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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난 것은 돌아오지 않는다
줄리언 반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다산책방 / 2026년 1월
평점 :

저자 자신 스스로 마지막 작품이라고 밝힌 작품, 실제 자전적 소설이기에 그가 그동안 작품을 통해 천착해온 삶에 대한 유한성, 불가지론자로서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것들, 여기에 기억을 통한 사랑과 상실, 유대감들을 재치 있는 명료한 문장으로 이끈다.
소설은 이미 죽었다고 하는 시대적인 흐름 현상으로 여겨지는 현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던진 이러한 문장들은 읽는 동안 저자가 팔순을 맞이하면서 자신의 문학세계를 비롯해 삶의 정체성에 관한 사유를 소설을 표방하나 에세이와 철학적 시선들을 함께 느끼게 한다.

LAM이란 약자로 설명하는 자전적 기억과 여기에 더 나아가 의학적 사례들을 들려주며 기억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집중적인 내용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것을 찾아서'를 통해 인식과 자아를 구성하는 것, 여기에 기억은 정체성을 때론 교정하거나 위협이 되기도 한다고 들려준다.
여기에 본격적인 경험담을 들려주는 이야기는 스티븐과 진이라는 대학동창생들의 20대 만남과 그 후 40년이란 시간이 흘러 그들을 다시 만날 기회를 만들어주고 이들이 다시 결혼을 하는 과정과 그들이 각각 자신에게 상대방에 대한 어떤 불편한 점 내지는 원활하지 못한 감정의 기류들을 들어주는 자로 인식한다.
실제 이야기라고 말한 저자의 이러한 내용들은 그의 전작품들을 간간히 떠올려보게 되는데 이는 그의 작품들 분위기와 그가 문학의 힘을 빌어 독자들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것과 비슷함을 느낀다.
특히 노년에 만난 두 사람의 대화들을 읽노라면 사랑과 기억, 그리고 삶에 대한 서로 다른 관점의 부분들이 일말 공감되기도 하고 이어 떠남과 도착이라는 마지막 장에 이르면 저자의 한층 깊은 생각과 함께 묵직한 여운을 가지게 한다.
나이가 들면서 몸도 점차 제 기능의 순환기증이 떨어지고 20대, 40대, 그리고 이제 팔순으로 접어든 작가가 갖고 있는 병에 대한 인식은 살아가는 삶의 일환 속에서 죽음이 다가오고 있다는 어떤 절박한 심정을 특유의 비틈과 유머를 내재한 글들로 다가오니 어찌 이 작가를 사랑하지 않을 수가 있겠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언젠가는 떠날 이 세상에서 마지막까지 관찰자로 남고 싶은 마음, 그 마음이 아마도 소설가로서 자신이 자신에게 작품을 쓸 때마다 이번이 마지막 작품이란 생각으로 쓴다는 그 말에 일말의 존경심마저 들었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흔히 말하는 외길인생, 내지는 한 길을 올곧이 그것도 소설가란 명칭으로 작품을 출간하는 일은 글을 쓴다는 행위와 이에 걸맞은 수양자적인 자세 또한 필요함을 저자로부터 느낀다.

그렇기에 저자가 기억과 정체성, 삶에 대한 시작과 종착점에 대한 글들은 이 작품을 통해 더욱 명료하게 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 우리 삶에서는 도착이 먼저 오고 떠남은 마지막에 온다. 도착으로 이어지지 않는 떠남이지만. - P 215
- 우리 모두 기억이 정체성임을 알고 있다. 기억이 없으면 우리는 그저 표류하는 무(無)일 뿐.
책 분량은 얇지만 읽는 속도는 느리게 읽을수록 저자의 글 의미를 깊게 알 수 있는 작품, 더 이상 그의 작품을 만날 수 없다니 안타까울 뿐이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