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은 건축이다 - 인간이 만든 최고의 아름다움
김희곤 지음 / 오브제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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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이 자유화 되고 나서 우리나라 사람들의 여행패턴도 많이 바뀌었다.

 패키지에서 배낭영행으로 가더니 이젠 그 분야도 좀 더 세분화 되어서 문화나 음악, 건축처럼 이름을 붙인 주제를 가지고 맘에 맞는 사람들끼리 모임을 만들어 여행을 가는 정도라니 여행의 참 의미를 알고서 가는 그 기분이야 두말 하면 잔소리일 것이다.

 

 해외여행의 패턴이 이렇게 달라지면서 좀 더 내가 알고 싶어하는 분야에 관한 여행을 즐길 수있기까지에는 우선적으로 가고자 하는 나라에 대해 알고가는 것은 필수일터,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이 주는 지식은  스페인여행을 계획하는 사람이라면, 아니 적어도 건축분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많은 도움을 받을 것 같다.

 

우선 저자는 40대 중반의 나이에 과감히 건축회사를 그만두고 스페인으로 유학을 떠난 케이스다.  부러움 내지 용감하다고해야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스페인의 건축분야에 관한한 공부를 하고  답사를 해서 내놓은   책이기  때문에 다른 분들이 쓴 책보다는 훨씬 건축가가 건축을 바라보는 시점이 탁월하게 쓰여있다.

 

역사의 바퀴는 돌고돌아 무수히 많은 사람들과의 접촉과 문명을 거치면서 덧입히기와 또 다른 창조라는 부산물을 거치면서 전혀 새로운 형태의 모습을 갖추어진 예가 많다.

 

일단 , 목차를 보니 스페인의 역사가 갖고있는 태동의 뿌리부터 시작해 지금의 스페인이란 나라가 탄생하기까지의 여러색깔들을 갖춘 헤쳐모여의 완성된 나라답게 한 곳, 한 곳의 도시마다 모두 내놓아라 하는 건축물의 일색이다.

 

 

마드리드 , 카스티야라만차 , 안달루시아 , 바로셀로나 , 빌바오, 살라망카, 발렌시아... 이렇게 스페인 전 국토에서 동.서.남.북의 모든 중요 도시에 자리잡고 있는 주요 건축물에 깃든 역사 속에는 종교라는 이름을 빼놓을 수가 없는 스페인이 가진 매력이 있다.

 

 

 

기독교라는 관점에서 볼 때 스페인은 다른 타종교 때문에 기독교의 전멸이란 것을  막아낼 수있어야했고 또 그러기위해 역사적으로 혈투를 거쳐야만 했던 최후의 보루였던 만큼 스페인 내에서 자리잡고 있는 각양각색의 혼합 내지 오로지 그것만의 느낌을 고루 간직할 수있었던 건축미의 백미를 가진 결과를 갖게됬다.

 

이슬람이 들어옴으로서 그 영향으로 각종 이슬람풍의 건물이 세워졌다가 유대교, 기독교가 혼합이 되면서 약탈, 파괴를 거친 건축도 있으나 타종교가 세운 건축물 안에 기독교 양식을 내세운 건축물을 세운다거나, 이슬람의 정취를 오로지 풍길 수있는 안달루시아의 알함브라궁전 같은 건축을 보전함으로써 오늘 날 세계 관광객들이 스페인이란 나라를 방문하지 않고는 못배기게 하는 이점을 고루 이용한 나라이기도 하다.

 

 

 

무조건 오래됬다고, 타 종교것이기에 무자비하게 파괴하기 보단 그 안에서의 서로 공존을 모색하고 더 나아가 그런 건축법을 응용해 좀 더 발전된 건축의 미를 발산한 바르셀로나의 가우디 같은 건축가를 배출 할 수있었던 폭 넓은 수용자세를 가진 스페인이란 나라를 다시 들여다보게 된다.

 

 

 

- 톨레도의 가장 큰 숙제는 첨단 현대문화의 공격으로부터 톨레도를 안전하게 지켜내는 것이다. 가장 지혜로운 방법은 파괴가 아닌 재생으로 낡고 오래된 건물의 수명을 다시 살려 새로운 현대기능을 수용하는 것이다. 시대의 양심에 따라 문명의 주인은 새로운 장비와 옷과 문화를 형유하며 살아갈지라도 중세의 빛나는 문화유산은 그대로 포용하고 공존하는 것이 톨레도의 목표다. - P105

 

건축에 대해서는 자세히 모르지만 자연과 함께 어루러지길 원했던 가우디 같은 사람들이 이뤄놓거나 이뤄가고 있는 현재의 건축들은 인간이 내세운 인간지상주의 철학보다는 오히려 좀 더 심오한 건축의 세계를 보는 것 같단 느낌이 든다.

