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실격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3
다자이 오사무 지음, 김춘미 옮김 / 민음사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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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대표하는 작가 중의 한 사람, 인간실격이란 작품으로 널리 알려진 다자이 오사무가 쓴 글 들 중 대표적인 여러 글들을 담은 책을 접했다.


우선 책의 특징을 꼽으라면 짧은 에세이 형식,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은 작품들과 함께 그동안 잘 읽어보지 못했던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다.


한 작가가 그려온 작품의 세계, 그 안에 담고자 하는 저자의 의도나 생각들은 글을 통해서  알 수가 있는 가운데 당 시대의 흐름과도 맞물린 정서나 고통들에 대한 간접적인 경험을 할 수가 있다.


첫 번째의 6월 19일 같은 작품은  단 1장의 글에 담긴 짧은  내용 속에 함축된 수필의 느낌이자 자전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작품이다.


두 번째 작품인 '여치'는  여성의 시각에서 쓴 작품이라 인상이 깊게 다가온 작품이다.


헤어지겠습니다. 당신은 거짓말만 했습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되는 작품의 내용은 주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남편의 시대의 흐름에 물들지 않은  순수한 면만을 믿고 결혼한 여성이 남편이 명성을 얻게 되면서 살림살이가 나아지고, 남편이 세상과의 타협 내지는 자신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스스로가 변해버린 모습에 실망한 여인의 말을 통해 그려낸 작품이다.


남성 작가의 시선으로 여성의 심리를 그린 점, 작가 스스로 돈을 벌게 됨으로써 장사꾼으로 변해버리는 것은 아닌가 하는 경계의 의미에서 썼다고 하는데 그 의미에 잘 들어맞는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또한 아, 가을이란 작품에는 시적인 함축된 단어가 들어있는 것이라 저자의 소설로만 대해왔던 독자들이라면 새로운 면을 볼 수 있다.


 - 가을은 여름이 불타고 남은 것

   여름은 샹들리에, 가을은 등통

   코스모스, 무참함.


이외에도 '비용의 아내'란 작품 속에서 보인 부부간의 생활모습들이 기존의 평범함을 넘어선 시대가 주는 각박함, 전쟁이라는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채 가장이자 남편으로서의 무능함, 그런 반면 아이와 함께 가정을 지키려 삶의 생활전선에 뛰어든 아내의 진취적인 모습들이 상반되게 그려진 작품이다.


가정으로 돌아오길 포기한 채 오히려 남편을 만나기 위해 그가 들르던 바의 종업원으로 일하는 아이러니함! 그러면서도 남편과의 대화를 나누는 장면은 남남인 듯하면서도 부부 사이란 것을 느끼게 하는 저자의 단어 선택이 탁월함을 느끼게 해 준 작품이다.


하지만 뭐니 해도 작가의 대표적인 작품이라 하면 역시 '인간실격'이 아닐까?

세상과의 화합을 하지 못하고 자신의 위축된 마음, 주위 사람들과도 어울리지 못하는 성격을 감추고자 익살꾼으로 자처하며 처세를 하는 성장의 모습들은 저자의 자전적인 요소가 많이 들어간 것이라 인생의 허무함과 나약함의 끝을 보는 듯한 작품이다.






작가의 실제 인생을 들여다보면 그의 인생에서 세 명의 여인이 등장하는데, 조강지처, 작품 '사양'의 모티브를 건넨 오타 시즈코, 그리고 마지막 자살로 함께 한 연인 야마자키 도미게가 있다.






작가의 작품들을 보면 이들의 삶과 함께 한 시간 속에 뛰어난 작품들이 있다는 것도 창작의 어떤 동기를 만들어 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첫 자살의 실패 이후 동반자살의 첫 실패의 짐이 너무 무거웠던 탓도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 아무래도 '폐인'이란 단어는 희극 명사인 것 같습니다. 잠들려고 먹은 것이 설사약이고, 게다가 그 설사약 이름은 헤노모틴이라니.

지금 저에게는 행복도 불행도 없습니다.

모든 것을 지나간다.

