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드롭
데니스 루헤인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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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사이노스키는 사촌형인 마브가 바지사장으로 있는 바에서 바텐더로 일한다.

내성적이다 못해 눈도 제대로 맞추지 않고 조용한 성격의 소유자인 그는 한 때 이 주점이 마브의 소유였으나 체첸인들의 조폭들에게 빼앗긴 뒤 허울만 사장인 사촌형과 함께 일을 한다.

 

이 주점은 겉보기에는 주점이지만 사실 조폭들이 일정한 시간순서대로 돈을 거둬가는 돈의 이용퍼로서 장소제공을 하는 드롭바이기도 하기에 일정한 돈이 오고가고 거래가 되는 곳이다.

 

어느 날 추운 겨울 밤, 누군가에게 된통 맞은 채 쓰레기통에 버려진 개를 발견한 밥은 나디아란 여인의 도움으로 개를 자신의 집에서 같이 지내게 되고 로코란 이름을 붙여준다.

 

 드롭 바에서 일하던 중 복면의 강도 둘이 나타나 돈을 쓸어가게되고 이는 곧 경찰에게 신고를 함과 동시에 의심을  받게 되며, 조폭의 우두머리로부터 돈을 찾아오라는 협박에 시달리게 된다.

 

전혀 누구인지도 짐작조차 못하는 강도를 어떻게 찾아서 돈을 되찾아 올 수있을까?

설상가상으로 개의 주인이라고 자처하는 사이코패스 성격을 지닌 에릭 디즈란 남자가 나타나게 되고 나디아와의 과거 인연으로 그녀와 개를 빌미로 협박까지 당하게 된다.

 

데니스 루헤인의 소설들은 어두운 암흑가의 이야기와 정신적으로 온전치 못한 사람들, 그리고 미국이란 나라에 이민 온 각국의 사람들이 모여서 하나의 거대한 조직을 형성하고 뒷골목의 세력을 쥐려는 조폭들의 세계를 사실적으로 잘 그리는 작가 중의 한 사람이란 생각을 하곤 한다.

 

그의 작품들이 거의 영화화 됬다고 하는데서도 알 수있듯이 독자들의 궁금증을 유발시키고 전혀 예상 외의 이야기들을 풀어나가는 데에 이만한 영화의 소재가 없다 싶을 정도로 이 책도 그렇다.

 

이미 '개를 데리고 다니는 남자'로 나온 바 있는 이 책은 톰 하디 주연의 영화로도 만들어져 호평을 받았다고 할 만큼 작가의 구성능력은 읽으면 읽을수록 재미를 더해 준다.

 

마브의 꿈은 이미 한 때 잘나갔던 장물아비이자 마약거래로 성공도 해봤지만 큰 돈을 쥐고 미국을 떠나 아무도 모르는 곳에 사는 것이다.

그 꿈에 비해 밥은 오로지 조폭에 명령에 거역조차 하지 못하며 그들이 원하는대로 할 뿐 더 이상의 욕심도 없는 사람, 그 동안 홀로 외로움에 젖어 살아가는 사람이었지만 이젠 로코라는 동반자 개가 자신의 가족이다.

 

 그런 밥에게 전혀 뜻밖의 행동을 보여주는 뒷 부분의 설정들은 역시 데니스 답다란 생각을 하게 된다.

 

 단지 자신의 개를 괴롭히기에 결단을 내린 밥의 행동은 경찰의 끈질긴  10 년전의 살인사건까지 파헤치는 과정에서 조마조마한 느낌을 주고도 있지만 이렇게 나약하게만 보였던 밥의 성정에 그런 결정적인 행동을 하게 한 원동력은 과연 타고난 성격인지, 아니면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행한 행위인지에 대해선 오히려 마브의 성격이 제대로 각인된 성격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의외였다.

 

 기존의 『살인자들의 섬(셔터 아일랜드)』, 『미스틱 리버』로 전 세계적인 팬을 형성하고 있는 작가의 이런 류의 책들은 다시 읽어봐도 같은 듯 또 다른 형태의 모험심을 즐기게 만든다.