 

 

이뿐만이 아닌 건축의 설계 공모심사과정에서의 철두철미한 양심과 공정의 심사의 눈을 가진 사람들이 휴지통에 버려질 뻔한 설계도를 봄으로써 세계적인 명성의 건축물 탄생이 되었는지에 대한 쓴소리와 함께 고전적인 구 시가지 뿐만이 아닌 현대적인 건축미를 함께 세움으로써 그 지방 고유의 대명사처럼 불리워지게하는 스페인만의 정열적인 자세가 부럽기까지 하다.

 

 

여행이란 것이  한 번 가보면 다시 가야만 할 것같고 , 또 미지의 보고 싶은 부분이 있는 곳이라면 계획을 세워서라도 꼭 가봐야지 하는 맘이 생기는 것을 보면 여행이란 아마도  쉽게 뿌리칠 수없는 어떤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요소를 지닌 것이 틀림이 없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해 보게 된다.

 

방송에서 꽃 할배들은 실제 스페인을 여행하고 돌아온 것을 방영 중인데, 난 책을 통해서 스페인을, 그것도 동.서양과 각기 다른 종교의 매력을 같이 지닌 건축을 통해 스페인을 다녀온 기분이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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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계 재판 - 사람이 아닌 자의 이야기 다카기 아키미쓰 걸작선 2
다카기 아키미쓰 지음, 김선영 옮김 / 검은숲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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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 개요

시간: 1960년 6월 15일~7월 15일

장소: 도쿄 지방법원 형사 제30호 법정(쓰키지 임시청사)

 

죄명: 살인, 사체유기

피고인: 무라타 가즈히코

판사: 요시오카 에이스케, 나카가와 히데오, 고시미즈 슌이치

검사: 아마노 히데유키

변호사: 햐쿠타니 센이치로

 

신극의 배우였던 피고인은 두 번의 살인과 두 번의 사체유기죄로 법정에 선다.

같은 극단 출신의 유부녀인 도조 야스코와 그녀의 남편을 죽이고 시체를 유기한 혐의다.

하지만 피고인은 도조 야스코의 부탁으로 죽은 남편의 사체를 유기한 죄만 인정했을 뿐 나머지 세 가지의 범죄사실을 부인한 상태-

 

이 소설은 10여 년간을 법정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다루는 법정기자의 시선으로 그려지는 1960년 대에 발표된 소설이다.

 

흔히 말하는 법정드라마나 영화는 , 판사, 검사, 그리고 변호사, 그 중에서도 특히 법을 전공하고 법의 형량을 구형하고 선고하며 이에 반대의 증거와 변론을 통하여 같은 공간 안에서 저마다의 목적을 위해 때로는 과감한 언변과 설득을 통하여 피고인 생명의 선택이 주어지는 , 어찌보면 의료계의 천사의 손길 이상으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소설로서의 소재로서도 흥미를 가지게 하는 분야다.

 

일부분 죄를 인정한 상태에서 나머지의 죄를 밝혀 구형을 선고하려는 검사와 무죄를 입증해 피고인의 법정량을 최소화 하려는 불꽃 튀기는 검사와 변호사의 관계는 영상에서 보듯이 모두 나름대로의 증거와 심문을 통해 피고인에 대한 형을 결정지으려는 미묘한 심리전과 함께 법정 안에서 지켜보는 사람들의 느낌을 고스란히 전해주는 방식으로 쓰여진 이 소설은 왜 피고인이 그런 행동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법 밖의 한 사람의 인생을 관통하는 슬픈 역사를 안고 있기에 법이 갖고 있는 선고의 결정까지 어느 것 하나 신중에 신중을 기하지 않을 수없단 교훈을 남긴다.

 

 무라타 가즈히코-

한 때 방송에서 우리나라 재일 조선인의 삶을 비추면서 다른 불합리한 여건 속에서 살아가는 일본 내의 한 차별적인 대우를 받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다룬 다큐를 본 적이 있다.

 

바로 신평민이란 새로운 이름으로 살아가게된 부락민들이다.

