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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고 - 세계사를 훔친 오류와 우연의 역사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김재혁 옮김 / 이글루 / 2025년 6월
평점 :

1944년 슈테판 츠바이크의 유고작으로 지금까지 알고 있는 사실에 감춰진 역사적 오류와 우연이 어떤 결과물을 낳았는가에 대해 치밀한 구조와 설명들을 곁들인 책이다.
학창 시절 아메리카에 첫 발을 내디딘 자, 발견한 사람은 콜럼버스란 사실과 보통 첫 발견자의 이름을 붙여 불리던 신대륙 사례들을 살펴볼 때 아메리카란 명칭은 의외로 다가왔다.
아메리카란 명칭이 아메리고 베스푸치란 사람의 이름을 따서 붙여졌단 것과 이를 두고 당시 사람들과 후대 사람들이 오랜 시간 동안 진위를 따지는 일들을 들려주는 내용들은 한 편의 장편소설처럼 다가온다.
죽을 때까지 자신이 발견한 대륙이 인도라고 믿었던 콜럼버스와는 달리 베스푸치는 콜럼버스가 발견한 대륙이 하나의 새로운 문두스 노부스(Mundus Novus) 즉 '신대륙'이란 명칭으로 생각하고 불렀다.

당시 시대는 각 나라마다 해양 주도권을 통해 경쟁적으로 탐험의 시대로 접어든 시기였기에 유명 탐험가들이 이룬 바닷길과 지도의 영향을 받아 왕권이 지원이 활발하던 때였다.
이런 배경 속에서 네 차례 여행을 한 베스푸치는 자신의 이름이 신대륙 이름으로 올려지는 것조차 몰랐다는 사실은 결국 지금까지 아메리카란 명칭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사실을 츠바이크는 연대기 순으로 추적한 글을 통해 독자들을 새로운 세계로 이끈다.
신문이 있기 전 팸플릿으로 불리던 인쇄된 종이에 처음으로 이러한 내용들이 관심을 끌자 인쇄업자가 뉘앙스를 묘하게 접목시킨 제목으로 32쪽의 책으로 발간하면서 신대륙 발견자는 베스푸치로 바뀐다.
여기에 인문학자이자 지도 제작자인 발트제 뮐러에 의해 처음으로 아메리카로 불려도 무방하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지면서 견고하게 이어지며 콜럼버스는 자연히 서서히 잊혀간다.

저자는 당시 지리, 역사학자들을 비롯한 그들만의 세상에서 옳다고 인정하는 것에 대한 오류를 저질렀고 훗날 이에 대한 이의 제기를 한 다른 이들과 진실공방을 벌인다.
저자가 나열한 사실들을 쭉 읽다 보면 베스푸치가 의도적으로 했던 것이 아니란 사실과 이런 일들이 발생한 원인을 추적하면서 밝혀내는 과정을 통해 역사의 오류와 우연은 하나의 연결고리로 작동된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다.
새로운 사실들이 밝혀지거나 밝혀내면서 기존의 정설이라고 믿었던 것들을 오류로 인식할 수 있는 자세는 이 시대 학자들에겐 그럴 역량이나 시대 흐름상 오늘날처럼 분명하게 밝혀낼 수 없었던 여건들이 있었다는 것은 필연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음을 들려주고 있다.
작은 편지 한 장과 지도 한 장이 품고 있던 우연이 어떻게 신대륙의 명명으로 이어질 수 있었는지에 대해 콜럼버스, 베스푸치, 학자들의 고른 시선을 통해 담아낸 내용이라 흥미롭게 읽을 수 있고 이러한 오류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을 할 수 있는 부분들은 많은 생각을 던진 책이다.
- 그렇지만 명성에 빛나는 햇살이 다른 사람이 아닌 그에게 비추어졌다면, 그것은 어떤 특별한 공적이나 책임에 의한 것이 아니라 숙명에 의한 것이다.
**** 출판사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