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호의 죄 - 범죄적 예술과 살인의 동기들
리처드 바인 지음, 박지선 옮김 / 서울셀렉션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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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계의 추악한 면을 밝혀내는 이야기들은 스릴과 추리를 접목해 재미를 준다.

 

특히 소호라는 거리를 배경으로 그려낸 이 작품은 예술계의 보이지 않는 면모들을 보인 작품이기에 남다른 느낌을 준다.

 

미술계를 좌지우지하는 막강한 세력을 갖고 있는 미술품 컬렉터 부부인 필과 맨디중 맨디가 자신의 로프트에서 얼굴이 없는 상태에서 발견된다.

 

정작 살인범은 쉽게 자백을 하는데, 다름 아닌 남편인 필이다.

자신이 부인을 죽였다고 하는데 필은 치매성 뇌질환을 앓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신빙성에 의심을 하게 되고 이 사건을 두고 미술품 딜러 잭과 사립탐정 호건이 진범을 찾기 위해 수사에 나서게 된다.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과정을 통해 소호라는 거리에서 예술활동을 하고 예술가라고 자칭하는 그들, 그들 곁에 미술품 딜러란 사람들이 있음으로 해서 작품을 어떻게 포장하고 거래를 하는지를 보인다.

 

죽은 사람 곁에 주변인들을 만나면서 진범이 누구인지를 밝혀내는 사건의 결말은 반전의 맛을 주고 저자는 범인임을 밝혀내기까지 여기저기 장치를 해둔다.

 

 

실제로 미술 매거진인 <아트 인 아메리카>의 편집장으로 활동하는 이력을 되살려 미술계의 감춰진 내밀한 면들을 밝혀내는 이야기들은 그 속에서 배신과 사랑, 음모, 창작에 대한 욕구를 제대로 그려냈다.

 

한때는 할렘가처럼 형성됐던 소호란 곳이 예술가들이 모이면서 점차 예술의 거리로 명성을 날리게 된 후 그 안에서 벌어지는 진실들은 결코 아름답지만은 않다는 것을 보인 작품, 만약 영화로도 만난다면 추리 스릴의 맛을 제대로 살린 멋진 영상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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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꾼의 수기 생각하는 힘 : 진형준 교수의 세계문학컬렉션 39
이반 세르게예비치 뚜르게녜프 지음, 진형준 옮김 / 살림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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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러시아 작가의 작품을 접했다.

 

유명한 작가 중 한 사람인 이반 세르게예비치 투르게네프가 그린 이 작품은 단편으로 이루어진 책이다.

총 10편의 이야기를 통해 당시 러시아의 신분제도를 그려볼 수 있는 책이자, 지금은 모두가 같은 인간이란 생각이 당연한 시대지만 여기 보인 내용들은 계급이 존재했던 시대를 보인다.

 

우리나라도 양반과 다른 계급들이 존재했던 시대가 있었듯 저자가 그린 시대도 화자인 귀족의 눈에 비친 농노 제도의 실상, 즉 러시아 농부, 지주, 영주 관리인이란 사람들이 엮이면서 그린 이야기라 신선함이 다가왔다.

 

화자인 귀족은 '나리'란 칭호로 불린다.

사냥을 하러 떠나는 여정 속에서 자신과 다른 계급의 사람들인 농노들에 대한 관찰, 그리고 연민을 느끼게 되는데 좋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비인간적인 면모를 보인 사람들도 등장하는데서 미국의 노예제도를 연상케도 하고, 그렇다고 귀족은 자신이 나서서 저지를 하지 않는 자세를 취한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농노에 대한 연민은 있으나 확실한 자신의 신분을 각인한 채 그저 한 사람의 인간 존엄이 아닌 관망의 자세를 취했다는 점에서 여전히 신분제도에 대한 인식을 느끼게 한다.

 

여기에 등장하는 여러 인물들은 때론 귀족에게 감동을 주는데 기독교적인 관점에서 감사함을 갖고 있는 카시얀에 대한 자세는 기타 주변 사람들의 인식에도 불구하고 자신만의 생각이 보여 다른 분위기를 이끈다.

 

특히 '호리와 칼리니치'에서는 다른 별개의 생각을 갖고 있는 두 농부의 삶을 보인다.

현실적 합리주의인 호리와 낭만주의자 칼리티치의 대비를 통해 농부의 세계를 들여다보는 계기를 주고, 같은 신분의 처지지만 자신보다는 더 좋지 않은 상황에 놓인 농부를 놓아주는 비류크의 산지기는 같은 인간으로서의 동질감과 연민 성을 느끼게 해 준다.

 

또한 계급 차이 때문에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가슴에 묻어두어야만 한 했던 사연, 고귀한 신분과 천한 신분을 떠나 모두에게 공평하게 다가오는  죽음을 바라보고 받아들이는 과정이 시대를 떠나 동질감을 갖게 한다.