일본 내에서조차 제대로 사람대접을 받지 못한 그들은 일본의 호적체계를 거치면서 평민과 구별지어 신평민이란 명칭을 받고 평등이란 말 속에서 한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가게 되지만 이는 법에서 정한 것과는 또 다른 인간들의 뇌 속에서 뿌리박혀있는 인종차별의 대상으로 각인이 되어 있기에 같은 사회 안에서 살기엔 예전 보단 나아졌지만 여전히 동화되기엔 시간이 걸릴 듯한 모습을 본 기억이 있다.

 

부모를 선택해서 태어날 수없듯이 무라타, 또한 그러한 자신의 출신 성분 때문에 주눅이 들어 쉰 살이 넘은 현재에도 여전히 자신의 억울함을 뒤로 하고 군대에서나, 사회 동료에게도 좋은 감정을 남기지 못한 채 살아온 사람으로 나온다.

 

세상에 믿을 사람 없다는 철저하게 고립되어 살아 온 피고인의 삶은 읽는 내내 그의 인생에 대한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만든다.

 

"피고인에게 돈이란 어떤 것입니까?"

"굳이 만능이라는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만, 최고라고는 생각합니다.저는 인간을 믿으려다가 인간에게 희망을 잃었습니다. 고독한 인간이 혼자 살아가려면 돈의 힘을 믿을 수밖에 없습니다." -p189~190

 

동거녀에게 조차 버림받은 그에게 자신이 죄를 뒤집어 쓸 각오까지 했던 그의 순수했던 사랑의 감정이 변호사 햐쿠타니 센이치로에 의해 누명이 벗겨진 순간의 마지막 변론의 글은 읽는 내내 깊은 아픔을 던져준다.

 

 

 

 검사와 변호사의 입장에서 각기 증인을 채택하고 증거물을 대고 그리고 법 정안에서 심문과 변론을 통하는 일련의 과정 묘사가 마치 현재의 법을 진행하고 있는 사건처럼 전혀 어색함이 없이 그려진 것을 보면 법을 전공하지 않은 작가의 부단한 노력과 일본법정추리소설의 대 찬사를 받은 만큼 작가가 말하고자 한 의지를 엿 볼 수있는 책이다.

 

소설은 대부분 허구이나 작가 자신의 경험적인 체험에서 우러나와 일부분 가미해 창작물을 내놓는 다는 것을 볼 때 작가의 인생, 또한 평범한 출신이 아니었기에 여러모로 작가 스스로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작품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검사의 말도 옳고, 변호사의 말도 옳게 구술되어 법 정 안에서 한 사람의 인생의 기로가 선택이 된다는 점에서 서양에선 법을 전공하는 사람들은 일정부분 배우처럼 제스추어라든가 설득력 있게 배심원들을 마음을 움직일 수있는 언변을 교육한단 것을 들은 적이 있다.

검사측에서 증인을 내세운 사람을 범인으로 확신한 변호사 입장에선 명예훼손죄로 법에 걸릴 위험을 감수하고 오로지 자신이 맡은 피고인에 대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쏟아부은 햐쿠타니 센이치로란 캐릭터에 흠뻑 빠졌다.

 

딱딱할 것 같은 법정이라고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쉽게 쉽게 법의 진행상태와 법정기자로서의 느끼는 생각까지 모두 엿 볼 수있단 점에서 나라면 만약 어떤 결론을 지을 수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세월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인간이 다른 인간을 차별하는 선입견에 대한 사회비판이 섞인 이 소설은 법이 아무리 딱딱하다고 하나 그 이전의 피고인의 배경과 사건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보여줌으로써  다시 한 번 신중을 기할 필요성이 있음을 알려주는 책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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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파산 - 2014년 제2회 한국경제 청년신춘문예 당선작
김의경 지음 / 민음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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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대학을 나오고도 미취업자가 수가 80만을 넘었다는 보도를 접했다.

IMF 이후의 가장들이 거리로 나온 후부터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지고 이직률의 시선도 바뀌어가고 있는 지금에 다시금 젊은 청춘들의 자화상들은 그리 밝은 것만은 아닌 것이 현실이다.

 

아무리 다양한 스펙과 해외연수가 기본인 현 시점에서 길고 날뛴다는 젊은이들의 취직은 여전히 경제의 불황으로 인해 갈수록 어려워지고만 있다.

 

내 의지와는 상반되는 그 경우엔 더욱 그러하리라.

 

백인주- 올 해나이 33살

엄마가 벌여놓은 사업의 부도로 인해 집 안은 그야말로 풍비박산이 났다.

