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기증.감정들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23
W. G. 제발트 지음, 배수아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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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문학하면 떠오르는 것 중에 하나가 무겁고 진중한 느낌이 난다는 것이다.

세계적인 거장으로서의 토마스 만의 작품만 하더라도 토스토예프스키 못지 않은 진중함과 어렵다는 느낌에 읽는 속도도 독자 나름대로 끈기를 요구하기도 하지만 지금의 문학적인 흐름은 추리 스릴러로서도 유명세를 타는 젊은 작가의 작품들도 많다는 데서 독일다운 문학이 주는 맛에 길들여진 독자라면 이 책을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은 책이 있다.

 

나로서도 처음 접하는 W.G 제발트 작품이다.

국내에선 이미 몇 작품이 출간되었다고 하는데, 처음 접어든 이 책만으로도 그가 어떤 느낌의 문학을 쓰는지에 대한 윤곽을 잡아가는 데 이 책은 충분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되어 진다.

 

 흔히 접하는 문학의 종류 중에는 여행에 관한 전문적인 가이드 성격의 책이 있고 여행을 하면서 느끼는 단상에 대한 나름대로의 글이 적힌 에세이를 접할 수가 있는데 이 책은 저자 자신이 겪는 여행과 기억에 대한 느낌을 독특한 필치로 적어 놓은 책이다.

 

총 4개의 이야기 구성으로 이어지는 책의 내용은 우리가 알고 있는 스탕달, 카프카, 그리고 그 외에  단테와 발저, 바이에른 왕국의 루트비히 2세, 그릴파르처, 카사노바 등이 등장하는 이야기로 흐름을 유지한다.

 

1800년 5월의 한 가운데에 나폴레옹이 지휘한 전쟁에 나폴레옹에 대한 존경심을 가진 스탕달이라고 알려진,  본명은 앙리 벨의 이야기인 "벨, 또는 사랑에 대한 기묘한 사실"이 첫 장부터 등장하고 그 안에서 스탕달은 그가 지은 '사랑에 대하여'란 책이 탄생하기까지의 일련의 여인들과의 만남, 그리고 그로 인한 상으로(?) 받은 평생지기 매독과 함께 한 여정을 그리면서 슬쩍 작가 자신도 그안에서 함께 하는 과정을 그린다.

 

이어서 '외국에서', 그리고 뒷이어지는 'K 박사의 리바 온천 여행', 그리고 마지막 '귀향'에 이르기까지 저자 자신이 스탕달, 카프카의 발자취, 그리고 자신의 유년시절에 대한 향수를 기억하며 오랜 만에 고향을 찾아가 자신이 살았던 여관, 바로 그 거실에서 투숙하며 지나온 세월의 흔적과 기억에대한 회상을 반추하며 그린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흔히 남미의 문학을 마술의 리얼리즘이 가미된 특징들이 두드러진  작품들이 많다고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책들 가운데 이렇게 현실과 환상속에서 자유자재로 자신을 들어가게 하고 빠져나오고, 그러면서 독자들은 읽으면서 여전히 과거와 현재의 분명한 의식조차 느끼지 못하면서 읽어나가다 어느 순간 이건 현재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구나 하는  작가의  그 만의 글 방식은 작품을 통해서  자신이 생각했던 과거의 기억이 현재의 시간으로 다시 그 장소를 방문했을 때의 또 다른 시각으로 보여지는 , 머릿 속에서 간직되어 온 기억이 확실한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지님과 동시에 (줄리언 반스의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를 생각나게 한다.)남미의 문학처럼 이미 죽은 사람들의 환영을 보게됨으로써 느끼게 되는 현기증, 그리고 그 감정들에 대한 충실한 자기만의 방식으로 표현해 낸 걸작이란 생각이든다.

 

 내 경우엔 마지막 장인 귀향이 가장 인상이 깊었다.

