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어 1

로어 1 - 신을 죽인 여자
알렉산드라 브래컨 지음, 최재은 옮김 / 이덴슬리벨 / 2022년 2월

책 제목부터가 눈길을 끈다.

'신을 죽인 여자'란 제목에서 상상하게 되는 이야기는 시종 흥미를 이끈다.

제우스는 신들의 횡포에 화가 나 9명의 신들에게 벌을 내린다.

7년에 한 번씩 일주일 동안 ‘아곤 Agon’이라는 것을 통해 목숨을 건 경합을 치르게 하는데 이 아곤이 치러지기 전  신들은 7년 동안은 자신의 신적인 존재와 능력을 십분 발휘해 자신들의 가문과 사업 확장에 힘을 쏟아붓는다.

이후 아곤이 시작되면 인간의 모습으로 현현하여 헌터들의 표적이 되어 죽음을 불사한 서바이벌을 연상케 하는 전쟁에 돌입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승자가 된 인간들은 새로운 신이 되지만 다시 아곤이 시작되면 전 신들이 당했던 것과 같은 표적이 되는, 끊임없는 살육과 만행이 자행된다.

페르세우스 가문의 유일한 존재로 살아남은 로어는 자신의 가족이 몰살당한 것을 보고 이들로부터 자취를 감춘 생활을 시작한다.

하지만  211번 아곤에서 살아남은 아테나가 그녀를 찾아오고 자신과의  운명 결속을 통해 적인 아레스의 환생 신인 카드모스 가문의 래스를 죽이기로 합의하면서 로어는 자신이 그토록 거부했던 운명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신 VS 인간의 싸움, 각자의 가문의 영광과 명예인 클레오스를 차지하기 위한 무한 경쟁의 현장은 로어의 어릴 적 친구 아킬레우스 가문의 카스토르가 아폴로 신으로 등극하면서 새로운 전환과 아테나가 지녔던 아이기스에 담긴 비밀, 제우스가 아곤을 열면서 남긴 비밀 시의 행방까지 추적하는 과정이 판타지만의 감성을 제대로 느끼게 한다.

인간이 신이 될 수도 있는 절호의 기회, 하지만 다음에 자신 또한 죽음의 길로 들어서게 될 수도 있는 경쟁의 표적이 난무하는 이 싸움을 로어는 과연 끝나게 할 수 있을까?

오직 남자만이 가문을 이어받을 수 있다는 규칙 아래 생존을 건 싸움은 이 작품의 홍보 문구처럼 그리스 신화와 헝거 게임의 여주인공의 활약이 연신 떠오른다.

작품의 전체적인 배경이 현대의 미국을 배경으로 하는 가운데 고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신들의 이름을 차용한 가문의 이름, 서로 같은 뜻을 통해 연합 형태를 이루지만 각자의 의중은 비밀을 간직한 채 래스와의 대결을 펼치는 과정은 신과 인간의 연합, 신들의 불생불멸을 이루기 위해 행하는 최악의 모습들이 한 편의 영화처럼 흐른다.

특히 신적인 존재의 허상과 이들 신들조차도 인간들처럼 욕망과 절제의 불일치, 강한 자 위에 더 강하고자 하는 사투를 통해 인간들이 경쟁을 통한 소수의 절대 위치에 오르고자 하는 욕망과도 일치하는 듯한 모습을 투영한 것들이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영 어덜트 판타지의 성장소설처럼 그려지는 과정 속에서 로어는 과연 자신의 가문을 다시 살리고 최초로 가문의 수장이 될 수 있을지.....

 여기에 아직은 신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 미숙한 신의 모습을 지닌 카스토르 아킬레우스와의  관계는 어떻게 전개될지 (로맨스 직진이냐, 아님 남자사람 친구로 남느냐~)  궁금해진다.

현대 사회에서 인간들 삶에 깃든 신들의 존재란 설정도 색다르고 여전사로 거듭나는 로어란 여주인공의 활약이 인상적인 작품,  본격적인 대결이 기대된다.

 ***** 출판서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도덕경 완전해석

도덕경 완전해석 ㅣ 장치청의 중국 고전 강해
장치청 지음, 오수현 옮김 / 판미동 / 2022년 2월

고전 중에 고전인 도덕경-

도덕경이란 도경과 덕경으로 나뉜 것으로 춘추 전국시대부터 전국시대 말기까지 노자 학파의 정신을 다룬 종합서란 사실은 익히 아는바, 여전히 출판사별로 다룬 내용들은 저자의 이력과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느낌이 달리 받아들여진다.

이번에 다시 접해본 이 책은  중국 고전 연구의 권위자이자 역학과 중의학 분야의 석학으로  대중적인 양생 전문가가 쓴 것이다.

