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한 조각
크리스티나 베이커 클라인 지음, 이은선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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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폭의 그림을 통해 그 안에 담긴 이야기들을 생각할 때면, 특히 인물들이 들어있는 작품들이라면 실제의 모델은 누구일까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킬 때가 있다.

 

세상에 널리 알려진 그림이나 조각상들, 예술을 사랑하는 독자의 입장이라면 말할 것도 없겠지만 문외한이더라도 순간적으로 느껴지는 공감의 형성은 특별하게 다가온다.

 

여기 한 폭의 그림이 있다.

 

 

 

 

넓고도 황량한 벌판에 한 여인이 멀리 있는 집을 향해 바라보는 그림, 그런데 그 여인의 신체적인 모습 속에는 앙상한 팔, 한쪽 팔은 벌판의 마른풀을 움켜쥐는 듯하고 두 다리의 포즈는 쓰러질 듯하면서도 간신히 팔로 지탱되고 있는 한 장의 그림-

 

실제 이 그림은 미국을 대표하는 사실주의 화가 앤드루 와이어스가 남긴 걸작 <크리스티나의 세계>다.

 

이 그림 속에 실제 하는 인물 또한 화가 화가 앤드루 와이어스와 오랜 시간 우정을 나누었던 크리스티나 올슨이란 여인으로 작가는 이 그림을 통해 한 편의 아름다운 작품을 썼다.

 

어릴 때 열병으로 인해  알 수도 없는 병에 걸린 크리스티나, 불편한 몸을 이끌고 학교에 다니면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학교 선생님으로 일할 수 있는 권유를 받지만 집안의 도움이 필요한 여건으로 자신의 꿈을 접는다.

 

집안의 일을 거들면서 사람들과의 왕래가 잦은 편이 아닌 그녀에겐 남동생들, 외할머니, 부모, 그 외에 친구 몇 명, 고양이와 개가 유일한 말 상대인 한적한 메인 주의  쿠싱은 그녀에게 있어 오로지 그 세상이 전부다.

 

어린 벳시가 우연히 방문객으로 만나면서 연을 이어오다 그녀의 남편인 화가 앤드루와 만나게 되고 그가 그녀의 집에서 작품 활동을 하면서 이어지는 시간들은  1896년에 시작하는 과거와 1939년부터 이어지는 현재의 이야기가 교차되면서 그려진다.

 

병을 앓은 후 평생을 고통이란 것과 함께 삶을 살아가는 크리스티나, 그녀에게도 젊은 시절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고 헤어짐의 아픔이 있었으며 그러한 모든 것을 삭이며 집에 안주할 수밖에 없었던 환경들은 타인의 도움을 받아야만 하는 나이가 들었어도 독립적인 삶을 추구했다.

 

 

 

특히 작가의 글로 나타난  웰턴 홀과의 사랑과 아픈 이별은 그녀의 첫사랑이자 마지막 사랑이 되어버린 과정이 참으로 쓸쓸하게 다가왔다.

 

 

여기엔 타인의 동정심처럼 느껴지는 시선들에 대한 강박관념이 들어있을 수도 있겠지만 한정된 공간에서 살아가는 그녀에게 있어서는 오히려 금욕주의와 혼자만의 고독을 즐기는 것으로 대체되는 생활을 이어간다.

 

 

화가 앤드루 와이어스 또한 불편한 자신의 다리로 인해 학교를 다니지 않았다는 점,  아버지로부터 배움을 받았던 영향이 크리스티나를 만나면서 동병상련의 감정을 느끼면서 더욱 우정을 이어가지 않았나 싶다.

 

그녀의 내면에 깃든 고독과 외로움, 다른 이들에게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내보이지 않았던 그녀를 이해하는  화가와의 만남, 이런 배경으로 크리스티나를 모델로 삼아 한 폭의 그림을 그린 이 작품은 한 여인의 인생이 이 작품 속에 온전히 녹아들었다는 느낌을 받게 한다.

 

타인들이 보기엔 넓다 못해 황량하게 보일지도 모르는  벌판과 낡은 집, 하늘에는 화창한 구름이 아닌 비라도 쏟아질 것처럼 보이는 날씨가 표현된 작품은 그녀 자신에겐 오로지 이 모든 것들이 그녀만의 하나의 세상 전부임을 느끼게 해주는 여운이 남게 한다.

 


“이 집과 이 들판과 이 하늘은 세상의 작은 조각에 불과할지 모른다.
하지만 내게는, 이곳이 세상의 전부다.”

