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핑하는 정신

서핑하는 정신 ㅣ 소설, 향
한은형 지음 / 작가정신 / 2022년 11월

<소설, 향> 시리즈로 출간한 한은형 작가의 신작이다.

제목에서부터 느낄 수 있는 뭔가 역동적이고 뜨겁게 내리쬐는 햇살에 파도에 몸을 실어 마치 물살과 나의 몸이 한 몸이 된 듯한 상상력이 연일 떠오르게 한다.

영상에서 보던 서퍼들의 활기찬 모습들이 이 책을 통해서도 느껴지지만 주인공 제이가 이모의 죽음으로 받은 해변 아파트, 그리고 일주일의 휴가를 얻어 양양에 도착하고 자신의 지난날을 되새겨보는 여정이 서핑과 연결 지어 흐른다.

도시의 꽉 막힌 소리 없는 경쟁과 무관심, 번아웃이었던 상태의 그녀가 술집에서 서핑 이야기를 하는 두 남녀를 보고 아침 서핑 강습 장소에 다시 발을 내딛는 시간들은 부족했던 자신의 삶을 다시 이어가기 위한 시작이었음을 느낀다.

물에 대한 친근감이 그다지 없는 나로서는 이 책을 통해 그동안 영상을 통해 서퍼들의 모습을 대리만족처럼 여겨왔지만 책 속에 담긴 서핑 강습 과정 중에 에고 서핑이란 수업은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셀프 위로는 가능하지만 서로에게 위로는 금지!

어쩌면 서핑 수업은 단순히 서핑을 잘하기 위해서 전문가로부터 훈련을 받아 실제 현장에서 모험과 즐거움을 느끼기 위해  배우는 것 일수도 있지만 수업에 참가한  각자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듣는 와중에 제이 자신이 좀 더 여유로워짐을 느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의 말에 의하면 '자유를 찾으려는 적극적인 몸부림'이란 문구가 이 작품에서 제이를 통해 말하고자 한 것처럼 누구나 위로를 받고 싶고 위로를 하고 싶다는 마음은 본인 스스로만이 할 수 있다는 글들이 시원한 느낌보다는 청량감이란 말이 더 어울리는 듯하게 다가온 작품이다.

- "그날의 내가 보통 이상으로 사랑을 느끼는 대상은 내 인생이었다. 나는 나의 이 하루를 사랑하고, 제대로 사랑하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읽는 동안 연일 상상만으로도 잭 존슨의 '베터 투게터'의 노래는 물론 연관된 노래들을 찾으며 듣게 되는 작품, 서핑의 제철이 돌아온다면 물에 흠뻑 젖더라도 물살에 나의 몸을 맡기며 즐기고 싶단 생각이 들게 한 작품이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지속 불가능 대한민국

지속 불가능 대한민국 - 고도성장의 기적 이후, 무엇이 경제 혁신을 가로막는가 ㅣ 서가명강 시리즈 26
박상인 지음 / 21세기북스 / 2022년 10월

한국이 오늘날 서구권에서  바라보는 '한강의 기적' 이란 말로 대변되는 발전을 이룬 근간에는 정부 주도 하에 재벌 중심의 경제성장이 있었다.

6.25를 겪은 후 최빈국 중의 하나였던 우리나라가 나라의 재건을 일으키기 위한 성장의 계획적인 경제개발은 박정희 대통령 정부 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고 이는 현재 고도성장의 발판인 근간이 됐다.

저자는 이런 성장의 속도는 2000년대 초반까지는 그 성과가 뚜렷한 발전의 확실성을 가졌지만 재벌 위주의 경제성장은 하청 업체와의 연결성과 이들의 불합리한 조건에서 오는 마찰은 물론 경제구조 자체가 이런 방향으로 지속되는 현상은 더 이상 없어야 함을 말한다.

