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주

패주 ㅣ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01
에밀 졸라 지음, 유기환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8월

에밀 졸라의 작품을 처음으로 대한 것이 '목로주점'이다.

생생하게 표현되던 목욕탕 장면에 관한 사실적 묘사 부분을 통해 작가의 작품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던 학창 시절 선생님의 말씀은 기존에 그저 읽기에만 그쳤던 책의 접근성을 보다 확장시킨 작품으로 기억된다.

이번에 만나본 패주는 그가 평생 심혈을 기울여 창작해온 루공마카르총서 20부작 중 19작에 해당되는 작품이자 실질적으로 최종 마무리 작품으로 여겨지는 소설이다.

제2제정 시대를 관통하는 한 가문의 인물들의 삶을 통해 표현한 그의 작품 중 이번 소설  패주는  보불전쟁과 파리코뮌을 다룬다.

 농부 출신이자 하사로서 106 연대에 소속된 장 마르카와 지식인으로서 변호사 출신인 자원입대 출신인 모리스 르바르쇠가 두 주축으로 등장해 펼쳐지는 내용은  프로이센 군과의 싸움을 위해 알자스 지방으로 모인 그들의 험난한 패주 여정을 보인다.

비록 상관이긴 하지만 자신과는 계급 차이가 있는 장에 대한 불신을 갖는 모리스가  패주의 과정에서 서로의 목숨을 구하고 장의 인성에 점차 끌리면서 '형'이란 존칭으로 바꾸어 부르는 끈끈한 우정이자 연대를 보이는 전개로 펼쳐진다.

유럽의 막강한 힘을 발휘했던 프랑스는 과거의 영광에만 집착한 면들을 통해 승리를 확신하면서 안일함을 보인 반면 프로이센의 비스마르크는  독일 통일을 이루고자  세운 계획을 통해 전력 보강을 마치고 본격적인 프랑스와의 대결을 펼쳤다는 점에서 상반된 결과물을 낳는다.

끝없는 진격을 외기기만 할 뿐, 패망을 알고서도 과거의 영광에만 집착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피해를 보는 시민들의 모습이 전쟁을 통한 참상은 그때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음을 느끼게 한다.

전쟁 와중에도 이익을 탐하는 사람, 위기 상황을 교묘히 모면하면서 시기적절하게 자신의 처지를 상승시키는 사람, 동병상련의 입장에서 서로를 바라보는 사람들, 끝없는 배고픔과 피가 낭자한 전쟁터....

에밀 졸라의 작품을 얘기할 때  자연주의를 빼놓을 수가 없는 만큼 패주 작품 속에서 등장하는 모든 사람들은 서로가 관계가 있고 관계를 맺음으로써 전쟁이라는 배경을  통해 인간의 삶이 자연과 문화, 정치, 사회적인 모든 것들과 연관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보불전쟁에서 보인 프랑스 지휘관들의 연락망 관계, 의사불통, 군대의 오합지졸, 고립된 연대의 지지를 위해 나서지 못하는 안일함과 그저 끝없는 도망자 신세를 보인 장면들은  병사들의 사기저하는 물론이고 극악에 달하는 굶주림에 대한 인간임을 포기한 모습마저 보이는 부분들이 사실적으로 그려진다.

무엇을 위해 진격하는가에 대한 생각 자체도 모호할 만큼의 지친 병사들의 모습은  인간 본성 그대로의 모습조차도 찾아볼 수없을 만큼 지옥을 연상하게 하지만 조국을 위해 마지막 항전을 하며 장렬히 전사하는 장면들은   진정한 애국자들은 누구인지를 묻게 된다.

여기엔 저자가 그린 두 사람의 관점을 통해 전쟁이라는 키워드 속에 이념과 현실의 괴리를 보인 부분들이 사실적으로 그려진다.

천성이 농부인 장이 바라보는 현실적인 생각은 노동을 통한 평화로운 삶을 지향하고 이를 이루기 위한 희망으로  전쟁에 나섰다면  모리스는 전쟁의  필요함을 느끼고 때론 조국을 구하기 위해선 강경책이 필요할 때도 있다는 생각(국민 자위대 입대)으로 서로가  다른 전쟁에 대한 생각들을 보여준다.