지금까지 제가 아비규환으로 살아온 소위 '인간'의 세계에서 단 한 가지 진리처럼 느껴지는 것은 이것뿐입니다.

모든 것은 그저 지나갈 뿐입니다.

저는 올해로 스물일곱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백발이 눈에 띄게 늘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흔 살 이상으로 봅니다.






저자의 인생을 관통했던 인생에 대한 허무함, 허탈감, 끝이 보이지 않는 절망감, 39년의 짧은 생애를 통해 그려온 그의 작품들 뿐만이 아니라 시적인 느낌이나 자전적인 에세이 형식의 글을 볼 수 있는 작품이라  저자의 작품이 궁금한 독자들에겐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 출판사 도서 제공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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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루몽 1 - 낙화의 연緣
남영로 지음, 김풍기 옮김 / 엑스북스(xbooks)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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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부터 집에는  한국 고전문학전집 5권이 있다.


지금처럼 쉬운 현대적인 글밥이 아닌 전형적인 시구와 해석, 한자가 들어가고 세로로 된 책의 판형으로써 당시 무척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어렵다고만 느꼈던 한국의 고전 여인들의 본색, 월궁항아란 말이 수시로 나오고 그런 가운데 지고지순하며 연약한 이미지의 여성들, 모함과 질투, 그 모든 것을 딛고 행복을 찾는다는 해피엔딩의 설정은 모두가 똑같고도 다른 이야기들의 설정들이 한국 고전 문학의 맛은 바로 이런 맛이지~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던 그 작품들이 옥루몽을 읽으면서 다시 떠올랐다.




천상천하의 옥황상제의 명을 받고 관세음보살 님의 힘으로 인간세상으로 나가게 된 문창성군-


한편 인간세상에는  인간들이 많이 모여사는 세상과는 동떨어진 곳에서 살아가는 금슬 좋은  양현과 그의 부인 허 씨가 있었으니 어느 날 꿈을 꾼 뒤 지극정성을 다하여 옥동자를 낳는다.


귀한 아들 이름은 양창곡이라 지었으니 총명함이 날로 발전해 갔다.

그런 아들이 어느 날 입신양명을 위해 과거를 보러 떠나게 되고 우연히 소주 자사가 열고 있는 연회에서 절세가인이자 재능을 갖춘 기녀 강남홍을 만나게 된다.


서로가 서로에게 이끌리니 곧 운우지정을 맺지만 창곡은 과거를 보러 황성으로, 그 사이 강남홍은 소주 자사의 훼방으로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되자 물에 뛰어든다.


하지만 이미 그녀와 친분 관계를 맺고 있던 윤 소저의 발 빠른 대처로 손삼랑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지고 이내 산속 깊은 곳 백운 도사에게 의탁하게 되는데...








말 그대로 고전의 걸 크러쉬 행보를 보는 듯한 전개로 인해 좀체 눈길을 돌릴 수 없는 책이었다.

강남홍이 백운 도사로부터 배운 모든 기예들은 창곡이 나탁이란 오랑캐를 무찌를 때 많은 도움을 준 것을 말할 것도 없고 이외에도 황소저의 벽성선에 대한 질투는 궁중의 암투 이상으로 한 가문 안에서 일어날 수 있는 내방 규수들의 음모를 보는듯한 전형적인 흐름으로 이어지기에 흥미진진함을 이끈다.


로맨스 판타지란 문학에서 볼 수 있던 현대적인 작품이 아닌 고전의 작품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때론 설화처럼 내려오는 이야기처럼 들려주는 듯한 관세음보살의 현신과 도움, 강남홍과 적국의 왕이 벌이는 결투의 도술과 요술, 천지를 바라보고 책략을 세우는 과정은 주인공인 양창곡의 활약 외에 진정한 영웅은 강남홍이란 생각이 들었다.


또한  저자 남영로는 과거제도에 대한 환멸을 느껴 벼슬길을 단념하고 이 작품을 썼다는데 그래서 그런지 당시 자신이 갖고 있었던 생각을 풀어낸 듯한 창곡의 과거 급제를  두고 대신들이 서로의 이익을 위해 갈라진 의견을 내보인 장면을 통해 드러낸 듯한 부분도 읽을 수가 있다.