총 81장의 가르침을 글로 엮은 내용은 , 노자에 대한 그의 생애와 그가 자신의 인생 전체를 통해 다루고 생각한 것을 엮은 글들은 지금 읽어도 인간의 기본 삶에 대한 많은 생각을 던지게 한다.

책의 구성은 81개의 가르침의 주제를 보이고 원문 해석을 강의하듯 쉽게 1:1로 매칭하고 있다는 점, 여기에 한자에 익숙지 않은 요즘 사람들도 쉽게 받아들일 수 있게 편집한 해석 부분들, 그리고 도판들이 곁들여져 한층 가깝게 받아들이며 읽을 수 있는 점이 돋보인다.

노자가 살았던 시대의 상황을 생각해볼 때 그가 백성들의 삶이나 정치, 사회면에서 느낀 부분들은 공자가 다룬 논어와는 또 다른 부분들과 견주어 생각해 볼 수 있고 도가 구체적으로 세계의 본질이자 자연의 법칙이란 점, 큰 것을 가지려고 하기보다는 작은 것에 대한 소중함, 비움의 철학이 담긴 곳곳에 담긴 교훈이자 생활철학처럼 다가오는 글귀들은 현대의 삶을 돌아보게 한다.

자연의 '도'에서부터 윤리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덕'이 하나로 모여 도덕이 되고 이상적인 삶의 세계를 추구하는 데에 있어서 필요한 평화와 평안들에 관한 이야기를 무겁지 않게 들려주는 구절들은 다시 읽어도 새롭게 다가옴을 느낀다.

오늘날 지금의 현실을 생각하며 읽다 보면 우리가 놓치고 있는 부분들은 무엇인지를, 욕심을 내려놓는 연습이 좀 더 필요해짐을 생각한다.

***** 출판서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고양이섬 민박집의 대소동

고양이섬 민박집의 대소동 ㅣ 하자키 일상 미스터리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22년 2월

하자키 일상 미스터리 시리즈의 마지막 완결편인 '고양이섬 민박집의 대소동'-

하자키 반도 서쪽에 있는 웅크린 고양이를 닮은 섬인 이곳은 주민 서른 명과 백여 명의 고양이가 함께 살아가는 곳이다.

사람보다 고양이가 많은 곳이다 보니 고양이 천국이란 소개로 잡지에 소개되면서 일약 관광명소로 유명해진 가운데 이곳 해변에서 칼에 찔린 고양이 사체가 발견된다.

전 작품에서 등장하는 고마지 형사 반장이 휴가차 왔다가 사건 현장에 투입이 되고 이 사건은 무려 18년 전의 사건으로 거슬로 올라가면서 사건의 범위가 확대된다.

고양이 알레르기로 인해 고생하는 고마지 형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건은 이곳에 있는 서양식 '고양이 섬 민박집'을 운영하고 있는 주인과 그의 조카 교코, 그리고 고양이 사체(사체가 사체가 아닌 다른 것)와 그 용의자가  해변을 질주하던  바이크족과  충돌하면서 둘 다 사망하는 일이 겹치면서 사건은 오리무중인데....

별반 다를 것 없는 평범한 일상에서 벌어지는 사건에 대한 수사를 통해 코지 미스터리를 십분 이용한 저자의 글은 이 작품에서도 여전하다.

분명 섬뜩하고 무거운 장면인데도 빵 터지게 만드는 부분들, 나도 모르게 코믹 스릴의 분위기 빠져 연일 풋하게 웃어넘기면서 읽게 되는 장면의 묘사들은 과거의 사건과 고양이 사건과의 연관성은 무엇인지에 대한 호기심과 그 원인을 알아내려는 고지마와 나나세 순경의 활약은 안쓰럽기도 하고 응원도 보내게 된다.

연령대의 다양화, 고양이들의 활약까지 곁들인 이야기를 스릴이란 양념을 버무려 적재적소에 터트려 주는 센스 넘치는 장면들에 빠지다 보면 어느새 사건의 비밀의 문턱까지  도달해 버렸다는 아쉬움마저 느끼게 한다.

고양이 낙원이라 불린 하자키시의 사와타리지마 섬에서 벌어진 사건은 결말마저도 유쾌하게 마무리한 작품으로  코지 미스터리만의 색깔을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

***** 출판서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이건희 컬렉션 TOP 30 : 명화 편

이건희 컬렉션 TOP 30 : 명화 편
이윤정 지음 / 센시오 / 2022년 2월

삼성그룹을 이끌던 고 이건희 회장 사후 삼성 일가가 이건희 회장이 그동안 소유하던 예술작품을 기증한다고 발표했을 때 모든 관심이 쏠리던 때가 생각난다.

