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 오스틴 소사이어티
내털리 제너 지음, 김나연 옮김 / 하빌리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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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에서 방영해주는 외화 영화들 중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들 중 하나가 바로 '오만과 편견'이다.

 

 

 

주연들이 바뀌고 방영이 되곤 하지만 여전히 작품성이 지닌 가치는 원작을 읽어보지 않더라도 마치 읽어본 듯한 생각이 들게 할 정도로 인지도가 크다.

 

 

 

특히 '덕후'란 말이 떠오를 정도의 내용을 담고 있는 이 작품은 제목 그대로 제인 오스틴을 좋아하고 그녀가 남긴 작품을 통해 서로 모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이끌어 나간다.

 

 

제인 오스틴이 마지막으로 머문 역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가치가 큰 초턴 마을을 중심으로 모여든 사람들은 각기 다양한 직업과 사연들을 간직한 사람들이다.

 

 

과부로서 제인 오스틴을 좋아하는, 1700년대의 여성작가들의 책을 아이들에게 읽히면서 성실한 생활을 하고 있는 교사 애덜린, 벤저민 그레이 박사, 유산을 한 푼도 못 받은 프랜시스 나이트, 가난한 환경임에도 굴하지 않고 학업을 포기하지 않는 에비, 나이트가의 법률 담당인 앤드류, 이들 모두는 제인 오스틴 덕후들이다.

 

 

그런 그들이 여배우로 성공한 메리 앤과의 인연과 함께 순수한 열정만으로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을 대하고 사랑하는 열정 그 자체로 오스틴의 생가와 서가를 지키고자 결심하게 된다.

 

 

 

 


 

이렇듯 이들의 모임은  그저 작품을 읽고 함께 토론하는 독서 모임에서 더 나아가 그녀를 기리기 위해 박물관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에서 출발한 모임이란  자체가 진짜처럼 여겨질 정도의 인상적인 진행의 흐름들을 보인다.

 

 

여기엔 그들이 지닌  힘든 삶이 자리한 가운데서도 비틸 수 있는 힘과 꿈을 가질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되었단 점에서   오스틴이 주는 영향력은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희망을 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특히 여행을 통한 유명 작가들이 머물렀다는 카페, 서점, 그리고 생가 방문들은 작품으로써만 대할 때와는 또 다른 감흥을 전해주기에 오스틴이 머물렀다는 초턴 마을, 여기에 그치지 않고 테마 여행을 검색해보는 시간이 즐거움마저 느끼게 했다.

 

 

 

읽으면서 오스틴의 작품을 다시 생각해보게 되고 에피소드들이 허구임에도 마치 실화처럼 여겨지는 느낌으로 전달해주는 분위기와 그에 취해서 원작과 영화의 차이를 비교해 보는 시간도 곁들이게 한다.

 

 

 

 



지금도 그녀가 쓴 작품들의 통해 당시 그 시대의 여성으로서 살아가는 보편적인 삶에 벗어나 사랑과 결혼, 그리고 행복을 일궈나가는 진취적인 여주인공들의 모습들이 읽는 내내 떠나질 않게 하는 작품이자 각기 다른 인생의 희비극을  담고 있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보편적인 삶을 감동적으로 그려낸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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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을 막는 제방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87
마르그리트 뒤라스 지음, 윤진 옮김 / 민음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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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의 원작자로 잘 알려진 마르그리트 뒤라스가 서른여섯의 나이에 쓴 세 번째 작품이다.

 

작품 속 배경은 캄보디아 남중국해 캄 평야의 불하지에서 전직 교사 출신의 엄마가  홀로 아들 조제프와 딸 쉬잔을 키우며 가난하게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자식들을 건사하기 위한 엄마의 억척스러운 삶의 생활은 15 년간 악착같이 모은 돈을 토대로 식민지를 지배하는 은행 토지국으로부터 땅을 샀지만 매년 주기적으로 몰려드는 바닷물의 영향으로 풀 한 포기조차 건사하지 못하는 불모지 땅이란 것을 뒤늦게 깨닫는다.