홍혼탈이란 이름으로 전장에 나선 강남홍의 양창곡을 사랑하는 마음과, 적국이지만 용서를 하며 다시 한번 기회를 얻는 나탁과 축융 왕의 이야기들은 1편에서의 이야기의 중심이자 가녀린 여인의 영웅담을 보는 듯한 이야기였다.


그런가 하면 여전히 자신의 뜻을 이루지 못한 질투심에 사로잡힌 황소저의 마음을 대신해  하녀 춘월의 계략이 제대로 들어맞을지도 궁금해지고, 이런 공격을 받는 벽성선의  앞날은 어떻게 전개될지도 궁금해지는 1부의 마지막이 아쉬움을 남긴 작품이었다.




***** 출판사 도서 제공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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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가, 나의 악마
조예 스테이지 지음, 이수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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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가 눈길을 끄는 반대의 단어들-

자신의 분신이자 두 사람의 행복의 결실인 나의 아이를 보는 명칭이 이렇듯 상반된 사연은 무엇일까?


읽으면서 이리도 찜찜한 기분을 느껴본 것도 오랜만이다.


가족에게 헌신하는 엄마 수제트, 남편 알렉스, 그리고 일곱 살의 딸 해나, 누구라도 이상적이고 행복한 가정의 본보기다.


그들에게 있어 걱정이라고는 단지 딸 해나가 말을 하지 않는 것, 하지 않는 것인지 할 줄 알지만 일부러 말을 하지 않는 것인지를 모르는 부모는 애가 탄다.


병원에서의 검사를 통한 신체적으로는 이상이 없다고 했지만 연이어 학교생활 부적응이 이어지자 홈스쿨링으로 교육을 시작한 엄마 수제트는 두 사람의 시간이 많아지면서 점점 한계를 느끼기 시작한다.


어린아이의 행동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반전의 기막힌 일들, 자신과 둘이 있을 때만 벌이는 이런 행동들을 남편에게 피력해도 남편은 그저 한때의 어린아이 장난처럼 여기고 있으니 수제트만 이상한 사람으로 보일 뿐이다.


마치 영화 오멘을 보는 듯한 섬뜩함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크론병이란 트라우마가 있던 수제트는 어린 시절 자신의 경험을 비추어 보살핌이 필요할 때 자신을 방치했던 엄마에 대한 아픔을 딸에게만은 하고 싶지 않았기에 더욱 힘들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런 그녀가 자신의 아이가 왜 유독 자신에게만 이렇게 험하게 구는지, 책은 엄마와 딸의 시선을 통해 독자들로 하여금 그들의 생각을 들려주는 형식을 취한다.


아이가 말을 하지 않는 이유?

그 또래의 아이가 가진 지능을 넘어서는 천재에 가까운 능력, 어른들의 심리를 제대로 알기에 아빠만이 자신을 알아주고 그런 아빠를 엄마로부터 구해야 한다는 마음이 이런 예상치 못한 행동의 결과물인지 읽으면서도 소름이 돋았다.


여기엔 한때는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은 커리어 우먼이었지만 가정으로 안주하면서 딸의 병을 고치기 위해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끼치는 부분들이 호러 서스펜스 스릴러의 전형으로 몰아가면서 몰입도를 높인다.


그저 그런 소설 속의 이야기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현실적인 문제점들을 동반한 이야기의 진행은 타고난 소시오패스를 지닌 아이의 돌발적이고도 계획적인 행동이 어떻게 한 가정에 큰 파열음을 낼 수 있는지, 자신의 목숨이 위험하다고 느낀 엄마 수제트의 선택은 과연 어떤 결론을 내릴 것인지도 궁금하게 만드는 흐름이 인상적이었다.


저자 본인이 영화 프로듀서인 만큼 극의 장점을 제대로 살릴 줄 아는 임팩트 강한 부분의 강약 조절과 영화 <조커> 제작진이  영화화하기로  확정됐다고 하는 만큼 주인공의 연기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 출판사 도서 제공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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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컬러 - 색을 본다는 것,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는 더 많은 것들에 대하여
데이비드 스콧 카스탄.스티븐 파딩 지음, 홍한별 옮김 / 갈마바람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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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이 살아가는 세상에서 볼 수 있는 컬러의 세계는 종류가 얼마나 될까?

