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칠리아는 눈물을 믿지 않는다 여행자를 위한 인문학
김상근 지음, 김도근 사진 / 시공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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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나라마다 지닌 특색들, 그곳에서 무엇을 보고 느끼는지는 오롯이 여행자, 아니면 어떤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방문하는 사람들의 몫이다.


여행의 패턴 흐름상 자유 여행이 많아지면서 각 나라별 자신만의 여행기를 갖는 사람들이 늘었다.



그중에서 개인적으로 언젠가 한번 방문하고 싶은 곳이 시칠리아다.






영화 대부, 마피아가 등장하는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곳이지만  이곳이 지닌 역사의 현장으로 들어가 보면 그렇게 녹록한 곳만은 아니란 사실을 다시 들여다보는 시간이 됐다.



지리적 여건상  시칠리아의 역사는 한시도 평온한 날이 지극히 드물었던 곳이다.



로마사를 읽을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곳이지만 그렇다고 중요도면에서는 잠깐씩 요새나 지형적 유리한 위치를 이용해 적과의 전쟁을 통해 잠시 머물다 가는 곳으로 여겨지는 섬이란 특징으로  신화 속에서나 역사 속에서 무수한 고통을 받은 곳이란 사실이다.



14개의 민족, 국가, 왕족을 비롯해 군대가 들어와 점령함으로써 종교 자체도 가톨릭, 기독교, 이슬람, 여기에 문화적인 양식도 겹쳐지면서 독특한 형성을 이루어나간 흔적의 역사는 오늘날 시칠리아란 섬이 주는  그들의 많은 것들을 포함하고 있다.









유럽사 전체를 통틀어 이렇게 다양한 민족의 침략과 피해를 온전히 당하며 살았던 그들의 모습은 저자의 인문학적이 역사의 시선과 여행자로서의 시선으로 모아져 보다 시칠리아에 대해 가깝게 다가설 수 있게 한다.




제주도보다 더 큰 섬나라, 이민자들의 역사와 디아스포라가 있고 그곳에서 발전에 대한 기대감은 생각보다 크지 않기에 젊은이들이 일찍 섬을 벗어나고자 함은 오랜 세월 동안 익힌 그들 나름대로의 생존방식처럼 다가온다.




자연의 척박함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들이 어쩌면 더욱 강해 보이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들이 터득한 삶의 방식이란 점에서는 역사의 부대낌 속에 다져진 것이 뿌리내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대부'속에서 알파치노의 명연기가 뛰어났다는 정평은 그의 혈연관계와 깊다는 것도 있지만 긴 시간 속에서 다져온 시칠리아 인들만이 느낄 수 있는 정서 자체가 지금까지도 여전히 이어져온다는 것, 그렇기에 시칠리아가  겪은 고통은 그들의 역사를 들여다보고 이해를 함으로써 그들의 마음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   인상 깊게 다가온 책이다.








**** 출판사 도서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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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사람
김숨 지음 / 모요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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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숨 작가의 작품들은  바닷속의 깊은 심연을  떠오르게 한다.


들숨 날숨을 들이 내쉬면서 때론 희망적인 숨을 그리지만 그것마저도 허락지 않은 삶의 고달픔, 그 고달픔이란 말 자체 보다도 더 깊숙한 숭고한 기억과 아픔들이 내내 잊히질 않게 한다.



기존 작품을 읽은 독자라면 작가가 그동안 꾸준히 발표한 작품의 연결들, 시대에 휩쓸려 살아가지만 살아간다는 의미마저 느낄 수 없는 아픔들을 지닌 초상들이 이번 작품에도 작가만의 차분한 시선으로 담아낸다.



일제의 원폭투하, 이어 해방을 맞은 사람들, 만주, 간도에서 온 이들은 대륙과 바다로 연결된 부산으로, 그곳은  고국을 떠난 자에겐 첫 발을 내딛는 출발지, 기존 땅에 머물던 사람들은 고국을 떠난 가족을 기다리는 장소다.



그런 곳에서 여러 등장인물들이 서로 마주치고 만나고 다시는 만나지 못할 인연을 가지면서 그들의 인생사연을 들여다보는 내용들은 아픔이란 말 자체도 어울리지 않은 깊은 내면의 상처가 숨어있고 그 상처들은 겉으로 드러내고자 하나 완전하게 보이지 않는 한계들을 드러낸다.



