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은 이렇게 시간 전쟁에서 패배한다
아말 엘-모흐타르.맥스 글래드스턴 지음, 장성주 옮김 / 황금가지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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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시간'이란 소재를 매개로 한 아주 독특한 설정의 SF작품이다.

 

시간에 연관된 모든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가든'과 '에이전시'라는 두 조직의 대결은 이들 세력에서 최정예 요원인 블루와 레드가 주된 임무를 담당하고 있다.

 

이들은 시간의 가닥을 오고 가며 먼 과거부터 미래까지 자유자재로 이동이 가능한 상태를 이용해 역사를 수정하거나 삭제하는 방식으로 서로가 서로의 공격과 방어를 하는데 어느  순간 레드가 분명 함정임을 알면서도 블루가 보낸 편지를 읽음으로써 새로운 관계로 발전이 된다.

 

책의 내용이 독특하다는 것은 이들이 서로 주고받은 형식에 있다.

작품을 쓴 두 명의 작가들이 서로 주고받듯이 이어지는 이야기처럼 들리기도 하는데 책 속의 구성 또한 블루와 레드의 편지로 컬러에 변화를 주면서 진행된다.

 

 

 

 

 

 

 

서로가 적대적인 관계에서 시작된 조롱이 섞인 '편지'라는 형식을 통해 이루어지는 이들은 팝 가수인 밥 딜런부터 루이스 캐럴, 찰스 디킨스... 현대부터 고전을 넘나들면서 이들의 작품들을 인용하는 한편 서신을 교환하는 방법 또한 상상의 벽을 허문다.

 

서로의 조직 안에서 감시를 피하기 위해  용암의 이글거리는 붉은빛이 편지의 글귀가  되는가 하면 수십 년 동안 그려진 나무 나이테가 글줄이 되기도 하고 물분자의 운동이 숫자로 변해 MRI 측정값이 서신이 된다는 설정들이 이미 편지에 식상한 독자들에게 새로운 의미의 전달로써의 신비감마저 느끼게 한다.

 

 이들의 전투 현장이 몽골의 칭기즈칸 기마 군단, 고대 로마의 카이사르 암살 현장, 런던 대화재 직전의 영국, 중국, 스페인의 남아메리카 침략... 굵직한 역사의 한가운데서 이뤄진다는 설정과 함께 이들이 점차 적이었지만 우정으로 변해가는 과정, 사랑으로 이어지는 로맨스의 과정은 기존의 SF작품에서 읽었던 내용과는 또 다른 새로움을 느끼게 한다.

 

 

 

편지란 것이 쓰기 전에 수신인에 대한 생각을 하고 이 편지가 도달할 때쯤이면 이미 쓴 자는 과거요, 받을 자는 미래란 점, 시간이란 것을 '실'에 비유해 실을 묶거나 실타래와 매듭을 만들어 엮는다는 설정 또한 읽으면서 기막힌 표현법이란 생각이 들었다.

 

 

조직 내에서 자신들의 임무에 충실했던 이들은  이제 서로를 구해내기 위해 애를 쓴다.

조직을 배제한 채 오로지 그들만의 우정과 사랑을 위해서....

 

과연 이들은 자신들의 뜻을 이룰 수 있을까?

 

끝까지 조직과 상대방 사이를 넘나드는 이들의 시간 전쟁에서 진정한 승자는 누구인가에 대한 의미를 생각해보게 하는 내용이다.

 

진실된 사랑은 시간 앞에서도 영원한 승리자로 남을 수 있을지, 편지의 내용만 번갈아 가며 읽어도 좋을 작품이라 영상으로 만난다면 더욱 재밌을 것 같다.

 

(*** 사족

 

책 표지 칭찬을~~

너무 예쁘고 주제에 맞는 강렬함이 뿜어 나온 색감들이 정말 좋다.)

 

 


***** 출판사 도서 제공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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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지 않는 도시 - 세상 모든 사랑은 실루엣이 없다
신경진 지음 / 마음서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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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결혼에 대한 다양한 생각들을 던진 작품을 만나본다.

