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자와 죽은 자 스토리콜렉터 32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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넬레 노이하우스란 작가의 작품을 통해 독일문학의 추리소설을 대하는 느낌은 새 작품으로 만날 때마다 새롭고 또 기대가 되기도 한다.

 

'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여름을 삼킨 소녀'외에 그녀가 발표하는 작품들엔 사회성 있는 문제들이 들어있기에 가볍게 읽고 끝낼 수만은 없는 특징이 있다. (물론 여름을 삼킨 소녀는 장르상 예외지만)

 

다시 돌아온 '타우누스 시리즈' 7권에 해당되는 작품은 두꺼운 책임에도 불구하고 가독성이 짙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있는  2012년 12월 19일부터 시작되는 사건은 2013년 1월 3일을 끝으로 끝이 나지만 그 시간 속에서 벌어지는 사건은 범인을 미워할 수 없는 연민의 정이 읽으면 읽을수록 쌓여가는 작품이 아닌가 싶다.

 

휴가를 맞아 재혼의 기쁨을 느낄 기분에 들떠 있는 피아와 그의 상사 보덴슈타인의 조합이야말로 남녀 궁합의 이상적인 팀워크는 바로 이런 두 사람을 두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여행 준비에 들떠있던 피아를 결코 떠날 수 없게 만든 사건-

한적한 타우누스 지역의 어느 작은 마을에 개를 데리고 조깅하던 여인이 총에 맞고 사망한 사건이 발생되고 어떤 흔적의 단서조차도 찾을 수없던 그 상황에서 연이어서 사망자가 발생된다.

 

유명한 심장이식 의사의 부인이 손녀가 보는 앞에서 사망하고, 빵집 여종업원이 쇼핑센터 한가운데서 죽었으며, 연이어서 어떤 특정 인물에 한정된 사람들만 골라서 죽이는 특출한 저격수의 솜씨를 자랑한다.

 

전혀 연관성을 찾지 못하고 헤매던 수사팀에 범인은 자신의 정당한 살인의 행위를 밝히는 부고를 보낸다.

 

죄지은 자들은 고통을 맛 보아야 한다.

그들이 무관심, 욕심, 허영, 부주의를 통해 초래한 것과 똑같은 고통을...

나는 산 자와 죽은 자를 가리러 왔으니 죄를 짊어진 자들은 두려움에 떨 것이다.

 

도대체 누가, 무슨 원한으로 이렇게까지 법에 기대지 못하고 솔선수범하여 이런 치밀한 계획을 세웠을까?

 

사건을 파헤쳐 가면서 밝혀지는 사건의 매개는 충격적이다.

인공 장치에 의해서 생명 연장을 하고 있는 환자, 일명 뇌사자에 대한 판명이 났을 경우 장기기증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 책은 범인의 생각과 행동이 독자들도 같이 그 시선과 동정을 따랄 갈 수 있게 그려놓았기에 좁혀져오는 범인이 누굴까에 대한 윤곽을 그려보게 하는 동시에 냉철한 수사관들이라도 범인이 이런 일을 해야만 했을 때의 심정과 그로 인해 죄 없는 또 하나의 생명들이 죽어간다는 두 상황에서 혼동과 그들 스스로도 감정이 무너짐을 느끼게 해 주는 장면 장면들이 아픔을 느끼게 한다.

 

 장기마피자 피해자 모임인 '장피아 모임'을 통해 죽은 자와 그의 가족들이 느꼈을 죽음에 대한 예우와 병원이 자신들의 이익을 앞세워서 저지른 의술이란 이름 아래 저지른 만행의 공모들, 한 생명을 죽이고 또 다른 생명을 구했다는 착각을 가지면서 자신의 앞 날에 이뤄질 야망과 찬사를 위해 스스름없이 저지른 행동들을 보는 과정이 장기기증에 대한 보다 세심한 배려와 심사숙고가 필요함을 절실히 느끼게 해 준 책이 아닌가 싶다.

 

여기에 맞물려 각자의 개인적인 사랑과 일 사이에서 고민하는 피아와 보덴슈타인의 가정사가 곁들여져 있기에 자못 심각한 사건에만 빠질 수 있는 숨통을 잠시나마 쉬게 해 주는 장치가 아닐까도 싶게 한다.