요즘은 크레용이나 색연필, 물감들을 보더라도 그 종류가 세분화되어 있어 기존의  생각했던 색깔의 의미가 더욱 다양해졌음을 느낀다.


이 책의 저자인 두 사람의 전공은 다른다.

예일 대학교 영문학과 교수와 영국의 대표적 화가란 직업의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사람의 만남과 대화를 통해 이루어진 문학과 예술, 역사, 문화, 인류학, 철학, 정치학, 과학까지 넘나들며 우리들을 컬러의 세계로 안내한다.


흔히들 컬러의 기본이라 하면 무지개색 7가지를 연상하게 된다.

인간이 자각하고 그렇다고 이해할 수 있는 컬러의 세계, 빛의 스펙트럼을 통한 무지개색인 빨, 주, 노, 초, 파, 남, 보에 이은 무채색이라 불리는 흰색, 검은색, 회색까지 두루 넘나드는 색의 이야기는 색에 대한 존재와 이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른 여러 범주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책 속에는 인간의 편의에 따라 불리는 색의 명칭, 가장 먼저 들려주는 빨강에 대한 이야기는 비둘기의 눈을 설명하면서 인간 눈의 광수용기와 비교하며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던 '색'이란 무엇인가를 묻는다. 


오렌지의 경우엔 문득 떠오르는 것이 네덜란드의 오렌지 군단이란 명칭과 함께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들의 유니폼이 생각났는데, 이 책에서는 오렌지가 유럽에 수입되면서 기원이 되는 내용, 유명화가들의 작품과 사진 속의 작품 속에 들어있는 컬러감의 이야기를 설명한다.


노란색은 인종차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줌으로써 인간의 의식 속에 담긴 피부색에 대한 차별과 외국인 혐오, 인종주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이야기, 녹색을 다룬 부분에서 유럽의 녹색정당이 있듯이 정치, 종교 환경에 대한 내용들을 다루고 있다.




***** 정치에 쓰이는 색은 모두 각자 유래와 역사가 있으나, 역사는 너무나 다양한데 기본색은 몇 개 안 되다 보니 색과 정치의 연결이 종잡을 수 없기도 하고 서로 상충하거나 자꾸 바뀌기도 한다. 빨간색이 민중의 색, 급진좌파의 색, 피의 희생의 색일 수 있다. 그렇지만 빨간색은 튜더 왕권의 색으로 군주의 존재, 지위, 권력을 상징하기도 한다.-p 134




그러가 하면 파란색이 주는 의미에는 순수함과 갈망, 같은 파랑이라도 우리들이 느끼는 희망과 우울을 표현한 피카소의 작품,  반대로 활기가 넘치는 느낌이 드는 표현을 한 클랭의 작품들까지 같은 색을 보더라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른 다른 시각을 전달해준다.




보라색 부분에선 인상주의 화가들의 작품들을 소개하고 무채색이라고 알려진 세 가지 컬러들, 그중에서 검정에 대한 내용은 드레스 의상에서부터 모비딕을 설명한 흰색, 이 외에도 회색을 다룬 부분들까지 저자들이 들려주는 내용들은 기대 이상의 많은 것을 느끼게 한다.




***** 사실 검은색은 혼란스러운 색이다. 상을 당한 사람, 군주, 우울한 사람, 모터사이클 애호가 모두 검은색을 입는다. 비트족도 검은색을 좋아하고 배트맨도 검은색을 좋아한다. 닌자도 입고 수녀도 입고 파시스트도 입고 패셔니스타도 입는다. -p 224







편안하고 포근한 컬러의 느낌이 있는가 하면 볼수록 우울해지고 불안을 느끼게 하는 컬러들이 있다는 사실과 함께 우리들이 생각하고 있던 단순함의 컬러가 아닌 그 컬러를 보는 각도에 따라 변하는 생각들을 반추해 볼 수 있게 한 책이다.