 

 

이는  대출을 받아 제방을 쌓느라 가진 돈을 모두 탕진한 삶의 연속으로 이어지고 그런 무기력함은 이들 가족의 삶 속에 파고든다.

 

 

-갑작스러운 광적인 희망으로 마침내 오랜 마비 상태에서 깨어난 평야의 농부 수백 명이 온 힘을 쏟아부어 제방을 쌓았는데, 그 제방이 태평양 파도의 단순하고 가차 없는 공격으로 단 하룻밤 사이에, 마치 카드로 쌓은 성처럼 그대로 무너져 버린 광경을 어느 누가 비탄과 분노 없이 떠올릴 수 있겠는가? -P. 28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가 이룬 부를 이어받은 조 씨라는 못생긴 남자를 만나게 되고 조 씨의 쉬잔에 대한 구애는 물질 공세를 통해  자신의 욕망의 뜻을 비춘다.

 

 

축음기에 이어 다이아몬드는 내미는 조 씨, 그가  건네준 다이아몬드를 가족들은 팔기 위해 시내로 향하게 된다.

 

 
“두 책은 한 몸”이라고 고백할 만큼 자전적 요소와 주제에서 [연인]과 상당히 비슷한 분위기를 드러내는 작품이되 다른 느낌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작품이다.

 

 

식민지를 거느린 나라의 국민으로서 고국을 떠나 희망을 품고 떠나 정착한 식민지에서의 생활은 기대했던 것만큼의 물질적인 보상을 주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들이 겪는 가난은 토착 원주민들이 식민지 국민으로서 겪는 가난과는 결을 달리 한다.

 

 

정착민들에게 기름진 평야처럼 속여 팔아 거금을 챙긴 관리들의 속셈 뒤에,  견디지 못하고 떠나는 자들이 남긴 땅을 다시 속여 파는 행위를 통해 축척을 하는 이들의 행태들은  뒤늦게 알게 된 엄마의 시선을 통해  당시 식민지에서 살아가는 본국 사람들의 가난함에 대한 비난의 시선을 던진다.

 

 

 

-ㅡ 내가 번 돈, 불하지를 사기 위해 한 푼 두 푼 모은 그 돈, 맙소사, 그 돈은 모두 어디로 갔나요? 그 돈은 지금 어디 있죠? 이미 황금으로 무거운 당신들의 주머니 속에 들어가 있겠죠. 당신들은 도둑이에요. 죽은 아이들이 다시 살아나지 못하듯이 내 돈, 내 젊음도 결코 되찾을 수 없겠죠. 당신은 그 5헥타르의 땅을 내어놓든가, 아니면 언젠가 비포장도로변의 도랑 안에서 시체로 발견될 겁니다. 도로를 낼 때 동원된 도형수들이 바닥에 산 채로 묻힌 도랑이죠.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말합니다. 무엇으로든 살아야 하기에, 희망마저 없다면, 아무리 막연하다 해도 어쨌든 새 제방에 대한 희망으로도 살 수 없다면 난 더없이 경멸스러운 캄 토지국 관리들의 시체들로라도 살아갈 겁니다. 배 속에 집어넣을 게 없는 사람에게는 무서울 게 없답니다.  -P. 301

 

 

 

 

엄마와 조제프, 쉬잔의 일상은 이처럼 무엇을 해야 하고, 어떤 행동이 실천을 해야만  이 불행을 벗어날 수 있을지에 대한 생각마저도 하지 못하는 권태와 무기력을 동반하는 삶으로 이어진다.

 


여기엔 땅에 대한 희망을 놓지 못하고 제방 쌓기를 통해 다시 일어서려 했던 엄마의 희망이  게와 자연의 무수한 공격에 의해 좌절되고  망상에 젖어 살아가는 엄마를 바라보는 남매의 지친 모습들을 통해 이곳을 떠나고자 하지만 엄마를 두고 떠날 수도 없는 막막함의 분위기가 더해져 더욱 침울하게 그려진다.

