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공가의 행운
에밀 졸라 지음, 박명숙 옮김 / 길(도서출판)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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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 졸라의 가장 대표적인 작품들의 시원이 되는 '루공가의 행운'이 출간됐다는 소식에 읽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간 국내에 출간된 각기 독립적이면서도 개별적인 작품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의 관계도를 생각해 보면 이렇게 한 가문의 얽히고설킨 운명의 실타래를 이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총 20권의 대작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첫 조상이 되는 아델라이드란 여인과 관계된 두 남자 루공과 마카르는 그들의 자손이 태어나면서 본격적인 각자의 인생 부침을 그려나가게 되는데 제1권에 속하는 이 작품 속에서 저자가 말하는 유전 기질과 환경 여건의 변화에 따라 자손들이 어떻게 시대에 부응하면서 자신들이 꿈꾸는 야망과 돈에 관한 욕망들을 그려내기 시작하는 출발선이다.




가상의 마을 플라상에서 홀로 재산을 가로챈 피에르와 부인 펠리시테의 영악한 시대 부응은 제2 제정기의 쿠데타를 이용한 지위 상승과 부를 거머쥐게 된 행운의 길을 보여준다.




그들 마을에서 벌어진 공화파와 반대세력들의 교묘한 총싸움이나 이를 자신들이 기회로 역이용해 줄곧 꿈꿔오던 일들일 벌어지는 상활 속에 탄생한 인간들의 타락한 심성과 야욕, 여기에 귀족, 부르주아, 노동자 계급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환경변화에 적응하며 성공이나 실패를 겪는지를 보인 장면들은 자연주의 작가로 불린 저자의 섬세한 자연 풍경과 함께 그 시대의 모습을 절로 연상할 수 있게 한다.




루공가의 행운은 피에르 자신의 아들인 외젠의 정보로 원하던 직위를 얻는 자와 그를 부추긴 여인의 교묘한 계획, 여기에 순수한 두 남녀의 사랑하는 모습들은 강한 인상을 남긴다.




차후 아델라이드 자손들이 펼치는 타 작품에 등장하는 이들이 간략한 출생과 인생들을 엿볼 수도 있는 가장 기초적인 가문 모습은 그나마 가장 인간다운 모습으로 등장하는 파스칼의 시선이 에밀 졸라가 그려 보일 작품들을 연상케 한다.




- 그는 한 가족의 성장과 하나의 몸통에서 다양한 가지가 뻗어 나오는 광경을 떠올렸다. 나무의 씁쓸한 수액은, 어둠과 빛의 다양한 여건에 따라 제각각 다르게 휘어지는 줄기들과 멀리 있는 줄기들에도 똑같은 씨앗들을 운반한다. 그는 짧은 순간 번쩍이는 빛 속에서 루공마카르가의 미래, 금과 피가 난무하는 사냥터에서 맹렬한 욕구를 충족하려는 한 무리의 사냥개를 언뜻 본 것 같았다.- p.387









별 볼 일 없던 기름 장수에서 일약 징수원 자리를 차지하며 루공가의 본격적인 가문의 시대를 연 피에르를 필두로 곁가지로 여긴 다른 이복형제들 자손들의 이야기는 '루공 마카르 총서'의 프리퀄로서 대할 수도 있고 이미   기타 작품을 읽을 독자라면 이 가문에 대한 이해를 하며 다시 깊게 빠져볼 수도 있을 것 같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20권이란 대작이 모두 출간된 것이 아니고 출간한 출판사들도 모두 다르기에 전체적인 작품 라인을 읽어보고픈 독자들에겐 모두 한곳에서 출판해 준다면 정말 좋겠단 생각을 다시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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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명한 세계사 1 - 경이와 혼돈의 시대 선명한 세계사 1
댄 존스.마리나 아마랄 지음, 김지혜 옮김 / 윌북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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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도서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역사를 기록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이 책에서 보인 사진이란 매개체를 이용해 들려주는 방식은 신선했다.



