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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와 밤
기욤 뮈소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25년 5월
평점 :

**** 출판사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영화처럼 전개되는 빠른 전개, 물 흐르듯 진행되는 사건의 연결성들이 추리 미스터리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기욤뮈소의 신작이다.
전 작들의 주요 배경이 미국의 도시가 등장하는 빈도가 높다면 이번엔 저자가 실제 성장했던 코트다쥐르를 다룬다.
소설가로서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토마는 자신의 모교인 생텍쥐페리 고교 졸업생 개교 50주년 행사에 맞춰 프랑스로 온다.
오랜만에 만난 동창생 막심, 파니, 스테판 외에도 결코 잊지 못할 사건을 간직한 채 방문한 고교, 그에겐 첫사랑 빙카에 대한 기억과 그녀의 죽음에 관한 비밀유지는 25년이 지난 2017년 현재 그의 기억을 소환시킨다.
빙카를 사랑했지만 자유분방했던 빙카는 철학 선생님인 알렉시를 좋아한다는 소문이 퍼진 상태에서 마음의 상처를 담고 있던 그는 눈사태로 학교가 마비되던 날 빙카와 알렉시가 함께 사라졌다는 소문을 듣는다.

이후 그들의 행방은 오리무중, 경찰의 조사결과도 미미한 채 어느덧 시간이 흐른 지금, 갑자기 그와 막심에게 날아든 사건이 담긴 신문과 사진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그들만이 알고 있던 비밀봉인 해제를 요구하듯 주변인물들이 서서히 죽음으로 향해가고 시체로 발견 되는 진행은 1992년과 2017년을 오고 가며 사건의 진실을 향해간다.
복잡하게 꼬이고 꼬인 사건의 실체를 추적하는 과정이 결말을 향해 갈 때 밝혀지는 내용은 모처럼 예전 기욤뮈소의 초창기 작품을 보는 것 같아 흥미로웠다.
자식을 위해서라면 그 순간에 결정해야 할 일들이 무엇인지 부모들은 앞뒤 가릴 것 없는 용감함과 모든 것을 포기해서라도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을 드러낸다.
자식이 누굴 좋아하고 마음의 상처가 깊은지를 아는 부모라면, 더욱이 의도치 않게 사건이 발생한 기점을 중심으로 부부간의 타협점을 찾고 관계유지를 해왔다는 설정과 진실로 사랑하는 이와의 관계 또한 자식을 둔 입장에서 그들만의 주도면밀한 사랑을 이어왔다는 구도가 놀랍기도 했는데 아마 모든 것을 잃는 것보다는 지키는 쪽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조금은 이해가 가는 부분이기도 했다.

작품 속에서는 사랑의 상대방이 누구인가에 대한 혼란스러움으로 인한 결과물이 너무 큰 사태로 번진 진행이라 마치 '홍학의 자리'를 연상케도 했고 이후 각자 나름의 사랑의 대상이 마주 보는 사랑이 아니었기에 외사랑에 대한 아픔의 상처와 일말의 희망을 놓지 못한 파니, 토마의 사랑이 순수했던 그 시대 그대로의 기억만을 간직한 모습으로 비쳐 첫사랑의 연민은 또 다르게 다가왔다.
빙카의 죽음 내막에 얽힌 비밀을 추적하면서 밝혀진 반전의 반전과 소설가로서 사건의 최후의 마지막 희망으로 다져보는 토마의 글도 정말 희망적인 사실로 이루어졌으면 좋겠단 생각도 해본다.
오랜만에 작품 속에 녹여낸 인생의 다양한 행로들이 교차하면서 인간들 스스로도 어찌할 수 없는 인생전반을 풀어나가는 내용이라 기욤뮈소의 작품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재밌게 읽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