 

그림을 통해 그녀와 화가의 우정을 상상과 자료 수집을 통해 한 편의 영상처럼  다가오게 만든 저자의 작품, 그림을 한참 동안 바라보게 한 작품이다.

 

 

 

 

***** 출판사 도서 제공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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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 젖은 땅 - 스탈린과 히틀러 사이의 유럽 걸작 논픽션 22
티머시 스나이더 지음, 함규진 옮김 / 글항아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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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역사는 승자에 의해 쓰였다는 말을 한다.

지금도 역사를 공부하게 될 때면 이런  사실들을 느끼게 되는데, 현대사에서 최단기간으로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낸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벌어졌던 새로운  역사를 다룬 책을 통해 다시 한번 실감을 느낀다.

 

희생자라고 하는 말을 떠올릴 때면 우선적으로 홀로코스트를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

수많은 유대인들이 가스실로 직행하고 전재산이 몰수되며 가족들과 헤어진 채 죽음을 맞는 상황들에 대한 사료는 전시나 박물관, 생생한 증언들을 통해 그 진상들이 낱낱이 밝혀졌다는 점에서 사실에 근거한 역사란 사실을 알고 있다.

 

이 책은 저자의 생생한 글로 새롭게 접근하는 또 다른 인류사의 한 획을 긋는 '블러드 랜드'란 곳을 통해 역사에서 지워져 버리거나 사라진 사람들을 불러내 감춰진 진실들을 드러낸다.

 

블러드 랜드라 불리는 곳은 폴란드 중부에서 러시아 서부,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발트 연안국들에 이른 곳을 말하며 이곳에서 스탈린과 히틀러의 체제하에서   죽어간 1400만 명의 이야기가 흐르는 곳이다.

 

 

모든 전쟁이 그렇듯이 2차 세계대전에서 벌어진 죽음들은 숫자로 마무리 었다.

 

저자는 이에 대해 “어떻게 그토록 많은 사람이 폭력적인 최후를 맞게 할 수 있는가(있었는가)? 에 대한 물음을 블러드 랜드란 곳을 통해 그동안 무마됐던 사실들을 알려준다.

 

유토피아를 꿈꿨던 소련과 나치 독일은 자신들의 뜻을 관철시키기 위해 대량학살이란 것으로 실행한다.

 

1932년에는 스탈린이, 1941년에는 히틀러가 주도한 이런 정책의 일환들은 1930년대 초 최소 330만 명(저자 추정)이 사망한 우크라이나 대기근, 1937~1938년 스탈린의 대숙청, 1939~1941년 소련과 독일의 폴란드 학살, 독소 전쟁에 이르기까지 무자비하게 행해졌다.

 

우크라이나의 대기근을 통한 스탈린의 정치는 북부 캅카스, 볼가 강 일대, 중앙아시아, 전역에 걸쳐서 번져나가면서 극에 달했고 이 지역 농민 70%는 소련 당국으로부터 농지 몰수, 시베리아 유형지로 끌려가거나 학살을 당했다.

이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농부가 사라지고 국토는 국유지로 소들은 집단 농장으로 끌려가는 진행으로  이어진다.

 

 

 

인간의 가장 극한 고통은 무엇일까에 대한 물음은 아마도 이들의 굶주림을 통한 사례를 통해 여실히 알 수가 있다.

 

전염병처럼 많은 사람들이 굶주림을 이기지 못하고 죽어나갔으며 이는 곧 가족의 해체로 이어진다. 부모와 자식이 먹을 것을 두고 싸우고,  도둑질,  심지어 인육까지 먹는 사태에 이르는 실정은 한 체제 안에서 리더란 사람에 의한 자행된 역사의 한 부분이란 사실이 믿을 수가 없을 정도로 섬뜩함마저 전해준다.

 

이는 소련과 나치 독일이 이루고자 했던 유토피아의 허상이 무너지자 그 책임의 전가를 스탈린은 부농, 우크라이나인, 폴란드인에게 책임을 지웠고, 스탈린은 유대인에게 그 책임을 묻는 과정에서 행해진 것이다.

 

특히 폴란드에서 행해진 학살과 만행들은 폴란드 내에서의 유럽주의 문화의 단절을 이끌게 되는 결과를 낳았으며 그 어디에서도 안주할 수없었던 사람들의 고통은 활자 안에 갇혀 읽는 동안 내내 괴로움을 느끼게 했다.