대그룹의 수장으로서 개인적인 미적 감각으로 소장하고 있던 다양한 예술품은 어떤 것이 있는지, 무려  2만 3,000여 점에 달하는 방대한 작품들을 세상에 기증했단 소식은 역시 다른 면모를 보였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이 책은 그중에서 그가 사랑한 화가의 작품 30점을 소개한다.

한국과 서양화가 16명의 소장 작품들을 통해 그가 보유했던 작품을 먼저 보이고 그림에 대한 설명, 그림을 그린 화가의 인생 예술에 대한 전반적인 부분들을 펼쳐 보이는 구성은 그림과 설명을 함께 듣는 전시회처럼 여겨진다.

세계적인 컬렉터로서의 진가를 발휘한 이건희 회장이 사랑한 화가들을 누구였을까?

폴 고갱,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 모네, 달리, 샤갈, 김환기, 피카소, 호안 미로, 이중섭, 박수근, 유영국, 이응노, 김기창, 박래현.....

교과서나 신문 보도를 통해 그들의 작품 세계와 경매에서 연일 신기록을 경신하며 낙찰되는 기사들에 이어 그들이 가진 예술관들을 엿볼 수 있는 그림들과 도자기들은 고인의 폭넓은 예술 취향에 그저 감탄을 금하지 않을 수가 없게 한다.

특히 이중섭의 '소' 작품에 대한 설명은 익히 알고 있으면서도 그림에서 박차고 나올 것 같은 생동감과 역동적인 모습들이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또한 남편의 이름에 가려졌지만 꾸준히 자신만의 작품 활동을 한 박래현 화가의 작품 또한 한국의 여인상 작품 또한 포근함을 느끼게 한다.

이건희 회장이  사랑한 작가와 작품들의 세계 중 명화만을 엄선해 독자들에게 색다른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책, 방대한 그의 컬렉션을 한자리에서 볼 날을 기대해본다.

***** 출판서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진달래 고서점의 사체

진달래 고서점의 사체 ㅣ 하자키 일상 미스터리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22년 2월

아이자와 마코토에겐 불운의 연속인 날들이 이어진 사건들이었다.

다니던 직장 편집 프로덕션은 도산했지,  투숙했던 호텔에선 화재가 발생하고 스트레스 원형 탈모증으로 카운슬러에게 상담을 받았더니  신흥종교에 입문하란다.

왜 나에게 이런 일들이 발생하는 것인가?

도망치듯 바닷가를 찾아가 그동안 복받쳤던 분통을 터트리며 "나쁜 놈아"~ 하고 외쳤더니 어라! 원치 않은 선물처럼 퉁퉁 불은 시체가 떡하니 그녀 앞에 대령하였네!!!!

 졸지에 시체를 발견한 신분이 된   마코도는 그곳에 발이 묶이게 된다.

시체의 신원은 그 지역 명문가  도련님인 히데하루 일지도 모른다는 사실, 더군다나 그의 죽음이 자살인지 타살인지에 대한 모호한 경계에 선 상태의 의혹까지 불거진 사태는 마코토로 하여금 더욱 불안에 젖게 한다.

그 후 우연히 들른 그곳 진달래 고서점에 발은 들여놓게 되고 로맨스 소설 마니아인 서점 주인 마에다 배니코와의 대화를 통해 점장 제의를 수락하게 된다.

그런데 불행의 여신은 그녀를 계속 괴롭히는 장난에 재미를 들였으니, 첫날부터 도둑이 들고 그다음 날에는 시체가 또다시 발견된다.

주제는 무거운데 필쳐지는 전개는 가볍게, 가볍게를 선호하는 듯한 저자의 필력이 이 작품에서도 이어진다.

살인사건과 로맨스가 섞인 흐름을 통해 긴장감이 깃든 분위기를  차갑고 따뜻한 느낌을 통해 함께 느껴볼 수 있는 이 작품은 가상의 도시 하자키를 배경으로 매력적인 캐릭터들의 활약으로 깨알 같은 웃음을 선사한다.

이제는 흔한 주제 중 하나인 명문가 집안에 얽힌 비밀들, 원한과  돈에 관한 내분들은 전작에서도 보인 사소한 일들이라고 여긴 부분들을 통해  서로 이어지는 연결이 로맨스와 맞물려 잘 이어진다.

특히 이웃이란 생각이 들 정도로 주변 인물들의 통통 튀는 캐릭터, 여기에 연애소설 전문 헌책방인 어제일리어의 등장과 살인사건들의 얽힌 코믹한 상황들이 웃음을 짓게 하는 매력은 여전한 작품이다.

내용 중 책방 주인이 마코토에게 로맨스에 대한 질문을 하는 과정은 킥킥 웃음이 연달아 나오게 하는 장면이라 인상적이다.

추리와 로맨스의 달달한 조합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겐 안성맞춤인 내용, 킬링타임용으로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

***** 출판서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