작가의 자전적인 것들이 들어가서 그런진 몰라도 앞 장의 스탕달, 그리고 카프카에 대한 이야기를 그리면서 그들이 거쳐간 여행지와 자신이 1980년과 1987년 두 차례에 걸쳐( 그 당시 나는 무엇을 하고 있었나라는  생각하게 하는...) 달리 방문한 장소에 대한 기억도 좋았지만 귀향 편은 어린 시절의 뭔지 몰랐던 , 지금에서야 깨닫게 된 죽은 이들의 모습, 그리고 카프카의 작품에서 나온 「사냥꾼 그라쿠스」를 제대로 보여준 현실 세계의 실존 인물의 등장은 움베르토 에코의 '로아나 여왕의 신비한 불꽃에서 나오는 주인공이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장면과도 비슷하다는 연상을 가지게 하기도 했다.

 

어느 책은 읽더라도 끝까지 읽는데 힘이 드는 책이 있는가 하면 웬지 모르게 어려우면서도 쉽게 놓지 못하게 되는 책들이 있다.

 

저자의 하나하나 문장에서도 어느 것 하나 메모를 하지 않을 수없는 단조로우면서도 그 안에서 맞다는 광감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글의 흐름은 사람들 사이에서 오르내리는 '제발디언'을 양산해 내기에 충분한 가치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  사랑은 다른 종류의 많은 문명의 혜택과 마찬가지로, 우리가 본성에서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더욱더 간절하게 갈망할 수밖에 없는 키마이라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우리가 오직 타인의 육신에서 본성을 찾으려 하면 할수록 결국 그것과 멀어지게 될 뿐인데, 왜냐하면 사랑은 스스로 만들어낸 통화에 의해서만 부채 상환이 가능한 열정, 즉 다행스럽게도 인간에게 반드시 필요하지는 않은 허상의 거래이기 때문이다. _「벨, 또는 사랑에 대한 기묘한 사실」 - P27

 

한 편의 명화 소개코너로도 자릴 잡을 수있는 그림에 대한 설명부분과 함께 실제 작가는 스탕달과 카프카 사이를 오고가면서 자신이 접한 환영과 그 안에서 한없이 흘러가는 기억의 파편들, 그리고 다시 현실의 세계를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이 '그' 답다라는 말 밖엔 형용할 수없는 한계를 느끼게 하는 작품이다.

 

전체 4개의 이야기가 모두 연결지어서 생각될 수있는 글의 구성은 여행문학의 진수라고도 할 수있겠단 생각과 함께  사고로 너무나도 우리 곁을 떠나가버린 그의 자취가 더욱 안타깝게 느껴지는 작품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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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드롭
데니스 루헤인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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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사이노스키는 사촌형인 마브가 바지사장으로 있는 바에서 바텐더로 일한다.

내성적이다 못해 눈도 제대로 맞추지 않고 조용한 성격의 소유자인 그는 한 때 이 주점이 마브의 소유였으나 체첸인들의 조폭들에게 빼앗긴 뒤 허울만 사장인 사촌형과 함께 일을 한다.

 

이 주점은 겉보기에는 주점이지만 사실 조폭들이 일정한 시간순서대로 돈을 거둬가는 돈의 이용퍼로서 장소제공을 하는 드롭바이기도 하기에 일정한 돈이 오고가고 거래가 되는 곳이다.

 

어느 날 추운 겨울 밤, 누군가에게 된통 맞은 채 쓰레기통에 버려진 개를 발견한 밥은 나디아란 여인의 도움으로 개를 자신의 집에서 같이 지내게 되고 로코란 이름을 붙여준다.

 

 드롭 바에서 일하던 중 복면의 강도 둘이 나타나 돈을 쓸어가게되고 이는 곧 경찰에게 신고를 함과 동시에 의심을  받게 되며, 조폭의 우두머리로부터 돈을 찾아오라는 협박에 시달리게 된다.

 

전혀 누구인지도 짐작조차 못하는 강도를 어떻게 찾아서 돈을 되찾아 올 수있을까?

설상가상으로 개의 주인이라고 자처하는 사이코패스 성격을 지닌 에릭 디즈란 남자가 나타나게 되고 나디아와의 과거 인연으로 그녀와 개를 빌미로 협박까지 당하게 된다.

 

데니스 루헤인의 소설들은 어두운 암흑가의 이야기와 정신적으로 온전치 못한 사람들, 그리고 미국이란 나라에 이민 온 각국의 사람들이 모여서 하나의 거대한 조직을 형성하고 뒷골목의 세력을 쥐려는 조폭들의 세계를 사실적으로 잘 그리는 작가 중의 한 사람이란 생각을 하곤 한다.