 

 각기 다른 사연을 통해 전해주는 이야기를 통해 당시 시대상을 살아가는 사람들, 신분을 떠나 농노라는 신분을 차별해서 볼 것인 아닌 나와 같은 인간임을 깨달아가는 과정을 통해 보편적인 인간의 삶이란 과연 무엇인지를 생각해보게 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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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틱 상실사
청얼 지음, 허유영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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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의 천재 영화감독이라는 칭호를 받은 청얼 감독의 작품집이다.

 

요즘 중국 문화권의 출간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는 가운데 감독이 쓴 단편들로 이루어진 이야기들이 궁금했다.

 

총 7편의 글들은 1930년대 일본과 중국의 관계,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과 근대를 넘어  현대를 배경으로 한 4편의 이야기가 독립적이면서도 연관성 있게 이루어진다.

 

제목에서 의미하는 로맨틱 상실은 시대를 구분하지 않는 인간들이 본성에 가장 진실된 모습들을 드러내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청얼 감독이 연출한 영화 <라만대극소망사>의 원작 소설인 「로맨틱 상실사」「여배우」「영계는 등장하는 인물들이 서로 연관이 되어 있으면서도 각개 독립적인 한 개인의 상실과 아픔을 다루고 있다.

 

자신의 남편을 구하기 위해 특권층에 다가서는 여배우, 그런 여배우를 특권층은 어떻게 자신의 사람으로 만들며 여배우는 결국 남편이 자신을 떠나버리고 어떤 비운 한 운명을 맞는지를 그린 내용과 함께 자신의 사고 난 몸을 돌봐준 매춘 여인을 매몰차게 버리는 비정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영계, 그리고 이들의 등장인물들이 역사 속의 실존 인물이었던 다이 선생, 두 선생의  이야기와 함께 허구와 실제를  적절히 섞이면서 그린 작품이 씁쓸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두 선생의 매제인 일본인 와타나베란 인물에 대한 묘사는 이 책에서 보인 이중성의 면을 제대로 드러낸 인물이 아닌가 싶다.

 

현대를 배경으로 한 4편의 이야기들도 낭만이 사라진 여운을 깊게 남긴다.

인어의 치장을 하고 사람들 앞에서 물속에 잠긴 모습을 보이며 살아가는 여인, 그 여인은 왜 한 곳에 안주하지 못하고 하루하루 잠잘 곳을 헤매는지, 몸에 난 상처 때문에 일을 하지 못하게 된 사연이 찡하다.

 

한편 은행원이란 직업에 안주하면서도 무료하고 공허한 삶을 살아가는 남자, X로 칭하는 인물의 세 번째 남자의 자살은 왜 해야만 했는지를 상실이란 단어에 맞게 그린 작품들은 과거의 이야기와는 또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근대와 현대를 교차적으로 그린 책의 내용은 중국의 당시 역사적인 배경을 알고 읽는다면 분위기를 더 사실적인 감각으로 읽었을 것이란 생각이 들게 한다.

 

감독이 그리고자 한 인간 본성의 낭만 상실, 그리고 자신의 안위를 위해 비정하게 이용하고 버리는 냉철함을 천천히 음미하며 읽는다면 더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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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 오브 갓 - 그 의사는 왜 병원에서 몸을 던졌을까?
사무엘 셈 지음, 정회성 옮김, 남궁인 감수 / 세종(세종서적)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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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나 지인들이 병원에 입원해 있는 경우 병원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존경심과 고마움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거의 죽어가는 사람들을 최선을 다해 차례대로 의료 치료를 행하는 것을 볼 때면 의사나 간호사라는 직업을 지닌 그들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되는데 이 책을 처음 선택했을 때는 미드 [그레이 아나토미]나 [닥터 후] 같은 연장선을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의 내용을 접하고 난 지금은 과연 의술을 시행함에 있어 저자가 말하고자 한 훌륭한 의사와 인간적인 삶에 대한 것을 되돌아보게 한다.

 

저자의 자서전적인 내용을 담은 책이라 시대적인 배경은 1970년대를 그리고 있다.

지금처럼 많이 발전된 의료기계 장비는 없었지만 당시의 의료계에 몸담고 의사가 되는 과정을 거치는 인턴들의 삶은 사실적이다 못해 정말 이런 일들이 있을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마저 들게 한다.

 

주인공 로이 바슈의 눈을 통해 의료 실습의 과정과 시스템에서 부딪치는 인간이되 점차 비인간화되는 모습들이 '고머'라 불리는 환자를 대하면서 더욱 실감 나게 그려진다.

 

병을 너무 방치해서도 안되지만 툭하면 크게 아프지 않아도 병원을 집 삼아 오는 사람들, 만성질환과 치매를 앓고 있는 노인들을 부르는 용어인 '고머'는 아직 초보 의사의 단계인 인턴들에게 맡겨진다.

 

의사를 믿고 자신의 모든 것을 보이는 환자들의 입장에선 하나의 구세주처럼 보일 수 있는 시점에서 의사들은 치료를 하되 치료를 하지 않는 행보, 자신에게 몰려드는 많은 환자들을 다른 과로 전과시키는 한계들, 이들 환자 중 정말 자신의 손에 맡겨져야 할 병명이 있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하는 걱정이 앞서게 만든다.