 

단지 개를 데리고 다니는 남자에만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닌 드롭 바에서 살아가면서  세상의 그늘진 삶 속에서 자신만의 세상타협을 하며 살아가는 밥이란 인물을 통해 어두운 미국의 뒷 골목의 세상과 그 곳에서 벗어나고자 하나 쉽지만은 않은 인생의 말로를 모두 보여주는 인간군상들의 오밀조밀한 모습들이 잘 드러난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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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왕의 독서법 - 조선 왕들은 어떻게 책을 읽었는가
박경남 지음 / 북씽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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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독서 인구가 많지 않다는 보도가 있었다.

더군다나 기계의 발달로 인해 지하철이나 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보면 흔하디 흔한 책을 집어들고 읽는 사람들이 희귀하단 생각이 들 때가 있는 것을 보면 빈말은 아닐 것이다.

 

일본만 하더라도 우리나라의 독서 인구를 훨씬 앞질러간단 보도에 책이란 존재에 대해 새삼 다시 생각을 해 보게된다.

 

책을 접함에 있어서 어떻게 하면 손쉽고, 지루하지 않으며 내 스스로가 즐길 오락거리 정도로 생각될 만큼의 흥미를 가질 수있을까?

그러기 위해선 어떤 노력과 정성을 들여야할까에 대한 답은 아마도 이 책의 저자가 쓴 이 책을 토대로 나에게 맞는 법을 찾아가는 것이 쉬울 것 같단 생각이 든다.

 

 조선의 왕들이 어떻게 책을 가까이 했으며 그에 따른 나라의 정사에 미친 영향은 결국 조선왕조 오백 년사에 영향을 끼쳤음을 알게 해 주는 간략하면서도 뜻 깊게 다가온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던 위대한 왕들이라  일컬어 부르는  세종, 성종, 숙종, 영조, 정조는 물론 조카의 왕위를 찬탈한 오명을 남긴 세조, 원하지 않았지만 신하들과 시대의 부류에 따른 왕위에 오른 정종, 그리고 너무나도 효성이 지극했고 자신의 스승이었던 조광조의 뜻을 이어받아 올바른 정치실현을 하고자 했으나 일찍 명을 달리했던 인종까지 그들 나름대로의 독서법은 각기 다른 능력에 따른 실천의 모습들도 가지각색이었다.

 

한 권의 책을 읽으면서 무려 100 번에 이르는 독서의 읽기 과정은 흔히 말하는 눈으로 읽되, 그 뜻을 오로지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심오한 깨우침을 이루기까지의 제왕으로 갈 길을 닦는 모범적인 모습들을 보여준다.

 

 다른 책에서도 나오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왕이 되기까지의 과정들은 3세의 원자가 소학부터 시작한단 것에서 바로 그 험난한 제왕학의 길을 가기 위한 여정을 드러내준다.

 

 

 

자신의 홀 몸으로 온 백성을 거느리기 위한 제왕학의 기초부터 시작해서 강연을 통해 신하와 견제와 교류를 통한 나라 발전을 모색한 왕들은 이렇게 철저하게 어릴 적 부터 책을 가까이 할 수밖에 없었고, 또 그것을 즐긴 왕들은 모두 성군으로 칭송을 받은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던 면에 반해 연산군처럼 폭군의 이미지를 가진 왕은 월등한 기량이 있었음에도 능력차이에서 오는 교육방식의 획일적인 것으로 인해 오히려 역사 속에서 자신의 역량을 많이 발휘하지 못한 점이 아쉬움으로 남게 된다.

 정조처럼 기록에 있어서 철저했던 왕이 없었을 만큼, 자잘한 부분까지 남긴 점은 후대 조선이 망할 때까지 왕들이 일기를 적게 하는 선례를 남기게 된다.

 

 이처럼 책은 가까이 할 수록 좋은것을 누구나 알지만 어떻게 나만의 방식으로 독서를 즐길 수있을까?

 

1부가 조선 왕들의 독서법이라면 2부는 조선왕들의 독서와 서재에 관한 이야기다.