인류사 역사발전에서 느리면서도 빠르게 이뤄낸 인물들의 업적이나 과오들, 과학기술들은 어떤 한 나라에 국한된 것만이 아닌 그 영향의 기류가 점점 영향력을 받으면서 흘러갔다는 점을 느껴보는 시간이 된다.



1850년대부터 1900년대까지 굵직한 역사의 현장이나 사회적인 기류의 패턴들을 다룬 첫 권은 먼저 주요 시대별 중요점을 표기하는 것을 시작으로 다시 본 내용으로 들어가면 그 시대의 세계적 흐름들을 엿볼 수 있다.



 여기에 서양열강들의 제국주의 여파들이 어떻게 전 지구적으로 펼쳐졌는지를 대표적인 사진을 통해 보여주고 그 안에 담긴 내용들을 통해 당시 어떤 분위기였는지를 파악할 수 있게 구성됐다.



흡사 화가들이 그린 그림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자세하게 보면 사진복원에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는지를 알 수 있고 그 많은 사건들 중에서 독자들에게 어떤 점을 알려주고 싶었는지에 대한 저자들의 의도와 겉으로 보인 사진만으로 판단해서는 안될 당시 사진가의 감춰진 진실을 살펴보게 한다.




특히 우리나라 역사를 다룬 부분에서는 아무래도 더 눈길이 갈 수밖에 없었는데 간략하면서도 명료하게 다룬 글이 인상적이었다.








사회적으로나 국제적인 이익에 부합한 결과물이 다른 대륙을 건너가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책을 넘기면서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책이라 가족들과 함께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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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자리
크리스티앙 보뱅 지음, 이주현 옮김 / 1984Books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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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도서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길지 않은 문장 속에 담백함과 문장의 깊이가 마음을 울리게 하는 저자의 에세이를 만났다.



그동안 그가 추구해 온 문학의 이야기, 이 작품에서는 글쓰기에 대한 내용들이 담겨있는데 총 열한 편의 작품들이 시적으로 가득 차 있다.



그것이 작가를 상징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흐름들이 이번에도 여전한데 단순하면서도 쉽게 넘길 수 없는 인생에 대한 침묵과 사유들, 각 챕터마다 마주치는 이들의 이야기는 친근하게 다가온다.



눈앞에 대상이 꼭 있어야만 느끼는 것이 아닌 일상 도처에서 마주치거나 지나가면서 보게 되는 사소한 일들이 저자의 글로 태어나는 순간 빛을 발하며 존재의 사라짐과 사랑을 발견하게 되는 이야기는 여전히 아름답게 느껴진다.







존재와 부재의 차이, 부재가 있음으로 해서 존재의 중요성을 알게 된다는 것과 그 부존재를 인식하는 순간 우리들은 기다림에 대한 의미도 알게 되고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그 나름대로의 깊은 울림을 전해준다.








부존재를 딛고 다시 살아나고 살아간다는 것, 실은 부재 때문에 상실, 공허, 결핍을 다룬 저자의 글은 빈 자리가 어떤 의미임을 다시 되새겨보는 시간을 주었단 사실과  문장마다 깃든 가벼움 속에 무거움이 자리한 글들은  차곡차곡 내면의 사색을 더욱 드리워주는 시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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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메이슨 코일 지음, 신선해 옮김 / 문학수첩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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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도서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로봇공학자이자 광장 공포증을 갖고 있는 헨리는 집에서만 생활하는 집돌이-



임신한 아내 릴리와도 자신의 집요한 연구 탓에 소원해졌지만 곧 태어날 아이와 함께하는 미래를 생각하며 관계개선에 노력을 기울이는 남편이기도 하다.



그들의 집은 과학자 집안답게 집 전체가 명령에 의한 시스템으로 이뤄져 있으며 헨리가 만든 인공지능 로봇 윌리엄 또한 이에 속한다.