 

당시의 의료 여건상 의료진들의 힘겨운 의료과정을 거치는 모습을 통해 저자는 자신이 의료를 전공한 당사임에도 상당한 진실성을 통해 의료계의 세계를 보임으로써 보다 나은 의료진으로서의 나아갈 길은 무엇인지를 보인다.

 

한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직업인 의사라는 직업, 전문으로 거듭나기까지 그들이 겪어야 하는 과정 속에 환자, 성을 이용한 부분들, 윗선에 잘 보임으로써 피라미드의 구조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는 그들의 모습들이 살아남거나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갈림길을 통해 사실성을 부각한 책이다.

 

요즘 안락사나 존엄사, 생명연장 거부에 대한 생각들이 예전과는 다르게 보는 시각으로  종종 기사로 떠오르곤 한다.

 

책 속에서도 이미 고령인 아흔인 환자를 두고 치료라는 명목 하에 모든 검사를 실시하는 행위를 두고 과연 환자인 당사자에겐 어떤 처방이 가장 좋은 것인지를 생각해보게 한 책이기도 하다.

 

어떤 의미에서는 주인공의 성장사를 보는 듯한 느낌도 들게 하는 책, 일반인들이 미처 알지 못했던 의료 세계를 간접적으로나마 접해 볼 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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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어 노트 움직씨 퀴어 문학선 1
구묘진 지음, 방철환 옮김 / 움직씨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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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퀴어 문학이나 영화들이 많이 출간되거나  상영이 되곤 한다.

 

종교적인 차원에서 바라보는 동성애나 사회적인 인식들 사이에서 동성애라는 주제는 여전히 민감할 수밖에 없는데 이 책은 대만 문학의 모던 클래식이자 대담한 작가라고 알려진 구묘진의 장편소설이다.

 

그동안 대만 소설들 중에서 이렇게 퀴어 문학을 대한 적이 없었고 그렇기 때문에 저자의 실제 자서전적인 이야기들을 통해 읽은 이 책은 퀴어라는 범주에 머물기보다는 보다 넓은 차원에서의 '사랑'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주제를 생각해보게 한다.

 

내용들은 단순하다.

주인공 라즈는 자신의 일기를 통해 마음 상태를 적어놓는데, 자신 스스로를 악어로 규정한다.

처음 알게 된 사실인데 악어는 태어날 당시 환경 수온에 따라서 수컷이 될 수도 있고 암컷이 될 수도 있다고 한다.

 

그렇게 때문에 여기서 말하는 악어라고 자칭 칭하는 라즈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사회규범적으로 정해진 틀 안에서 결코 화합하지 못한 자신의 성 혼란 때문에 오는 저항했던 날들을 일기라는 형식을 통해 그려낸다.

 

라즈는 같은 여성을 사랑하지만 그녀를 밀어내면서도 가슴 아파하고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타고난 성 정체성으로 인해 성소수자가 겪는 차별적인 편견을 냉소적으로 비판한다.

 

- "이렇게 생겨 먹은 것이 나란 사람이다.

 세상 사람들에게 보이는 한 여자는 세상 사람들의 눈에 비친 한 사람의 환영이며,

 이 환영은 그들의 범주에 든다. 하지만 나만의 시선으로 스스로를 들여다보면

그리스 신화 속의 반인반마 괴물이다."

 

만약 정말 그렇고 싶진 않았지만 타고난 성 정체성이 그러하다면, 그래서 결국 사회가 인정하는 범주 안에서 살아가기가 힘들다면, 억지춘향식으로 맞춰진 규율 안에 자신의 본모습을 감추고 살아가야만 한다면 인공 리즈처럼 얼마나 힘든 삶을 살아가야만 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 속의 내용은 라즈 본인 자신의 이야기 외에도 다른 커플들의 이야기가 들어있고 이는 연결된 형식이 아닌 드물게 붙여서 이어지는 형식처럼 보이기도 해 쉽게 읽히지는 않았다.

 

하지만 주인공이 그러한 사회의 갇힌 자신의 마음을 절망, 때론 슬픔을, 고독을 통해 드러낸 부분들은 오히려 스스로 자신을 혐오하고 힘든 시간을 보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  “사람이 받는 가장 큰 고통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잘못된 대우에서 오는 것이다." -p 74

 

그래서였을까?

26살의 짧은 생을 자살이란 극단적 선택을 함으로써 마감한 그녀의 삶이 라즈라는 분신을 통해 더욱더 안타깝게 그려보게 된 책이다.

 

동성애에 대한 혐오, 이분법적으로 구분 지어진 성별, 자본주의, 가부장제에 대한 솔직하고도 대담하게 그려낸 작품으로 젠더 바이너리 문학의 화제작이요, 대만에서 동성혼 허용을 법으로 통과하게 한 작품이란 점에서 의미를 두고 읽으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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