징용으로 끌려간 일본에서 원폭피해로 몸망가져 돌아온 남편, 공장에 취직시켜 준다는 말에 나선 딸과의 이별, 집안 살림을 돕고자 방직공장과 조방취직을 하러 떠난 딸들, 굶기는 다반사, 언젠가는 돌아오길 기다리는 아낙네와 아이들...




-“아아, 해옥아! 돌아올 때까지 기다릴 테니 돌아와야 한다. 백 년, 천 년, 만 년 죽지 않고 기다릴 테니 몸 성히 꼭 돌아와야 한다.” - p 235




작가의 손길 하나에 담긴 이들의 사연엔 부산이란 도시에서 살아가던 사람들의 모습과 발자취, 여기엔 우리나라 사람들 외에도 일본인 아내로 한국남자와 결혼했지만 해방과 함께 버려진 여인들, 일본 현지처와 한국 처 사이에서 갈등하는 남자, 중국인들과 경쟁하면서 노동에 치인 조선사람들의 경쟁들, 자신의 이름이 세 가지로 지어진 여인의 사연은 역사란 이름하에 수면에 드러내 보이지 않은 그들의 마음을 헤아려준 글로 가득하다.




-여자는 도로 눈을 감고 파도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가만가만 속삭이는 듯한 파도 소리에 귀를 귀울이던 여자는 자신의 이름이 세 개나 된다는 걸 문득 깨닫는다. 여자에게 조선 이름을 지어준 아버지는 그녀를 직업소개소에 팔았다. 일본 이름을 지어준 일본 군인은 그녀의 몸에 그녀가 읽지 못하는 글자를 새겼다. 그리고 지난밤 미국 이름을 지어준 미국 군인은 그녀를 들판에 버렸다.

파도 소리에 귀를 기울이던 여자의 입이 벙긋 벌어진다.

‘메리….." - p208








이렇듯 각자 인생에서 살아간다는 것, 인생에 담긴 인생의 쓰고 아픈  체념의 경지에 이른 이들의 이야기는  그 어떤 작품들에서 보인 부분들과는 역사 속 현장을 마주바라야 함을 일깨운다.




가진 것이라곤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밖에 남은 것이 없는 이들의 목소리는 그래서 더욱 차분하면서도 그 차분함이 지닌 엄숙함, 내면의 상처가 얼마나 깊은지를 파노라마 영상처럼 훑어내린다.




영도와 해운대를 가로지르고 오늘을 살아내야 하기에 이를 악물고 버텨내는 사람들, 현실을 살아가지만 과거 속에 갇혀 있는 분노와 회한들, 그런 모든 감정선의 집단화는 죽어서라도 잊히지 않을 듯한 민초들이 내내 잊을 수가 없었다. 



검정 몸빼바지, 똬리 위에 생선 담은  양동이를 지고 하루의 양식을 얻는 여인네, 그 모습이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한민국 발전의 한 일부였던 시절을 생각하면 시대적 배경은 물론이고 그 시대를 살아가고 연이어 살아가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결코 잊혀서는 안 될 역사의 한 시절임을 깨닫게 해 준다.




문학이 지닌 힘이 이렇듯 독자들 가슴속에 내내 지워질 수 없는 마음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것,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김숨 작가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 출판사 도서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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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래스카 샌더스 사건 1
조엘 디케르 지음, 임미경 옮김 / 밝은세상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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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과 『볼티모어의 서』를 읽은 독자라면 이번 신작에 대한 내용도 궁금할 듯...



처음 해리... 작품을 읽었을 때 신선한 반전의 글이 인상 깊었고, 뒤를 이어 볼티모어의 서 또한 나름대로 허를 찌른 이야기였던 만큼 이번 이 작품에 대한 기대감도 컸다.



가제본 일부 형태로만 접해본 것이라 전체적인 내용에 대하 결말이 정말 궁금한데, 주인공 마커스 골더먼을 축으로 이어지는 사건의 양상이 처음부터 흥미롭다.



스승이자 멘토였던 해리의 사건 해결 후 슬럼프에 빠진 마커스가 자신의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경찰 친구 페리를 찾아 그의 식구들과 만남을 갖는, 유일한 외로움을 달랠 환경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페리가 살고 있던 지역에서 알래스카 샌더스의 살인 사건이 벌어지고 페리와 그의 주변에 슬픔과 심상치 않은 일들이 발생하면서 마커스가 나서게 되는데...