 

이들은 자신들이 이루기 위한 비전을 현실과 타협이란 이름으로 대량학살을 했고 저자는 이데올로기는 이를 따르지 않는 사람들에게 유혹의 손길을 뻗친다고 말한다.

 

책은 이렇게 희생된 사람들에 대한 사건을 은폐, 축소한 진실들을 보임으로써 그저 숫자로 불리거나 그치는 일에 머무는 것이 아닌 희생자의 관점에서 다룸으로서 독자들에게 현실적으로 다가오게 만든다.

 

이 책의 최대 강점이라고 할 수 있는 점은 기존의 방식처럼 통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한 사람이라도 살아있었던 당시 그 사람의 일을 보이고 이를 통해 그들이 그저 죽었다는 문장 하나에 그치는 것을 넘어 삶 자체를 관통했던 그 모든 것을 봐야 함을 느낄 수 있게 접근한 방식이다.

 

 

- 다른 인간을 인간 이하의 존재라고 부르는 사람이 있다면 그 자신이 인간 이하”라고 단호히 말한다. 인간에게서 인간성을 부인해버리면 윤리 자체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저자가 보기에 그런 유혹에 굴복해 다른 사람들을 인간이 아니라고 규정하는 일은 나치의 입장으로 한 발짝 다가가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을 이해 불가능하다고 보는 것은 이해를 포기하는 일, 다시 말해 역사를 버리는 일이다. - P703

 

 

전혀 다른 언어로 된 자료 수집과 학살에 참여한 사람들,  동조하거나 외면이란 이름으로 자신도 모르게 일조한 사람들까지 어느 것 하나 허투루 넘기질 않는 치밀함을 보인다.

 

역사를 제대로 들여다보기 위해선 많은 것들이 필요하지만 가장 일차적인 것으로는 과거사에 대한 현실 직시가 아닐까 싶다.

 

그것이 비록 당시에는 어떤 정당한 일처럼  치부된 일이라거나 각국의 이해타산으로 인해 눈감음로써  행해진 일이라 할지라도 시대와 시간이 흐른 후에 다시 재평가를 받게 될 때 숨겨진 진실을 들여다볼 용기와 반성, 그리고 더 나아가 인간의 추악함마저 받아들이며 개선해 나갈 마음가짐이 반드시 필요하단 생각을 해 본다.

 

스탈린과 히틀러가 자신들의 철학과 사상, 체제에 대한 유토피아를 이루기 위해 했던 이 모든 일들이 엄청난 희생자를 낳았다는 사실은 결코 간과해서는 안될 역사의 한 부분이란 사실임을 안다면 더욱 그렇다.

 

이는 우리가 역사를 배워야 할 필요성을 다시금 느끼게 해주는 부분임과 동시에 저자의 노고로 인한 글로 인해 그간 숫자로 머물렀던 모든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을 삼을 수 있는 부분이 아닐까도 싶었다.

 

전쟁사를 다룬 책들은 많다.

하지만 이처럼 에세이처럼 다가오면서도 실제 자료와 역사의 근간을 이루는 사실들은 그저 읽고 난 후에 책을 덮는 것이  아닌 대량학살과 인간 본성에 대한 생각을 하게 만듬과 동시에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선가 억울하게 죽어간 그 누군가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점을 생각하게 한 책이다.

 

 

 

  "모든 삶은 이름을 갖는다”라는 문장을 절대 잊을 수가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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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 나씽 - 북아일랜드의 살인의 추억
패트릭 라든 키프 지음, 지은현 옮김 / 꾸리에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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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 아버지의 이름으로, 아일리쉬 댄스,  그리고 얼마 전 읽은 벨파스트의 망령들까지...

이들의 공통점은 바로 아일랜드로 향한다.

 

이 책은 역사적으로 불편한 관계에 있는 북아일랜드와 영국의 관계를 한 개인의 실종을 토대로 연관되어 다룬 논픽션이자 스릴러 소설로 분류될 수 있는 책이다.

 

아일랜드의 역사는 영국이 지배를 하면서부터 불안의 씨앗을 태동하고 있었지만 한 나라가 둘로 분리되면서 그들의 긴장 관계는 극도의 불안한 세월을 지속한다.

 

1960년 후반부터 1998년 “성금요일 협정”이 이루어지기까지 북아일랜드는  인명 피해를 보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남긴다.

 

1972년 12월 어느 날 밤, 복면을 쓴 남녀 한 패거리가 벨파스트의 한 아파트에 들어와 열 명이 자식을 둔 미망인 진 맥콘빌을 납치한다.

