의 조합을 하는 과정에서 그려보는 과학의 세계, 선사시대를 거쳐 중세와 그 이후에 존재했던 , 지금은 화석으로만 남아있는 동물들의 묘사장면들은 혹 이 책을 접하고 '쥬라기 공원'을 연상했던 것은 아닌지 하는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한다.

 

7권에 걸쳐 완성된 책이라고 하니, 2권에서도 마하족의 전멸은 볼 수가 없다.

대신 좀 더 넓은 세계로의 확장과 그 이웃해 살고있는 다른 나라와의 통합 내지는 화해를 취함으로써 새로운 시대를 예고하는 데이비드 왕족에 대한 또 다른 활약상을 기대해 보는 책이고 지금까지 나온 책들과 관련 영화들을  읽어보고 싶거나 보고 싶어지게 하는 모든 종합의 이야기들이 가득찬 책이라서 어른은 어른대로 동심의 세계로, 어린이들이나 청소년들은 새로운 가상의 세계를 그려보는 재미에 빠질 수 있는 책이기에 차후 데이비드의 활약에 기대를 걸게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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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알수집가
제바스티안 피체크 지음, 장수미 옮김 / 단숨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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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경찰관이자 현 경찰기자인 알렉산더는 한 가지 트라우마를 지니고 정신과 치료를 병행하며 살아가는 남자다.

 유괴된 아이를 사이에 두고 범인과 협상을 벌이던 중 범인을 현장에서 쏘게 된 이후 그는 기자로 살아가지만 가정마저도 이혼 전야에 놓여있다.

 

어느 때와 마찬가지로 아들과 함께 있던 곳에서 무전기를 통해 들은 살인현장을 알게되고 아들을 남겨 둔 채 바로 현장으로 가지만 그 곳에서 자신이 방금 잃어버리고 왔다던 지갑이 발견이 된다.

 

살인은 일명 '눈알 수집가'란 이름으로 불린 미지의 인물이며 이번이 벌써 네 번째 살인이다.

 

 

특징은 아버지가 없는 사이 엄마를 목졸라 죽이고 아이들을 다른 곳으로 유괴해 간 후 일정 시간을 제시, 그 시간이 넘은 후에 아이들은 익사한 채 죽은 시체로 발견이 되면서 신체의 일부인 왼쪽 눈이 없는 상태로 발견이 되는 일정패턴을 따른다.

 

아이들을 살릴 제한된 시간은 45시간 7분-

이 안에 무슨 수를 써서라도 아이들을 구해야만 하는데 유력한 범인용의자로 몰린 알렉스는 일단 자신의 비밀 아지트로 피하게 되고 , 세상에서 자신의 엄마와 자신만 아는 그 아지트에서 맹인 물리치료사 알리아가 기다리고 있음을 알게 되면서 사건을 전혀 예측 할 수없는 시간의 흐름대로 진행이 된다.

 

눈은 보이지 않지만 어떤 형상이 자신의 머리 속에 그려지며 누군가가, 그녀 자신은 알렉스란 사람으로부터 전화를 받아서 이 곳에 왔다고 주장하지만, 어쨌든 알렉스는 그녀가 말한대로 사건의 현장을 더듬어 가면서 경찰의 눈을 피해 자신의 무죄를 밝히고 범인을 잡고자 노력을 기울인다.

 

 흔히 영화에서 보듯이 첫 장면이 끝 장면부터  시작되면서 다시 과거로 돌아가 그 이야기가 여기까지 오게 됬는지에 대한 플롯이 나오는 장면을 시작으로 해서 볼 때가 있다.

 

이 책의 첫 장은  맺음말로 시작이 되며 마지막 장인  끝으로 이야기 시작이 되고 끝부분은 시작이 됨을 알리는 독특한 서술로 이어진다.

 

더 읽지 말라! 내 말을 믿어야 한다. 나는 눈을 감을 수가 없었다. 책을 치워버릴 수가 없었다. 이건 눈에서 피눈물이 흘러나왔던 어느 남자의 이야기다.