자신과 동생의 명의로 빌린 돈으로 한 달에 30만원 이상의 용돈은 써 본 적이 없고 신용카드는 물론 사용한 적없는 그녀는 졸지에 신용불량자에 개인파산자가 되어버렸다.

 근 10년이 다 되어 법적으로 파산 면책결정으로 인해 더 이상 채무의 의무는 해결이 되었으나, 수시로 날라오는 채무불이행의 해결을 원하는 법적인 서류를 받게되는 끊이질 않는 불안감에 산다.

 

10일간의 알바인 봉고차를 타고 봉투에 상가수첩을 넣는 알바를 하는 그녀에겐 이미 알바라면 이골이 나 있는 상태다.

 

뭘 안해봤냐고 물어보는 것이 더 편할 정도로 안해 본 것이 없는 그녀는 그녀의 찬란했던 파릇한 20대의 시절을 온전한 직장을 다녀본 것이 손에 꼽을 정도로 이미 알바에 대해 빠삭하며, 고용주와 피공용주간의 관계를 터득한 나머지 기대조차 하지 않는 지경에 이른 상태다.

 

각 종일을 하면서 자신이 한 때 좋아했거나 사랑했던 사람 곁을 채무라는 빚에 떠밀려 스스로 그들 곁을  떠나버리거나, 버림을 받은 상처 때문에 쉽게  안주하는 삶 자체를 그리워하는, 그저 보통의 삶을 꿈을 꾸며 살아가는 그녀의 생활을 통해 작가는 작가 자신이 실제 체험했던 다양한 일들을  이 작품에 고스란히 녹여내고 있다.

 

내가 바란 건 단 하나, 시회적인 명예도, 호화로운 집도, 무소불위의 권력도 아니었다. 보통 사람처럼 사랑하고 사랑받으며 살아가는 것. 누군가에게 쫓기지 않고 아무에게도 멸시받지 않고, 내가 하지 않은 무엇인가로 인해 비난받지 않는 것.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었을 때 먼저 헤어질 것을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것. 누군가가 좋아지는 것을 겁내지 않아도 되는 것. -P 358

 

 

각기 사연들도 다르고 , 뜻 한 바도 다르게 일을 하는 이 시대의 알바생들의 사연을  독특하게 도드라져 보이는 특성들을 포착해 노동의 값어치와 그에 비견해 돈 벌기는 쉽지만은 않은 과정 속에서도 제  나름대로 뜻을 지닌 각 동네를 지나치면서 인주의 알바 인생이 겹치게끔 동선을 그려나간 책의 흐름이 이 시대의 젊은이들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착찹함을 느끼게 된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으나 그야말로 온 세상이 빚으로 이루어진 사람들로만 살아간다는 착각을 일으킬 만큼 자세한 알바생들의 취업의 어려움, 마지막 사랑이라 믿으며 결혼을 꿈꾸고 싶은 인주의 소망대로 이뤄질 날이 올 것이란 희망적인 끝맺음은 비록 현실의 삶이 고단하다 하나, 언젠가는 이 모든 것도 한 때의 인생경험이었음을 느낄 수가 있는 날이 오길 바라는 맘이 되어버리는 이 소설은 그저 하나의 소설이 아닌 현실 속에 그대로 녹아들어 각자 한 번씩은 해 보았을 알바의 경험을 다시금 되짚어보게 하는 책이기도 하다. (아~ 갑자기 김장훈의 노래가 생각난다.)

 

"지금 너를 힘들게 하는 것들이 언젠가는 시간에 묻혀 사라질 거야." -P 79

 

두 가지 희망적인 미래를 제시함으로써 끝 맺음을 맺는 이 소설은 백인주에게 언젠가는 반드시 밝은 태양을 떳떳이 볼 날이 올 것이란 기대를 독자들 스스로도 빌어주게 되는 책이다.

 

힘내! 백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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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나 미메시스 그래픽노블
바스티앙 비베스 지음, 임순정 옮김 / 미메시스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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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엄마에게 이끌려 피아노 학원에 다닌 적이 있다.

있다~ 라고 하는 것에는 흔히 말하는 프로의 경지가 아닌 이상 엄마들 사이에 통용되곤 하던 체르니 40번 정도만 치면 음악시험에 나오는 음표정도는 볼 줄 안다는 상식으로 통하던 그 때, 하긴 지금도 그렇다고들 한다.