위대한 신하들이 주장하는 독서법을 따르는 왕들이 있었는가 하면 사가독서제를 만들어 나라에서 젊은층의 독서를 유도하는 정치, 경연을 이용한 나라의 중대사까지 결정짓게 하는 일들, 소학에서 대학까지의 읽기 과정과 그에 따른 변화적응들은 선비들이 책을 가까이 하면서 즐긴 반면 왕들은 제왕으로서의 필수적인 점을 감안하여 책을 가까이 했단 점이 다르게 다가온다.

그 만큼 책임의식이 클 수밖에 없었던 지위에 따른 행동가짐이 독서의 반향을 토대로 이루어졌음을 차근하게 알 수있게 보여주는 책이다.

 

누구는 속독을 통하여, 누구는 한 자 한 자의 의미를 곱씹으며 상상을 통한 글 읽기를 , 어떤 이는 글을 읽되 전체적인 숲을 통해서 관통하는 책의 의미를 알아가는냐는 개인적인 역량과 자신과 맞는 독서법을 통해서 제각기 모두 틀리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독서가 주는 의미는  책을 읽어서 자신의 모자람과 겸손을, 더 나아가서 자신의 발전모색을 위해선  끊임없는 필요성을 알게 해 주는 책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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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트 오브 더 유니언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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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인기있는 작가 중의 한 사람인 더글러스 케네디의 작품들은 주변에서 흔히 보는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투영해 재조명해 보게 하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전 작들의 주 소재도 다양하지만 가장 뛰어난 점은 그 사람들의 삶 자체가  우리들 모두가 겪었을만한 것에 있다는 점에 주안점을 두고 심리적인 대화를 통해 공감을 불러 일으키지 않나 싶은데, 이 책을 읽으면서 또 한 번 그러한 생각이 틀리지 않았음을 느끼게 해 준다.

 

총 1.2부로 나뉘어 그려지는 이 책의 내용은 한나라는 여인이 겪는 인생의 모습을 포착하고 있다.

1부격인 1960년대 중반에서 1970년 초반까지를 그리고 있는 장면은 대학교수로서 베트남 반전 운동에 뛰어들어 유명세를 타고 있는 아버지와 유대인 출신으로 냉철하고 비판적인 화가 출신인 엄마를 사이에 둔 한나의 모습이다.

 

독설적이다시피 내뱉는 엄마란 존재에 대해 흔히 말하는 모녀지간의 서로가 비난을 주고 받는 장면들은 푹 하고 공감을 일으킬 만한 배경을 던져주고 부모로부터 인정받기 위해 애를 쓰는 한나의 모습이 주되게 그려진다.

 

어린 나이에 만난 의대생 댄과의 전격적인 결혼 결정은 엄마로부터 일찍 결혼함으로써 닥쳐 올 엄마가 겪었던 고충을 고스란히 들어야만 했지만 자신의 의견을 존중해주고 무던한 댄 만한 남자도 없단 조바심, 그리고 그를 놓치면 영영 좋은 사람을 못 만날 것 같다는 생각에 20살 초반에 둘이 살게 된다.

 

아들 제프리가 태어나고 의사 인턴생활로 시골마을로 가게 되면서 밤 늦게 돌아오는 남편, 혼자누구의 돌봄 없이 도서관 사서란 일과 육아에 지친 어느 날, 아버지와 뜻을 같이 한 대학생 저슨이 히치하이킹을 하는 도중 숙박을 위해 재워줄 것을 요청하게 되고 이는 남편이 없는 몇 일 사이에 결코 지울 수없는 불륜이란 것을 저지르게 되고 그의 협박에 캐나다까지 그의 도주를 도와주는 결과물을 낳게 된다.

 

그후 2부격인 2003년에 와서야 50에 들어선 한나의 모습이 그려진다.

정형외과 의사로서 성공한 댄, 아득한 집, 교사생활을 하는 한나, 변호사인 아들과 펀드 회사에 근무하는 딸 리지-

 겉에서 보면 누구나 부러워할 가정의 모습이다.