이 이야기는 나의 운명이다.

나의 삶이다.

고통의 최정점에 서서 죽음이 이제야 비로소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 남자. 그 남자가 나다.


 

어떤 일을 겪었길래 이토록 비참한 심정을 느낄 수 있는 문장들로 나열해 놓았는지, 일단 독자들은 책을 읽어보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사건의 전형은 자신의 유년시절의 아픔을 확인한단 차원의 '사랑확인'을 외치는 외롭다 못해 뭇 가정들을 골라 한 순간 한 순간 조여오는 숨가쁜 진행을 하는 범인과의 대결은 어떤 형상을 자신의 신체에 고통을 가함으로써 볼 수있는 여자 알리아와 함께 풀어가는 범인의 추적과정이 잔인한현장과 함께 갇혀있는 아이의 진행상황, 매 차트마다 시간이 점점 짧아지면서 살려 낼 시간이 촉박해지는 긴박감의 연속을 드러내보인다.

 

 전작인 마지막 카드는 그녀에게, 테라피를 통해서 작가에 대한 글은 접해봤지만 제목에서 드러나듯 아찔한 기분을 느끼면서 읽어보기는 오랜 만이었다.

 

심리적인 묘사에 뛰어남을 보이는 전 작들에서 나타난 글들에 비하면 이 작품은 훨씬 그 강도면에서 세며, 읽는 동안에도 알렉스가 아이를 구하는 장면에서 정신이 번쩍 들 만큼, 그리고 마지막 반전에선 혹시 이 사람이 범인? 이라며 수 많은 가설을 내 나름대로 추정해 보게 하는 스릴과 시간의 역추적을 다시 들춰보게 하는 책이다.

 

범인을 잡으려다 처음 알리사가 건네 준 전화기의 대사가 모티브가 되면서 그걸 뒤늦게 깨달아 버린 한 남자의 울분과 고통, 후회의 감정이 모두 드러낸 마지막 반전은 헉~ 하는 소릴 나도 모르게 나오게 한 작품이다.

 

영미권의 추리소설도 인기가 있지만 독일권의 추리 소설 또한 그 나름대로의 신선함이 있음을 인정하게 되는, 많은 문장의 흐름 속에 알렉스에게 결단을 내릴 시간을 주었단 범인의 이멜은 읽었음에도 내 자신 또한 그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넘어갔던 장면들의 되새겨보게 하는 이야기의 완성도를 위해 애를 쓴 작가의 노련함이 보이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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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월 : 눈먼 달 세트 - 전2권 맹월 : 눈먼 달
류다현 지음 / 파란(파란미디어)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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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국의 왕궁에 책력(책력(일 년 동안의 월일, 해와 달의 운행, 월식과 일식, 절기, 특별한 기상 변동 따위를 날의 순서에 따라 적어놓은 책)을 얻으러 온 과국의 태자 유원은 자신의 신분을 감추고 방문하던 중 예국의 공주 아희와의 우연한 만남을 계기로  강한 이끌림을 느낀다.

 

자신의 나라보다 항상 앞서있던 예국의 천문지리에 관한 것을 매년 받아와야만 했던 그로선 자신의 나라의 국력을 예국처럼 강하게 할 책임감이 있던 차에 예국의 왕이 갑자기 급서하는 바람에 왕위쟁탈전에서 후궁인 규비와 그의 자식인 월이 죽고 아희는 진태비와 그녀의 아들 권에 의해 독을 먹음으로써 눈먼 맹인이 된 채 냉궁에 갇혀있단 사실을 알게된다.