 

난 재주가 없었다. 손도 작은데다 이쪽에서 저쪽으로 손가락을 움직여주려면 여간 고충이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정말 어지간히 음표정도만 볼 줄아는 정도에서 그치고 패스~

 

가끔 방송이나 유명 음악가들의 공연소식을 들을 때마다 아련한 피아노 기억이 떠오르는 건 미처 마치지 못했단 후회보다는 그 시절의 한 때나마 힘들었지만 그만 둘 때까지의 피아노 여정을 함께 했었던 추억이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폴리나는 6살 때 엄마의 손에 이끌려 발레를 한다.

그녀의 특출한 재능을 알았던 보진스키 선생의 눈에 띄어 고학년 언니, 오빠와 함께 발레를 하지만 보진스키 선생님이 원하는 말과 행동이 무엇을 뜻하는지 수긍을 하기가 어렵다.

 

 

 

그러던 차, 솔로 공연 제의를 받고 연습을 하던 중에 러시아의 유명 프로 발레단에 발탁, 스승과의 공연은 무산이 되고, 예전의 스승이 가르쳐 준 것과 또 다른 훈련에 수긍과 왜 이래야만 하는지에 대한 이해를 하지 못한 채, 또 다른 공연팀을 만나게 되면서 그 곳에 둥지를 틀게된다.

 

 

 

 

사랑하는 안드리아와의 사이도 멀어지고, 다른 친구가 좀 더 나은 세계로 나아갈 것을 계획하는 것을 알게 된 폴리나는 우연찮게 베를린에 머물게되면서 자신의 발레와 연극을 이용한 모임에 들어가면서 일약 유명한 인사가 된다.

 

 

저자인 프랑스 작가 바스티앙 비베스는  2007년 데뷔한 이 젊은 작가의 작품은 하나하나가 거창한 꼬리표를 붙이고 있다. 2012년 만화비평가 협회(ACBD) 대상, 2011년 만화 전문 서점상, '르푸앙' 선정 2011년 올해의 책 20선, '르푸앙' 만화상 최종 후보작. 2009년 <염소의 맛>으로 앙굴렘 세계 만화 페스티벌 '올해의 발견 작가상'을 수상했다.

 

한 소녀의 성장기이자, 예술의 흐름과 그 안에서 창작이란 소재를 덧 붙인 그래블노블 형태인 이 책은 동양화로 치자면 수묵의 향이 묻어나는 책이다.

 

많은 대사가 없는 가운데, 흰 여백과 검은 색채가 조화를 이루는 그림은 눈으로 읽는 맛과 더불어 보는 맛을 가감하여 차분히 들여다 보는 동시에 한 인간의 예술과 자신의 인생 진로를 개척해 나가는 삶을 보여주는 책이다.

 

어린 그 자신이 왜 발레에서 요구하는 동작과 그것에 대한 요구를 하는 스승의 말을 이해 못하는 가운데 자신의 부상, 연인과의 헤어짐, 이미 발레라는 울타리 안에서 또 다른 새로운 세계롤 진입해 자신의 재능을 보여주는 그 과정들은 인생이란  여정 속엔 끊임없는 노력과 부단한 자신의 채찍질, 그리고 또 주어진 삶에 대해 하루하루 성실히 나아갈 것을 보여주는 책이기도 하다.

 

몇 년의 세월이 흐른 후의 스승과 함께 한 춤은 그래서일까?

푸근함과 동시에 스승과 제자사이를 뛰어넘은 한 사람과 한 사람으로서의 춤으로 맺어진 교류를 들여다 보는 따뜻함이 들어있다.

 

 

중간에 체르니 40번까지 미처 마치지 못했던 나로선, 폴리나의 역동적이고도 발레에 대한 스승의 깨우침을 뒤늦게 알아가는 내공이 쌓인 감정의 표현들이 참 부럽기도 했다.

한 번 보고 두 번째 책장을 정리하다 그 자리에 앉아서 다시 둘러 본 책-

그림으로 그려진 책이라도 활자 못지 않은 강한 중독성을 가진 책, 스승이 건네 준 영상을 돌려보는 폴리나의 여유가 새삼 부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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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청접대과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52
아리카와 히로 지음, 홍은주 옮김 / 비채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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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픽션입니다. 하지만 고치 현청에는 '접대과'가 실재합니다'라는 안내와 함께 소설은 시작한다.

 

일본 내에서도 작은 섬에 속하는 시코쿠- 그 곳에서도 남쪽에 위치한 고치란 지방도시에 고치현청 소속의 '접대과'가 신설된다.