연일 세계적으로 불황이 닥치고 연일 금리가 오르는 시대에 물가는 고공행진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수출품목으로 효자 노릇을 하고 있는 반도체에도 비상이 걸렸다는 보도를  접할 때 든 생각은  나라의 경제 구도가 재벌기업을 위주로 돌아가고 있음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다.

재벌 총수가 경제 문제에 관련하여 법정에 서고 판결을 어떻게 받느냐에 따라 그 기업 산하에 딸린 많은 다른 기업들과의 연결과 하청기업들의 생존들에 대한 기사를 대할 때면 더욱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는 현실에서  저자는 재벌 중심의 경제구조 개혁이 필요함을 말한다.

특히 제조업의 위기와 혁신 경제의 지체는  코로나 이후 도전을 받고 있는 현시점에서 이런 구조는 과도한 내부 임금 불평등서부터 자영엽의 빈곤, 노인 빈곤은 물론 청년실업문제, 저출산 문제에 이르기까지 사회적으로 문제의 근원이 된다는 것과 연결해 볼 수 있다.

이는  제조업이  우리나라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GDP의 26%에 해당하는 만큼 제조업 중간재 산업에서 혁신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은 위기감마저 느끼게 한다.

더군다나 탄소중립과 산업 전환은 또 다른 과제란 사실을 생각한다면 우리나라 산업구조의 전환이 지금의 중화학공업에서 바뀌어야 함은 물론이다.

앞으로 나아갈 미래에서 과연 무엇을 먹고살아야 할지에 대한 고민은  혁신과 포용적 성장이란 것을 염두에 두고 공정한 체제와 시장경제 구축에 있어 재벌위주의 경제구조는 개혁이 필요하다는 내용들이 이스라엘의 사례를  통해서도 참고가 될 부분이란 생각이 든다.

서로의 필요한 부분들에 대한 포용성을 통해 성장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대다.

실제 실행하기 위한 절차나 이행들이 시간이 소요될 수 있는 긴 여정이 될 수도 있겠으나 우리나라가 성장해 나갈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사실 또한 염두에 둔다면 지금이라도 미루지 말고 실천에 옮겨야 함을 생각해볼 수 있는 책이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지구에서 한아뿐

지구에서 한아뿐
정세랑 지음 / 난다 / 2019년 7월

정세랑 작가의 인지도를 높인 작품이란 생각이 드는데, 문학에서 주는 상상력의 소재를 통해 따뜻한 시선의 사랑을 그렸다.

오래 사귄 연인들의 관계와 철부지 남자 친구가 어느 날 훌쩍 여행을 떠나버린 후 다시 돌아오면서 예기치 못한 행동을 보게 된 한아가 느끼는 감정선들이 솔직하면서도 담담하게 그린다.

나를 만나러 오기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지고 범우주적 빚까지 진 상태로 2만 광년을 달려 찾아온 외계인과의 사랑법은 그렇게 시작됐지만 인간끼리의 사랑보다도 더욱 진실된 사랑을 보인다.

- “나도 저렇게 여기에 왔어. 2만 광년을, 너와 있기 위해 왔어.”

광활한 우주에서 바라보는 지구는 그저 한 점에 지나지 않는데 그 안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은 큰 문제부터 작은 문제에 이르기까지 한계에 부딪치면서도 진실된 사랑은 무엇일까에 대한 물음을 던지며 살아간다.

그런 의미에서 외계인 경민이 한아를 바라보는 사랑은 한아이기 때문에 사랑하고 한아란 그 존재 자체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존재로서의 인정하는 마음 씀씀이가 아름답고 순수하단 생각이 들었다.

- “네가 내 여행이잖아. 잊지 마.”

- 멀리 떨어져 있어도, 심해를 헤매고 있어도 이어져 있는 보고 싶음이었다.

특히 로맨스와 함께 지구환경에 대한 문제를 솔선수범하며 지켜가는 한아란 캐릭터를 통해 독자들은 자연스럽게 나의 주변과 나가 할 수 있는 행동들은 무엇일지 생각해보는 시간도 갖게 하는 자연스러운 흐름들이 억지 강요가 아니라서 좋았다.