 

 

그러나  제방 쌓기를 통한  한 가닥의 희망이 좌절로 이어지고 그 좌절은 쉬잔이 받은 다이아몬드로 인해 다시 새로운 희망을 갖게 하는 소재로 등장함으로써 가난과 부채에서 벗어나려는 가족들의 모습을 통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다.

 

 

 

젊고 창창한 청춘의 조제프가 언젠가는 이곳을 떠나 도시로 향할 것임을, 다리에서 무수히 지나가는 자동차를 보면서 자신을 데려가 주길 바라는 쉬잔의 모습들은 시내에서 겪었던 일들을 통해, 다이아몬드란 물건이 그들에게 결정적으로 비루한 삶을 더 이상 이어갈 수없음을 깨닫게 해 주었다는 진행의 흐름들이 화자의 시선을 통해 그린다.

 

 

 

아무것도 기댈 수 없었던 곳, 엄마가 죽어야만 이곳을 벗어날 수 있음을 알고 있던 가족들의 애증과 합동의 마음, 그런 가운데 여전히 해결을 할 수없었던 가난과 권태로 뒤엉킨 이들 가족들의 이야기가  이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분위기를 주도함으로써 연인과는 또 다른 느낌을 준다.

 

 

영화로도 나온 이 작품을 통해 내용이 왜곡되었다고 격노한 엄마와 결별하게 된 이유가 되기도 했다는 만큼 작품 속에서 등장하는 엄마의 모습은 삶에 지치고 딸을 때리는 모습에서 광기에 집착한 여인, 자식들에게 조차 '정신 나간 늙은 여자'란 인식으로 자리 잡은 극에 달한 모습을 통해 강한 인상을 남긴다.

 

 

진행의 방식상 결과와 과정들이 뒤바뀌는 장면들,  들려주듯 느끼면서 읽게 되는 문장들의 흐름, 인물들의 동선과 말을 통해 그들의 좌절과 비명, 지루한 오후의 나른함과 무기력함 들을 모두 느낄 수 있는,  그런 가운데 아름답게 그린 문장들은 읽는 내내 푹 빠지게 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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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의 의식
시몬 드 보부아르 지음, 함정임 옮김 / 현암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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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결혼' 커플로 그들만의 독특한 결혼관을 유지했던 두 사람, 사르트르와 시몬 드 보부아르를 떠올리면 생각나는 문구다.

 

실존주의 철학자로서 기존의 지식인에 대한 의미를 거부한 앙가주망의 주자로서 적극적인 사회참여를 했던 사람, 그런 그의 정치적 동지이자 그가 다룬 글에 대해 처음으로 읽을 권리와 조언을 해줄 자격을 지닌 여인, 그런 그녀가 사르트르의 죽음을 마주하기까지 10년 간의 시간을 그린 책을 접해본다.

 

 


 


제목인 '작별의 의식'은 사르트르가 대화를 하면서 남긴 말이지만 몇 년 후에 최대의 의미 있는 말로 다가올 줄은 보부아르 조차 알지 못했다.

 

 

 

21살에 처음 그를 만나 그의 청혼을 거부하면서 계약결혼이란 당시엔 파격적인 형태의 결혼생활을 이어가는 이들의 이야기는 그로부터 이어진 그들의 관계의 종반부인 1970년부터 1980년까지의 10년 동안 사르트르를 가까이서 본 장본인의 글이라 어느 글보다도 더욱 차분하고 객관적이며 솔직한 심정을 드러낸 글들이 두드러진다.



 

 

 


 그들의 사회적인 활동의 공동참여와 각 나라에서 벌어진 일들에 대한 비판, 각자의 집을 방문하고 대화를 하며 책을 읽고 함께 식사하기, 여기에 빼놓을 수없는 여행지에서의 시간은 두 사람만의 휴식이자 그들의 유대관계를 한층 두텁게 만드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1973년부터 서서히 나빠지기 시작한 사르트르의 건강은 거의 실명하다시피 한 한쪽 눈의 실명, 보행의 고통과 뇌에 관련된 질환, 당뇨, 요실금, 치아에 대한 고통이 겹치면서 위험의 고비 순간을 넘나 든다.