어떻게 하면 타지의 사람들인 관광객을 이 곳에 오게 만들 수있을까로 고심하던 접대과의 사람들은 고치 출신의 유명인사들을 홍보대사로 위촉해 홍보활동을 하기로 하고 그런 인사 중에서 소설가로서 이름이 알려진 요시카도를 막내 직원인 카케미즈가 섭외하고 요시카도는 이를 수락하기로 한 상태다.

 

하지만 일의 특성상 여러부서의 타진과 유치에 필요한 여러가지 협의조건을 진행하던 와중에 요시카도의 신랄한 비난을(공무원이 다 그렇지, 뭐', '관청이란…', '민간 감각을 어떻게 따라가겠어' 등등)듣게 되면서  가케미즈는 쩔쩔매게된다.

 

그러던 중 요시카도로 부터 몇 십년 전 판다유치계획을 주장하며 고향의 관광유치 계획에 획기적인 기획안을 내놓았던 전직 공무원을 찾아 가보란 말을 듣게된다.

 

프리랜서 직원인다키양의 힘을 빌어 기요토란 사람을 찾아 가게되고  그 곳에서 그의 딸인 사와의 갑작스런 대접을 받게되면서 왜 그녀가 현청사람들을 미워하게 됬는지에 대한 사연을 알게된다.

 

우리나라에도 방송프로그램인  ~6시 내고향~이란 것이 있다.

이와 비슷한 설정의 다른 프로들도 있는 바, 이런 프로그램들을 보고 있노라면 비록 서울이 고향인 사람들은 직접 가 보진 못해도 맛난 제철의 음식향연과 그 곳 사람들의 구수한 입담과 인심, 그리고 미처 알지 못했던 구석구석 자자분하고 소소한 일상의 모습과 신기한 모습들을 보는 즐거움이 있다.

 

또한 고향을 지척에 두고서 타향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아련한 고향의 맛을 느끼는 그런 즐거움을 주는 프로그램들이 이 책을 읽다보니 가장 많이 떠오르게 된다.

 

말단직원이자 고향인 고치에 내려와 공무원으로서 첫 발을 내딛은 사회초년생인 가케미즈와 소설가 요시카도의 관계를 통해서 민간인들이 바라보는 공무원세계의 일 진척상황도의 이해못하는 심정, 잘 하고자하나 공무원이란 신분에 걸맞는 틀에 못 벗어나고 일정한 패턴만 유지하려는 사람들의 좌충우돌 내 고향 알리기 프로젝트에 관한 이야기를 통해서 흐뭇하고 따뜻한 사람들의 세계를 보는 듯하다.

 포인트를 집어내며 홍보성의 아이디어내놓기와 그 실현방안을 두고 절치부심하는 젊은이들의 활기찬 모습들이 시종 유쾌함과 상큼함을 느끼게 해 준다.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작가들이 가장 자연스럽고 그 속속들이 추억에 깃들어 젖게하는 글들은 아마도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고향에 대한  표현들이 아닌가 싶다.

 

이 저자 또한 책 말미에 자신의 고향인 홍보대사를 경험삼아 이 틀을 기초로 글을 썼다고 하는데서 알 수있듯이 고향이 주는 안락한 느낌을 모든 사람들이 오고 싶게 만들어가는 프로젝트의 다양한 시설이용과 무심코 지나쳐버리는 것들도 관광상품으로 이미지 변신시키는 전략의 흐름을 보노라면 일본만의 깍듯하고 절제된 힘을 통해 작은 마을이라도 관광의 이미지로 얼마든지 변신 할 수있단 가능성을 제시하는 작가의 상상력과 실제를 들여다 보듯 그려낸 취재의 꼼꼼함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실현 불가능한 이유를 내세울 게 아니라, 실현을 위해선 어디를 밀고 어디를 끌지 끈질기게 달려들어야 한다.-p412

 

비록 소설이기는 하나, 가슴에 와 닿는 문구이기도 하다.  홍보를 어떻게 해야 되는지에 대한 참고사항도 되는 책이고, 뭔가 눈치가 없어도 너무 없는 가케미즈와 활달하고 당차고 적극적인 다키와의 신선한 사랑이야기, 사와와 요시카도의 사랑이야기도 그 색깔은 다르지만 읽는 내내 이들과 고치 현의 관광 곳곳을 같이 다녀본 듯한 착각을 일으키는 책이다.

 

일본의 유명인들은 잘 모르지만 곧 영화화로도 된다고도 하니 한 번 보고싶단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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