 

분명 장기기증에 대한 그 취지는 뜻이 깊으나 그것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한 가족이 붕괴되고 미쳐가는 과정이 살인사건과 맞물리면서 돈, 야망, 현실에 처한 상황들이 모두 드러나는, 어쩌면 쉽게 쉽게 보일 수도 있었을 장기기증에 대한 보편적인 생각에 의료체계의 허점과 이를 감추려 도모한 그릇된 의료진들의 행태를 고발함과 동시에 막상 닥친 현실에 어떤 결정도 내리질 못하는 가족들에게 어떤 일이 최우선인지, 그리고 그들이 떠나간 사람에 대한 기억과 예우를 결코 잊지 않고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는 제도의 방안은 무엇이 있을까를 연신 생각해보게 된다.

 

장기기증을 소재로 다루면서도 각 등장하는 인물들의  자신만의 철학이 깃들었다고나 할까?

각자가 생각하는 법의 처벌 기준도 다르게 보인진다는 점도 눈길을 끌었다.

범인의 생각은 그렇다 쳐도 죽은 헬렌이 믿으면서 따랐던 톰슨의 법적인 처벌 방식이 그렇다고 볼 수 있는데, 이미 사건의 전개 상황을 알고 있었고 미리 살인을 막을 수도 있었지만 그는 다르게 생각한다.

 

"부르마이스터를 구해요? 내가 왜 그런 짓을 합니까? 그리고 경찰에서 나를 그렇게 모함하고 내친 걸 생각하면 협조할 이유가 전혀 없죠."

"그런데 왜 지금은 마음이 바뀐 겁니까?" 보덴슈타인이 물었다.

"그 놈들 중 한 놈이라도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려는 겁니다." 톰슨이 순순히 답했다.

"죄 지은 사람은 마땅히 벌을 받아야 합니다."

 

톰슨 나름대로의 처벌 방식 앞에서 인간들의 다양한 상황 설정과 그 설정이 나에게 맞게끔 이해되어가는 과정과  이해관계는  읽으면서도 이렇게도 달리 시각을 다르게 본다면 생각이 바뀌어지기도 하는구나 하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초반부의 지루함만 조금 극복한다면 작가가 드러내 보이고 자 하는 의료계의 허술한 점과 야망과 맞물려 행해진 결과가 어떻게 한 가정을 10년간 파탄에 잠기게 하고도 그칠 줄 모르게 했는지에 대한 글이기에 추리를 겸비한, 장기기증에 대한 자세한 묘사가 책을 덮고도 잊히지 않는 영상으로 그려진 책이다.

 

사전 리뷰단으로 선정되돼 먼저 가책으로 읽어 본 책이라서 더욱 기대감도 컸기에 읽고 난 후의 느낌은 역시다~

 

 넬레 노이하우스의 책을 좋아한다면 이 책 또한 실망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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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돈나 북스토리 재팬 클래식 플러스 7
오쿠다 히데오 지음, 정숙경 옮김 / 북스토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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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한국에서 고정층이 많을 정도의 좋아하는 일본 작가 중의 오쿠다 히데요의 글은 언제 읽어도 즐겁기도 하지만 그 패턴이 시종 유쾌하지만은 않은, 때론 사회성 있는 문제점을 직시한다는 데서도 처음 데뷔 때보다는 변화를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개정판으로 다시 나왔다고 하는데, 처음으로 읽게 됐다.

'공중그네'에서의 심각할 수 있는 장면들을 유쾌하게 처리하는 그의 글에 반해서 그의 작품을 좋아하게 됐지만 '침묵의 거리에서'란 작품에서는 학교에서 벌어지는 현시점의 문제점을 솔직하게 그려낸 작품이라 전혀 다른 그의 작품을 비교해 볼 수 있는 계기가 아닌가 싶다.

 

이 책의 구성은 총 5편으로 이루어진 단편집 모음이지만 전체적인 흐름의 이야기는 40대 중 후반에 직장인인 아버지이자  샐러리맨들인 이들의  생활과 조직 안에서의 부딪침, 인간관계, 개혁의 의지, 그리고 자식의 문제와 곧 내 일로 닥칠 노후의 문제까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라 짧지만 그가 드러내고자 하는 작품의 의도를 모두 공감할 수 있게 하는 작품이 아닌가 싶다.