이는 지식인으로서 현상황에 대한 분노와 좌절, 제정시대에 대한 불신의 대항으로 현재를 타파하고 새로운 프랑스를 재건하고자 했던 모리스와 정부에 충실한 군인으로서의 책임감을 지키기 위해 나선 장의  서로가 다른 길로 들어서게 된 두 사람의 관계를 통해 광기가 서린 전쟁의 영향이 인간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느껴보게 한다.

'피의 일요일'을 통해 가차 없는 내전의 극렬함을 통해 안타까운 결말로 이르게 되는 파리코뮌의 역사는 이제 과거의 현장 속으로 사라졌지만 그래도 삶은 여전히 지속되어야 함 을 보여준다.

새로운 희망에 대한 의지를  장의 모습을 통해 새로운 시대를 기약하는 것으로 기대감을 보여주는  이 작품은 소설이라기보다는 되려 전쟁사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전쟁의 흐름이 1.2부를 통해 그려지는 작품이라 기존의 작품보다는 지루함이 있지만 당시 프랑스 역사의 한 단면을 소설로써 그린 작가의 힘은 여전히 대단하단 생각이 들게 한다.

사족을 붙이자면 루공마카르총서 전체 20권 완결 편은 왜 출간되지 않는지, 읽으면서도 연신 궁금한 부분이 아닐 수없다.

어떻게 지내요

어떻게 지내요
시그리드 누네즈 지음, 정소영 옮김 / 엘리 / 2021년 8월

작년 즈음부터 죽음에 관한 책들을 멀리하기 시작했다.

전 장르를 통틀어서 의도적으로 멀리한 이유 중 하나는 죽음이란 것을 마주하며  지켜보던 입장이었기에 아직도 '죽음'이란 단어를 떠올리게 되면 아픔이 상기된다.

때문에 이 책에 대한 출간 소식을 접하고도 읽을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나가 책과의 인연이란 것은 따로 있나 보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접하게 된 작품이다.

인간의 생명은 유한의 생명체, 언젠가는 이 세상에서 자신의 흔적을 남기지 않고 떠나야 함을 알고는 있지만 실제적으로 닥친다면 그것은 인생을 바라보는 관점에서 깊은 생각을 던지게 한다.

이 작품은 화자가 얼마 남지 않은 삶에 대한 선고를 받은 친구와 일상을 함께 보내면서 느끼는 삶과 죽음에 대해 느낌을 그린 소설이다.

스스로 자신의 생을 마감하려는 친구, 그 친구의 계획에 따라 함께 있어달라고 부탁한 친구는 스스로 마감하는 삶에 대한 준비를 하고 그런  친구 곁에서 화자가 느끼는 삶과 죽음에 대해 사유하는 글들은 두 사람만의 이야기로 그치는 것이 아닌 여러 등장인물들과의 인연을 통해 다른 삶의 모습들을 비춘다.

 딸과의 불화를  겪으며 화해하지 못하는 친구, 유일한 방문자인 아들을 둔 노인, 한때는 아름다운 외모를 지녔을 사람,  화자 자신의 독신생활까지...

각자의 인생들의 다양한 면들을 보인 것들을 통해 결국엔 혼자의 삶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게 하는 부분들이다.

 친구의 변화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화자의 마음은 여행처럼 여겨지는 일상생활의 모습을 통해 아픔을 지닌 사람처럼 보이지 않을 수도 있었겠지만 점차 힘겨워하는 친구의 변화를 통해 죽음이 앞에 서서히 다가옴을 느낀다.

자신의 병을 알고 스스로 죽음을 준비한다는 것, 인간의 삶이 출생 준비를 하듯 정해진 시점에 죽음이 다가왔을 때 담담히 준비를 할 수 있을까에 대한 물음을 친구의 행동을 통해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많은 생각을 하게 될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시종 떠나지 않았던 죽음의 준비 과정이 떠올랐다.