우리들 생활에 있어 항상 있는 색의 존재, 그 존재인 '색'이 다양한 학문으로써 접근할 수 있다는 사실과 함께  색의 무게감을 색다르게 느낄 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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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핑 더 벨벳 세라 워터스 빅토리아 시대 3부작
세라 워터스 지음,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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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미 장편소설 중 레즈비언의 문학 세계를 재조명해 그린 작가로 알려진 세라 워터스의 작품을 개정판으로 만나본다.


레즈비언 3부작으로 알려진 티핑 더 벨벳, 끌림, 핑거 스미스를 통해 당시 시대적인 흐름 속에 여성으로서 갖는 사회적인 관습과 지위, 활동들을 비교적 잘 그려낸 작가라 이번의 개정판이 더욱 반갑게 다가왔다.







그중 가장 첫 번째 작품으로 출간한 티핑 더 벨벳은 전 작품의 이름인 '벨벳 애무하기'로 나왔기 때문에 이번의 제목은 그대로 그 느낌을 살려 출간했다는 생각이 든다.


배경은 빅토리아 여왕 시대, 어느 마을에 굴을 까서 파는 일명 굴 소녀 키티는 극장 남장로 연기하는 배우 낸시를 본 순간 그녀에 대한 사랑은 느끼게 된다.

그녀와의 만남을 갖게 됨으로써 점차 그 둘은 연인이 되는데 공공연하게 그들의 동성애 관계를 지속하며 일하기는 힘든 법, 키티는 키티 나름대로 자신의 위치와 주위 시선에 대한 느낌을 당당하게 표현하기란 어려웠을 듯, 숨기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이는 결국 키티의 배신이라고 할까? 그들의 사랑은 금이 가버린다.



이에 실망한 낸시는 키티에게서 도망쳐 나오고 복수심과 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인 남장한 채 남창이 되어버린다.



그런 그녀에게 돈 많은 귀부인 다이애나의 눈에 띄어 그녀가 원하는 모든 것을 해주는 종속된 삶을 이어가는데, 처음에는 이 생활에 만족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과거의 고된 삶에서 벗어난 듯한 행복감도 잠시, 귀족들의 나태함과 추악한 삶의 세계에 대한 회의를 느끼던 중 다시 거리로 내쫓기게 된다.



이젠 그 누구도 그녀에게 손을 내밀어 줄 사람은 없는 상황, 하지만 그녀가 다시 느끼는 마지막 사랑의 존재가 있었으니 바로 플로렌스다.

여태껏 만났던 사람들과는 다른 여성으로서의 철저한 독립성과 성실성, 그리고 무엇보다도 선량함이 몸에 밴 그녀를 보면서 낸시는 서서히 그녀에게 동화되어 간다.



3부작 중  동성애에 대한 사랑을 가장 잘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은 작품, 저자의 놀라운 당시 자료를 토대로 한 섬세한 시대적 배경이 충실히 살아있게 그려냈다.







'사랑'이란 감정만 두고 볼 때 그들의 사랑은 이성 간의 사랑만큼 순수하고 절실했을 테지만 당시의 제도적 한계와 관습들, 여성이란 이름으로 갖추어야 할 여러 가지 면들이 모두 복합적으로 엮여있었기에 쉽지만은 사랑의 모습을 주인공과 그 주변 인물들의 심리를 잘 그려냈다는 느낌이 들었다.


특히 이 작품은 다른 작품들에서 보인 관능적인 면을 떠나 한 소녀의 성장소설처럼 읽게 된 점이 색다르다.

사랑이란 감정에 눈을 뜨고 자주적인 자기 주도의 행동과 말이 아닌 그저 어떤 종속된 힘에 이끌려 가던 낸시가 플로렌스를 만나면서 진정으로 새로운 사랑과 자신의 삶을 이끌어나간다는 설정의 구성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이제 모든 어두움을 벗어버리고 진정한 자아 찾기와 새로운 삶, 자신이 어디에 있어야  함을 찾은 낸시란 주인공의 성장이 잘 그려진, 책을 덮고난 후에는  일종의 기쁜 감정이 드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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