 

모든 사람들은 일탈을 한 번쯤을 꿈을 꾸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고 그것을  실행에 옮기기는 더욱 어렵다.

특히 가장의 몸으로써 사회적인 인지도와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남자, 40대 중 후반에 접어든 사람들이라면-

좋지 않아도 술 접대를 해야 하고 골프를 쳐야 하며 한 건의 수주를 이루기 위해 영업부서라는 특성을 제대로 보여주는 샐러리맨들의 생활상은 가정 내에서 편안히 살림과 아이들 교육에 정성을 쏟는 아내의 말 한마디 조차 퇴근 후에 듣게 되는 말은 무겁기만 하는 느낌이 고스란히 전해져온다.

 

그런 의미에서 첫 번째의 '마돈나'는 자신만의 마돈나를 꿈꾸는 한 가장의 이야기다.

오기노 하루히코 과장은 새로 들어온 여직원에게 호감을 갖게 되고 같은 부서의 부하직원의 행동을 견제하며 자신 나름대로 공상과 행동을 통해, 급기야는 육박전을 벌이게 되는 , 초라하지만 결국엔 자신의 마돈나는 다른 곳을 향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집으로 돌아가는 상황이 우습기도 하고 유쾌하기도 하고, 그런 남편의 의도를 알아차린 조강지처의 눈치 100단의 행동 센스마저도 웃음으로 날릴 수 있는 저력의 작품이 아닌가 싶다.

 

이 외에도 '총무는 마누라' 편에서는 개혁이라는 미명하에 영업부에서 잠시 머무는 장소로 생각했던 총무부에 발령받으며 고지식하게 회사의 이익을 생각해 기존의 총무부의 전례 행위를 뒤집어 놓으려 했던 온조 히로시의 고단한 의지와 결국엔 그 의지를 꺾을 수 밖에 없었던 이래저래 한 상황들이 실제의 회사 내의 일들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을, 이와는 반대로  '보스'편에는  새로 발령된 신임 부장 '하마나 요코'를 대하는 부하직원 다지마 시게노리의 입장을 온조 히로시와는 반대의 입장을 드러내 주는 작품이다.

 

어떤 때는 부드러움이, 어떤 때는 꺾이지 않음이 필요한 조직 생활 내에 유연한 자세를 원했던 시게노리와는 달리 서양식의 조직적인 룰을 지향하는 하나마 요코 간의 첨예한 대립 가운데 여상사와 남 부하직원이라는 구도의 설정, 무엇이 조직 생활 안에서 협의를 찾아가는 것이 좋을지에 대한 생각을 던진 작품이기도 하다.

 

누구나 평범한 아버지로서 직장에 근무를 하지만 다 큰 자식의 진로 문제 앞에서만은 최후의 보루라며 아들의 진로에 대해 결정짓는 것을 보류하고 있는 이야기를 다룬 '댄스'는 작품의 나온 시기를 생각한다면 여전히 풀리지 않는 부모 자식 간의 관계를 생각하게 한다.

 

하지만 가장 인상적이었던 작품은 마지막 작품인 '파티오'다.

마흔다섯 살의 스즈키 노부히사 과장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이 이야기는 건물 안에 휴식 공간으로 파티오라고 불리는 곳에 70세 이상으로 보이는 노인이 선글라스를 끼고 독서를 하는 일례의 행동을 보는 시각이 자신의 아버지를 떠올리면서 엄마가 돌아가신 후에 홀로 생활하고 계시는 상황 설정을 보여주고 아들과 아버지 간의 대화의 서먹함, 노인들이라도 고독과 외로움의 차이는 다르다는 사실, 남에게 어떻게 보이든 자신에게 맞는 생활 패턴이 있음을 알게 해 주며 이는 현재 홀로 생활하고 있는 자신의 아버지의 미래에 대한 생각으로까지 번지는 아들로서의 입장을 보여준 작품이다.

 

독신 생활자가 늘어나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재의 상황은 곧 이런 독거노인들의 생활주거환경과 맞물릴 거란 생각과 함께 홀로 있는 사람 자체에 대한 선입견을 버리되, 미래의 보다 나은 생활을 위한 계획은 개인과 나라 간의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단 생각이 들기도 했다.