 

 

그의 병 진행 속도에 따른 변화는 서로의 뜻이 맞는 정신적인 유대감의 동반자에서 이제는 그를 곁에서 지키고 돌봐야 하는 보호자의 입장으로 바뀐  보부아르의 마음이 인간의 노쇠해가는 과정들과 겹치면서 대중에게 각인된 철학자란 이미지를 벗어버리게 한다.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사랑하는 사람이 눈에 보일 정도로 약해져 가는 모습과 그런 자신을 바라보는  사르트르 자신의 노쇠한 부분에 대한 실망감, 결정적으로 더 이상 자신이 쓴 글이나 책을 읽을 수가 없다는 아쉬움을 토로하는 그의 모습은 지식인으로서의 한계에 부딪친 사실적인 모습들을 볼 수가 있다.

 

 

 

사람은 언젠가는 죽는다는 죽음에 대한 부분에 대해선 냉정했던 사르트르였지만 그런 그가 자신의 의지에 반한 모습들을 보인 장면을 보는 보부아르의 입장에서는 속으로 삭이며 감내하는 과정이 안타깝게 다가온다.

 

 

51년 간의 평생 동지이자 남편으로서, 각자의 독립된 부분을 인정하되 진정으로 사랑했던 두 사람의 관계는 결혼이란 제도적인 부분을 벗어버리고 오로지 두 사람만이 간직할 수 있었던 순수한 사랑에 대한 의미를 되새겨 보게 한다.

 

 

모든 글들을 공유하며 토론하던 두 사람, 책 앞머리에 보부아르가 더 이상 이 글은 당신이 읽을 수가 없게 됐다는 문장이 가슴을 쓸어내린다.

 

 

평생 그들이 추구했던 정치적인 활동과 저서 활동, 토론과 대화가 그들의 삶의 반이었다면 여행을 통한 휴식을 얻고 나누는 부분들은 또 다른 그들의 삶을 비춘 부분이라 두 가지의 상반된 모습들을 통해 독자들은 기존에 알고 있었던 부분에서 보다 새로운 면모를 들여다볼 수 있게 한다.

 




 

-

그의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고 있다. 나의 죽음이 우리를 결합시키지 못할 것이다. 그렇게 된 것이다. 우리의 생이 그토록 오랫동안 일치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아름답다. -p283

 

 

 

 

이미 고인이 된 두 사람이지만 그들이 함께했던 순간들의 마지막 10년을 기록한 글들을 통해 그들의 작별의 의식은 Adiex가 아닌 영원한 사랑으로 넘어서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지 않을까?

 

 

 

 

 "난 당신을 많이 사랑하오. 나의 카스토르." (사르트르가 남긴 마지막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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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수집노트 - a bodyboarder’s notebook
이우일 지음 / 비채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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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언가에 관심을 둔다는 것, 특히 취미생활로서 즐기는 여러 가지 활동들은 일상의 작은 변화로써 즐겁게 받아들일만한 일이란 생각이 든다.

 


운동, 사진 찍기, 만들기... 일상에 치우쳐서 하고 싶었어도 시간에 쫓기거나 마음의 여유가 없을 때는 더욱 그렇지만 저자처럼 뒤늦게 자신이 즐길 수 있는 것을 찾아 이를 온몸으로 느끼며 받아들이는 과정이 부럽기만 하다.


 

그동안 국내의 유명 책이나 커피 로고, 가수 앨범 재킷에 이르기까지 넓은 범위에서 활동하는 만화가, 일러스트레이터, 에세이스트, 수집가로서의 명성에 걸맞은 그의 취미는 서핑이다.

 


전작품에서도 서핑 예찬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을 통해 그가 입문하게 된 서핑에 대한 세계와 즐거움을 만끽하는 글들은 알고 있었지만 이 작품은 여기에 더 나아가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 즐기는 서핑의 세계를 통해 여러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저자가 타는 서핑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서핑보드가 아닌 부기 보드다.