 

그녀는 곧 돌아온다는 말이 마지막 말로 되어버린 채 실종이 됐고 그 이후 그녀의 자식들이 엄마의 존재, 정확히는 시신을 찾는 데는 오랜 시간이 흐른 2003년이나 되어서야 가능했다.

 

아일랜드의 역사를 논할 때 IRA와 신페인당을 빼놓을 수는 없다.

이들의 무장단체와 당이 설립되기까지는 분리된 북아일랜드 인들의 소망인 통일, 여기에 개신교와 가톨릭교 간의 대립과 개신교도들이 가톨릭교도들을 차별한 역사를 관통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대의를 위해 자신의 청춘을 바쳤던 실존 인물들의 인생과 활약들이 펼쳐진다.

 

책에는 대표적인 신페인당 당수인 제리 아담스, 브렌든 휴즈, 돌러스 프라이스, 마리아 프라이스 외에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데리 지역에서 평화로운 행군을 하고자 했던 그들에게 공격을 펼친 영국군들에 대항해 자발적으로 IRA에 들어간 두 자매의 활약은 피의 금요일, 피의 일요일을 거쳐 영국에 폭탄 사건을 빌미로 감옥에 수감되는 과정들이 들어있다.

 

여기에는 서로가 서로에게 공격과 살인, 폭탄이 난무하고 고문과 끄나풀이라 불리는 첩자들에게 행한 단죄의 형태로 살인까지 했던 '무명인'들이라 불린 특수형태 조직의 행동들을 그린다.

 

 

이런 가운데 제리 아담스는 폭력 외에 정치적인 노선을 통한 평화협정을 통해 영국과 성금요일 협정, 일명 벨파스트 협정을 통해 북아일랜드의 자치권 획득과 동시에 영국 잔류를 선택한다.

 

이는 곧 그동안 통일이란 대의를 위해 목숨까지 내놓았던 많은 의용군들, 자칭 급진파로 인식되는 IRA에 몸담았던 브렌든 휴즈, 프라이스 자매를 비롯한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를 남기는 결과를 낳는다.

 

그동안 그들이 행해왔던 살인과 폭파로 인한 희생자들은 무엇을 의미하며 무엇을 위해 이토록 애를 써왔는가에 대한 회의, 더 이상 자신이 그들에겐 쓸모없게 된 무용지물처럼 여겨지는 흐름들, 제리에 대한 배신감들이 한 번에 쏟아져 나오게 되고 이는 곧 미국 보스턴에 있는 보스턴 칼리지에서 비밀 프로젝트로 이루려던 한 계획에 동참하게 만든다.

 

 

 

 

일명 '벨파스트 프로젝트'라 불리는 이 계획은 '분쟁'에 대한 문서화를 하는 방법으로 실제로 참여를 했던 사람들을 찾아가 구술사를 통한 기록을 남긴다는 취지였다.

여기엔 실제 참여를 하는 사람들의 실명을 감춘 채 그들이 죽은 후에 공개하기로 약속을 하고 실행한다.

 

돌러스 프라이스, 브렌든 휴즈, 그 외 다른 사람들이 '대의'를 위해 행했던 일들, 여기에 진 맥콘빌의 실종사건 당시 누가 그녀를 죽였는지, 어디에 묻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서 프로젝트는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이를 알게 된 영국 정부가 녹취록과 기록을 요청하면서 이를 거부하려는 보스턴 칼리지 도서관 책임자, 역사의 한 장으로 연구를 목적으로 했던 프로젝트가 오히려 진범을 잡으려는 증거에 이용되는 아이러니함은 제리의 침묵과 부정으로 기소를 면하는 과정에 이른다.

 

읽다 보면 과연 그들은 무엇을 위해 싸웠나? 하는 생각이 든다.

 

대표적인 예로 진 맥콘빌의 죽음을 두고 다룬 이 흐름들은 아마도 진의 인생 자체가 아일랜드의 역사를 대표하는 듯하다.

서로 다른 종교를 가진 남과 여가 만나 정착하려 했지만 그 어디에도 속할 수없었던 냉담함, 정보원이었단 사실로 죽음을 맞이한 그녀를 두고 종파가 다른 종교 문제로 번진 이들의 역사는 돌러스와 휴즈의 지난 고백으로 인해 더욱 와 닿는다.