담당 의사로부터 통보를 받던 이후, 차례대로 준비했던 그 순간이 친구의 모습과 겹쳐지면서 힘들었던 감정을 떠올린 부분들, 담담히 그렇지만 자신이 언젠가는 죽음을 맞이한다는 결과를 알았을 때의 그 고통은 얼마나 컸을까에 대한 연민이 읽는 내내 아파왔다.

작품 속에서 화자는 친구의 방문이 닫혔을 때 느낀 공포감의 실제적인 감정을 통해 죽음에 대한 솔직한  감정을  그린다.

눈을 마주치고 잘 자~란 말이 마지막 말이 될 수도 있음에 대한 공포,  우리들은  이 세상에서 부모의 힘을 빌어 태어났지만 죽음이란 존재 앞에서는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고통만이 실재한다는 사실을, 그 고통과 당당히 맞서는 친구의 절망을 화자가 느끼는 부분들을 통해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찾아오지만, 그럼에도 그것은 모든 인간 경험을 통틀어 가장 고독한 경험으로, 우리를 결속하기보다는 떼어놓는다. -p149

3부로 나뉜 옴니버스 형식을 취한 내용들은 죽음, 상실, 외로움, 불화 등 우리가 인생이라고 부르는 여정에서 살아가며 부딪칠 수 있는 부분들을 담담하면서도 사려 깊게 살피는 글로 그리고 있다.

책 제목은 시몬 베유의 말에서 따온 '어떻게 지내요'는 프랑스어로 '무엇으로 고통받고 있나요?' 당신의 고통을 묻는 문장이라는데, 코로나로 힘겨운 이 시기, 책을 덮고서 주변을 둘러보게 된다.

나의 가족 , 친구, 연인, 이웃들....

'어떻게 지내요?"란 말이 따뜻한 위로의 말로써 위안을 삼을 수 있음을, 나의 마음속에 간직된 진실함을 담아 건네는 작은 말 한마디가 필요함을 느끼게 한 작품,  읽으면 참 좋을 책에 올려본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뒤라스의 말

뒤라스의 말 - 중단된 열정, 말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하여 ㅣ 마음산책의 '말' 시리즈
마르그리트 뒤라스 외 지음, 장소미 옮김 / 마음산책 / 2021년 9월

영화 '연인'의 원작자로서  잘 알려진 저자, 그녀가 살아생전 인터뷰에 인색하지 않았던 만큼 그녀가 쏟아놓은 기사들은 많았다.

하지만 그녀와 나눈 이 책의 인터뷰는 기존의 다른 것들과는 다른,  그녀의 유년시절부터 인터뷰가 이루어진 1987~89년 사이 이뤄진 것들을 모아 엮은 것이라 한 사람의 인생관과 그녀가 활동해 온 예술의 세계들을 보다 세밀하게 엿볼 수가 있는 책이다.

전체적인 인터뷰 진행은 하나의 주제를 놓고 시작해 그에 파생된 부분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여러 가지 생각들을 품어온 뒤라스만의 작가관과 문학적인 세계관, 영화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섭렵하며 때론 집요하게 때론 평범하게 얘기를 나누듯 들려주는 방식처럼 보여준다.

저자의 작품 속에 드러난 자전적 성격이 짙은 작품들이 주를 이루고 있기에 여기에 해당되는 유년의 시절부터 시작되는 대화는 태평양을 막는 제방, 연인, 첫 남편과의 만남과 이혼을 거쳐 공산주의에 입당하고 레지스탕스 활동, 영화에 이르기까지 종횡무진 그녀만의 독보적인 생각들을 거침없이 들려준다.

특히 작가로서의 글쓰기에 대한 생각이나 문학적인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뒤라스만의 문학적 표현으로 떠올릴 수 있는 생략, 침묵, 암시로 특정 지어지는 것에 대해 다룬 부분들은 그의 문학에 대해 좀 더 가깝고도 이해를 함에 있어 받아들이기가 쉬운 부분으로 확대될 수 있음을 느끼게 한다.

“나는 오직 두 경우에만 자유로워질 수 있어요. 자살하거나, 글을 쓰거나”

모든 작품들 속엔 작가만이 지닌 경험이나 상상력이 덧댄 것들을 통해 새롭게 출간이 된다는 점에서 뒤라스의 작품 세계는 그녀의 삶에 영향을 미친 일들을  직접적이면서도 간접적인 면들을 통해 독자들에게 어떻게 전달되기를 원하는지를 들려주기에 독립된 작품으로서만 대하는 작가의 이면의 세계를 가깝게 다가서게 한다.

