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피 예찬
앙리 라보리 지음, 서희정 옮김 / 황소걸음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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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끌리는 경우가 더러 있는데 이 책 또한 그런 범주에 속한다.



도피라니, 현 상황이나 어떤 결정적인 일에 관해 인간들의 마음속에는 한두 번 이런 생각들을 갖고 있었을 것 같은데 저자가 다룬 내용들을 통해 알아보는 기회가 된다.



책은 1976년 로베르라퐁 출판사가 기획한 사상총서 가운데 하나로  외과의사이자 신경생물학자이며 철학자인 저자가 인간의 행동과 인간이 맺는 사회적 관계, 사회구조에 대해서 들려준다.








특히 한국독자들이 좋아하는 베르나르 베르베르 또한 이 책을 인생의 책으로 뽑았다고 하니 저자가 쓴 내용들 또한 두루두루 통찰력 있게 다가온다.



인간은 생태적 환경의 구성으로 영향받으며 이런 환경은 다음 세대로 전해진다는 것과 우리의 신경계는 우리가 인간으로서 생명유지와 이를 이어나갈 수 있는 학습 능력을 기본으로 우리에게 유리한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을 구별해 배워나간다는 것을 필두로 이러한 과정에서 난관에 부딪쳤을 때 우리들은 어떤 선택을 하는가를 보여준다.




책 내용에서는 투쟁이나  도피를 선택하게 되는데 특히 여기서 말하는 도피는 이 세상이 아닌 다른 세상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말하다.



흔히 생각하는 현실에서 어떤 피난처나 약물에 의존하는 것이 아닌 타인에게 해를 입히지 않으면서 나 자신만이 느낄 수 있는 유일한 세상 속, 그 세상 속에서라면 일순간 힘든 처지를 고려하지 않다도 된다는 나 스스로의 만족을 누리며 지낼 수 있다고 한 부분들이 인상 깊었다.



일테면 자신이 좋아하는 어떤 부분에 집중해 볼 수도 있을 것 같은 경우, 책을 좋아한다면 책 속에 빠져 잠시 현실의 녹록지 않은 난제들을 잠시 보류해 두면서 건강한 정신을 만드는 법도 해당될 수도 있겠단 생각이다.







도피예찬은 인간에게 중요한 의미를 차지하고 있는 것들을 다루고 있다.



자유와 죽음, 쾌락과 행복에 관한 주제는 지금도 인간들이 고민하고 깊이 생각하는 문제인 만큼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인간들의 가장 근본적인 삶의 방향과 존재의 생물학적 모습, 사회관계 속에서의 모순들을 살펴보는 시간을 살펴보는 시간이 된다.




찬찬히 한 챕터씩 읽으면서 저자가 담고 있는 내용들은 스스로 질문하고 답을 찾아갈 수 있도록 18개로 이뤄져 있어 차례대로 읽어도 좋고 좋아하는 부분부터 읽어도 좋은 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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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고 - 세계사를 훔친 오류와 우연의 역사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김재혁 옮김 / 이글루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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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4년 슈테판 츠바이크의 유고작으로 지금까지 알고 있는 사실에 감춰진 역사적 오류와 우연이 어떤 결과물을 낳았는가에 대해 치밀한 구조와 설명들을 곁들인 책이다.




학창 시절 아메리카에 첫 발을 내디딘 자, 발견한 사람은 콜럼버스란 사실과 보통 첫 발견자의 이름을 붙여 불리던 신대륙 사례들을 살펴볼 때 아메리카란 명칭은 의외로 다가왔다.




아메리카란 명칭이 아메리고 베스푸치란 사람의 이름을 따서 붙여졌단 것과 이를 두고 당시 사람들과 후대 사람들이 오랜 시간 동안 진위를 따지는 일들을 들려주는 내용들은 한 편의  장편소설처럼 다가온다.




죽을 때까지 자신이 발견한 대륙이 인도라고 믿었던 콜럼버스와는 달리 베스푸치는 콜럼버스가 발견한 대륙이 하나의 새로운 문두스 노부스(Mundus Novus) 즉 '신대륙'이란 명칭으로 생각하고 불렀다.








당시 시대는 각 나라마다 해양 주도권을 통해 경쟁적으로 탐험의 시대로 접어든 시기였기에 유명 탐험가들이 이룬 바닷길과 지도의 영향을 받아 왕권이 지원이 활발하던 때였다.



