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타 이슬라
하비에르 마리아스 지음, 남진희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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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덮고서 두 주인공의 삶에 대한 생각을 끊을 수 없었다.



창작이란 허구, 사실을 가미한다고 해도 타인의 인생을 들여다보는 마음이 참으로 착잡했고  그 착잡함을 그린 과정에서 오는  인생의 연륜이 녹록지 않은 것들을 글로 풀어낸 저자의 글발에 한없이 빠져들면서 읽은 작품이다.



영국과 스페인의 피를 반반씩 나눈 토마스와  그와 어린 시절부터 이미 서로의 감정을 확인했던 스페인 여자 베르타-



뛰어난 언어 능력을 지니며 옥스퍼드에서 대학을 다니던 토마스에게 어느 날 닥친 인생의 전환점은 베르타와 결혼 생활을 하면서도 여전히 이어질 수밖에 없는 삶의 연속이다.




짧거나 긴 출장길, 단순히 직장의 일로만 다닌 줄 알았던 남편이 사실은  고급정보원 스파이란 사실을 위협과 경고에 시달린 끝에 알게 된 베르타의 마음은 이후 남편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시간의 연속성과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는 교차된 흐름들이 이어진다.




나의 의지대로 선택할 수 없고 선택받은  삶, 그런 위험에 빠졌던 한 남자가 사랑하는 아내에게조차 진신을 말할 수없다면 그의 고독과 외로움, 목숨을 내놓고 활동할 수밖에 없는 그의 인생도 안타깝지만 예전의 남편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이 서서히 변해가는 그의 모습을 바라보는 아내의 입장인 베르타 또한 부부란 관계를 유지하면서  서로의 속내를 알 수 없는 고요한 수면 밑의 삶을 이어간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독자들에게 내내 그들의 시선을 쫓아가게 한다.




한 개인의 자유가 국가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희생을 강요당해도 되는지, 선택의 거부를 했지만 교묘한 계획에 의해 응할 수밖에 만든 그들의 철저한 방법들, 평범한 한 가족의 평온한 삶이 국가의 개입으로 인해 어떻게 서로가 서로에 대한 진실을 알 수 없는 채 살아가야만 했는지에 대한 여정이 참 안타까웠다.




돌아오기까지 진정된 마음을 가질 수 없었던 베르타와 그녀에게 돌아오면서 비로소 자신의 안식을 찾을 수 있었던 남편.-



책 표지를 보면 담배를 손에 들고 있는 모습조차도 그녀에겐 얼마나 힘든 일이었을지를,  베르타의 시선으로 그린 두 사람과의 연결고리에 확대되어 이어지는 진행상황들은 남편이자 아이들 아빠이기 전에 한 남자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자신만은 누구보다도 그를 잘 알고 있다고 믿고 있던 그녀가 느낀 생각들은 오만함에 지나지 않았고 그 또한 그녀를 위한다는 명목하에 스스로 점차 빠져나올 수 없이 이어지는  한계들은 그녀의 독백처럼 다가오는 감정 이입으로 인해 더욱 절실하게 다가온다.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얼마큼 나의 모든 것을 말하고 밝히며 힘든 부분들에 관해 어느 정도까지 솔직함이란 이름으로 위안을 받고 싶은가? 적어도 베르타에게 토마스는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는 사랑하기에 더는 위험에 빠뜨릴 수없다는 생각에 의한 행동이었겠지만 기나긴 삶의 대부분을 '기다림'으로 견딘 그녀의 마음을 십 분이라고 이해할 수 있었는지 묻고 싶다.






특히 저자는 스파이란 직업을 통해 추리스릴러처럼 곳곳의 긴장요소를 심어놓으면서 결혼이란 제도와 부부의 결혼생활을 면면히 관찰하듯 그린 부분들이 색다른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작품을 읽으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두 인물의 심리변화의 흐름들 중간에 들어간 저자의 노련한 문장들이 오히려 많이 와닿았다.



여러 인물들에 대한 세밀한 관찰과 인생의 테두리 안에서 생기는 변화들에 대한 문장들은 철학적이면서도 은유적이다.