 

자신들이 해왔던 무수한 살상들은 통일을 이룬다는 전제하에 무마되고 인정될 수 있었다는 의미가 평화협정으로 인해 잊혀지고, 그들 스스로 죄의식에 사로잡혀 살아가는 모습들이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살상이 정당한 절차로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침묵과 복종'이란 절대 규율 아래 만들어진 IRA의 비밀에 쌓인 진실들, 저자가 진 맥콘빌의 죽음에 가려진 진실을 파헤치는 장면과 녹음테이프를 두고 벌이는 일들은 흡사 스릴러의 긴박함마저 느끼게 한다.

 

 

 

이미 고인이 된 사람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역사가 투쟁의 역사요, 저항이란 이름으로 삶을 마감한 사람들의 역사이기도 하지만 과연 그들은 무엇을 얻고자 했으며 원한 바를 이루었는지를 묻고 싶었다.

 

읽으면서 우리나라와 비교도 되는 역사의 흐름들이 비교되고,  브렉시트로 인한 북아일랜드의 앞날은 어떤 결정들을 내릴지 진실 속에 담긴 팩트를 통해 긴 아픔을 누르며 읽게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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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스탕스 사형수들의 마지막 편지 - 2차 세계대전 당시, 인간성과 용기를 최후까지 지켜 낸 201인의 이야기
피에로 말베치.조반니 피렐리 엮음, 임희연 옮김 / 올드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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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때문에 생각하지도 못할 많은 일들이 발생하지만 자신의 생명을 걸고 나라를 지키기 위해 활약했던 개인적인 일들을 접할 때면 상상 이상의 아픔을 느끼게 된다.

 

이 책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이탈리아 북부에서 레지스탕스로 활동하다 사형 선고를 받고 죽어간 사람들, 사형수 201명이 죽음을 앞두고 써 내려간 '편지'들을 담은 내용들을 담았다.

 

 

편지가 시작되기 전 그들의 누구였는지, 그들의 직업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함께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모두 다르면서도 같은 마음을 담은  사랑의  편지 내용은 그들이 처한 암울했던 당시의 기억을 상상하게 한다.

 

 

죽음을 앞둔 이들이 취할 수 있었던 마지막 행동으로써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할 수 있는 것이 편지밖에 없었단 사실이 막막하기도 하고 극한 상황에 처한 그들이 얼마나 간절하게 썼는지를 읽으면서 절절히 가슴에 새겨지게 한다.

 

이탈리아 내에서 동족상잔으로 벌어진 내부 파시즘과의 투쟁이었기에 어쩌면 더욱 애끊은 심정이 담긴 편지라고도 할 수 있는 이 내용들은 레지스탕스라고 해서 정치적인 신념을 다룬 내용들이 많지 않다.

 

 

 

 가구 공, 대장장이, 회사원, 양모 빗는 사람, 재단사, 건축가, 목수, 창고지기, 경찰, 정비공, 학생, 주부, 상인, 교사, 공장 노동자, 의사, 운전사, 농부, 군인, 제빵사에 이르기까지 평범한 삶을 추구했던 그들이었기에 그저 죽음을 앞둔 인간의 평범성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란 점 때문에 더욱 아픔을 느끼게 한다.

 

제대로 된 법의 절차에 따라 죽음을 맞이한 것도 아니고 바로 총살을 당해야만 했던 그들의 심정이 어땠을지, 그렇기 때문에 이들이 남긴 편지 내용들이 더욱 저릿저릿하게 다가왔다.

 

 

- 죽기 몇 분 전, 당신이 나로 인해 받게 될 크나큰 고통에 대한 용서를 구하기 위해 이렇게 편지를 써. 부디 나를 용서해 줘. 그리고 내 영혼을 위해 기도해 줘. 나를 위해 자비로운 주님께 기도하라고 우리 아이들에게 가르쳐 줘. 내가 아이들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말해주고, 나 대신 매일 뽀뽀해 줘. 나를 위해서라도 우리 아이들을 많이 사랑해 줘야 해. 가능하다면 나를 잊지 말고 변함없이 추억해 주길 바라. 그럴 수만 있다면 매일 밤 당신을 보러 올게. 꿈나라로 떠난 당신과 우리 아이들을 내가 지켜 줄 거야. 당신을 너무나 사랑했다는 걸 잊지 마. 눈감는 그 순간까지 당신을 사랑할 거야. 내 영혼으로나마 키스를 퍼부으며   - , 구에리노 스바르델라(28세, 인쇄 식자공) p.467

 

 

누군가에게는 가장이자 연인, 아들이자 딸, 엄마, 아빠, 많은 호칭으로 불렸을 그들이었기에 이들이 전한 내용들은 많은 사람들이 읽어야 하고 지켜야 할 부분이란 생각이 든다.