 

그의 작품들이 거의 영화화 됬다고 하는데서도 알 수있듯이 독자들의 궁금증을 유발시키고 전혀 예상 외의 이야기들을 풀어나가는 데에 이만한 영화의 소재가 없다 싶을 정도로 이 책도 그렇다.

 

이미 '개를 데리고 다니는 남자'로 나온 바 있는 이 책은 톰 하디 주연의 영화로도 만들어져 호평을 받았다고 할 만큼 작가의 구성능력은 읽으면 읽을수록 재미를 더해 준다.

 

마브의 꿈은 이미 한 때 잘나갔던 장물아비이자 마약거래로 성공도 해봤지만 큰 돈을 쥐고 미국을 떠나 아무도 모르는 곳에 사는 것이다.

그 꿈에 비해 밥은 오로지 조폭에 명령에 거역조차 하지 못하며 그들이 원하는대로 할 뿐 더 이상의 욕심도 없는 사람, 그 동안 홀로 외로움에 젖어 살아가는 사람이었지만 이젠 로코라는 동반자 개가 자신의 가족이다.

 

 그런 밥에게 전혀 뜻밖의 행동을 보여주는 뒷 부분의 설정들은 역시 데니스 답다란 생각을 하게 된다.

 

 단지 자신의 개를 괴롭히기에 결단을 내린 밥의 행동은 경찰의 끈질긴  10 년전의 살인사건까지 파헤치는 과정에서 조마조마한 느낌을 주고도 있지만 이렇게 나약하게만 보였던 밥의 성정에 그런 결정적인 행동을 하게 한 원동력은 과연 타고난 성격인지, 아니면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행한 행위인지에 대해선 오히려 마브의 성격이 제대로 각인된 성격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의외였다.

 

 기존의 『살인자들의 섬(셔터 아일랜드)』, 『미스틱 리버』로 전 세계적인 팬을 형성하고 있는 작가의 이런 류의 책들은 다시 읽어봐도 같은 듯 또 다른 형태의 모험심을 즐기게 만든다.

 

단지 개를 데리고 다니는 남자에만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닌 드롭 바에서 살아가면서  세상의 그늘진 삶 속에서 자신만의 세상타협을 하며 살아가는 밥이란 인물을 통해 어두운 미국의 뒷 골목의 세상과 그 곳에서 벗어나고자 하나 쉽지만은 않은 인생의 말로를 모두 보여주는 인간군상들의 오밀조밀한 모습들이 잘 드러난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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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왕의 독서법 - 조선 왕들은 어떻게 책을 읽었는가
박경남 지음 / 북씽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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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독서 인구가 많지 않다는 보도가 있었다.

더군다나 기계의 발달로 인해 지하철이나 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보면 흔하디 흔한 책을 집어들고 읽는 사람들이 희귀하단 생각이 들 때가 있는 것을 보면 빈말은 아닐 것이다.

 

일본만 하더라도 우리나라의 독서 인구를 훨씬 앞질러간단 보도에 책이란 존재에 대해 새삼 다시 생각을 해 보게된다.

 

책을 접함에 있어서 어떻게 하면 손쉽고, 지루하지 않으며 내 스스로가 즐길 오락거리 정도로 생각될 만큼의 흥미를 가질 수있을까?

그러기 위해선 어떤 노력과 정성을 들여야할까에 대한 답은 아마도 이 책의 저자가 쓴 이 책을 토대로 나에게 맞는 법을 찾아가는 것이 쉬울 것 같단 생각이 든다.

 

 조선의 왕들이 어떻게 책을 가까이 했으며 그에 따른 나라의 정사에 미친 영향은 결국 조선왕조 오백 년사에 영향을 끼쳤음을 알게 해 주는 간략하면서도 뜻 깊게 다가온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던 위대한 왕들이라  일컬어 부르는  세종, 성종, 숙종, 영조, 정조는 물론 조카의 왕위를 찬탈한 오명을 남긴 세조, 원하지 않았지만 신하들과 시대의 부류에 따른 왕위에 오른 정종, 그리고 너무나도 효성이 지극했고 자신의 스승이었던 조광조의 뜻을 이어받아 올바른 정치실현을 하고자 했으나 일찍 명을 달리했던 인종까지 그들 나름대로의 독서법은 각기 다른 능력에 따른 실천의 모습들도 가지각색이었다.