우정을 지키고 이미 10년 전의 완결된 사건의 비밀을 알게 된 마커스는 과연 이 사건 전체에 가려진 진실을 밝혀낼지, 친근한 이미지 속에 각인된 사람과의 관계와 전혀 예측지 못하게 흘러가는 1부의 서막으로 생각할 수 있는 진행은 『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과 『볼티모어의 서를 잇는 시리즈물답게 독자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단 생각이 든다.





전체 2권으로 이어진 작품인 만큼 그 진행상황이 예측을 불허하는 방향으로 흐를지도 작품을 이해하는 데에 주요한 포인트가 될 듯싶다.






**** 출판사 기제본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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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래스카 샌더스 사건 1
조엘 디케르 지음, 임미경 옮김 / 밝은세상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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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두 작품에 이은 연결작으로 이어지는 주인공 할약이 기대되는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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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승 인간 - 좋아하는 마음에서 더 좋아하는 마음으로
한정현 지음 / 작가정신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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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 내가 생각하는 사랑의 최초이자 최후의 환승지는 자기 자신이다. 정말 좋은 사랑이라는 기준은 다 다르겠지만, 나의 경우는 온전한 ‘나’가 남는 것이다. 오롯이 나로 환승하는 것이다.”





누군가 환승이란 단어를 통해 무엇을 연상하는가?를 묻는다면 대부분 어떤 경로에서 다른 경로의 교착선을 떠올리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란  생각이 든다.



아침에 많은 사람들이 오르내리는 전철이나 버스, 쇼핑몰에서의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것들에 이르기까지 실용적인 부분부터 가상의 생각을 떠올리다 보면 과거나 미래의 모습들에 이르기까지 '환승'이란 단어가 주는 뜻은 저마다 달리 받아들여질 것 같다.



저자의 산문집을 통해 다룬 환승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들 속에는 일말의 공감대 형성과 저자만이 생각하고 있던 문학의 세계, 여기에 영화 소개를 통해 다룬 글들은 이 세계에 환승하지 못한 부분들에겐 환승할 생각을, 이미 환승한 적이 있다면 그 감상 포인트가 같은 듯 다르게 느껴질 수 있겠다.




환승이 어떤 거창한 목표를 염두에 두고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 예상외로 어떤 기회를 통해 연결을 하다 보니 좋아하는 것으로 안착하는 환승의 예는 작가와 독자의 사이를 넘어 한 개인 대 개인으로서의 같은 마음을 느껴볼 수 있었고 산문집 에세이라 그런지 개인적인 이야기를 들려주는 부분들이 좋았다.




일본 만화를 줄줄이 나열하는 부분에선 그때의 장면들을 떠올려보기도 하고 영화나 시대의 어떤 모습에서 드러나는 사회적인 현상에 관한 글에서는 저자가 바라보는 세상에 대한 시각도 간접적으로 느껴볼 수도 있었던, 이 책을 통해 작가에 대해 보다 친숙함을 느낀 시간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시작해 외국 생활, 그리고 세계관에 이르는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수록한 글들에선 다방면에 관심을 두고 있는 저자의 조심스러운 행보지만 자신만의 신념으로 즐기는 삶의 부분들이 소설가 한정현이 아닌 한 개인으로서의 한정현으로 바라볼  수 있어 좋았는데, 누구나 한 존재지만 상황에 따라 여러 이름들과 존재들로 드러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말의 '환승'이란 새로운 개념에 다가간 듯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살다 보면 소위 말하는 멘붕이 오기도 하고 그런 여건 속에서 나 스스로를 돌아보기도 하는 순간에 이 자리를 벗어나고픈 마음이 드는 순간이 있는데  환승이란 단어가 이렇게 가까웠다니!^^





환승할 수밖에 없는 삶.


좋아하는 것에서 좋아하는 것으로 환승할 수도 있지만, 사실은 좋아해야만 하는 것을 만들고 좋아하게 만들어야 살아지는 삶도 있다. 마음과 사랑이라는 것을 손쉽게 쓰지만 사실 요즘은 그런 것마저 만들어내야만 견딜 수 있는 삶도 많다고 느낀다. 그런 삶의 환승의 수가 빈번하게 높다. 그리고 나 또한 그런 무수한 환승을 경험하면서도 순간 나 자신의 바깥에 놓인 삶에는 또 한 번 무감했던 것 같다." - 프롤로그 





프롤로그의 말이 많이 와닿았은 산문집, 저자의 참신한 에세이를 또 만나고 싶다.







**** 출판사 도서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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