남편의 소원한 인간관계를 염두에 둔 릴리는 자신의 친구인 데이비스와 페이지를 초대하고 만남을 갖지만  데이비스와 릴리의 오묘한 분위기를 느낀 헨리의 불안감은 이들 사이의 긴장감을 높이게 된다.




이에 자신의 연구성과를 보여주기 위해 윌리엄을 선보인 헨리, 그러나 이후 예기치 못한 일에 휘말리는 사람들...



하루가 멀다 하고 바뀌는 인공지능 세계의 발전은 이 작품 속에서 그려낸 윌리엄이란 인공지능 로봇을 통해  염려와 공존하는 삶에 대해 생각을 해보게 한다.




시스템을 장악하고 인간이 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행동하는 일련의 사태들을 어떻게 저지하면서 예전 상태로 돌려놓을 수 있는지는 별개로 인간이 만든 인공지능의 발전된 그 이상의 모습들은 스스로 인간의  감정을 조정하면서 어둠의 공포와 불안을 제대로 그려낸 과정이  공포를 선사한다.



진짜 인간인 우리와 구별할 수없을 정도의 고도의 지능을 가지게 된 로봇탄생을 통해 앞으로 더욱 발전할 미래의 세계에 대한 암울한 모습처럼 진행된다는 점을 예견하듯 그린 이 과정들은  오류를 넘어선 그 뒤의 세계가 어떠할지를 상상하게 만든다.




여기엔 전혀 뜻밖의 반전마저 등장한 장면을 통해 이러한 불안감들을 더욱 증폭시키는데 저자가 그려본 미래의 한 부분일 수도 있는 장면이라 더욱 실감 있게 체감할 수 있었던 점이 인상 깊다.




총 50개 챕터의 짧은 구성으로 이뤄져 한 편의 공포영화를 본 듯한 느낌을 들게 한 작품으로 마지막 엔딩에서도 그 후의 결과를 궁금하게 만든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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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초 과학 - 과학 커뮤니케이터 리아 엘슨의 엉뚱하고 기괴한 과학 실험 103
리아 엘슨 지음, 조은영 옮김 / 은행나무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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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도서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미국의 인기 과학 커뮤니케이터 리아 엘슨이 들려주는 질문에 대한 답을 들려주는 책-



SNS 및 미국 서점가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저자의 기발하고도 엉뚱한 과학실험을 책으로 접할 수 있는 기회는 생물, 화학, 물리학, 인체, 우주로 나눠서 시종 흥미진진하고 지루하지 않은 문장을 구사하며 관심을 이끈다.



어린아이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질문이 어른의 입장에서는 다소 황당하고 어떻게 대답을 해줘야 이해를 할 수 있는지에 대해 가끔 고민스러울 때가 있다.



그런데 이 책을 접한 순간 60초 초간단명료하게, 그것도 마치 옆에 질문자가 있듯이 대답을 해주는 유쾌한 해설사를 연상시키 듯한 저자의 글은 즐겁다는 느낌이 들었다.






실생활에서 궁금증이 들었던 질문들의 사례는 물론이고 그 대답의 원천을 거슬로 올라가면서 짧고도 굵게 확실한 대답과 기존에 생각하고 있던 판에 박힌 대답이 왜 틀렸는지를 알게 해주는 각 챕터별 내용들은 실용적이면서도 실험적이고 세상의 많은 궁금증들의 대표 사례란 생각이 들게 한다.










60초 안에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하시오라는 프로그램이 있다면 저자처럼 독자들의 이해를 도우면서도 원리에 더 접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할 수 있을까? 에 대한 생각도 들었고 질문들이 평소 알고 있던 결과물을 더 이해하게 되는 시간도 됐다.






처음부터 차례대로 읽어도 좋고 좋아하는 부분부터 읽어도 부담이 없는 구성별 내용으로 이뤄진 책이라 평소 과학분야에 관심 있는 분들, 가족들이 읽어도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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