 

한 권의 책을 읽으면서 무려 100 번에 이르는 독서의 읽기 과정은 흔히 말하는 눈으로 읽되, 그 뜻을 오로지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심오한 깨우침을 이루기까지의 제왕으로 갈 길을 닦는 모범적인 모습들을 보여준다.

 

 다른 책에서도 나오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왕이 되기까지의 과정들은 3세의 원자가 소학부터 시작한단 것에서 바로 그 험난한 제왕학의 길을 가기 위한 여정을 드러내준다.

 

 

 

자신의 홀 몸으로 온 백성을 거느리기 위한 제왕학의 기초부터 시작해서 강연을 통해 신하와 견제와 교류를 통한 나라 발전을 모색한 왕들은 이렇게 철저하게 어릴 적 부터 책을 가까이 할 수밖에 없었고, 또 그것을 즐긴 왕들은 모두 성군으로 칭송을 받은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던 면에 반해 연산군처럼 폭군의 이미지를 가진 왕은 월등한 기량이 있었음에도 능력차이에서 오는 교육방식의 획일적인 것으로 인해 오히려 역사 속에서 자신의 역량을 많이 발휘하지 못한 점이 아쉬움으로 남게 된다.

 정조처럼 기록에 있어서 철저했던 왕이 없었을 만큼, 자잘한 부분까지 남긴 점은 후대 조선이 망할 때까지 왕들이 일기를 적게 하는 선례를 남기게 된다.

 

 이처럼 책은 가까이 할 수록 좋은것을 누구나 알지만 어떻게 나만의 방식으로 독서를 즐길 수있을까?

 

1부가 조선 왕들의 독서법이라면 2부는 조선왕들의 독서와 서재에 관한 이야기다.

위대한 신하들이 주장하는 독서법을 따르는 왕들이 있었는가 하면 사가독서제를 만들어 나라에서 젊은층의 독서를 유도하는 정치, 경연을 이용한 나라의 중대사까지 결정짓게 하는 일들, 소학에서 대학까지의 읽기 과정과 그에 따른 변화적응들은 선비들이 책을 가까이 하면서 즐긴 반면 왕들은 제왕으로서의 필수적인 점을 감안하여 책을 가까이 했단 점이 다르게 다가온다.

그 만큼 책임의식이 클 수밖에 없었던 지위에 따른 행동가짐이 독서의 반향을 토대로 이루어졌음을 차근하게 알 수있게 보여주는 책이다.

 

누구는 속독을 통하여, 누구는 한 자 한 자의 의미를 곱씹으며 상상을 통한 글 읽기를 , 어떤 이는 글을 읽되 전체적인 숲을 통해서 관통하는 책의 의미를 알아가는냐는 개인적인 역량과 자신과 맞는 독서법을 통해서 제각기 모두 틀리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독서가 주는 의미는  책을 읽어서 자신의 모자람과 겸손을, 더 나아가서 자신의 발전모색을 위해선  끊임없는 필요성을 알게 해 주는 책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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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트 오브 더 유니언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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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인기있는 작가 중의 한 사람인 더글러스 케네디의 작품들은 주변에서 흔히 보는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투영해 재조명해 보게 하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전 작들의 주 소재도 다양하지만 가장 뛰어난 점은 그 사람들의 삶 자체가  우리들 모두가 겪었을만한 것에 있다는 점에 주안점을 두고 심리적인 대화를 통해 공감을 불러 일으키지 않나 싶은데, 이 책을 읽으면서 또 한 번 그러한 생각이 틀리지 않았음을 느끼게 해 준다.

 

총 1.2부로 나뉘어 그려지는 이 책의 내용은 한나라는 여인이 겪는 인생의 모습을 포착하고 있다.

1부격인 1960년대 중반에서 1970년 초반까지를 그리고 있는 장면은 대학교수로서 베트남 반전 운동에 뛰어들어 유명세를 타고 있는 아버지와 유대인 출신으로 냉철하고 비판적인 화가 출신인 엄마를 사이에 둔 한나의 모습이다.