 

아희에겐 쌍둥이 오빠인 결이 있었으며 위험한 궐 내의 혼란을 틈타 다음을 기약하며 신분을 감추며 살아가는 것을 알게 된 아희는 오빠가 돌아오길 냉궁에서 기다리면서  유원이 같이 떠나자해도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며 거절한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생활에 익숙한 냉궁의 생활은 이복오빠 권이 자신에 대한 끊임없는 사랑의 갈구에도  오로지 결이 돌아오길 기다리는 힘겨운 생활을 하던 차, 예국과 과국 간에 이익타산에 의해 아희는 민영공주란 호칭을 하사받으며 유원과의 가혼례와 다시 후궁으로서의 혼례를 치르는 등, 일련의 시련 속에 유원은 첫 만남에서 받은 사랑의 감정을 유지한 채 앞 못보는 아희에게 지극정성으로 대한다.

 

하지만 서서히 유원에 대한 자신의 마음이 쏠리게 됨을 알게 된 아희에겐  권의 양위를 받은 결이 아희를 다시 데려오게 되고 그녀는 유원의 왕위를 굳히기 위한 배려를 해 주기 위해 예국으로 떠나게 되고  지천관(책력을 만드는 향월대의 수장)으로서의 책임을 다하는 가운데에 유원을 다시 만나게 된다.

 

로맨스 소설의 전형이라고 할 아픔과 고통을 나눈 두 남녀가 모든 시련을 극복하고 행복하게 살아간단 해피엔딩의 결말은 이 책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이 책에서 나오는 사랑의 형태는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사랑의 모습엔 여러가지 방식과 나름대로의 상황에 따른 흐름이 있기 마련이라지만 이 소설에서 나오는 사랑의 모습들은 아픔과 고통 외에 '사랑'이란 단어 앞에서 행동을 취하는 주인공과 그 주위의 사람들의 행동들이 모두 달리 보인다는 특징이 두드러진다.

 

부모와 자식 간에 그릇된 사랑으로 보여지는 진태비와 권 모자간의 쓸쓸하면서도 화해 할 수없을 지경으로 몰아가게된 아픈 사랑, 자신의 존재를 인정해주고 위로해 준 오로지 따뜻한 한 사람이었던 이복 여동생 아희에게 향한 그칠 줄 모르는 사랑이란 이름 앞에서 눈을 멀게까지 만든 권의 눈을 뜨고도 진실한 사랑을 나눌 줄 몰랐던 권의 소유욕 강한 사랑, 자신에게 언젠가 마음을 열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긴 시간 동안 오로지 아희 한 사람만을 위해 자신의 전부를 걸어 사랑을 완성한 유원의 지극한 사랑, 왕의 자리에 오름으로서 결코 자신만의 뜻대로 되지 않는단 사실 앞에서 혈육의 정을 앞세워 동생 아희를 끝까지 몰아간 결의 사랑방식과 행동들은 온전한 정신과 신체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신체가 불편했던 아희 만큼만도 실천에 옮기지 못한 눈 뜬자들의 눈 먼 사랑을 오밀조밀 그려내고 있다.

 

정도와 순리대로 이뤄어져야함을 자신과 아기의 목숨을 담보로 끝까지 오빠 결에게 알리고 싶었던 아희의 사랑은 모든 것을 가졌으나 결코 아무것도 손에 쥔 것이 없는 허상의 왕인 결의 심정을 어루만져 준 따뜻한 사랑을 보인다.

 

사랑하면 시시콜콜 더 알고 싶어지고 나만 바라봐 주길 바라는 맘이야 인지상정이겠지만 이 소설에선 사랑을 하는 데에 있어서 상대방에게 어떤 자유와 구속이 필요한지, 내가 행복하고 상대가 행복하길 바란다면 정도와 순리를 벗어나지 않는 , 그릇 속에서 예쁜 사랑을 할 필요가 있음을 일깨워주는 책이다.

 

유원과 아희처럼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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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의 영역
사쿠라기 시노 지음, 전새롬 옮김 / arte(아르테)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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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쓰 류세이는 엄마의 열성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번번히 대전입상이란 타이틀을 차지하지 못한 채 치매에 걸린 엄마를 간병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서예가다.