 

이들의 굽히지 않는 신념 덕분에 지금의 이탈리아가 있었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도 하고 우리나라를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는 책이라 더욱 애틋함이 더해지는 책이다.

 

 

 


***** 출판사 도서 제공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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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문
이선영 지음 / 비채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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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악이란 말이 있다.

 

사회 안에서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일들은 무수히 많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연일 기사로도 오르내리는 불편한 사건들은 이 책을 통해서도 그 체감을 여실히 다시 느껴보게 한다.

 

경기도 가평 청우산에서 한 여자가 변사체로 발견된다.

시일이 오래 흐른 것처럼 악취를 동반한 변사체는  좌천된 형사 백규민이 현장으로 가면서 맡게 된다.

 

실족사인지, 자살인지, 타살인지에 대한 모든 정황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하던 그는 실종신고를 토대로 사망자 오기현의 언니인 윤의현을 만나게 된다.

 

기억조차도 할 수 없는 유아시절, 부모의 이혼과 엄마의 재혼으로 서로 다른 성을 갖게 된 자매, 언니 의현은 죽은 동생의 의붓아버지인 오창기를 범인이라고 암시한다.

 

그 일대에서 화원을 운영하며 유지로서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 오창기, 마을 사람들 사이에선 뭔가를 알고 있는 듯하면서도 섣불리 발설하지 않는 분위기 탓과 오창기 살인 사건이 다시 벌어지면서 이 사건은 미궁에 빠진다.

 

한편 대학에서 시간강사로 출강하는 의현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성추문의 대상으로 오르내린 한 교수가 다시 복귀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 사실을 폭로한 학생을 도우려고 방송의 힘을 빌린다.

 

서로 전혀 상관이 없을 듯한 두 가지의 이야기를 통해 저자는 사회악으로써 단절되어야 할 문제점들을 드러낸다.

 

오창기가  힘의 권력을 앞세운 변태성의 행동들은 기현을 의붓딸이 아닌 여자로서 상대했다는 성폭력의 가학성, 고아인 신명호를 사람들 앞에선 자식처럼 거둬들였단 명목으로 노예 부리듯 부리고 눈까지 실명하게 하며 알 수도 없는 약물을 통해 조정하는 행태는 당연히 죄를 받아야 마땅하지만 그에게 당한 두 사람은 그럴 수가 없었다.

 

사회약자들에게 그들에게 보호를 해주고 사실의 판단 근거를 통해 형을 구한다는 법 체계는 사실 이 마을에선 통하지 않는 허점을 보인다.

 

사회의 법을 이용해 신고를 했어도 자신이 거둔 힘을 이용해 이를 무마시킨 오창기나 경찰서의 사람들, 마을 사람들조차도 그의 여자로 살아간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자신들의 생계가 그의 손에  좌지우지한다는 데서 오는 모르쇠의 방관의 패턴은 두 번 죽이는 일이란 생각마저 들게 한다.

 

여기에 더해 대학에서 벌어지는 학과의 특성상 교수의 힘을 무시할 수 없는 학생들의 위치를 이용해 자신의 성추행 사실을 무마하려는 자의 안하무인격인 행태는 두 가지 사건이 어떻게 맞물리면서 사건의 진범이 드러나는지를 그려낸다.

 

규민, 기현, 의현, 명호의 성장과정은 모두가 평범하다고는 할 수 없는 환경에 노출되어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이들의 삶을 통해 가정폭력, 아동학대, 성폭력, 성추행이란 명목으로 일어나는 사건들에 대한 분노를 저자는 작품 안에 등장인물들을 통해 드러내 보인다.

 

직접 가한 상대도 나쁘지만 제삼자의 입장에서 모른 채로 지내는 것 또한 폭력의 다른 이름이란 생각도 들게 한 책이었다.

 

어쩌면 범인이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이란 상황이 이해가 되는, 믿었던 사람에 대한 배신감은 자신이 당한 일 외에 더욱 큰 상처로도 다가왔을 것이란 생각이 들게 한다.

 

“증오하면서 사랑한다'는 유서 속에 담긴 이 문장이  가슴 아프게 다가온 작품이다.

 

 

 

 

 


***** 출판사 도서 제공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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