이런 배경 속에서 네 차례 여행을 한 베스푸치는 자신의 이름이 신대륙 이름으로 올려지는 것조차 몰랐다는 사실은 결국 지금까지 아메리카란 명칭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사실을 츠바이크는 연대기 순으로 추적한 글을 통해 독자들을  새로운 세계로  이끈다.




신문이 있기 전 팸플릿으로 불리던 인쇄된 종이에 처음으로 이러한 내용들이 관심을 끌자  인쇄업자가 뉘앙스를 묘하게 접목시킨 제목으로 32쪽의 책으로 발간하면서 신대륙 발견자는 베스푸치로 바뀐다.



여기에 인문학자이자 지도 제작자인 발트제 뮐러에 의해 처음으로 아메리카로 불려도 무방하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지면서 견고하게 이어지며 콜럼버스는 자연히 서서히 잊혀간다.









 저자는  당시 지리, 역사학자들을 비롯한 그들만의 세상에서 옳다고 인정하는 것에 대한 오류를 저질렀고 훗날 이에 대한 이의 제기를 한 다른 이들과 진실공방을 벌인다.



저자가 나열한 사실들을 쭉 읽다 보면 베스푸치가 의도적으로 했던 것이 아니란 사실과 이런 일들이 발생한 원인을 추적하면서 밝혀내는 과정을 통해 역사의 오류와 우연은 하나의 연결고리로 작동된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다.



새로운 사실들이  밝혀지거나 밝혀내면서 기존의 정설이라고 믿었던 것들을 오류로 인식할 수 있는 자세는 이 시대 학자들에겐 그럴 역량이나 시대 흐름상 오늘날처럼 분명하게 밝혀낼 수 없었던 여건들이 있었다는 것은 필연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음을 들려주고 있다.



작은 편지 한 장과 지도 한 장이 품고 있던 우연이 어떻게 신대륙의 명명으로 이어질 수 있었는지에 대해 콜럼버스, 베스푸치, 학자들의 고른 시선을 통해 담아낸 내용이라 흥미롭게 읽을 수 있고 이러한 오류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을 할 수 있는 부분들은 많은 생각을 던진 책이다.




- 그렇지만 명성에 빛나는 햇살이 다른 사람이 아닌 그에게 비추어졌다면, 그것은 어떤 특별한 공적이나 책임에 의한 것이 아니라 숙명에  의한 것이다.







**** 출판사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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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나무 아래의 죽음 캐드펠 수사 시리즈 13
엘리스 피터스 지음, 김훈 옮김 / 북하우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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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추리소설 작품으로 캐드펠 수사 시리즈를 접하고 있는데, 현대적인 감각으로 빠른 결단과 추리력 정보력이나 활동성과 비교해 보면 이 시대의 수사방식은 아날로그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느리면서도 어느 것 놓치지 않고 접근하는 캐드펠 수사가 이번엔 한 여인이 겪는 사건을 해결하고자 한다.



남편과 아이를 잃은 주디스는 집을 수도원에 기증하는 대신 매년 그 집에서 피는 장미 한 송이를 받기로 한다.



유일한 장미를 받아보는 순간 옛 추억에 잠기는 것이  즐거움이자 낙인 그녀는 올해도 어김없이 그 장미를 받기로 한 날이  다가오는 가운데  장미를 전달하는 엘루릭 수사의 마음은 다른 감정으로 인해 괴롭다.



그는 그녀를 향한 사랑의 마음이 가라앉지 않기에 고심 끝에 그 임무에서 배제해 달라는 부탁을 하게 된다.



이후 그가 장미나무 아래에서 죽은 채 발견되고 이어 주디스의 행방불명, 이어진 또 다른 시신 한구가 발생하는 일련의 진행흐름은 캐드펠 수사가 나서면서 진범 찾기에 나선다.







과연 누가 이런 일들을 벌인 것일까?



부유했던 그녀를 향한 구혼자가 많았다는 점은 여성 스스로 홀로 자립하며 살기란 쉽지 않았던 중세시대란 점을 염두에 읽을 때 그녀 주변을 둘러싼 인물들은 모두가 용의자로 바라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 그녀가 선택할 밖에 없었던 결단들이나 돈에 대한 욕망과 어둠들, 질투로 인한 이 모든 사건의 발단이  펼쳐 보인 장면들은 살인과 음모가 중심을 이루며 그려지는 가운데 그 내막을 들여다보면  이와는 반대인 치유와 용서란 마음으로 다가서는 과정이 또 다른 의미를 전달하고 있다.