실제적으로도 말썽부리지 않는 건실한 남편 댄, 청교도적인 기독교 사상을 갖고 있는, 자신의 관점에서 어긋나면 비판을 가하는 아들 제프리 내외, 젊을 때 돈 많이 벌어 후에 편히 지내고자 하는 딸의 모습들은 한나에겐 자신의 빗나갔던 한 때의 그 당시의 일을 잊어버리고 오로지 가정에 충실하게 했던 보상의 결과로 여겨진다.

 

그러나 리지가 유부남인 의사와의 관계가 틀어지면서 자취를 감추게 되고 이는 곧 경찰의 수사망까지 번지게 되며, 설상 가상으로 한나와의 관계를 그린 저슨의 책이 출간이 되면서 일파만파로 번지게 된다.

 

학교에서의 해고, 뭣보다 딸의 행방을 쫓기 위해 애가 타는 부모의 심정의 모습들이 결국은 참고 참았던 고름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저슨의 책이 한나와 댄의 걷잡을 수없는 내리막길을 걷게 하는 빌미를 제공하게 된다.

 

부부사이의 일은 부부만 알고 있는 사연이 있듯이 한나의 가정을 지키려 했던 그 많은 세월들은 순식간에 마을 사람들로부터 외면과 멸시를 당하게 되고 자신을 속여왔단 사실에 분노를 터트린 댄 앞에서 용서를 비는 한나의 모습은 읽어나가면서 정신을 유지하고 지탱한다는 자체가 대단한 여인이란 생각을 하게 한다.

 

자식의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한나의 자식을 바라보는  부모로서의 생각, 아버지와 엄마의 불화가 서로간의 불륜 때문이란 것을 알고 있기에 자신마저도 그 일을 행하게 된 데서 오는 죄책감을 면하고자 무던히도 애를 썼던 한 여인의 삶의 모습을 통해서 자신은 오로지 상대방을 사랑했기에 자신이 하고 싶어했던 모든 것들을 놓아버렸다고 생각했지만, 상대방은 그녀의 본심을 다른 방식으로 이해를 하는 대화들은 몰입도에 극치를 달하게 만들어 준다.

 

 비록 딸을 사랑하는 방식 자체가 엄마의 타고난 천성인 냉철하고 비판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을 인생의 후반부를 살아가는 인생 선배로서의 엄마가 딸에게 내뱉는 말들은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말들이 넘쳐난다.

 

"쉰 살만 넘어봐. 시간이 증발해버리는 것 같아. 눈 한 번 깜박하면 크리스마스고, 또 한 번 깜박하면 여름이지. 그러다보면 인생이란 뭘까 생각하게 돼. 엉덩이에 주근깨가 덕지덕지 난 남학생과 불장난을 했던 호수를 다시 찾아오게도 되지." -p 108

 

가장 힘든 시기에 자신의 곁에 남아주길 원했던 남편 댄마저 떠났을 때도 한나는 절친 마지의 도움으로 저슨과 마주대함으로써 자신의 지난 과거를 바로 잡는 용감성을 보이면서 새로운 인생의 도전을 향해간다는 이 이야기는 결국  ‘인생이란 일상의 사이사이로 섬광처럼 반짝이다가 지나가는 순간에 불과했다.’ -p 356  는 문구처럼 모범적으로 살아왔다고 자부했던 한 평범한 여성 한나가 진정으로 모든 것을 떨쳐버리고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한 진지한 첫 발걸음을 떼는 희망적인 이야기를  그리고 있기에 가족을 위해서, 혹은 내 자신이 원하는 무언가를 포기하면서 살아왔던 한 인간의 멋진 홀로서기를 감동적으로 그려낸 작품이 아닌가 싶다.

 

 

 읽으면서 작가가 그리고 있는 인생에 대한  대목들은 비록 나라가 다르지만 인간들이 공통적으로 느끼고 있는 감정들은 모두 같은 것을 아닐까 싶은 정도로 적재적소의 글들이 아주 깊은 울림을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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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경 - 우리는 통일을 이룬 적이 있었다
손정미 지음 / 샘터사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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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통해서 재조명해 보면 가끔 전혀 뜻밖의 결과물이 탄생할 때가 있다.