 

 세계문학상 수상작가의 신작으로써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각기 다른 연령층들의 사랑과 결혼이란 주제를 드러낸다.

 

부모세대라고 할 수 있는 60년대의 영임과 하욱이 결혼을 함으로써 완전체의 가족 구성이란 자식을 낳아야 한다는 생각, 하지만 여의치 않자 큰집의 막내딸인 태윤을 입양하고 그 이후 자신들의 아이를 낳게 되자 태윤에 대한 관심을 저버린다.

 

온전한 사랑을 받지 못한 태윤의 허울만 좋은 가정환경, 그 안에서 진정하게 자신을 사랑해 줄 수 있는 남자를 찾는 그녀의 행보는 대학가의 풍경과 함께 정우란 남성을 두고 은희란 여성과의 관계, 여기에 전 애인이었던 용재까지의 얽히고설킨 관계를 통해 90년대의 젊은이들의 불안감을 드러낸  초상을 떠올린다.

 

여기엔 정우란 인물이 갈등하는 두 여인과의 관계를 통해 현실적인 생활의 문제와 사랑을 통해 결혼을 반드시 해야만 한다는 의식에서의 혼란을 보여준다.

 

위의 두 세대들의 삶의 모습이 사랑과 결혼이란 관계를 통해 사람들이 용인하는 법 테두리 안에서의 정착을 유도하고 있다면 정우의 딸인 한나의 경우엔 자발적 비혼이란 사례를 통해 태영과 맺어진 생활의 패턴이 2000년대 MZ세대를 그려낸 듯하다.

 

사랑하면 반드시 결혼해야 한다는 의식에 대한 물음을 던진 이야기 속의 등장인물들을 통해 연애와 결혼, 결혼과 사랑, 그  이분법적인 세상에 대해 회의를 느끼는 이들은 물론 현재 사랑을 하고 있는 사람들, 또는 사랑을 통해 행복한 결말을 꿈꾸는 이들에게도 모두 통용될 문제작이란 생각이 든다.

 

 -
“결혼은 사랑과는 또 다른 영역이라 생각합니다. 흔히들 두 대상을 동일한 것으로 착각하고 있죠. 사랑의 종착점이 결혼이라고 여기는 생각 말이에요. 하지만 결혼은 연애와 달리 관습과 제도의 문제를 동반합니다. 반면, 사랑이 결혼의 필수 조건이 된 것은 불과 얼마 안 된 일이에요. 과거에는 결혼이라는 제도에 남녀의 사랑이 필요하지 않았거든요. 어쩌면 현재의 결혼은 근대 낭만주의의 욕망이 만들어낸 사생아일지도 모르겠네요.”

 

 

결혼을 전제로 사랑을 한다는 것과 사랑함으로써 결혼을 한다는 전제, 어느 것이 옳은 사랑법이라고는 말할 수는 없는, “지금 당신은 어떤 사랑을 하고 있습니까?”란 물음을 통해 많은 생각을 던진 작품이다.

 


***** 출판사 도서 제공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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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아더 미세스 - 정유정 작가 강력 추천
메리 쿠비카 지음, 신솔잎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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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긴장감을 놓칠 수 없었던 스릴의 묘미를 제대로 느끼며 읽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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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아더 미세스 - 정유정 작가 강력 추천
메리 쿠비카 지음, 신솔잎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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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서 결혼하고 안정적인 가정을 이룬 평범한 사람들의  깊은 내면의 아픔을 그린 책을 만나본다.

 

남편 윌과 아들 둘, 그리고 의사인 주인공 세이디는 죽은 윌의 누나 딸인 이모젠의 후견인 자격으로 메인 주로 이사를 하게 되고 새로운 정착지에서 생활을 이어나간다.

 

 

그러던 중 이웃집 모건 베이스란 여인이 살해되고 또 다른 이웃집 증언은 세이디와 모건이 심하게 다퉜다는 모습을 봤다고 하는데서 경관은 세이디에게 알리바이를 묻는다.