하나의 살인사건을 통해 시대적으로 당대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는 묘사들이나 풍경들, 인간본성을 집중적으로 탐구하며 그린 내용이라 캐드펠 수사가 펼치는 활약은 인간미를 느낄 수 있어 좋았다.



피가 철철 흐르고 무기가 사용되는 극도의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 스릴러와는 다른 왠지 어울릴 것 같지 않지만 이 말이 가장 적당할 것 같다.



~ 따뜻한 미스터리!








**** 출판사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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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와 밤
기욤 뮈소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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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욤뮈소만의 특징이 잘 드러난 작품,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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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와 밤
기욤 뮈소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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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영화처럼 전개되는 빠른 전개, 물 흐르듯 진행되는 사건의 연결성들이 추리 미스터리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기욤뮈소의 신작이다.



전 작들의  주요 배경이 미국의 도시가 등장하는 빈도가 높다면  이번엔 저자가 실제 성장했던 코트다쥐르를 다룬다.



소설가로서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토마는 자신의 모교인 생텍쥐페리 고교 졸업생 개교 50주년 행사에 맞춰 프랑스로 온다.



오랜만에 만난 동창생 막심, 파니, 스테판 외에도 결코 잊지 못할  사건을 간직한 채 방문한 고교, 그에겐 첫사랑 빙카에 대한 기억과 그녀의 죽음에 관한 비밀유지는 25년이 지난 2017년 현재 그의 기억을 소환시킨다.


 


빙카를 사랑했지만 자유분방했던 빙카는 철학 선생님인 알렉시를 좋아한다는 소문이 퍼진 상태에서 마음의 상처를 담고 있던 그는 눈사태로 학교가 마비되던 날 빙카와 알렉시가 함께 사라졌다는 소문을 듣는다.








이후 그들의 행방은 오리무중, 경찰의 조사결과도 미미한 채 어느덧 시간이 흐른 지금, 갑자기 그와 막심에게 날아든 사건이 담긴 신문과 사진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그들만이 알고 있던 비밀봉인 해제를 요구하듯  주변인물들이 서서히 죽음으로 향해가고 시체로 발견 되는 진행은 1992년과 2017년을 오고 가며 사건의 진실을 향해간다.



복잡하게 꼬이고 꼬인 사건의 실체를 추적하는 과정이 결말을 향해 갈 때 밝혀지는 내용은  모처럼 예전 기욤뮈소의 초창기 작품을 보는 것 같아 흥미로웠다.



자식을 위해서라면 그 순간에 결정해야 할 일들이 무엇인지 부모들은 앞뒤 가릴 것 없는 용감함과 모든 것을 포기해서라도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을 드러낸다.



자식이 누굴 좋아하고 마음의 상처가 깊은지를 아는 부모라면, 더욱이 의도치 않게 사건이 발생한 기점을 중심으로 부부간의 타협점을 찾고 관계유지를 해왔다는 설정과 진실로 사랑하는 이와의 관계 또한 자식을 둔 입장에서 그들만의 주도면밀한 사랑을 이어왔다는 구도가 놀랍기도 했는데 아마 모든 것을 잃는 것보다는 지키는 쪽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조금은 이해가 가는 부분이기도 했다.








작품 속에서는 사랑의 상대방이 누구인가에 대한 혼란스러움으로 인한 결과물이 너무 큰 사태로 번진 진행이라 마치 '홍학의 자리'를 연상케도 했고 이후 각자 나름의 사랑의 대상이 마주 보는 사랑이 아니었기에 외사랑에 대한 아픔의 상처와 일말의 희망을 놓지 못한 파니, 토마의 사랑이 순수했던 그 시대 그대로의 기억만을 간직한 모습으로 비쳐 첫사랑의 연민은 또 다르게 다가왔다.




빙카의 죽음 내막에 얽힌 비밀을 추적하면서 밝혀진 반전의 반전과 소설가로서 사건의 최후의 마지막 희망으로 다져보는 토마의 글도 정말 희망적인 사실로 이루어졌으면 좋겠단 생각도 해본다.




오랜만에 작품 속에 녹여낸 인생의 다양한 행로들이 교차하면서 인간들 스스로도 어찌할 수 없는 인생전반을 풀어나가는 내용이라 기욤뮈소의 작품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재밌게 읽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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