 

바로 삼국 통일의 주인공인 신라의 경우도 그렇다고 생각되는데, 북방의 강력한 고구려와 백제를 모두 통합하고 당의 힘을 빌려 삼국을 통일한 신라에겐 어떤 힘이 있었길래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이 책은 삼국통일 바로 전의 긴박했던 시대상황을 그린 역사소설이다.

픽션의 가미를 염두에 두더라도 각기 다른 환경에 처한 세 사람의 갈등과 사랑을 그린 이 책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었던 정치적인 면 외에 평범했던 사람들, 그리고 자신이 갖고 태어난 신분의 세계 속에서 그 나름대로의 행동과 말을 통해 시대에 부응하고자 했던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다룬 책이라 흥미 있게 읽힌다.

 

 쿠데타에 이어 막강한 힘을 쥐게 된 막리지 연개소문의 정치적 성향과 반대 노선을 유지해 온 고구려의 다섯 부족 가운데 하나인 남부살이 아버지를 둔 진수는 활 솜씨가 뛰어난 청년이었지만 신수두 대제(大祭)의 경쟁을 앞두고 절친이자 경쟁자였던 친구가 죽게 되자 그 혐의를 받게 되고 곧이어 아버지마저 계림(옛 신라 이름)과의 전장에 나간  것을 알게 된 후 아버지를 찾으러 적 진지에 가까이 갔다가 포로로 잡혀 화랑인 김유에게 노비로 넘겨진다.

 

김춘추 왕의 총애를 받고 있던 영명부인의 삼남이었던 그와 진수는 원수지간이 될 수 밖에 없었고 아버지의 죽음과 함께 자신마저 고국으로부터 억울한 누명까지 받고 있단 소식을 알게 된 후 기회만 오길 기다리는 처지가 되면서 영명부인이 운영하는 가게의 노비 점원으로 일하게 된다.

 

한편 가게에는 정체모를 영특한 '정'이란 소녀가 있었으니, 바로 김춘추의 딸을 죽게 한 윤 충이란 자의 딸이면서도 딸이 아닌 존재가 있었다.

 

호기심 많은 지적탐구 정신 때문에 숙부와 함께 신라까지 오게 되어 영명부인 가게에서 일하게 됬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의 감시 때문에 불안에 떨며 살아간다.

 

이렇듯 세 남녀의 얽힌 이해관계는 삼국 통일 직전 왕경(王京-신라의 수도였던 경주를 이르던 말)을 중심으로 정을 사이에 두고 사랑의 감정과 자신의 목숨을 노리고 있다는 원수라는 지각하에 서로가 서로를 끊임없이 감시하고 그러면서도 정과 진수와의 관계 또한 알듯 모를 듯 한 사랑의 감정선을 넘나든다.

 

연개소문이 죽고 세 형제의 쟁권다툼 속에 어수선한 고구려에 대한 소식을 듣게 된 진수의 나라에 대한 걱정스런 마음은 김유가 가게 된  계림 견당사의 활약에 힘입어 계림은 당과 동맹을 맺게 되고 이는 곧 백제의 사비성 함락이란 결정적인 계기를 제공하는 결과물을 낳는다.

 

광활했던 옛 고구려가 지녔던 기상과 광대했던 땅의 점령지를 사진을 통해 다시금 바라보는 오늘 날의 우리들 역사와  서로간의 이권 다툼과 눈 앞의 당쟁과 이익에 맞물려 나라의 안위를 돌보지 못했던 백제의 상황들은 계림으로 하여금 당과의 밀애를 하게 한 제공을 했고 결과적으로 진수는 자신의 나라 고구려 대신 또 다른 고구려가 지녔던 아리티(하얼빈)로 발길을 돌리게 된다.

 

이처럼 통일을 이루는 과정 속에서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기에 차후의 결말은 세 사람이 어떻게 만나고 헤어지고 죽음같은 과정들이 생략이 된 채 각자의 갈 길을 가는 여정으로 끝을 맺는다.