 

독설적이다시피 내뱉는 엄마란 존재에 대해 흔히 말하는 모녀지간의 서로가 비난을 주고 받는 장면들은 푹 하고 공감을 일으킬 만한 배경을 던져주고 부모로부터 인정받기 위해 애를 쓰는 한나의 모습이 주되게 그려진다.

 

어린 나이에 만난 의대생 댄과의 전격적인 결혼 결정은 엄마로부터 일찍 결혼함으로써 닥쳐 올 엄마가 겪었던 고충을 고스란히 들어야만 했지만 자신의 의견을 존중해주고 무던한 댄 만한 남자도 없단 조바심, 그리고 그를 놓치면 영영 좋은 사람을 못 만날 것 같다는 생각에 20살 초반에 둘이 살게 된다.

 

아들 제프리가 태어나고 의사 인턴생활로 시골마을로 가게 되면서 밤 늦게 돌아오는 남편, 혼자누구의 돌봄 없이 도서관 사서란 일과 육아에 지친 어느 날, 아버지와 뜻을 같이 한 대학생 저슨이 히치하이킹을 하는 도중 숙박을 위해 재워줄 것을 요청하게 되고 이는 남편이 없는 몇 일 사이에 결코 지울 수없는 불륜이란 것을 저지르게 되고 그의 협박에 캐나다까지 그의 도주를 도와주는 결과물을 낳게 된다.

 

그후 2부격인 2003년에 와서야 50에 들어선 한나의 모습이 그려진다.

정형외과 의사로서 성공한 댄, 아득한 집, 교사생활을 하는 한나, 변호사인 아들과 펀드 회사에 근무하는 딸 리지-

 겉에서 보면 누구나 부러워할 가정의 모습이다.

실제적으로도 말썽부리지 않는 건실한 남편 댄, 청교도적인 기독교 사상을 갖고 있는, 자신의 관점에서 어긋나면 비판을 가하는 아들 제프리 내외, 젊을 때 돈 많이 벌어 후에 편히 지내고자 하는 딸의 모습들은 한나에겐 자신의 빗나갔던 한 때의 그 당시의 일을 잊어버리고 오로지 가정에 충실하게 했던 보상의 결과로 여겨진다.

 

그러나 리지가 유부남인 의사와의 관계가 틀어지면서 자취를 감추게 되고 이는 곧 경찰의 수사망까지 번지게 되며, 설상 가상으로 한나와의 관계를 그린 저슨의 책이 출간이 되면서 일파만파로 번지게 된다.

 

학교에서의 해고, 뭣보다 딸의 행방을 쫓기 위해 애가 타는 부모의 심정의 모습들이 결국은 참고 참았던 고름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저슨의 책이 한나와 댄의 걷잡을 수없는 내리막길을 걷게 하는 빌미를 제공하게 된다.

 

부부사이의 일은 부부만 알고 있는 사연이 있듯이 한나의 가정을 지키려 했던 그 많은 세월들은 순식간에 마을 사람들로부터 외면과 멸시를 당하게 되고 자신을 속여왔단 사실에 분노를 터트린 댄 앞에서 용서를 비는 한나의 모습은 읽어나가면서 정신을 유지하고 지탱한다는 자체가 대단한 여인이란 생각을 하게 한다.

 

자식의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한나의 자식을 바라보는  부모로서의 생각, 아버지와 엄마의 불화가 서로간의 불륜 때문이란 것을 알고 있기에 자신마저도 그 일을 행하게 된 데서 오는 죄책감을 면하고자 무던히도 애를 썼던 한 여인의 삶의 모습을 통해서 자신은 오로지 상대방을 사랑했기에 자신이 하고 싶어했던 모든 것들을 놓아버렸다고 생각했지만, 상대방은 그녀의 본심을 다른 방식으로 이해를 하는 대화들은 몰입도에 극치를 달하게 만들어 준다.

 

 비록 딸을 사랑하는 방식 자체가 엄마의 타고난 천성인 냉철하고 비판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을 인생의 후반부를 살아가는 인생 선배로서의 엄마가 딸에게 내뱉는 말들은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말들이 넘쳐난다.