지구에서의 환경은 곧 우리들의 삶 순환의 문제이고 범 우주적 시 공간을 통해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는 마음들이 온기로 느껴져 동화 같기도 하고 사랑에 대한 감정을 키워가는 과정의 성장이 기억에 남는 작품이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미술관을 빌려드립니다 : 프랑스 편

미술관을 빌려드립니다 : 프랑스 - 당신을 위한 특별한 초대 ㅣ 미술관을 빌려드립니다
이창용 지음 / 더블북 / 2022년 10월

미술에 관한 책들이 다양한 책 제목을 통해 미술분야에 관심 있는 독자들의 앎을 충족시켜주는데, 서유럽 여행 일정상 방문하는 곳 중 빠질 수 없는 것들 중 하나도 미술 박물관이다.

저자의 이력을 보니 유명한 박물관에서 도슨트로 활약한 경험담이 이 책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마치 개인 가이드처럼 여겨질 만큼 박물관의 유래와 작품을 감상하기 위한 동선 체크, 여기에 장소에 설치된 작품들의 유래들을 조곤조곤 들려주는 듯한  점이 읽는 내내 현장에 가 있는듯한 느낌을 받게 한다.

예술의 도시라는 파리를 품고 있는 프랑스를 방문한다면 대부분 관광객들이 들러보는 곳이 루브르 박물관이다.

영화에서 등장하는 모습을 통해 더 널리 알려진 독특한 건축의 모양과 궁전으로써의 역할이 박물관으로 이용되고 그 안에 소장된 작품들의 유래와 화가들의 이야기, 예술을 사랑하고 지원한 왕과 화가들의 관계, 그리고 가장 유명한 모나리자에 대한 설명 부분들은 당시 방문했던 기억을 떠올려보게 했다.

정말 발 디딜 틈 없는 공간, 체험 학습하러 온 학생부터 외국 관광객들 틈에 끼여 니케 조각상부터 비너스 상, 그리고 정말 허탈하기 그지없었던 모나리자에 대한 환상 깨짐은 작은 사이즈의 작품을 보면서 이것을 보려고 이렇게 먼 곳까지 왔나? 하던 생각, 그렇다고 제대로 볼 수도 없게 설치된  가이드라인과 시간에 쫓겨 바로 나오고 말았던 아쉬움이 정말 컸던지라 이 책의 내용으로 조금은 위안을 삼아 본다.

저자 또한 이 부분에 대해선 관광객들의 심리를 아주 잘 이해해주는 글들이 들어있어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특히 이 책을 읽으면서 좋았던 점은 방대한 작품들을 일일이 모두 볼 수는 없기에(물론 시간이 많고 어떤 특정 테마를 반드시 보려는 분들은 제외) 도슨트의 경험상 관람객들이 무엇을 먼저 보면 좋을지에 대한 작품 설명이 무엇보다 좋았고 루브르 전체  작품 안에서도 시대별, 작품의 특성을 고려해 전시된 작품 설명들은 박물관 투어를 다시 한다면 많은 도움이 될  부분으로 여겨진다.

또한  오르세 미술관의 건물 특성과 햇빛의 영향을 고려해 벨 에포크 시대의 작품 위주로 소장 전시한 점과 이밖에 오랑주리 미술관, 로댕의 조각상과 사진이나 그림으로라도 한 번쯤은 익히 들어봤을 작품에 대한 설명 부분들이 쉽고도 지루하지 않게 옮겨 쓴 글이 친근감이 들게 한다.

읽으면서 학창 시절 무슨~파라고 줄줄이 외웠던 암기 위주의 미술 시간이 이처럼 생동감 있고 작품의 유래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곁들였다면 더욱 재밌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보면서 저자의 유튜브를 통해 천천히 책 속에 담긴 박물관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하며 읽었는데, 그동안 궁금했던 작가의 화풍, 작품의 세계를 한 번에 알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었다.