 

지금이야 모두 같은 뿌리의 자손이기에 이런 역사적인 태동의 과정부터 단군신화의 단일 민족이란 개념이 박혀있지만 당시의 시대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결코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지 않는 먹히고 먹히는 세계로 비칠 뿐인 현실적인 문제를 작가는 발품을 팔아서 여기저기의 사료를 취재하고 이를 엮어내는 수고를 아끼지 않는 구성을 보여준 책이다.

 

'정'이란 여인의 활기찬 기상은 남자 못지 않은 넘치는 혈기를 보여주고 진수의 멸망해가는 나라를 바라보는 착찹한 심정, 자신이 가진 위치에서 어떻게 처신을 해야하는 지에 대한 어릴 적부터 들어왔던 몸에 밴 절제생활 뒤에 오는 사랑에 대한 감정을 접고 나라을 위해 오로지 목숨을 담보호 한 채 계급 상승과 그에 어울리는 정치적인 결단을 해야만 했던 김유...

 

이렇듯 개인 대 개인으로선 전혀 원수라고 불리어질 정도까지는 아닌 사람들이 시대의 흐름과 역사가 요구하는 흐름에 자신의 생을 감내해야만 하는 안타까운 심정들이 잘 드러내주고 있다.

 

책 머리에 단재 신채호 선생이 쓴 <조선상고사>의 일부인 역사란 무엇인가. 인류사회의 아(我)와 비아(非我)의 투쟁이다. 라고 쓴 말이 심금을 울린다.

 

삼국 통일을 이루기 위한 전초 과정을 다룬 소설답게 역사 속의 나라가 차지하는 의미는 무엇이며 그 안에 있어야 할 나의 존재는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던져주는 책이고, 뒷 편의 찬란했던 왕경의 세세한 모습과 지금은 중국령으로 변해버린 고구려의 오녀산성과 국내성 유적에 속하는 중국령 부분들의 사진이 더 없이 안타까움을 느끼게 만든 책이다.

 

 학창시절의 수학여행하면 의례히 가야만 했던 옛 신라의 수도 경주, 왕성을 통해 본 역사소설은 그런 의미에서 기존에 나온 조선시대의 역사소설에 비해 좀 더 이런 관련된  책들이 나와야 함을 느끼게 해 준 책이기도 하다.

 

조선일보 정치부 기자로 근무하다 소설가로서 책을 낸 이력은 기자출신답게 꼼꼼하게 당시의 풍속도와 그 안에 어우러지는 다양한 모습의 민초들의 말투와 생활들을 엿 볼수있게 그려진 부분들이 더욱 생동감 있게 다가오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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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빌라
전경린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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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삶 속엔 갖가지의 사연이 들어있고 그 나름대로의 인생의 짐을 지고 살아간다.

어떤 것은 해결을 위한 모색이 필요할 때가 있고 그저 순리대로 물 흐르듯 전혀 상관없다는 듯한 관조적인 자세도 필요를 요구할 때가 있다.

 

전경린의 소설들은 그런 점에서 보자면 화려한 문체는 아니지만 곁에 두고서 가만히 속삭이듯 들려주는 듯한 감성이 특징으로 나타나는 작가 중 한 사람이 아닐까 싶다.

 

굳이 알려고도 하지 않고, 아니, 일부러 알아내기 위해 힘쓰지 않아도 인생은 그렇게 흘러감을,  험난한 파도가 일렁이는 바다의 심연 속은 오히려 잔잔함의 공포마저 느낄 수있다는 그런 현상을 인생에 빗대어 표현해 주고 있는 작품 해변빌라-

 

큰 고모부를 아버지로 알고 자란 유지란 소녀의 인생을 관통하고 있는 주된 흐름이 바로 괄호 안에 쳐진 말들, 즉  말을 하고자 한다면 무수히 많은 단어와 그에 필요한 문장과 나열, 더 나아가서는 왜 그런 일들이 그녀에게 일어났는지에 대한 구구절절의 사연들을 모두 포함하고 있는 것들을 통틀어 감싸주고 있는 단어다.