 

영업부서, 그 중에서도 철강 부서와 총무부의 조직생활들은 드라마 '미생'의 한 장면을 들여다보는 듯도 하고 안. 밖에서 모두 고생하는 부부들의 모습들이 전혀 생소하게 다가오지 않는 , 친근하면서도 우리 부모님도 이런 모습이겠구나 하는 것을 깨닫게 되는 오쿠다 히데오 표의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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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럿 피시 - 제23회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신인상 수상작
오사키 요시오 지음, 이영미 옮김 / 예문사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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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이란 장치는 때론 유용하기도 하지만 망각이란 또 다른 장치가 견제를 해주기에 인간들의 삶은 장. 단점이 공존하며 살아가는 것이 아닌가 싶다.

 

잊고 살았다고 생각하던 과거의 어느 때가 어떤 것을 계기로 순간적으로 떠올리게 되기도 하고 이는 잊어버리려 하지만 내적의 깊은 심연 속엔 어떤 근간의 바탕이 되어 자리 잡고 있었음을 알게 해 주는 책-

 

책 제목이 낯설다.

수족관에 대해 자세히 알지도 못할뿐더러 가끔 마트에 가면 조그마한 물고기들이 헤엄쳐 다니는 미니 바다 세계를 보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킬 뿐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는데 이 책에서 나오는 파일럿 피시란 것에 대해, 그리고 그 역할에 대해 알게 됐고 이는 이 소설의 근간을 이루는 장치다.

 

다시 재개정되어 나온 책이라 시간의 흐름은 있겠지만 지금 읽어도 별 어색함이 없이 진행이 되는 것으로 봐서 상을 탈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도쿄에 올라와 어떤 뚜렷한 자신의 주관 없는 삶을 살고 있던 남자 주인공 야마자키는 여친 유키코의 주선으로 인해 월간 <이렉트>라는 포르노 잡지사에 입사를 하게 되고 세월이 흘러 편집장으로 살아가는 40대의 미혼남이다.

 

3여 년 간을 유키코와 사귀다 헤어지고 지금은 20대의 여자친구가 있는 몸-

자신의 집에 수족관에 있는 물고기를 보다 전화를 받게 되는데, 잊어버린 줄로만 알았던 바로 그녀, 유키코의 목소리를 대번에 알아듣는 자신에게 놀란다.

 

두 아이의 엄마가 된 유키코는 그에게 한 번 만나자고, 같이 사진 한 장 남기는 것이 어떻겠냐는 물음과 함께 이야기는 그들의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기억이란 소재가 주는 사랑에 대한 자존심, 연민, 후회를 보여준다.

 

 “으음 그건, 파일럿 피시(pilot fish)라는 게 있는데, 건강한 물고기의 똥 속에는 건전한 박테리아 생태계가 있게 마련이지. 그래서 수조를 설치하고 제일 처음 넣는 물고기가 중요해. 건강한 물고기가 생태계가 아직 형성되지 않은 물속에서 똥을 싸잖아, 그러면 약 이 주 후에는 건강한 물고기의, 즉 비율이 적정하고 상태가 좋은 박테리아 생태계가 수조 안에 만들어지는 거야.”
“파일럿 피시?”
“그래.”
“어감이 참 좋다.”
“하지만 조금 슬프기도 해.” -p35~36

 

제목으로 쓰인 파일럿 피시는  자신의 할 일을 다하면 수족관 상급자에 의해 버려지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분양을 받게 되는, 일테면 어떤 기초공사의 가장 중대한 역할을 하는 물고기라고 할 수 있다.

 

책에서 보는 두 남녀 간의 과거의 사랑은 유키코의 말처럼 자신의 어릴 적 자존심의 원칙 때문에 야마자키의 사과를 받아들일 수없었고 결국엔 다른 사람과 결혼을 함으로써 또 다른 동창생에 대한 배신을 알고도 모른 척하며 살아가야 하는 여인이다.

상대방의 진심을 그대로 받아들여 다시 예전으로 돌아갔다면 좋았을 것이란 느낌을 받게 하는 이런 일련의 연속적인 두 사람 간의 사랑은 와타나베 씨가 깔아 준 파일럿 피시에 부응하지 못한 채 헤어졌고 19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여전히 두 사람 간의 저 밑바닥에 존재하고 있었던 과거의 기억이 지워지지 않았음을 깨닫게 되는 연민은 안타까움을 준다.