일명 오리발을 장착하고 타는 보드, 일반 서핑보드처럼 파도를 이용해 타는 것은 같지만 규모나 신체를 이용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약간 다르다고 한다.

 

 

그가 보드에 빠지게 된 경위는 전 작품에서도 언급된 바 있지만 이 책에서 담고 있는 서퍼로서의 파도와의 일체감들은 이색적인 즐거움을 선사한다.

 

 

특히 장롱면허에서 오로지 보드를 타기 위해 운전을 하게 된 이유들은 웃음이 나오는 장면이자 한 가지 일에 관심을 두고 이를 실행하기 위해 필수의 선택을 한 저자의 애정이 묻어난 글이 인상적이다.

 

 

여기엔 읽으면서 하루키의 작품이 생각나는 부분들이 있는데 아니나 다를까 저자 또한 하루키의 작품을 언급한다.

 

 



그만큼 파도타기에 대한 그의 무궁한 사랑을 느끼는 부분이라 그가 말한  파도타기를 어릴 적 미끄럼틀 타기에 비유한 부분이 공감된다.

 

 

그저 오르내리고 타고 내려가는 미끄럼틀 타기에  대한 즐거움, 파도타기 또한 파도가 있는 좋은 곳을 선점하기 위해 장소 물색에서부터 홀로 타는 서핑이 아닌 함께라는 의식 하에 파도타기를 하는 모습들은 저자의 그림과 함께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일에 파묻혀 살아온 시간들 속에  어느 날 뒤돌아봤을 때의 공허함, 어쩌면 모두가 느끼는 바를 저자는 자신만의 서핑 타기란 취미를 통해 인생의 한 부분을 지나고 있는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잔잔한 파도가 어느 순간 출렁이며 소리 없이 내게 다가올 때의 공포감과 더불어 이를 이용해 넘기는 스릴을  만끽하는  순간, 이처럼 우리네 인생도 파도타기처럼 희로애락의 모든 순간들을 넘길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게 한다.

 

 

-위험과 위험 사이에서 삶을 즐기는 것, 어쩌면 그것만이 삶을 살아가는 유일한 방법일지 모른다. -p 33


 

외국에서 서핑하는 얘기는 들어봤지만 저자처럼 국내에서 서핑을 타는 얘기는 생소한 부분이었던 만큼 저자의 글을 통해 계절에 따라 장착하는 슈트의 모습도 신기하고, 글 속에 담겨 있는 짧지만 굵직한 느낌의 문장들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게 한다.

 

 

 

-살면서 이기고 지는 승패 따위는 중요한 게 아니다. 누구나 언제든 도전할 수 있다는 게 가치 있는 것이다. 그게 당구든 파도타기든 아니면 또 다른 무엇이든. -p 145

 

 

 

 

코로나 팬데믹 시대에 홀로 할 수 있는 이점을 지닌 서핑보드, 부기 보드와 나의 몸이 한 몸이 되어 물아일체의 세계로 들어가 파도를 넘는다는 것, 운동에 영 소질이 없는 나조차도 저자의 글을 통한 시시각각 다가오는 간접체험은 일단 도전해봐! 란 응원의 말처럼 들린다. 

 

 

 

 


 

 

파도란 자연이 주는 선물, 그 속에 과거의 나와 현재,  미래의 나란 이름으로 불리는 작가 분신의 이야기는 감동적이다.

 






 

익살스럽고 귀엽다는 느낌마저 드는  그림과 함께 에세이로써 전달해주는 유혹적인 글들, 한동안 멀리 했던  CD를 틀고 비치보이스의 surfin U.S.A, Kokomo를 들어본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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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타프 도쿄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97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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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인 K가 주인공으로 그는 현재 <에피타프 도쿄>라는 제목의 희곡을 집필 중이다.