책 뒷부분 역자의 말에도 공감된 부분이기도 한데, 베르타의 시선에서 뿜어 나오는 심리변화에 대한 문장들이 대사에서 오는 것보다 오히려 더욱 인생의 관조적인 느낌이 깃든 것들이 많아 필사를 해도 좋을 부분들이 많았다.



토머스가 사라진 그 긴 세월 동안 그녀는 여전히 그를 기다리고 기다리며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




- 내 인생이나 그의 인생, 그리고 사실 수많은 다른 사람들 인생에서와 마찬가지로, 제자리에 서서 기다리고만 있는 인생에선 이런 일은 아주 흔한 일이다. - p 745




그가 다시 돌아왔을 때, 결코 그녀를 잊은 적이 없지만 재회했을 때는 그녀의 옆은 낯설기만 하다는 사실, 타인에  대해 완벽하게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만임을, 두 사람의 인생 안에 담긴 역사와 함께 개인의 상처들을  세심하게 다듬어 그린  작품이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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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베르 씨, 오늘은 뭘 쓰세요?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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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창적인 창작의 세계, 다작의 작가로서 한국에 많은 고정팬을 두고 있는 저자, 베르나르 베르베르- 



이번에도 신작이 출간된 걸로 알고 있는데 그의 창작의 열쇠가 되는 근원은 무엇이며 작가로서 글 쓰기에 대한 궁금증을 다룬 책을 만나본다.



출간되는 작품마다 앞날을 그려보는 듯한 미래지향적, 신화와 허구, 현실의 세계를 적절히 조화하며 그린 작품들을 떠올려 보면 이 책을 통해서 저자가 그동안 35년이란 시간과 함께 자유분방함을 엿볼 수 있다.



지금까지 발표한 소설들이 나오기까지의 숨겨진 비밀부터 자신의 글쓰기에 대한 열정을 담은 내용들은 특히 타로의 스물두 개 카드에 인생을 비유하며 쓴 글들이라 역시 베르나르 베르베르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업 작가로서 하루에 4시간 이상씩 꾸준히 글을 쓰는 그의 글쓰기에 대한 작업, 고등학교 때 탐사기사를 쓰면서 만난 교수님의 말씀과 동양적인 색채가 깃든 그의 작품 일부들은 그의 천부적인 능력으로 인해 빛을 발하게 된 과정을 들려준다.



 특히 자서전적 성격이 강한 만큼 작품 속 소재의 설정 구상을 어떻게 하는가에 대한 가장 궁금한 부분들이 실려있어 연관된 작품들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저자의 가장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개미'가 출간되기까지 무려 20회 이상 다시 쓰고 드디어 12년이란 세월이 걸려 출간된 작품이란 점에서 그의 노력과 성실성, 작품에 대한 애정이 드러난다.



글을 읽는 자에게 어떤 감동을 줄지, 그 감동을 주기에 앞서 그가 글쓰기의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은 주체자인 내가 느끼는 기쁨이라고 말한 대목은  이로 인한 그의 작품성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가 있다.



8살부터 글쓰기 시작했다는 그의 창작은 어언  연륜이 묻어난 시간으로 왔지만 여전히 그의 문학활동에 대한 왕성한 집필은 진행 중인 만큼, 어린 시절부터 익숙한  관찰과 기록의 습관이 문학으로써 결실을 맺은 것이 오히려 타당하다는 생각이 든다.



개미 이후 신과의 이야기, 미래에 벌어질 수도 있는 상상력을 뛰어 넘나드는 그의 작품들은 매번 출간작들이 나올 때마다 다음 작품이 기다려지는 즐거움을 준다.



보통 작품 속에 작가의 개인적인 생각들이 드러나는 부분들이 있긴 하지만 이번 에세이를 통해 한 작가로서, 한 개인으로서 그가 들려주는 인생 이야기는 글쓰기란 부분과 접목해 더욱 가깝게 느낄 수 있었던 책이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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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층의 하이쎈스
김멜라 지음 / 창비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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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엔 존재하지만 존재를 드러내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저자의 신작 속에 등장하는 '사귀자' 할머니, 한때는 '하이쎈스'라 불리던 시기를 지나고  옆 호엔 그녀의 손녀 아세로라가 살고 있다.