 

서로 다른 전철의 노선을 마주하고 바라보는 두 중년의 남녀-

사귈 초창기엔 그대로 전철을 보내버렸지만 이제 다시는 그런 일이 없을 것이란 것, 이것이 마지막 만남임을 아는 두 남녀 간의 해후와 이별의 장면은 인생의 청춘시절에 보이지 않았던 파일럿 피시에 대한 깨달음과 함께 이것은 결코 지워지지 않을 현재 살아가는 힘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는 것을 느끼는 야마자키의 생각이 고요한 수족관의 물 흐름을 연상시킨다.

 

별 커다란 사건의 이변 없이 잔잔히 흐르는 인생의 파고를 넘나드는 두 남녀의 만남과 이별을 통해 현대인들의 기억이란 장치를 통해 작가는 사람은 한번 만난 사람과는 두 번 다시 헤어질 수 없다.라는 첫 문장의 주제를 시종 같은 흐름 속에 또 다른 시간의 배경으로 변주를 해내는 노련미를 보인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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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 있는 식탁 - 먹고 마시고 사는 법에 대한 음식철학
줄리언 바지니 지음, 이용재 옮김 / 이마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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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채널을 돌릴 때마다 요리프로가 인기인가 보다.

각기 다른 패널들이 나오는 그들의 냉장고에 들어 있는 식품을 통해 다양한 음식의 경연을 벌이는 프로그램을 즐겨 보는 편인데, 볼수록 이런 응용요리를 하는 전문인들의 솜씨가 마냥 부럽기만 하다.

 

이뿐만이 아니라 직접 요리를 시범해 보이면서 먹는 코너는 물론이고 공중파, 지상파 할 것 없이 모두가 요리 잔치 일색이란 생각이 든다.

그만큼 우리 생활에 있어서 주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음식에 대한 이색적인 접근을 시도한 책을 만났다.

철학이 있는 식탁이라~

 

책 표지 자체가 즐겁게 모여서 음식을 먹는 그림들인지라 과연 식탁에 오르는 음식들에 대한 저자의 생각이 궁금했다.

유명한 철학자이자 칼럼니스트, 작가이기도 한 이력답게 흥미롭게 글을 이끈 점이 눈에 들어온다.

보통 우리가 식사를 할 때는 미각, 후각이 동시에 이루어지지만 작가는 책 속에서 무엇을 어떻게 먹는가는 가장 사소하고도 일상적인 행위인 동시에 관계와 윤리, 실천의 문제이기도 하다 라는 것을 밝히고, 유기농, 친환경, 동물 복지, 지역 생산 재료 등 음식을 둘러싼 논의를 근원부터 들추어 꼼꼼히 살펴보고, 개인이 좋은 삶을 위해 갖추어야 할 품성과 습관을 먹는다는 측면에서 논하고 그것을 어떻게 일상에 적용할 수 있는지 모색한다라는 취지를 밝히고 시작한다.

 

제철에 나는 음식에 대한 생각과 자신이 직접 가꾸는 텃밭에 대한 이야기, 유기농 법과 공정무역 사이의 고민, 그저 식탁에 올라오는 단순한 음식에서 벗어나 이 음식이 식탁에 오르기까지의 여정과 그 안에서 이뤄지는 농부와 중간상인, 그리고 소비자의 입에 오르기까지의 여러 갈래의 흔적들을 통해 철학적인 관점을 주지하면서 과연 어떤 방식으로 접하는 것이 좋은 삶을 위해 먹는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만드는 책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이 있다면 배려 있는 도살(연민)을 다룬 부분이 아닌가 싶다.

 

흔히 말하는 고통과 고난에 대한 비교가 이처럼 잘 표현된 것이 있을 수가 있을까를 생각해보게 한 부분, 즉 고통은 괴롭지만 고난은 그보다 훨씬 더 괴롭다는 것, 고난은 기억에 의존하며 인간은 고통보다 고난에 더 신경을 쓴다는 것이란 구절이 동물의 도살 부분을 다루면서 다루어져 있기에 아무런 의식 없이 그저 식탁에 오르는 육식 음식에 대한 다른 생각, 감사와 연민을 동시에 불러일으키게 한다.