 

히지만  그 시간에 세이디는 병원에서 근무하고 있었다고 경관에게 말하지만, 경관은 어딘지 석연치 않다는 눈치다.

 

이후 그녀는 모건의 남편과 그 전처에 대한 의심을 두면서 서서히 이 사건에 대해 자신과의 연결된 의문을 갖게 되는데....

 

 

책 속에 등장하는 세 여자의 이야기, 세이디와 카밀이란 매혹적이고 관능적인 여인, 마우스란 아이의 시선으로 그린 진행은 윌과 집요한 만남과 그 이후 그를 집요하게 쫓는 카밀의 심리, 스스로 정신 상담을 통해 고치려 드는 자세와 함께 계모가 아빠 몰래 자신에게 행한 상처들을 간직한 마우스는 누구인지에 대한 궁금증을 가지게 한다.

 

여기엔 세이디가 갖는 불안의 원인으로  잘생기고 가정에 충실한 남편 윌이 외도를 했다는 충격은 이후 부부 사이에 미세한 균열과 아슬아슬한 가정 유지를 이어오는 가운데 세이디의 심리 불안은 주위의 환경에 맞물리면서  점점 커진다

 

 

 

 

 

여성의 심리를 통해 그린 스릴러의 대세일까?

 

전작에 이은 저자의 여성이 느끼는 심리 포착은 세밀하게 묘사된다.

특히 사랑하고  믿었던 남편의 외도, 자신의 병원에서의 실수, 아들 오토의 행동으로 인한 퇴학 사건은 세이디의 가슴속에 서서히 물들어가는 불안감 증폭의 원인을 제공함으로써 독자들은 모건의 살인 사건의 진범은 누구인지를 생각하며 읽게 된다.

 

장르소설의 특성을  드러내는 부분 부분에 밑밥들이 깔려 있지만 중반부를 지나 범인이 밝혀지는 과정이 기존의 다른 추리 소설 속  범인의 등장과  이 작품과 달랐던 점은 배신과 배반감이란 감정을 통해  더욱 크게 다가왔다는 점이다.

 

흔히  스릴에서 정신병으로 자주 등장하는 해리성 경계 장애란 병을 통해 범인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는 일들을 저지른다는 점은 이미 식상하다는 듯 저자는 이에 더해 이를 이용한 범인의 철저한 계획 있는 배후 사건들을  통해 놀라운 반전을 느끼게 한다.

 

부부란 이름으로 맺어진 가정의 테두리 안에서 벌어진,  죽음을 불사르며 싸우는 세이디의 감정들을 통한 아픔과 엄마로서 그 위기의 순간 자식들을 놓을 수 없었던 긴박한 순간의 묘사들은 가슴이 조여 오는 긴장감 몰입을 이끈다.

 

 

 

 

- 우리는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사실 상대에 대해 전혀 몰랐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 하늘이 무너지는 충격을 받는다. - p498

 

 

 

사랑을 통해 믿음과 안정적인 가정을 원했던 그녀에게 배신감과 배반들을 안긴 사건들, 그녀 뒤에 제2의  인격인 또 다른 미세스와  가스 라이팅을 조장한 범인의 실체의 충격적인 모습이 인상적으로 다가온 작품이다.

 

모든 것을 뒤로하고 자신의 새로운 인생을 개척해 나갈 세이디란 인물에 연민을 느끼게 한 소설의 내용들은 심리 스릴을 즐기는 독자들이라면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 출판사 도서 제공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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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소녀들
팜 제노프 지음, 정윤희 옮김 / 잔(도서출판)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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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세에 영웅이 탄생한다는 말이 있지만 나라를 위해 정보원으로서 적지에 침투에 활동한다는 것은 사활을 건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일들의 소재를 통해 드러나지 않은 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작품을 만나본다.

 

세계 2차 대전이 끝난 후인 1946년 미국에 살고 있는 그레이스는 출근길에 자동차 사고로 인해 교통이 막히자 그랜드 센트럴 역으로 향한다.