차후 다시 방문하게 된다면 저자가 들려준 내용을 잘 이용해 로댕 박물관을 방문하고 싶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특히 '칼레의 시민들'과 '지옥문'은 직접 본다면 그 느낌은 또 다르지 않을까 싶다.

책을 통해 미술작품에 대한 설명과 투어를 알차게 해보고 싶게 쓴 내용은 프랑스에서 소장하고 있는 작품이 궁금한 분들에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이상한 집

이상한 집 ㅣ 우케쓰 이상한 시리즈
우케쓰 지음, 김은모 옮김 / 리드비 / 2022년 10월

인간의 기본 삶을 차지하는 세 가지 중 하나에 해당하는 주거지는 안락함과 편안함을 느끼게 한다.

건축이 발달하면서 새로운 공법으로 인한 집의 형태도 다양해졌지만 만약 아무도 모르는 비밀에 대한 장소가 갖춰진 집을 본다면 어떤 생각들이 떠오르는가?

오컬트 전문 필자로 일하는 나에게 어느 날 지인이 봐달라고 부탁한 집의 도면은 2층 구조의 집으로 겉으로 보기엔 평범한 집이다.

그런데 1층 주방과 거실 사이에 수수께끼의 공간이 있고 2층 아이 방엔 창문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 여기에 아이 방을 들어가려면 두 번의 문을 통과해야 하고 1층 도면과 2층 도면을 겹치게 되면 하나의 연결 통로가 생긴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렇다면 이 집을 설계할 당시 어떤 목적이 있었단 가능성에 대한 의문을 할 수밖에 없고, 아이에게 살인을 시킬 목적으로 이뤄진 것은 아닐까에 대한  의문까지 하게 된다.

이런 내용을 담은 기사를 올린 나에게 한 여인이 연락을 해오고  그녀의 남편 또한 이상한 구조 형태의 집에서 살해당했을 가능성을 제시한 사연은 그녀가 건넨 또 다른 이상한 집의 도면을 통해 점차 흥미를 갖게 된다.

우선 이 작품을 읽기 전, 건축 도면에 익숙지 않다 보니 유튜브 영상을 통해 먼저 접했다.

1층과 2층의 포개진 상태의 건축 도면에서  저자의 상상력에 놀랐고 이러한 궁금증을 통해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연관된 남편의 죽음을 밝히길 바란 미지의 여인의 사연을 통해 꼬리에  꼬리를 무는 형식의 이야기라 쉽게 손에서 책을 놓을 수 없었다.

하나의 가설을 바탕으로 세운 진행이 평면 도면에서 밝혀지는 집의 미스터리와 살인 사건에 대해 밝혀지는 비밀들, 무슨 이유로 살인들이 벌어지는 것인지 진실에 도달하는 과정이 주로 대화로 이뤄져 있는 구성으로 군더더기 없는 빠른 전개가 인상적이다.

인간들이 믿는 진실됨에 대한 허황과 이를 두고 지키기 위해 저지른 행동들, 밝혀지는 진실들은 오싹함과 공포감을 동시에 들게 한다.

타인에 눈엔 이해 불가한 일들이 당사자들에겐 너무도 심각하게 받아들여졌단 사실, 복수는 복수를 통해 이어지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의 결말들은 집이란 소재, 특히 집이 지닌  공간이란 의미를 건축 평면 도면이란 것을 통해 풀어내는 과정이 신선하게 다가온 작품이다.

오컬트 콘텐츠 크리에이터인 우케스의 동영상에서 출발해 온라인에서 인기를 얻어 소설화된 작품이란 것도 이색적이었고 집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주체가 되는 것이 아닌 집 그 자체가 지닌 구조의 독특한 점을  오컬트 색채로 풀어낸 것이라 색다른 재미를 느끼며 읽을 수 있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