 

각 챕터 끝마다 레시피를 적어놓는 부분도 놓칠 수 없는 양념 같은 부분이다.

무겁게 읽힐 수도 있고 다시 읽어도 좋을 정도의 내용들이 들어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이 책을 읽고 난 후에는 식탁에 오르는 모든 음식들에 대한 생각 자체가 더욱 겸손해지면서 다가갈 수 있게 하는 책이 아닐까 싶다.

 

먹을 법을 아는 게 사는 법을 아는 것이다.-오귀스트 에스코피에

 

웰빙이란 말이 이제는 그 어떤 유행이 아닌 하나의 관용어처럼 들리는 세상에 타인과 동물, 프랜차이즈에 대한 생각, 체중감량에 따른 음식과 자신과의 의지들을 다룬 부분들도 모두 줄을 쳐가며 읽게 만드는 책, 여기에 좀 더 쉽게 음식에 대한 영화나 책을 다룬 부분들이 있어 친근감을 더해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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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여행
미우라 시온 지음, 민경욱 옮김 / 블루엘리펀트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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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에서 접하는 소식 중에서 유명인들의 자살 소식이 들려올 때면, 자살할 생각이 있으면 다시 살 결심을 갖고 살지~하는 안타까움이 들지만 오죽하면 그런 행동 밖에 할 수 없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일본 최초로 나오키 상, 서점 대상을 동시 수상한 작가인 미우라 시온이 그린 인생이 사랑스러워지는 나무의 바다, 유언, 첫 오봉 손님, 꿈속의 연인, 작은 별 드라이브, SINK에 이르는 7편의 단편을 모은 책을 접했다.

모두 공통된 점은 '죽음'을 주제로 한 것이고 여기엔 자살이란 것도 들어있기에 등장인물들의 사연을 통해 과연 죽음이 주는 영향에 대한 생각을 해 볼 수가 있다.

 

가족에 충실했지만 냉담한 반응에 한 번 당해보란 듯이 자살을 계획하고 자살 장소로 유명한 곳에 오게 된 중년의 남자 이야기서부터 부부간의 사랑과 세월의 흐름이 가져다 준 서로 간의 오해와 원망, 거기에 대한 남편이 부인에게 던지는 유언의 내용들은 실제 어떤 가상의 일들이 아닌 현실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의 사연을 들여다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때론 환상적인 기시감에 시다리는 주인공의 입장에서 바라본 죽은 이와의 동거 생활, 가족의 동반자살로 인한 트라우마로 인해 삶의 그 어떤 만남과 새로운 가족의 계획을 거부하는 남자, 자연사로 이루어진 할머니의 죽음이 보여주는 기이할 정도의 죽음의 시간들이 일련의 연상작용처럼 보여준다.

 

개똥으로 굴러도 이승에 사는 삶이 저승보단 낫다는 말이 있듯이 이 책을 읽다 보면 죽음이 반드시 삶에 있어서 명쾌한 해답을 제시해 주지는 않는단 사실, 제목 자체가 천국여행이지만 책 속의 주인공들 입장에선 자신의 죽음의 결정과 온갖 겪어 온 풍상의 잔재들을 뒤로하고 죽음이 주는 것이 바로 천국 여행이 아닐까 하는 느낌을 받기도 하지만 작가 자신은 이를 현재의 삶 자체가 바로 천국 여행이 아닌가 하는 느낌을 주는 글을 썼기에 비록 자살이나 각기 다른 죽음의 형태에 따른 글들을 통해 결국은 지금의 삶이 바로 기쁨과 행복을 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들게 하는 책이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왜 ?˝ 라고 생각될 정도의 이유 때문에 사람들은 목숨을 버리기도 한다.
괴로움이 늘 상대적인 것은 아니다.
혼자 받아들이고 방황할 수밖에 없는 종류의 괴로움을 안고 있다

 

책 구절의 윗글을 읽으면서 공감을 하게 되기도 하지만 결국 이 세상에 살다가 가는 것 자체가 바로 죽음에 한 발짝씩 다가서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오늘의 바로 이 순간이 정말 소중하게 느껴지게 되는 글이기도 하다.

어떤 미려한 미사구나 화려한 필체는 없지만 나름대로의 사색과 깊은 울림을 주는 책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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