 

자신의 친모는 알고보니 작은 고모인 손이린이고, 중학교에 입학하고 보니 생물교사인 이사경이 자신의 친부라고 느끼게 된다.

주위에 그 누가 그녀에게 부모의 존재에 대한 확실한 언질조차 주지 않지만 괄호 안에 담긴 많은 의미 중 하나로 받아들이며 침묵의 단어를 이해하며 성장한다.

 

오로지 자신의 존재와 시간의 흐름 속에 자신을 내던질 수있는 것은 피아노를 가까이 하는 것 뿐-

이사경 앞에서 옷을 벗은 사건은 그의 엄마인 노부인으로부터 불려가는 상황이 되고 자신의 집에서 자신의 손자인 연조에게 피아노를 가르치고 피아노 연주를 자신에게 해 달라는 부탁을 받게 되면서 이 사건은 하나의 해프닝으로 둔갑하게 되지만 오히려 화를 내는 쪽은 이사경의 부인인 백주희도 아닌 엄마 손이린이란 사실이 당혹감을 일으키게 한다.

 

엄마와 살게 되면서 자신의 성이 바뀌고 약사였던 엄마의 일본 유학, 그리고 자신 또한 오휘란 남자와의 사랑을 끝내면서 간간이 마주치는 이사경과의 만남은 그녀가 살고 있는 해변빌라 509호를 중심으로 이사경의 집까지 , 끊어질 듯 끊어질 듯 이어지는 행보를 보인다.

 

아침에 일어나면 무수히 발자취를 남기고 가는 바닷가의 쓰레기란 존재를 치우면서 카페를 운영하는 편사장, 해영이란 여인, 알콜중독자센터에서 나온 남자와 유부녀의 사랑, 간조와 만조를 사이에 두고 일어나는 바닷가의 달님은 그런 이들의 삶 모습을 말없이 비쳐만 준다.

 

"사랑을 한 후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어. 쓰나미에 휩쓸려 사라진 모터바이크가 알래스카의 해안에서 발견될 수있는 것처럼. 처음 시작한 지점으로 절대 돌아갈 수없는 것이 사랑이야. 어느 물리학자가 그랬지.사랑의 법칙은 푸앵카레의 비가역적 에너지론에 지배를 받는다고. 비가역적이라는 말은, 사랑의 끝은 생각지 않은 곳으로 삶을 옮겨놓을 수 있다는 의미야."-p 89

 

 한 번도 왜 자신의 존재 자체의 확인을 위해 물어볼 필요를 못 느꼈던 유지에 대한 침묵의 말은 인생이란 무수히 많고 많은 말 속에 괄호 안에 쳐진 말들이 더 이상 그 너머를 향해 굳이 표현하지 않아도, 유유히 흘러감을, 그래서 인생은 때로 굳이 말들이 필요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모든 것을 드러내는 상황에 맞춰 살아가게 됨을 작가는 큰 사건의 전개도 없이 고요히 풍경과 피아노의 선율에 맡길 뿐, 더 이상의 그 어떤 기대치를 하지 않게 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글을 통해 생명의 활기를 느낄 수있으며, 그간 자신이 알고 있었던 엄마와 이사경과의 관계를 백주희로 부터 듣게되면서 또 하나의 괄호 안에 묶여졌던 말들 중 하나가 풀어졌음을 느끼게 된다.

 

그렇게 인생은 애쓰면서 안달하지 않아도 자연의 순리대로 흐르며, 과함이 모자람에 비해 더 못하단 사실을, 오휘와의 이별, 연조와 그의 아들 환과의 관계를 넘어 다시 이사경 곁에 있는 손이린의 존재, 그리고 백주희의 삶 방식을 통해 잔잔하게 풀어내는 과정들이 새삼스레 다가오면서도 또 그러한 변화를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게 만드는 작가의 의도가 밀물과 썰물의 조화처럼 잘 맞는단 생각을 하게 한다.

 

 

세상속의 온갖 모든 것에 대한 표현방식을 거부하며 때로는 이런 식의 삶의 방식도 나름대로 인생을 향해가는 한 방법일 수도 있겠단 생각을 해 보게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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