 

"쉰 살만 넘어봐. 시간이 증발해버리는 것 같아. 눈 한 번 깜박하면 크리스마스고, 또 한 번 깜박하면 여름이지. 그러다보면 인생이란 뭘까 생각하게 돼. 엉덩이에 주근깨가 덕지덕지 난 남학생과 불장난을 했던 호수를 다시 찾아오게도 되지." -p 108

 

가장 힘든 시기에 자신의 곁에 남아주길 원했던 남편 댄마저 떠났을 때도 한나는 절친 마지의 도움으로 저슨과 마주대함으로써 자신의 지난 과거를 바로 잡는 용감성을 보이면서 새로운 인생의 도전을 향해간다는 이 이야기는 결국  ‘인생이란 일상의 사이사이로 섬광처럼 반짝이다가 지나가는 순간에 불과했다.’ -p 356  는 문구처럼 모범적으로 살아왔다고 자부했던 한 평범한 여성 한나가 진정으로 모든 것을 떨쳐버리고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한 진지한 첫 발걸음을 떼는 희망적인 이야기를  그리고 있기에 가족을 위해서, 혹은 내 자신이 원하는 무언가를 포기하면서 살아왔던 한 인간의 멋진 홀로서기를 감동적으로 그려낸 작품이 아닌가 싶다.

 

 

 읽으면서 작가가 그리고 있는 인생에 대한  대목들은 비록 나라가 다르지만 인간들이 공통적으로 느끼고 있는 감정들은 모두 같은 것을 아닐까 싶은 정도로 적재적소의 글들이 아주 깊은 울림을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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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경 - 우리는 통일을 이룬 적이 있었다
손정미 지음 / 샘터사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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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통해서 재조명해 보면 가끔 전혀 뜻밖의 결과물이 탄생할 때가 있다.

 

바로 삼국 통일의 주인공인 신라의 경우도 그렇다고 생각되는데, 북방의 강력한 고구려와 백제를 모두 통합하고 당의 힘을 빌려 삼국을 통일한 신라에겐 어떤 힘이 있었길래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이 책은 삼국통일 바로 전의 긴박했던 시대상황을 그린 역사소설이다.

픽션의 가미를 염두에 두더라도 각기 다른 환경에 처한 세 사람의 갈등과 사랑을 그린 이 책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었던 정치적인 면 외에 평범했던 사람들, 그리고 자신이 갖고 태어난 신분의 세계 속에서 그 나름대로의 행동과 말을 통해 시대에 부응하고자 했던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다룬 책이라 흥미 있게 읽힌다.

 

 쿠데타에 이어 막강한 힘을 쥐게 된 막리지 연개소문의 정치적 성향과 반대 노선을 유지해 온 고구려의 다섯 부족 가운데 하나인 남부살이 아버지를 둔 진수는 활 솜씨가 뛰어난 청년이었지만 신수두 대제(大祭)의 경쟁을 앞두고 절친이자 경쟁자였던 친구가 죽게 되자 그 혐의를 받게 되고 곧이어 아버지마저 계림(옛 신라 이름)과의 전장에 나간  것을 알게 된 후 아버지를 찾으러 적 진지에 가까이 갔다가 포로로 잡혀 화랑인 김유에게 노비로 넘겨진다.

 

김춘추 왕의 총애를 받고 있던 영명부인의 삼남이었던 그와 진수는 원수지간이 될 수 밖에 없었고 아버지의 죽음과 함께 자신마저 고국으로부터 억울한 누명까지 받고 있단 소식을 알게 된 후 기회만 오길 기다리는 처지가 되면서 영명부인이 운영하는 가게의 노비 점원으로 일하게 된다.

 

한편 가게에는 정체모를 영특한 '정'이란 소녀가 있었으니, 바로 김춘추의 딸을 죽게 한 윤 충이란 자의 딸이면서도 딸이 아닌 존재가 있었다.

 

호기심 많은 지적탐구 정신 때문에 숙부와 함께 신라까지 오게 되어 영명부인 가게에서 일하게 됬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의 감시 때문에 불안에 떨며 살아간다.