 

그곳 기차역 벤치 밑에 우연히 ‘엘레노어 트리그’라는 이름이 적힌 갈색 여행 가방을 보게 된 그녀는 호기심에 가방을 열게 된다.

 

그 가방 안에는 십 대 후반에서 이십 대 초까지를 연상하게  하는 여성들의 사진이 레이스로 묶여 있었고 그레이스는 사진을 갖고  출근한다.

 

이후 다시 사진을 되돌려 놓기 위해 그곳으로 가지만 가방의 흔적은 찾을 수가 없고 가방 주인인 엘레노어가 자동차 사고로 죽은 당사자임을 알게 된다.

 

이후 그녀는 사진 속에 있는 여인들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추적을 시작한다.

 

책의 진행은 엘레노어와 그녀에 의해 선택된 마리, 그리고 지금의 그레이스의 시각으로 번갈아가며 진행된다.

 

폴란드계 유대인으로서 제2차 세계대전 중 창설된 영국 특수 작전국 소속 직원이자 특수 임무를 맡아 적지에 보낼 여성 비밀요원을 차출할 임무를 맡고 있던 엘레노어, 그녀에 의해 프랑스어를 잘한다는 이유로 뽑힌 딸을 둔 마리, 그 외에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해 모인 여성들의 훈련 과정과 프랑스에 파견돼 남자 첩보원들과 함께 일하는 회상 형식의 이야기가 오고 가며 흐른다.

 

어느 시대나 막론하고 전쟁이 주는 상처는 아군과 적군을 떠나 상당한  잔재의 상흔을 남긴다.

 

특히 남성 첩보원들이 주요 타킷 대상이란 점을  피해 여성들이 갖는 강점을 이용해 적군의 작전을 혼란시킨다는 취지는 나약한 여성들마저 강인한 정신을 통해 연합군 침공 작전을 준비하기 위한 막바지 작전에 이용된다는 설정이 긴장감 고조와 함께 실패의 아픔을 전해준다.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한다는 원칙은 전쟁의 작전에서 하나의 전략으로 사용됨을 알고는 있지만 엘리노어 당사자마저 제외시킨 작전의 수뇌부, 더 나아가 정부 자체의 비밀은 푸릇한 청춘들의 삶을, 더군다나 남자 첩보원들이 제네바 협약에 의해 포로 대우를 받는 것에 비해 이름조차 남기지 못하고 죽어간 여성 첩보원들의 명예는 밝혀낼 수없었던 한계를 보인다.

 

엘레노어가 끝까지 자신의 결백과 퇴출을 겪고 나서 사건 전말을 밝혀내는 과정은 스릴의 긴장감, 첩보 세계의 수많은 위험과 긴장감 속에 사랑이 피어나고 그 사랑으로 인해 이별을 겪어야만 했던 불운의 현장들은 전쟁이란 키워드 속에 스릴과 로맨스물이 피어난 작품으로 탄생한다.

 

그녀의 뒤를 이은 그레이스와의 연결은 전쟁의 생존자가 있음으로 하여 보이되 보이지 않았던 많은 여성 첩보원들의 명예를 찾는 연결고리로써의 확장을 보여준다.

 

 

-다들 과거를 잊고 싶어 하잖아요. (...) 영국 정부에서도 모든 일이 이대로 묻히길 바랐을 거예요. -p 522

 

승리를 위해 그녀들과 첩보원들을 버린 전략들, 하지만 진정한 용기와 반성은 이들의 활동과 그 이후의 예우를 갖춰줌으로써 조금이나마 그녀들의 아픔을 달래줘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진취적인 자신의 삶을 이뤄나가려는 그레이스의 행동과 말, 여기에 이미 고인이 된 여성들과 마리의 삶을 통해 사라진 소녀들, 그녀 모두에게 박수를 쳐주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다.

 

실제 저자가 국방부와  외교관으로 일한 경험을 토대로 그린 작품이라 상상 속의 등장인물들의 활약이 눈에 보이는 듯한 작품,  여운이 많이 남는 작품이다.

 

 

 

***** 출판사 도서 제공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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