특히 솔직하고 대담한 성격답게 그녀가 바라본 문화계의 인사들에 대한 평가는 겸손이나 위선, 가식을 떠나 정곡을 찌른 글이 인상적이다.

개인적인 견해에 해당되는 말이겠지만 우리가 알고 있던 카뮈, 사르트르, 나탈리 사로트, 자크 라캉,,,, 이름만 들어도 현재까지 그들의 문학이나 사상적인 면에서 인식되는 부분이 다른 점으로 비친 글들이라 오히려  그녀의 육성을 통해 독보적인 그녀만의 생각이 특별하면서도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전 인생을 통해 사랑과 이별, 다시 사랑을 하고 알코올 중독에 빠지면서도 글쓰기를 멈추지 않았던 그녀의 삶, 작품 속에 포함된 진실의 여부를 공개한 대화부터 영화에 참여하기까지 끊임없이 자신을 가두지 않았던 그녀만의 생생한 말들의 잔치는 생생하게 독자들에게 전해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은 책이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100자평] 형사 부스지마 최후의 사건

형사 부스지마 최후의 사건 ㅣ 스토리콜렉터 97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김윤수 옮김 / 북로드 / 2021년 9월

부스지마 형사 시리즈의 프리퀄에 해당되는 작품, 역시 부스지마의 활동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네요.

형사 부스지마 최후의 사건

형사 부스지마 최후의 사건 ㅣ 스토리콜렉터 97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김윤수 옮김 / 북로드 / 2021년 9월

' 작가 형사 부스지마'의 프리퀄에 해당하는 작품이자 작가가 되기 전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그동안 여러 캐릭터의 형사들이 등장하는 작품들 중에 조금 독특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부스지마란 인물은 수사에 필요한 통찰력,  논리력을 갖춘 인물로서  경시청 1위의 검거율을 자랑한다.

하지만 인간성에 접근하자면 동료들조차 그가 내뿜는 독설로 인해 피하게 되고 출세나 승진 시험에는 관심조차 없는 오로지 범인을 쫓는 일에만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다.

뛰어난 능력임을 알고 있는지라 사건에서 배제할 수도 없고 더군다나 새롭게 부상하는 이누카이의 장래를 위해서는 그에게 떨어져 있게 하고픈 마음이 들게 하는 아소의 딜레마가 여실히 보이는 가운데 사건이 터진다.

사무실 밀집 지역에서의 묻지 마 살인을 비롯해서 출판사 로비 폭발 사건, 여성을 노린 염산 테러 사건,  치매 노인을 이용한 사건에 이르기까지 결국 함께 사건을 파헤치면서 범인이 누구인가를 밝혀내는 과정이 펼쳐진다.

이 모든 사건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교수라는 인물, 과연 그들은 교수를 제대로 처벌할 수 있을까?

현대에서 SNS가 주를 이루는 점을 이용한 열등감과 결핍, 점점 파괴적으로 되어가는 사람들을 부추기고 조정, 이들을 이용해 사건을 벌이는 교수란 존재는 사회문제를 추리 미스터리를 이용해 잘 그려내는 작가의 소설답게 시종 흥미롭게 펼쳐진다.

특히 사회에 대한 불만으로 인해 잘되면 내 탓, 안되면 남의 탓으로 돌리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의 사회에 대한 부정적인 심리를 이용한 범죄들은  우리들 곁에 항상 존재할 수도 있다는 무서움과 공포, 어쩌면 인간이 가장 무섭다는 생각마저 들게 하는 사건들의 연속성이 두렵다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장르소설로써  고정팬을 두고 있는 시치리 작품을 읽은 독자라면 부스지마 캐릭터를 통해 그가 풀어내는 사건 해결의 과정을 읽으면서 그가 범인을 다루는 능수능란한 능력에 통쾌감, 사소함도 놓치지 않는 예림함을 재밌게 느끼면서 읽을 수가 있을 것 같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