동생 칭퉁이를 잃은 소녀, 그들에게 펼쳐지는 세상은 7. 80년대의 소시민이 겪은 풍파와 삼대에 걸쳐 지금에 이르기까지 가진 것 없는 자들의 수월치 않은 삶을 조명한다.




열심히 살아보고자 발버둥 쳤고 일만 열심히 하며 살았던 그들, 소설 속에는 정치범부터 사기꾼, 철거민에 이르기까지 그 시대에서 녹록지 않은 삶을 영위해 간 삶을 그린다.




누군가는 세상에 나아가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보고자 하는 자들이 있는가 하면 쫓겨날까 봐 전전긍긍하며  등기부에 등록되지 않은 건물에 살며 하루를 견디는 자들이 있는 곳, 저자는 이들의 삶이 퍽퍽하지만 역설적으로 맑은 기운으로 그려냈다.






뼈아프게 다가오는 웃픈 현실에 대한 그림들이 머릿속에 담겨 내내 지워지지 않은 내용들은 없다고 여겨지는 존재들로 살아가는 그들에게 부여한 인생의 한구석이라도 밝은 빛이 내리길 소망하게 되는 소설이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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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덕질 - 일상을 틈틈이 행복하게 하는 나만의 취향
이윤리 외 지음 / 북폴리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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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것에 유독 관심을 갖고 이에 푹 빠지면서 열정을 다해 모으거나 파고드는 일을 '덕질', 이런 일을 한 번이라도 해본 경험이 있다면 '덕후'란 말을 알 것이다.



이 책은 제2회 미래엔 단편 에세이 공모전에서 수상한 수상작품짐이다.



일명 덕후들이 자신이 관심을 두고 있는 분야에 빠지게 된 사연부터 점차 몰두하는 기쁨들을 들려주는 내용들은 각기 다른 주제를 가지고 있어 읽는 동안 책 읽는 재미에 빠져버렸다.




SF, 책, 여성아이돌, 식충식물, 발레, 로맨스판타지에 이르기까지 천차만별  다양하게 그들이 접하고 있는 일들은 좋아하는 일이기에 이에 멈추지 않고 더욱 애정의 감정을 느끼며 삶의 활력소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




일례로 SF를 좋아하는 사연은 사춘기시절부터 현재에 이르기 까지이 이야기를 들려주고 사회성 부족으로 인해 택한 방법으로 책을 접함으로써 또 다른 새로운 인생의 길을 찾아낼 수 있었다는 내용, 여성 아이돌에 심취해 덕질하는 것, 요즘 유행하는 식집사 개념으로 키우는 식충식물에 대한 이야기, 발레를 접하고 인형수집에 빠지는 일들까지...







아는 지인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방탄 소년단의 이야기를 하도 듣다 보니 저절로 방탄 소년단에 대해 모르는 것이 없을 정도이며 자연스럽게 덕질로 입문하게 된 얘기를 들었는데, 이처럼 본인이 우연찮게 접하면서 빠져버린 경우도 있지만 자신이 관심을 두던 분야에 대해 덕질을 하는 경우에는 또 다른 깊은 덕질의 노하우도 있을 성싶다.




덕후들이 들려주는 내용을 읽는 동안 나도 모르게 예전 취미로 하던 것들이 떠올랐다.



한때는  운동이나 댄스,  직장에서 겪는 피로나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 해소를 풀기 위해 여러 가지를 접해봤던 경험이 이들처럼 끈기를 갖고 했더라면 덕후란 이름을 갖게 됐을까?




세상엔 타인이 보기엔 보잘것없는 것처럼 보이는 것들도 그들의 열정에 의해 새롭게 태어나는 것들을 볼 때면 부럽기도 하고 그들 또한 이러한 것을 온전히 즐기면서 하는 것이기에 타인의 시선에 신경 쓰지 않는 나만의 경험을 갖고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아가면서 항상 즐거운 일만 있을 수는 없다.