 

됴쿄를 테마로 하는 것을 목적으로 쓰는 희곡은 책 제목처럼 '도쿄 묘비명'이란 이름으로 붙이고 이에 어울리는 것은 무엇이 있을지 여기저기를 방문한다.

 

 

- 도쿄의 묘비명으로 어떨까?
'그때가 좋았다, '
도시는 언제나 과거가 더 나았다. 헤이세이 시대에는 쇼와가, 쇼와에는 고도성장기가, 다이쇼의 데카당스가, 메이지의 청운의 뜻이, 가장 독창성이 풍부했고 세련된 문화가 정점을 이루었던 에도 시대가.
하지만 필자가 생각해야 하는 것은 실제의 묘비명이 아니라 <에피타프 도쿄> 쪽이다. 단서가, 힌트가 어디 없을까. - p.35

 

 

자신이 흡혈귀라고 말하는 요시야, 전생에 무수한 탄생과 죽음을 거치면서 흡혈귀란 존재로 살아가는 그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흡혈귀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진짜 흡혈귀인 자신은 사람의 피를 섭취해 영원을 얻는 것이 아닌 의식이 타자의 육체 속으로 옮겨가고 그 안에서 자신의 존재를 이어가는 것이란 설명으로 K에게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어쩌면 희곡에 어울리는 장소나 기억들을 K자신보다 더 알 수 있을 것이란 요시다의 말에 둘은 함께 도쿄의 묘비명을 찾기 위해  명소나 알려지지 않는 구석구석의 장소들을 찾아다닌다.

 

 

책의 구성이 정말 특이하다.

맨 처음 책을 만나고 펼쳤을 때의 다양한 컬러감의 배색으로 처리된 글들은 읽는 독자들에게  각각의 등장인물들의 동선과 대화를 통해 그 특징을 보인다.

 

 

K와 요시다가 나누는 대화를 나누는 일상적인 모습들은 흰색 [ piece]라고 붙인  에피소드로 그려지고 K가 일상에서 느낀 부분들을 차용해 희곡에서 드러내는 [에피타프 도쿄]는 보라색 페이지로 나뉘어 진행된다.

 

 

 

 

 

여기에 요시다가 보는 시점의 이야기는 [drawing]이란 제목으로  짙은 블루 컬러 페이지, K가 연극 상연을 위해 메모한 부분은 핑크로 구분된 페이지로 되어 있어 도쿄란 도시를 배회하면서 소설 속의 희곡의 탄생 과정을 알 수 있는 진행으로 흐른다.

 

 

 

이번 작품은  저자의 장르 구분이 다양함을 느끼게 한다.

 

 

일상적인 소소한 과거와 현재를 다룬 이야기들은 마치 무라카미 하루키의 글처럼 느껴질 때도 있고 다큐멘터리처럼 흐르는 진행을 통해선 과거와 현재, 미래, 어디가 픽션이고 어디가 논픽션인지 모호한 경계선의 이야기들,  특히 중간중간  K의 희곡 [에피타프 도쿄]라는 희곡의  1막 1장과 2막 1장이 수록되어 있어 그 후의 이야기가 무척 궁금해지는 내용들이라 흥미롭게 다가온다.

 

 

특히 연극 메모를 다룬   핑크색 페이지가 희곡의 1막 1장과 2막 1장이 어떻게 그려졌는지를 더욱 가깝게 여겨질 수 있게 한 부분이라 인상적이었다.

 

 

 

 

 

 

도쿄라는 도시를 통해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한 흔적을 통해 수용하거나 잊히고 다시 발전되는 과도기의 모습들을 느껴보게 하는 새로운 이야기들은 온다 리쿠만의 색채로 거듭난 작품으로 탄생했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던 각 특징적인 부분들이 서로 보완하고 어울리면서 그려지는 총체적인 작품의 내용들은 역시 온다 리쿠란 생각이 들게 한다.

 

 

기존에 저자의 작품을 좋아한 독자라면 이번에 그린 다양한 장르를 통해 온다 월드의  새로운 작품 세계를  느껴볼 수 있을 것 같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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