 

그의 부인인 레이코는 학교 보건교사로서 자식 낳는 것마저 포기한 채 시어머니,  남편과 함께, 실질적인 집 안의 가장으로서 책임을 맡으며 살아간다.

 

어느 날 시립도서관에서 전시회를 하던 류세이는 민간인 도서관장으로 선출된 노부키의 여동생 준카를 만나게 되고 아무도 부족한 점을 꼬집어 설명해 주지 않던 자신의 서예작품에 대한 말을 듣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다.

 

하지만 그녀는 신체는 성인이나 정신은 어린이가 갖고 있는 순수 , 그 자체의 발달장애를 가지고 있으면서 자살한 엄마의 천부적인 재능을 이어받은 실력을 갖추고 있다.

그녀의 그런 면을 바라보면서 자신이 아무리 노력해도 갖추지 못했던 선천적인 재능을 질투하고 그녀의 안타까운 실력이 세상에서 빛을 보지 못한 것에 대한 , 복합적인 느낌을 류세이는 갖게 된다.

 

한편, 레이코 또한 그 날이 그 날인 삶에 대한 어떤 변화도 없는 후카이도의 한 도시의 생활은 준카와 관계를 이어가게 되면서 노부키에 대한 자신의 감정에 휩쓸림을 알게 되고 노부키 또한 조금의 진전 상황도 이어가지 못한 여자 동창생과의 관계와 일, 배다른 동생인 준카와 살게 된 압박에 대한 감정, 레이코에 대한 자신의 질투심 사이를 오고가는 관계를 유지한다.

 

전혀 이어질 관계가 없어보였던 사람들이 서로 연관이 되고 관계를 이어가면서 벌어지는 조그만 틈새 사이로 간간이 호흡이 가빠짐을 느끼게 해 주는 책이다.

 

질투라는 주제를 가지고 그려낸 이 소설을 각 사람들 사이에서 느끼는 저마다 처한 환경에 따른 다른 느낌의 질투란 감정을 보이고 있다.

 

서예가의 등단 창구인 ‘묵룡전’에서 수상해 이름을 알리겠다는 생각에 가장으로서의 책임을 지지 못하고 부인에게 의존해 살다시피하는 류세이가 느끼는 부인에 대한 고마움이란 감정 외에 경제력이란 힘을 쥐고 있는 상대방에 대해 느끼는 질투, 준카가 보여주는  탁월한 능력에 대한 경외심 내지 재능에 대한 질투,  기혼녀임을 알면서도 남편 류세이에 대해 느끼는 질투를 갖게되는 노부키, 그리고 오직 아들만이 알 수있는 느낌을 통해 치매환자가 아니면서도 치매가 갖고 있는 행동을 보이는 엄마가 느끼는 아들내외에게 향한 질투들이 촘촘히 엮이면서도 어떻게 보면 허술해 보이는 문단들 사이로 감정들을 그려낸 점들이 눈에 뛴다.

 

그렇다고 어느 한 지점에 가서 폭발점이 드러나서 모든 것의 사람들이 느꼈던 감정들이 나오는 것은 아닌, 어렴풋이 알고는 있지만 섣불리 말했다간 내 자신 스스로가 다칠까봐 두려워 서로 주시하는 감정선의 연속을 보인단 점이 돋보이는 작품이기도 하다.

 

뜻밖에 사실을 알게 되는  말미의 흐름들이 독자들로 하여금 그럼 이건 뭐였지? 라는, 주인공들이 느끼는 감정의 선을 다시 앞으로 들쳐보게 만드는 책이기도 해서 이 책의 저자가 보여주는 질투라는 감정에 대한 또 다른 느낌을 받게 한다.

 

나오키 상 수상자로서 국내에선 처음으로 소개된 책인만큼 다른 일본의 여류작가들과는 또 다른 사람이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감성 가운데 하나인 '질투'라는 감정을 토대로 그려낸 장편이기에 새롭게 다가갈 수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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