 

이렇듯 세 남녀의 얽힌 이해관계는 삼국 통일 직전 왕경(王京-신라의 수도였던 경주를 이르던 말)을 중심으로 정을 사이에 두고 사랑의 감정과 자신의 목숨을 노리고 있다는 원수라는 지각하에 서로가 서로를 끊임없이 감시하고 그러면서도 정과 진수와의 관계 또한 알듯 모를 듯 한 사랑의 감정선을 넘나든다.

 

연개소문이 죽고 세 형제의 쟁권다툼 속에 어수선한 고구려에 대한 소식을 듣게 된 진수의 나라에 대한 걱정스런 마음은 김유가 가게 된  계림 견당사의 활약에 힘입어 계림은 당과 동맹을 맺게 되고 이는 곧 백제의 사비성 함락이란 결정적인 계기를 제공하는 결과물을 낳는다.

 

광활했던 옛 고구려가 지녔던 기상과 광대했던 땅의 점령지를 사진을 통해 다시금 바라보는 오늘 날의 우리들 역사와  서로간의 이권 다툼과 눈 앞의 당쟁과 이익에 맞물려 나라의 안위를 돌보지 못했던 백제의 상황들은 계림으로 하여금 당과의 밀애를 하게 한 제공을 했고 결과적으로 진수는 자신의 나라 고구려 대신 또 다른 고구려가 지녔던 아리티(하얼빈)로 발길을 돌리게 된다.

 

이처럼 통일을 이루는 과정 속에서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기에 차후의 결말은 세 사람이 어떻게 만나고 헤어지고 죽음같은 과정들이 생략이 된 채 각자의 갈 길을 가는 여정으로 끝을 맺는다.

 

지금이야 모두 같은 뿌리의 자손이기에 이런 역사적인 태동의 과정부터 단군신화의 단일 민족이란 개념이 박혀있지만 당시의 시대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결코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지 않는 먹히고 먹히는 세계로 비칠 뿐인 현실적인 문제를 작가는 발품을 팔아서 여기저기의 사료를 취재하고 이를 엮어내는 수고를 아끼지 않는 구성을 보여준 책이다.

 

'정'이란 여인의 활기찬 기상은 남자 못지 않은 넘치는 혈기를 보여주고 진수의 멸망해가는 나라를 바라보는 착찹한 심정, 자신이 가진 위치에서 어떻게 처신을 해야하는 지에 대한 어릴 적부터 들어왔던 몸에 밴 절제생활 뒤에 오는 사랑에 대한 감정을 접고 나라을 위해 오로지 목숨을 담보호 한 채 계급 상승과 그에 어울리는 정치적인 결단을 해야만 했던 김유...

 

이렇듯 개인 대 개인으로선 전혀 원수라고 불리어질 정도까지는 아닌 사람들이 시대의 흐름과 역사가 요구하는 흐름에 자신의 생을 감내해야만 하는 안타까운 심정들이 잘 드러내주고 있다.

 

책 머리에 단재 신채호 선생이 쓴 <조선상고사>의 일부인 역사란 무엇인가. 인류사회의 아(我)와 비아(非我)의 투쟁이다. 라고 쓴 말이 심금을 울린다.

 

삼국 통일을 이루기 위한 전초 과정을 다룬 소설답게 역사 속의 나라가 차지하는 의미는 무엇이며 그 안에 있어야 할 나의 존재는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던져주는 책이고, 뒷 편의 찬란했던 왕경의 세세한 모습과 지금은 중국령으로 변해버린 고구려의 오녀산성과 국내성 유적에 속하는 중국령 부분들의 사진이 더 없이 안타까움을 느끼게 만든 책이다.

 

 학창시절의 수학여행하면 의례히 가야만 했던 옛 신라의 수도 경주, 왕성을 통해 본 역사소설은 그런 의미에서 기존에 나온 조선시대의 역사소설에 비해 좀 더 이런 관련된  책들이 나와야 함을 느끼게 해 준 책이기도 하다.

 

조선일보 정치부 기자로 근무하다 소설가로서 책을 낸 이력은 기자출신답게 꼼꼼하게 당시의 풍속도와 그 안에 어우러지는 다양한 모습의 민초들의 말투와 생활들을 엿 볼수있게 그려진 부분들이 더욱 생동감 있게 다가오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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