그런 가운데  이들처럼 나가 즐기고 기쁨을 누릴 수 있는 덕질은 결과와는 상관없이 그 과정 자체를 즐기는 삶, 그런 삶의  질을 향상하고 좀 더 여유로운 삶이 지표를 만드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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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여자가 아닙니까? - 성x인종x계급의 미국사
벨 훅스 지음, 노지양 옮김, 김보명 해제 / 동녘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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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인간으로서 함께 살아가는 지구촌이지만 과거보다는 많이 나아졌다 해도  여전히  인종차별은 존재하고 있는 것이 현재 우리들이 살아가고 있는 모습의 일부이기도 하다.



미국이란 나라만 하더라도 다양한 인종구성이 갖는 사회로 이뤄진 나라인 만큼 그들의 역사를 올라가다 보면 필연적으로 만나게 되는 흑인 노예의 역사가 대표적으로 문학이나 영화, 실화를 바탕으로 들려주는 이야기들을 접할 때면 차별이란 것의 기준은 여전히 유효함을 느끼게 한다.



페미니즘 비평가, 사회운동가인 저자가 쓴 이 책은 자신의 출신이 노동자 계급이란 점, 여기에 흑인 여성으로서 미국 사회에서 살아가면서 경험한 일들을  다양한 시각으로 풀어낸다.



17세기에 시작된 흑인 노예무역의 역사를 시작으로 19세기 남북전쟁, 여성참정권과  짐크로스 법, 이어 20세기 세계대전과 흑인 민권운동, 페미니즘에 이르기까지 미국의 역사 한가운데 차지한 흑인들의 역사를 되짚어보고 그 가운데서도 흑인 여성들이 겪은 인종차별의 이야기를 자신의 경험과 함께 들려준다.



이미 노예무역으로 인한 고향을 등지고 아메리카 땅에 뿌리를 내린 그들의 첫 역사는 같은 흑인들이라도 흑인 여성들의 겪었던 수난과 고난은 말할 것도 없고, 이후 성별 간의 억압적인 차별 또한 여성들의 이중적인 어려움을 더욱 높였다.



흑인남성이 백인보다 인종의 계층상 아래였지만 성별 층위로 볼 때는 동등했고 참정권도 백인 여성들보다 먼저 이뤄졌다는 점에서 흑인 여성들은 남성 흑인 가부장제에 의한 억압, 백인 여성들에게도 같은 여성으로서의 차별을 겪은 점, 발전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자 출신의 경우엔 이러한 계급적, 계층적 차별을 더 많이 겪어온 사실들을 보인 이야기는 현재를 살아가도 있는 우리들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한다.



다문화 가정과 외국인들의 체류가 많아지고 있는 현재 우리 사회 모습 속엔 인종차별이 없는가?



타국에서 경험한 외국인 인종차별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때면 기분이 좋을 리 없다는 사실 앞에서 우린 과연 이들의 행동과 무엇이 다른가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그런 점에서 저자가 쓴 이 책은 젠더, 인종, 계급으로 인한 차별과 억압을 흑인 여성의 시각으로 다룬 미국사를 중심으로 다룬 내용이지만 결국  공동으로 살아가는 사회가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한 생각을 해보게 한다.




책 제목은 1851년 오하이오주 애크런 집회에서 흑인 노예출신이었던 소저너 트루스가 신사의 에스코트를 받는 숙녀에게 왜 참정권이 필요한지를 묻는 이들에게 되물은 " 난 여자가 아닙니까?"에서 가져왔다고 한다.




인종차별, 여성혐오주의, 제국주의와 자본주의 시대를 겪으면서 흑인 여성이란 이유만으로 억압을 받은 이야기들을 매끄럽게 이끌어나간 글이 인상적인 책비단 흑인 여성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닌 모든 여성들에게도 평등의 사회로 가기 위해선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를 묻고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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